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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바람 2011. 5. 16. 22:30

가정폭력 추방운동과 지역사회 변화1

 

박신연숙(서울여성의전화 지역조직국장)

 

1. 들어가는 말

 

2008년 올해로 가정폭력방지법 시행 10주년을 맞이했다. 여성의전화는 1990년대에 성폭력, 가정폭력 추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데 앞장서 왔고, 1997년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후 지역여성운동을 강조해 왔다. 제도화 이후 확장된 정치적 공간에서 여성인권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는 한편, 제도화 경향을 경계하며 지역여성을 여성운동의 주체로 만들어 가는 지역여성운동으로의 심화를 모색해 왔다. 법과 제도의 변화가 지역여성들의 의식과 삶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며, 여성의전화가 대다수 지역여성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한계를 넘어서서, 소수의 운동가와 상담회원들만이 아닌 많은 여성들을 주체로 세우는 대중적인 지역여성운동으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이 글에서는 여성의전화가 지역여성운동으로 전개해온 가정폭력 추방운동을 돌아보고 이후 과제를 모색해보고자 한다. 먼저 여성의전화운동에서 지역여성운동이 의미화 된 배경을 살펴보고, 지역여성운동 사례로는 서울여성의전화의 사례를 중심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2. 여성의전화와 지역여성운동

 

여성의전화 지역여성운동은 90년대 초반 지부들이 생겨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지부조직들은 성폭력, 가정폭력 추방운동을 지역이라는 공간에서 전개한 것이다. 여기서 지역은 주체에 대한 고려가 있기 보다는 지리적 공간으로서의 지역이었다. 그러나 법제도화 이후 90년대 후반 여성의전화에서 여성인권운동과 지역여성운동 정체성이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지역은 지역여성이라는 주체가 그 안에 살아있는 운동의 공간으로 변화한다.

 

90년대 지부들이 급속히 증가한데는 당시 여성운동 조직과 기반이 미약한 지역사회에서 여성의전화 조직은 상담소라는 구체적인 매개를 통해 지역여성들의 문제를 다루면서 쉽게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대중성이 있었고, 여성상담 자체가 여성운동의 한 방법이자 도구로 이해되었다. 또한 제도화 이후 상담소 운영에 대한 정부지원도 흡인 요인이 되었다.

97년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으로 인한 상담소운영 제도화로 지부들은 상담활동에 치중하고 여성인권운동, 대중운동, 지역여성운동을 실현하는 데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2000년대 초에 25개 지부와 1개 지회라는 지역적인 조직을 기반으로 한 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 추방 등 여성인권운동을 펼쳐나가는 공간은 지역이고, 이를 실현할 주체들은 지역여성들로 보았다. 여성의전화가 많은 지역에 지부를 가진 전국조직이 되었으나, 여성의전화 지부들이 지역여성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성폭력, 가정폭력 추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만들어졌으나 지역여성들의 현실은 이를 통해 큰 변화를 맞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들의 인식과 행동, 그리고 이들이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바꾸는 것이 필요했고, 지역여성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하였다. 지역여성운동은 여성의전화가 소수의 운동가만이 아닌 많은 여성들이 일상속에서 공유하고 실천할 수 있는 운동으로 발전하고, 보다 더 지역여성들에게 밀착하여 대중적인 지역조직으로 발전하고자 한 것이다.

 

여성의전화는 지역여성운동을 ‘여성주의적 가치를 가지고(의식화) 지역의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조직화) 여성문제와 지역의 문제를 지역에 맞게 풀어내는(세력화) 운동’이라고 정의하고, 여성주의 상담교육, 생활상담, 지역여성정책모니터링, 지역미디어 모니터링, 성평등한 지역사회 만들기 등의 새로운 전략들을 가지고 지역여성운동을 풀어왔다. 여성의전화는 각 지역상황에 맞게 광범한 여성인권의제들을 실험하고 구체화하면서 지역여성들과 만나는 접촉면을 넓혀왔다. 회원 수도 이전보다 성장했고, 각 지역에서 여성들의 크고 작은 모임들도 증가하면서 지역여성운동은 점차 발전되어 왔다.

