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n Sweet

Grace 2 All (뷰티플 모닝)

고등어, 니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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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의 수다 /Day by Day

2021. 11. 25.

눈물이 그렁하더니 이내 방울방울 맺혀 떨어진다.

살 맞대고 산 긴 세월에 이젠 이해할 만큼 이해한다 생각했건만

아직도 아니다 싶은 게 있었나 보다.

그러려니 그럴 수도 있지, 이미 다 겪어온 사실인 줄 알면서도

서러움이 복 받친다.

 

찬장에서 꺼내 든 고등어 통조림이 발단이다.

 

사실, 미안한 일이기도 한데

냉장고 속엔 내가 좋아하는 야채와 과일만 잔뜩일 뿐

그가 좋아하는 삼겹살도 생태나 생고등어도 없었다.

한 시간 이상 운전해서 한국 마켓을 가면야 되지만

나는 그냥 미국 마켓에서

살몬이나 캣 휘쉬로 대신 요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미국 생선은 자기 입맛에 안 맞는다고.

 

궁여지책으로 찬장에 있는 고등어 통조림을 꺼내서

뚜껑을 딴 후 생각을 해봤다.

어떻게 요리를 할까?

고등어 강된장을 만들어 쌈을 싸 먹을까?

고추장 고춧가루 듬뿍 넣어 김치 넣고 지져 볼까?

아님....?!! 곰곰?

 

유튜브를 뒤적거렸더니

일본식 고등어 통조림 요리 방법이 나온다

국물을 버리고 잘 닦아서 감자가루를 묻혀서 튀겨낸후

달콤매콤하게 만든 양념장에 졸여내기.

와우~ 퓨전 고등어 통조림 요리네!

맛있겠다.

 

정성 들여서  한 접시 만들어 내고

위스키 넣어 만든 된장 깻잎과 깻잎 튀김,

그리고 청경채 무침에 잡곡밥을 곁들어 디너를 마련했다.

밥상을 마주한 그의 입에서 나온 소리,

고등어 요리는 얼큰하게 지져야 맛이지

이런 퓨전이니 뉴 전이니 하는 것은 입맛에 안 맞는다고

투덜거린다.

 

설움이 복받친다.

내가 자기를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는데...

이런 것 하나 살짝 못 넘겨주고 불평을 하다니.

갑자기 모든 게 억울해진다.

일가친척 없는 미국 생활을 잘 참으며 일만 했던 것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 딸내미들 예쁘게 키운 것,

볼상 사납지 않으려 나 자신을 곱게 가꾸며 젊게 보이려 노력했던 것

긍정적인 에너지로 살려 노력했던 것

 

이참에 갈라설까?.

난 손해 볼 거 없잖아.

혼자서 훨훨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지 뭐~

갑자기 힘이 솟는다, 아 자유로움이여~

그 순간 내 꿈이 깨진다.

어느새 들어와 백허그를 하며 "여보, 미안해"

에고 내 팔자야. 

에필로그:

리타이어한 후의 변화된 환경에 남자들에게 찾아오는 갱년기 증상 같다.

전에는 이런 불평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홀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내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서일까?

가만히 생각해 본다.

없던 아들이 하나 갑자기 생겼다고 칠까?

만약에 내 아들이나 딸이 원했다면 뭐든지 해주었을 엄마 마음으로. ㅋ

그래서 한국 마켓에 들려 고등어 2마리를 사다

무와 고춧가루, 고추장을 넣고 얼큰하게 한 냄비 끓여 바쳤다.

어마, 이런 이런, 응급실에 가야 하나?

그의 입이 찢어졌다. 좋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