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바람자료실/풀뿌리여성운동사례

풀바람 2011. 5. 16. 22:43

동네한바퀴- 풀뿌리 여성들의 일상 속으로1

 

박신연숙(좋은세상을만드는사람들 사무국장)

 

도시 속 소외된 공간을, 서로 만나 소통하는 마을로 만들고 여성들 스스로 일상적 실천을 하면서 마을에서부터 세상을 바꿔나가고자 하는 ‘좋은 세상’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즐겁게 벌이고 있는 마을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좋은 세상’은 서울 동작지역의 풀뿌리여성단체로, 활동가 스스로가 풀뿌리 여성들의 일상속으로 들어가서 생활에 밀착한 여성운동을 하고자 한 활동가, 여성단체(서울여성의전화)의 지역모임을 통해 지역운동의 리더로 성장한 회원들, 지역활동을 접하고 참여의 주체가 되어간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2010년 1월에 발족하였고, 동네에서부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도전을 시작했다.

 

하나. 동네한바퀴 - 주민의 참여로 안전마을 만들기

‘동네한바퀴’ 활동이란 주민의 참여로 안전마을을 만들어가는 활동이다. 우리 마을의 아동, 청소년, 어른들이 다 같이 모여서, ‘동네한바퀴’를 돌면서 우리 마을이 얼마나 안전한지 직접 느껴보고 체험한다. 일상에서의 평등한 관계와 인권에 대해 성찰한다. 유치원, 초등학교 밀집지역의 약국, 편의점, 문구점 등 ‘아동안전지킴이집’도 들러서 적극적으로 관계를 형성한다. 어린이집, 학교, 주민자치회관, 경찰지구대와도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마을 여성들의 역량을 키워내 학교에서 여성주의 성교육 활동을 하고, 수업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놀토에 마을공원에서 ‘마을 속 비폭력 배움터’를 열고, 동네 꼬마들과 함께하는 안전마을 자원활동을 한다. 우리동네 공원에서는 매월 네째주 토요일 즐거운 마을배움터가 열린다. 이렇게 이웃과 더불어 지역사회 차원의 협력을 높여나가면서, 지역사회 안전망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마을은 일상적인 생활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마을 속 안전은 가장 기본적 인권의 영역이다. 안전한 마을이란 폭력이 발생하기 어려운 마을이여야 한다.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발견되고 도움을 청할 수 있어야 하는 마을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의 이웃의 모습은 어떠한가? 이웃에 누가 사는지 서로가 알려고도 하지 않고, 서로 인사를 나누는 일이 흔치않다. 요즘처럼 아동성폭력 문제가 불거지면 이웃은 더욱 믿을 수 없게 된다. 많은 성범죄가 아는 사람에 의해 일어나며, 마을에서 피해사실이 알려질 경우 또 다른 피해를 입을까봐 여전히 두려워하는 것이 현실이다.

김수철 사건의 경우에도 대낮에 학교에 있던 아이를 위협해 1km나 떨어진 자신의 집까지 끌고 갔지만 그 과정에서 아무도 개입하지 않았다. 이웃에서 누구든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면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CCTV 카메라의 눈보다는 이웃의 눈이 범죄를 막는데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웃간의 신뢰있는 관계를 구축하는 일, 상호 배려하여 좋은 이웃이 되려는 노력이야 말로 범죄예방의 대책일 것이다. 이웃공동체의 기본은 익명적 자유인이 아니라 실명의 살아있는 자유인들이며, 이들 사이의 새로운 인간관계이다.

 

둘. 틴모빌 - 길 위에서 십대여성 만나기

‘좋은 세상’은 2010년 가출 십대여성, 가정폭력, 가족 내 갈등을 주목하고 이에 개입하여 위기 십대여성을 지원하고자 하였다. 십대여성 밀집지역으로 찾아가 매주 목요일 심야시간대 ‘틴모빌’ 거리상담 활동을 통해 십대여성을 만나고 소통하고 있다. ‘틴모빌’ 활동은 지역 풀뿌리운동에 바탕을 둔 거리 상담으로, 지역 내 십대여성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상담소에 앉아 기다리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이들을 만나러 가는 현장활동이다.

먼저 우리 마을에서 십대들이 밀집한 거리는 어디인지 동네를 수차례 돌며 지역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림역’ 앞으로 활동지역을 선정하였다. 신림지역은 인근에 중,고등학교가 많고, 고시원 비용이 저렴하여 십대들이 주거지역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으며, 신림 순대촌 일대가 근로 십대들의 일터로 기능하고 있고, 십대들이 출입 가능한 업소가 많다보니 가출한 십대들이 많이 몰려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주의 상담 전문가들로 상담팀을 구성하였고, 링딩동부스(면접부스)에서 십대들이 호소하는 가정폭력, 이성문제, 학교부적응, 또래집단과의 대인관계, 성문제, 데이트폭력 등의 상담을 하였다. 작년 한해 링딩동부스에서 총65건의 상담을 하였으며, 이 외에 손몸이야기, 너만의 북극성을 찾아라, 타로상담, 성교육 등의 부스에서도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십대들의 자존감 향상과 성평등 의식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십대들을 주체화 하기, 정책적으로 소외되어있는 십대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는 단순히 지원만 해서는 근본적으로 해결 될 수 없다. 이들이 자신이 받는 불합당함에 대해 스스로 대항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신림거주 십대들은 신림역 주변이 신종 성매매업소 등 유해환경에, 우범지역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이를 탈피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장기적으로 가출십대가 많이 찾지만 안전하고 청소년이 안심하고 갈 곳이 많은 곳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노력할 부분이다.