 

3. 가정폭력 추방을 위한 지역여성운동 사례

- 동작구 지역위원회 ‘평화마지’ 사례를 중심으로

 

1997년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되고 서울여성의전화는 마을단위 운동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준비기를 갖고 2002년부터 회원들을 조사해서 회원들의 구단위 권역별 모임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서울여성의전화는 강서양천지회가 있고, 2003년 지역운동센터를 발족하였고, 현재 동작구 지역위원회, 도봉구 지역위원회, 지역모임(송파강남서초구 송강초모임, 영등포구로구 영구모임, 서대문마포은평구 서마은모임, 금천구 금나비모임, 동대문모임, 성북구 이루미모임)이 있다.

 

2005년부터는 한명의 활동가가 아예 마을로 들어가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조직적으로 지역여성운동 전담자를 두고 마을에서 활동하며 지역여성운동을 실험한다는 정책적 방향이 있었다. 담당 조직가는 지역여성운동을 위해 마을 현장에서 주로 일과를 보내며, 2005년부터 지역여성 조직화를 시작해 현재 4년째를 맞고 있다.

 

서울시 25개구 중에서 동작구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동작구는 서울여성플라자가 대방동에 위치해있어서이다. 서울여성플라자는 국내 최대규모의 여성복합공간으로 여성교류와 사회활동의 구심점이 되고 있고, 인근 지역 여성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거기서 동아리실을 빌려주고 층마다 휴게공간이 있어 모임공간에 유리하다. 사무실 없이 활동하기 때문에 모임공간의 확보가 중요했다. 동작구는 자원봉사은행이라는 제도가 있어 자원봉사가 활성화되어 있다. 이웃에 위치한 관악구는 빈민운동의 역사와 지역조직이 뿌리 깊은 반면 동작구는 풀뿌리 주민조직이 형성돼있지 않다. 현충사가 있고, 관변 여성단체들이 주로 활동하고 있다.

 

가정폭력 관련 현황은 동작경찰서 통계에 의하면, 매달 평균 112에 신고 되는 동작구 관내 가정폭력 건수가 140건 정도 있으며, 그 중 10건 정도만 입건되는 상황이다. 관내에 성폭력 상담소와 성매매 상담소가 있지만 동작구 지역단체라기보다 포괄적으로 활동한다. 가정폭력을 담당하는 상담소는 없다.

 

서울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의 특성상, 지역 네트워크를 할 때 지구대, 학교와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했다. 가정폭력 사건이 신고 되었을 때 제일 먼저 현장에 출동하는 지구대 경찰의 초동조치가 중요하다. 한 지구대에 일주일이면 3~4건 정도 신고가 들어오고 있는데, 가정폭력방지법 실효성을 높이고 지역사회 연계를 통해 가정폭력 신고율을 높여야한다고 보았다. 또한 학교는 지역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고, 폭력 가정의 자녀를 조기 발견하여 지원하고, 학생, 교사, 학부모 등 지역 구성원들의 예방교육의 산실이 될 수 있다.

 

6가정 중 1가정은 가정폭력이 일어나고, 10명 중 6명의 아동이 가정안에서 폭력을 당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빈번하게, 어떤 때에는 ‘폭력’이라고 인식되지 못한 채, 매일 만나고 마주치는 일상적인 관계들 속에서 일어난다. 친구들, 친정에조차 알리지 못하고 쉬쉬하지만, 옆집 사는 이웃은 안다. 맞고 사는 이웃집의 자녀는 내 아이의 친구이고, 그 집안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인 것이다. 남의 집안일이라고 외면해서는 이 거대한 도시 공간에 안전지대는 없다. 가정폭력을 지역문제로 함께 해결해야한다. 이웃이 이웃을 지켜주는 지역사회 안전망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마을을 바꾸는 힘은 지역여성들에게서 나온다!

 

여성이 살고 싶은 마을, 여성폭력 없는 평화마을을 만들어가는 주체는 지역의 여성들이다. 마을을 바꾸는 힘은 지역여성들에게서 나온다.

 

