효은 동무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삼촌도 우울해지려 하네. 엄마는 분명히 효은 동무를 사랑하시는데, 효은 동무의 마음을 존중해 주지 않으시니 참 괴롭겠구나. 음악은 말보다 더 많은 걸 얘기하지. 우리 음악부터 들어볼까.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파미나의 아리아 ‘아, 나는 느끼겠네’(소프라노 캐슬린 배틀)http://youtu.be/PtG5A1WFYWI
<마술피리>의 한 장면이야. 타미노 왕자는 파미나 공주를 구하려고 자라스트로의 성에 왔지만, 붙잡혀서 시련을 겪게 돼. ‘침묵의 시련’을 통과하고 좀 더 성숙한 인간이 돼야 파미나 공주를 만날 수 있는 거야. 사랑과 지혜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 법이지. 힘들고 외로울 때 묵묵히 견딜 줄도 알아야 강한 인간이잖아.
타미노 왕자가 피리를 불자 파미나 공주가 반가워하며 달려와. 그런데 타미노 왕자는 아무 말도 하면 안 돼. 이유를 모르는 파미나 공주는 왕자가 자기를 더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슬픔에 잠겨서 노래해. “아, 나는 느끼겠네, 모든 게 끝났음을. 사랑의 기쁨은 영원히 갔네. 내 가슴을 가득 채운 축복의 순간들은 다시 오지 않을 거야. 타미노, 제 눈물을 보세요. 오직 당신만을 위해 흐르는 이 눈물.”
파미나는 너무 슬퍼서 이제 죽음에서 평화를 찾는 수밖에 없다고 말해. 타미노도 가슴이 찢어지지만, 여전히 말을 하면 안 되는 상황이야. 이 노래를 작곡하며 모차르트도 가슴 속으로 눈물을 흘렸을 것 같지 않아?
파미나 공주가 절망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단다. 어머니 밤의 여왕은 파미나에게 칼을 주며 원수 자라스트로를 찔러 죽이라고 했어. 그런데, 착한 파미나 공주는 도저히 이 명령을 따를 수가 없는 거야. 어머니는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너는 내 딸이 아니다” 선언했어. 이제 파미나는 어머니한테도 버림받은 셈이야. 그런데 사랑하는 타미노 왕자마저 침묵하고 있으니 파미나에겐 아무 희망이 없는 거지.
사람은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어른이 돼 가는 거야. 그 과정에서 누구나 이런 괴로운 순간을 겪을 수 있단다. 오페라처럼 극단적이진 않겠지만, 동무들도 비슷한 아픔을 겪으며 커 나갈 거라고 생각해. 효은 동무는 “중학생이 되면 달라질까요?” 했는데, “응, 좋아질 거야.”라고 흔쾌하게 대답할 수 없어서 삼촌도 안타깝단다. 오페라에서 파미나 공주는 16살이야. 중학생이 된 동무가 오페라의 파미나 공주처럼 슬픔에 잠겨서 노래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삼촌이 보니까, 요즘 대학생들 대부분이 자기가 뭘 원하는지,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하더구나. 입시 경쟁 속에서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해 왔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 효은 동무가 가만히 있는데도 엄마가 먼저 태도를 바꾸실 것 같진 않아. 엄마에게 효은 동무의 진심을 자주 얘기해 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 “저, 이제 아기 아니거든요”, “엄마, 저 벌써 12살이고 그 정도는 알아서 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잘할 수 있다는 걸 엄마도 인정하셔야죠.” 엄마가 효은 동무를 사랑하시는 건 분명하니까, 이왕이면 화내지 말고 웃으며 얘기하는 게 낫겠지.
효은 동무는 자기주장이 뚜렷하니 무척 훌륭한데, 그래서 그만큼 괴로움이 더 클지도 모르겠어. 분명한 건, 효은 동무와 엄마가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점이야. 아주 더디겠지만, 효은 동무는 점점 어른이 돼 가고 엄마는 점점 늙어 가시겠지. 지금 느끼는 괴로움도 언젠가 다 지나가겠지만, 무척 긴 시간이 될 거야.
사람은 암만 힘들어도 사랑이 있으면 살 수 있단다. <마술피리>에서 절망한 파미나 공주는 자살을 결심해. 어머니 밤의 여왕이 준 칼을 들고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무대에 나타나지. 세 소년이 새 아침을 알릴 때 절망한 파미나가 나타나서 함께 부르는 노래, ‘곧 아침이 밝아오리니’를 들어볼까.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곧 아침이 밝아오리니’
http://youtu.be/aFxTbwK7I8s
세 소년은, 말하자면 천사야. 세상의 욕심에 눈먼 어른들은 어리석지만 세 소년은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지혜로워. 절망한 파미나 공주가 칼을 들고 무대에 나와서 미친 듯이 노래해. “(칼을 향해) 그대가 나의 신랑이 되겠군요. 그대의 도움으로 내 비탄을 끝내리라.” 세 소년이 걱정스레 다가서자 파미나는 계속 노래해. “어머니, 저는 당신 때문에 고통받습니다. 당신의 저주가 저를 따라다녀요. 아, 내 슬픔의 잔은 가득 찼네. 무심한 왕자님, 안녕!”
이때 세 소년이 나타나서 타미노 왕자가 파미나 공주를 사랑한다는 걸 알려주는 거야. “그가 온 마음을 당신께 바치고 있다는 걸 알면 놀라실 거예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죽음과 직면하고 계시죠.” 그러자 파미나 공주는 금세 절망을 잊고 활기를 찾게 돼. 세 소년이 파미나 공주를 위로할 때 ‘파미레도시~’ 이렇게 다섯 음표가 나오는 거 들려? 이 다섯 음표는 파미나의 아픈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세 소년의 손동작 같아.
엄마가 동무를 사랑하신다는 걸 잊지 마. 엄마도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한계가 있고, 더 잘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나이를 먹는 거야. 힘들고 괴로울 때 꿈과 용기를 주는, 효은 동무만의 세 소년이 있으면 참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