십대여성이 겪는 이중고는 한국사회의 가부장제로부터 기인한다. 따라서 이들이 역량강화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자원활동가의 관점부터 달라져야 한다. 사전교육과 추가 보충교육을 통해 계속해서 자원활동가가 젠더 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매주 활동하다 보니 행사짐을 보관하고 운반하고, 세팅하는 것이 큰 일거리였다. 보통 15명~20여명의 마을 자원활동가들이 함께하는데, 십대들과 만나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삶을 나누고 배워가는 보람이 활동의 원동력이라고 말씀들 하신다.

사실 십대들의 역량강화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막연했는데, 참여 십대가(17세, 18세) 또래상담부스 1호 <낙서장 부스>, 2호 <네일아트부스>를 차렸다. 거리에서 우연히 ‘틴모빌’을 만나 상담을 하고, 지지를 받고, 내적 힘이 강해져서 또래상담가가 되는 성장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개인의 성장이자 지역의 성장이다. 10월에 열린 축제에서는 틴모빌 참여십대들의 무대 사회도 보고, 공연 활동도 하였다.

축제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해 접촉한 동작.관악지역 시민단체 및 신림지구대, 보라매지구대, 동작,관악구청, 동작구의회, 보라매원스톱지원센터, 청소년지도협의회, 어머니폴리스, 학교학부모회, 아동여성보호 지역연대, 여성발전기금 등의 지역자원을 발굴, 관계형성 및 연계하여 거리상담에 연결하고자 하였다.

거리에서 만나는 십대 여성들의 상담을 통해 십대를 둘러싼 문제는 가출, ‘비행’ 자체가 아니라 이를 촉발하는 십대를 둘러싼 환경임이 드러났다. 그에 대한 해법 역시 지역사회 공동체 협력에 의한 운동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셋. 풀씨모임- 이웃과 어우러지는 꿈틀이 텃밭 가꾸기

‘풀씨모임’은 동작구 상도3,4동 인근지역에 거주하며 풀뿌리자치활동을 하는 주민모임으로, 상도3동 자치회관에서 동아리모임을 갖고, 강좌도 열고, 꿈틀이 텃밭가꾸기 활동을 하고 있다. 2009년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상도3동주민센터와 협력하여 지렁이 공동퇴비장을 만들고, 그동안 어린이집, 학교, 아파트, 빌라 등 마을 20여군데에 지렁이 나무상자를, 400여 가구에 지렁이 토분을 분양하여 음식물쓰레기 퇴비화를 실천하고 있다. 이 외에도, 꿈틀이 골목길조성, 꿈틀이 마을축제. 우리동네 꿈틀이 지도제작 등 ‘꿈틀이’는 이웃과 이웃을 이어주는 우리 마을의 화제거리가 되었다.

상도3,4동은 빌라가 많고, 언덕이 많은 동네이다. 음식물쓰레기는 대부분 지정봉지에 넣어 음식물쓰레기수거함에 버리면 수거해 가는 방식인데,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물은 환경을 오염시키고, 처리비용만도 동작구에서 연간 37억원이 소요되고 있다.

‘풀씨모임’에서는 동작구의회가 개최될 때마다 의회방청을 하고 있는데, 특히 쓰레기 정책에 관심 갖고 구의원, 담당공무원에게 지렁이퇴비화에 대해 알리고, ‘풀씨모임’의 활동을 홍보하였으며, 동작구 정책에도 반영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상도3동 주민센터에서는 ‘풀씨모임’의 주민자치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2010년 동작구 주민자치센터 발표회에서 지렁이퇴비화 실천 사례을 발표하여 15개동 중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공영방송 다큐에서 ‘지렁이’에 대해 보도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 2010년 4월 KBS 과학카페- 연속4주, 8월-KBS 취재파일4321, 10월-EBS 하나뿐인지구, 지역신문 '동작뉴스' 등. 지렁이의 유용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풀씨모임의 마을활동이 소개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탄소줄이기,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도시텃밭과 연계하면 지렁이퇴비를 화초 및 야채 거름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동퇴비장 조성 및 가정에서의 토분을 이용한 지렁이퇴비화 실천은 시작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관리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 자원 순환의 원리를 생활화 할때 정착될 것이라 여겨지며, 주민의 참여로 우리 마을을 생태마을 ‘꿈틀이마을’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나오며 - 동네에서부터, 이웃과 더불어

여성운동이 이루어 낸 법과 제도의 변화가 지역여성들의 의식과 삶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중앙집중적인 우리사회에서 제도와 정책을 바꾸는 운동은 그동안 잘해왔다고 본다. 상대적으로 주민의 참여를 만들어내는 것은 부족했고, 풀뿌리운동이 성장하지 못했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화는 여성운동에 위기 혹은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으로 갈수록 여전히 가부장적 권위주의, 토호세력을 중심으로 한 인맥들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여성운동에 있어 풀뿌리조직화가 중요한데, 성평등한 지역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각성한 여성들의 참여가 꼭 필요하며 지역여성들의 주체화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살기 좋은 마을은 누가 만들 수 있나. 그 주체는 다름 아닌 지역의 여성들이다. 주민이 참여해서 자치적으로 마을을 바꿔나가면서, 지역의 여성들이 리더로 성장하고, 지역활동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때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말도 있지만 변화의 시작은 내 삶, 내 이웃의 삶 그리고 지역에 있다.

각주 1

2011 여성회의, 2011년 4월 28일(목)~30일(토), 제2섹션 ‘전환을 위한 실험, 위기 혹은 기회’ 사례발표 원고임.

  1. 2011 여성회의, 2011년 4월 28일(목)~30일(토), 제2섹션 ‘전환을 위한 실험, 위기 혹은 기회’ 사례발표 원고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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