서울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 추방운동을 전개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지역에 살고 있는 여성들을 발굴, 훈련하여 지역사회 변화의 주체로 세워내고, 역량 강화하는 것이 중요했다. 2005년 당시 동작구에는 회원이 15명 남짓 거주하고 있었으나 모두 활동이 어려운 형편이었다. 그래서 첫해에는 지역에서 초동모임을 무조건 많이 만들자는 계획으로 활동했다. 지역의 새로운 여성들을 만나고 조직하고자 지역여성들의 관심사인 자녀성교육 강좌를 열었다. 지역여성들의 모임은 ‘내 아이에서 우리 아이로’는 되지만 지역변화를 위한 활동까지 연결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다양한 방향으로 조직화를 했다. 여성 정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구의정 모니터링팀으로 만났고, 학부모회, 부녀회, 통장, 교사들 대상으로 지역여성 리더십 교육을 하기도 했다. 골목 골목을 발로 뛰면서 사람들을 모집하였고 교육 대상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로 연락하면서 지역을 서서히 알게 되었다. 2,3년째 되니까 이미 조직된 회원들이 입소문내고 사람을 모아오기 시작했다. 발로 뛰고, 두려움 없이 주민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소통을 하면서, 지역여성들의 욕구를 듣고 사업화 하였다. 그렇게 활동하니 매년 꾸준히 20여명씩 회원이 늘어 4년째엔 지역에서 회원이 80여명으로 불어났다.

 

유후모임, 사당동평화마지모임, 동작구상담모임 등 주1회 학습모임을 운영하였다. 학교로 찾아가는 폭력예방교육 활동을 하는 ‘풀뿌리강사활동가팀’, 여성주간행사 및 여성정책 모니터링을 하는 ‘참나비모임’, 지구대 및 경찰서, 학교와의 협력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는 ‘평화마지팀’, 매년 평화마을축제를 주민과 함께 준비하고 진행하는 ‘평화마을축제 추진팀’도 활발하게 활동을 했다. 활동회원의 지속적인 교육 훈련은 리더십 강화에 있어 필수적인 윤활유이자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지역여성들은 마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아졌다. 지역변화는 지역에 살고 있는 여성들, 주민들의 힘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체험하였다. ‘정책’이라는 딱딱하고 나 자신과는 무관하게 느껴졌던 단어가 우리의 생활과 매우 밀접한 것으로 다가왔다. 여성의 경험과 관점으로 정책을 펼 때 여성이 살고 싶은 마을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여하는 만큼 권리가 주어지고 역량이 강화된다. 겉으로 보여 지는 사업성과만 챙기는 것이 아닌, 참여하는 지역여성들 한명 한명의 변화와 역량 강화, 실천 활동을 소중히 여겼다. 그 결과 우리 지역여성의 힘으로 해냈다, 여럿이 함께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신념과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지역의 회원들은 ‘여성의전화를 만나 여성주의를 접하고, 새로운 비젼을 찾게 된 것이 한 해 동안의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었다’, ‘내 가슴속에 도전으로 다가 온다’, ‘나로부터 시작되고 참여 해야겠다’, ‘역시 모이면 힘이 생긴다’, ‘우리는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하였다.

 

학교로 찾아들어가는 폭력예방활동!

마을 단위 운동을 하면서 가정폭력 추방 운동을 지역여성들을 주체로 세우고, 지역주민들과 밀착하여 진행하고자 하였다. 같은 사업을 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 상근활동가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가 중요했다. 상근활동가는 책상에 앉아서 하는 실무를 줄이고, 회원이나 지역여성들과 만나는 것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었고 마을여성들과 일을 나누어 했다.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자꾸 일이 활동가에게 집중되고, 활동가가 아이디어를 내게 되며, 그래서 활동가가 일을 하게 된다. 그러나 회원들을 불러서 함께 하면 회원들에게서 아이디어가 나온다. 지역에 들어가서 하면 지역여성들에게서 아이디어가 나오고, 일을 나누고 더 일을 크게, 많이 하게 되면서도 성취감을 회원들, 주민들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회원들, 지역여성들의 역량이 강화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법, 제도의 개선이 실제 여성들의 삶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가정폭력 없는 지역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운동의 가치는 여성주의이며, 여성인권운동을 하는 것이다. 여성주의 상담의 기본원리인 1.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2.역량 강화, 3.수평적관계, 4.여성의 시각으로 재조명하기가 지역여성운동에 그대로 적용된다. 상담회원들이 더 많이 삶의 터전인 지역에서 활동하게 했고, 지역에서 주민들 만나고 소통하면서 지역의 실정이 드러났다. 여성관련 법, 제도가 많이 만들어졌지만 지역의 현실과 얼마나 갭이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지역에 밀착하여 실천하고 있는 사례로 2006년부터 실시한 ‘학교로 찾아가는 폭력예방교육’ 사업을 들 수 있다. 이 사업은 서울여성의전화가 가진 밑천으로부터 출발하기에 좋은 사업이었다. 서울여성의전화는 1996년부터 성교육강사를 배출하고 성교육 및 성폭력예방교육, ‘딸들을 위한 캠프’ 등을 실시하여왔다. 또한 가정폭력예방 에니메이션 ‘도하의꿈’, 가정폭력예방교육 CD와 교사용 매뉴얼 ‘폭력쫑! 대화짱!’을 제작하여 널리 배포하였다. 이러한 전문성과 인적자원들로 ‘풀뿌리강사활동가팀’을 조직하고, 지역사회 변화를 위해 학교로 찾아들어갔다.

 

학교로 찾아가는 폭력예방교육은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 우리가 속해있는 학부모회로부터 출발했다. 학교에서 성교육 및 성폭력예방교육이 의무화되어 정기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반면, 가정폭력예방교육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학교마다 공문을 보내고 교감선생님과 통화하여 면담약속을 하고, 지역 회원 서너명이 학교를 함께 방문하였다. 학교는 처음 관계형성이 쉽지 않았다. 학교를 찾아갈 때 그 학교 학부모와 동행했고, 학부모회 임원이 있으면 더욱 효과적이었다. 초등학교부터 시작하여 이렇게 발로 뛰면서 관계도 형성하고 학교 분위기도 파악하였다. 덕분에 강좌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매학기 정기적으로 실시하게 되었다. 반별 수업을 기본으로 강사팀이 집단으로 활동하였다. 수업을 하고 나면 가정폭력 피해 사실을 의논해 오는 학생과 교사들이 점차로 늘어났다.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하여 피해학생들을 지원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확장하게 되었다.

 

2006년 동작구 7개 학교에서 학부모, 교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총50여회, 연인원 2,000여명 대상의 교육을 실시하였고, 2007년에는 동작구 뿐 아니라 인근 영등포구에도 수업을 시작하여 19개 학교와 공부방에서 총150여회, 연인원 6,000여명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였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평화마을축제!

 

지역주민들이 함께 준비하고 진행하는 ‘동작구 평화마을축제’는 2006년부터 매년 개최하여 3회째 실시하였다. 서울여성의전화는 10년 넘게 매년 여성폭력예방 캠페인을 개최해왔다. 행사 내용을 기획하고 캠페인을 준비하는 것은 회원들을 모아 진행하였으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인사동, 대학로, 월드컵공원 등을 찾아다니며 그곳에 놀러온 시민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치루곤 했다. ‘평화마을축제’는 준비과정에서 마을 주민들이 가정폭력 추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평화마을을 만들기 위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중심에 두었다. 지역주민들로 평화마을축제 기획팀을 구성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을 많이 만나고 이야기 나눴다. 그 과정에서 여성의전화와 누가 함께 할 것인지 지역의 인적자원들을 발굴하게 되었다. 다양한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마을의 다양한 기관, 단체, 자치조직들을 접촉하다보니 마을내에서 영향력 있는 집단이 누구인지, 실질적인 사회적 돌봄노동을 하는 주민들은 누구인지 서서히 알게 되었다. 또한 ‘서울여성의전화’를 만났을때 ‘상담’, ‘폭력’을 자연스레 떠올리는 주민들은 만날때마다 자신이 생활속에서 직접 겪거나 알고 있는 성폭력, 아내구타 피해사례를 전하며 의논해 오는 일이 많았다.

 

평화마을축제는 여성의전화의 문턱을 낮추고, 남녀노소 주민 누구나 참여하여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기획위원 30여명, 마을의 자원활동가 150여명, 지역주민 1,500명이 참여하는 마을행사가 되었다. 평화마을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역여성들과 지역단체들이 교류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었다. 폭력없는 평화마을이 지역사회 공동체가 협력하여 만들어가야 하는 과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지역여성이 발로 뛰는 지역실태조사!

 

2008년은 가정폭력방지법 시행 1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과연 우리 마을은 여성들이 살아가기에 얼마나 안전할까? 법제정으로 가정폭력 추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만들어진 이후 여성들이 살아가는 지역사회 현실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궁금했다. 지역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의 문제는 어느 한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폭력적인 관계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러한 관계들 속에서는 결국 아무도 안전할 수 없는 것이다. 바로 우리 자신과 이웃, 지역사회의 문제이다.

 

동작구 여성폭력정책 실태조사 사업을 기획하면서 무엇보다 지역의 회원과 여성들이 움직이고, 활동의 중심에 서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봄부터 ‘평화마을지킴이’로 모여 여성주의 의식과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 자기 성장과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훈련과 준비의 시간을 가졌고, 9월과 10월 마을을 누비며 실태조사를 했다.

 

‘평화마을지킴이’ 30명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주민센터와 학교를 방문하여 총308명을 직접 만나 인터뷰 하였다. 주민자치의 산실인 주민센터 담당 사회복지 공무원을 만났고, 지역의 일꾼인 주민자치위원과 통장을 소개받아 만났다. 지역공동체를 이루어가는 주요 공간인 학교에 찾아가 교사를 만나고, 학부모회장을 만났다. 지역주민은 이웃이나 거리에서 만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으로부터 우리 마을이 어느정도 안전하다고 느끼는지 조사하였다.

 

지역 실태조사를 하면서 동작구 지역에서 일어난 여성폭력의 사례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지역에 오래 살면서 자연스럽게 이웃과 접촉이 많고 피해를 입고 있는 여성이 있으면 나서서 돕고 있는 분들을 만났을 때는 정말 반가운 마음과 함께 동료의식이 절로 느껴졌다. 때로는 여전한 무관심과 무슨 ‘권한’으로 조사하는 거냐는 여성단체 모니터링활동에 대한 반발에 좌절하는 순간도 있었다.

 

주민센터와 학교가 여성폭력에 대해 얼만큼의 민감성과 대응력을 갖고 있는지, 제도의 변화가 과연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주민센터와 학교는 여성폭력예방교육이 의무화되어 매년 실시하고 있었다. 다만 소그룹으로 실질적인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는 점과 가정폭력예방교육이 매우 저조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주민접촉이 많이 주민자치위원, 통장, 학부모회장은 교육의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하고 있었다. 이웃에 무관심하고 소외된 채 살아가는 도시의 특성을 보여주듯, 이웃의 폭력가정을 알고 있다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토론회를 개최하여 동작구청과 주민센터 공무원, 학교 교사와 학부모회, 지역단체, 지역주민 등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우리 지역을 폭력없는 평화마을로 만들기 위한 정책들을 활발하게 토론하였다.

 

실태조사를 하면서 무엇보다 2005년부터 지난 4년간 서울여성의전화가 벌여온 활동들이 지역변화를 만들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것이 큰 보람과 기쁨을 주었다. 매년 주민들과 함께 준비하고 즐겼던 평화마을축제, 매 학기마다 학교로 찾아가 반별로 폭력예방수업을 해온 것, 여성의식 및 리더십 향상 대중교육, 동작구 여성정책 모니터링활동 등 우리의 활동들이 지역주민들, 지자체, 학교, 지역단체들과 관계를 만들어가고 협력체계를 확장해 왔구나 하는 자부심과 함께 이제 시작일 뿐 아직도 너무나 할일이 많고 더욱 더 지역에 밀착하여 운동을 벌여나가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주었다.

 

실태조사는 조사 과정에서 여성의전화를 홍보하고 인식을 높이는 것은 물로 참여자들의 변화와 역량 강화, 임파워먼트의 과정이 되었다. 참여자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돌아봤다는 것, 사람을 만나게 되고, 동네를 보게 되고, 인적, 물적 자원을 파악하고, 지역사회 연계망을 확인한 것, 일반 시민의 경우 여성폭력 이슈로 만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귀한 자산을 만든 것이다. 여성폭력정책 실태조사 활동은 우리 지역현장을 아는 것이자, 구체적인 관계 맺기였다. 누가 참여의지가 있는지, 누구와 협력할 것인지, 동작구 지역에 어떤 자원들이 있고, 어떻게 서로 연결해야 하는지, 이후의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정보와 자원, 관계를 발견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지역사회 변화는 지역공동체 협력으로 가능하다.

 

여성의전화는 상담을 통해 여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을 많이 만난다. 피해 생존자들은 자신에게 가해진 직접적인 피해와 더불어 가족, 친구나 이웃, 또는 폭력 피해자를 위한 서비스 기관 등에 의한 2차 피해를 호소한다. 주민센터에 남편 폭력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거나, 경찰이나 사법기관에 가서도 도움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참고 사시라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번 좌절해야 했다. 남편의 폭력을 피해 자녀와 함께 쉼터에 머물면서 전학을 했으나 학교의 부주의로 피신처가 노출되기도 한다. 이것은 피해자 개인의 문제도 그 피해자가 만났던 공공기관 담당자 개인의 문제도 아니고 우리사회가 여성폭력에 대해 갖는 인식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제도 및 대안이 미흡한데서 기인한다. 가정폭력, 성폭력은 지역사회 공동체가 협력하여 해결해야 할 지역사회의 문제인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사례들은 중앙방식으로 해온 활동을 어떻게 지역에 밀착해서 할 것인가 실천하고 있는 사례들이다. 모든 사업의 과정 자체가 지역여성들을 발굴하고 조직하는 활동이 되며, 활동의 결과로 지역여성들이 역량강화 된다. 지역 내 유관기관 간의 교류를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확장한다. 지역공동체 협력을 통해 폭력 없는 지역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지역사회로 갈수록 기득권을 가진 남성 중심이고, 성차별적인 의식과 관행,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에 지역사회를 변화시켜 나가기는 그만큼 힘들고 더디다. 마을에서 온갖 궂은일과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은 주로 여성이지만 정작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소외되어 있고, 지역에는 여성단체들이 많지만 성평등을 지향하는 단체이기 보다는 구성원이 주로 여성인 단체들로 수동적이고 관변화된 단체들이 대부분이다. 지역여성운동은 이러한 지역사회의 가부장성에 도전하는 운동이며 성차별적 지역사회를 변화시켜나가는 운동이다.

 

조직 내적으로도 여성의전화가 왜 지역여성운동을 하며, 우리 역량으로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나 고민이 많다. 구단위, 동단위 조직화가 진행될수록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이 커지게 되고 이러한 성장을 조직 안에서 담보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여성의전화의 조직력, 자원, 리더십을 중앙으로 집중하기 보다는 지역으로 더욱 분권화해야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서울지역이라는 특수한 위치와 서울여성의전화의 역사성 속에서 중앙차원의 선도적 대응과 여성주의상담의 전문성 등을 요구받고 있다. 전문성과 대중성 사이의 줄타기, 문턱을 낮추어 회원과 주민들의 참여를 개방하면서 여성의식화하고 전문화하기. 상근활동가 중심의 사업방식을 탈피하여 회원 주체, 주민 활동을 넓혀가야 하는 걸 알지만 점점 빨라지고 많아지는 사업들의 홍수 속에서, 느릿 느릿 시간을 내고 공들여야 하는 회원관계, 주민관계 공식을 따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쉬엄쉬엄 가야 하리라. 때로는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도 하면서 말이다.

 

서울여성의전화 내에서 기초단위지역 조직화의 목표와 비젼을 내오고, 합의하는 과정 역시 쉽지 않은 과정이다. 서울지역을 어떻게 편재할 것인가 하는 큰 그림도 필요하다.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사무국 구조는 상근 활동가 중심이고, 지역 조직 활동은 조직가와 지역 회원리더십들의 경험으로 쌓여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인정과 상호간의 경험 공유와 소통이 필요하다. 지역여성 조직의 발전은 지역 내 자생력을 키울 때 더욱 더 확장될 수 있고. 전체 여성운동과 연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서울여전의 동작구 지역위원회 사례는 지부들의 지역여성운동 사례와 유사하다. 정책적으로 마을단위에 찾아 들어갔고, 상근활동가가 마을에서 활동하면서 조직가로서 역할을 하고 있고, 모든 사업과 활동에서 지역여성들을 만나고, 리더십을 발굴하고, 역량을 강화하여 가정폭력 없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지역변화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4. 우리의 과제 - 지역 공동체 차원의 대응을 위한 운동을 하자.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격언이 있다.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 가정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이 함께 힘을 쏟고 지역사회가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가정폭력 추방운동도 지역사회가 함께 힘을 모으는 공동체 차원의 운동으로 전개해야 한다. 가정폭력 문제는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이며 지역사회에서 시민들 스스로가 함께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폭력추방을 위해 지역사회가 협력하고 이웃들 사이에 연결고리가 되어주어야 한다. 여성의전화 지역여성운동은 이웃이 이웃을 지키는 마을, 소통과 돌봄이 있는 마을공동체 운동으로 심화시켜 가야 한다. 우리 마을을 더불어 사는 터전으로 만들어 갈 때 안전한 삶이 가능한 것이다.

 

지역사회의 폭력근절을 위한 네트워크는 중앙차원이나 시도 단위의 민관협력 뿐만 아니라 시군구 지역단위, 마을 단위의 공조가 필요하다. 지역 내 경찰, 학교, 지방자치단체, 병원, 상담소, 쉼터, 복지관,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익활동단체 등으로 구성되고, 지역 언론, 학생들 상대하는 상점 등이 들어갈 수 있다. 무엇보다 해당기관 및 종사자들에 대한 성인지 교육, 성평등 마인드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각 기관들이 지역주민과 연결을 갖고,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경찰, 지자체, 학교, 병원 등은 지역주민의 의견을 들을 때, 주민들이 느끼는 것 바라는 것, 요구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지역의 단체나 시민들도 자율적으로 폭력추방을 위한 노력을 하면서 경찰, 지자체, 학교,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하고 있지 않은 일은 무엇인가, 필요한 일은 무엇인가 제안하고, 감시하고, 견제하는 세력이다. 지역시민단체, 상담소들은 지역사회에 밀착한 운동을 펼침으로써, 지역주민이 느끼는 문제와 요구로부터 출발하고, 시민들을 폭력추방의 주체로 세워내어, 궁극적으로 지역사회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 전 사회가 성폭력이라는 사회 문제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역할 하여야 지역에서 실질적인 네트워크가 가능하다.

 

성폭력, 가정폭력 법이 제정된 1990년대만 해도 진보적 여성단체와 상담소가 시도별로 손꼽을 정도였다. 그러나 10여년이 흐른 지금 전국에 성폭력, 가정폭력상담소가 600여개소에 이른다. 상담소들은 폭력근절을 위해 피해생존자 상담 및 지원활동, 예방교육, 의식 개선 캠페인, 법제도 개선활동, 실태조사 및 모니터링, 지역협의체 운영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이 지역자원을 조직하고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높이는 방식으로 전개할 수 있다. 상담소마다 지역여성들이 상담 자원 활동을 많이 하고 계시다. 자원상담원들은 친구나 이웃을 만날 때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례들을 의논해 오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생활 속에서 피해생존자의 지원자가 되고, 일상의 관계에서 여성주의를 실천하는 지역 활동이 된다.

 

성폭력, 가정폭력 예방교육도 의무화 되어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지역사회에서 예방교육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실시되고 있는가. 일회성 강좌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예방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의 협력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이 되도록 할 수는 없을까.

대중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문화행사의 경우에도 지역주민들은 단체에서 준비한 행사에 초청될 뿐, 조직화 및 지역사회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있는가.

 

마을로 찾아들어가서 활동하다보면 자생적인 주민조직들, 봉사단체들과 접촉하게 된다. 지역실정에 대해 누구보다 밝고 주민들에 대한 영향력이 있는 단체들이 있다. 이런 집단과의 네트워크 형성은 공동체적 대응에 있어 큰 자산이 아닐 수 없다. 기존의 지역여성조직에 여성주의 관점을 불어넣어 성차별적 지역사회를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

 

여성폭력 없는 평화마을, 여성이 살고 싶은 마을만들기는 결국 만남과 소통, 관계맺기의 확장을 통해, 다양한 지역사회 협력관계를 통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갈 것이다. 폭력은 피해생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지역공동체 전체의 문제다. 이는 여성단체, 상담소만의 힘으로 해결될 수 없다. 지역사회가 가정폭력에 대해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지역공동체 차원의 대응 운동을 활발히 할 때이다.

 

참고문헌

 

김미선, 서울여성의전화, 2006, 「여성폭력범죄의 수사과정 및 법률: 동작구 여성폭력실태」, 우리아이, 궁금한 性~ 나도 궁금해

박신연숙, 한국여성의전화연합, 2005, 「여성이 살고 싶은 동작구 만들기」, 민들레 지역여성운동 사례집

동작구 평화마지, 서울여성의전화, 2008, 「동작구 여성폭력 실태조사 보고」, 동작구 여성폭력정책 실태좌사 보고 및 토론회

제주여성인권연대부설제주여성상담소, 2007,「제주지역 공공기관의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지원 실태 보고」

표창원, 서울여성의전화, 2007.「지역공동체협력에 의한 가정,성,학교 폭력 대응」, 마을을 바꾸는 힘! 여성리더의 힘!

허성우, 한국여성의전화연합, 2008.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의 지역여성운동에서 만나는 도전과 희망」, 기억을 추억하고 미래를 상상하라.

 

각주 1

‘가정폭력,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한울, 2009)에 수록된 글입니다.

  1. ‘가정폭력,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한울, 2009)에 수록된 글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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