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바람자료실/풀뿌리여성운동사례

풀바람 2011. 7. 20. 00:25

말이 씨가 되고 꽃이되고 나무가 되는 마을

 

                               박 영미( 한국여성단체연합 전 대표)

 

2004년을 보내며 부산여성회 회원인 이 정은은 활동방식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지난 1년동안 결혼 후 6년째 살고 있던 연제구를 여성들이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고 이런 강좌, 저런 활동을 벌렸지만 모임 하나도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제구가 아니라 연산9동, 아니 그보다 더 적은 공간인 자기 마을부터 시작하고, 여성들이 했으면 하는 것보다 자신과 이웃 여성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 해결하기를 바라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우리의 고민과 바람을 바탕으로

 

2005년 2월, ‘첫아이 학교보내기 교실’을 마을에서 열었다. 아는 동네언니가 “첫아이를 학교를 보내야하는데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많이 했었다. 여성회 지부들에서 첫아이 학교보내기 교실을 하는 것을 본 적 있던 이 정은이 우리도 선생님 불러서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제안했고, 걱정하는 사람이 우리만 아니니까 모아서 같이 듣자고 하여 교실이 열린 것이다. 알음 알음 다섯사람이 왔다. 교육이 끝나고 뭔가 아쉬워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모여서 뭐 해볼까요?” 제안하여 모임이 시작되었다.

온천천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체험놀이활동을 하고 자신에 대한 얘기와 애들에 관한 고민을 서로 나누었다, 모일 때마다 사람들이 늘어나 17명이 되고, 온천천 프로그램에 50명이 모여들자 사람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회원제로 하자는 말이 나왔다. 토론 끝에 ‘토곡 좋은엄마모임’이라 이름을 짓고, ‘우리엄마들이 우리 정체성을 찾고 우리가 성장한다. 그 성장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키우는데 함께 한다’를 목표로 정했다. 또한 회원들과 모임의 성장에 도움을 받기위해 부산여성회 소속 모임으로 하자고 결정하였다.

 

 

우리 손으로 해결한다.

 

그때까지는 모임을 주재하고 연락하고 온천천 놀이 프로그램을 짜고 진행하는 것 모두를 이정은이 도맡아 해왔다. 모임이 만들어지고, 이정은이 사람들이 많아서 혼자서는 힘들어 도저히 못하겠다하여 모임성원들속에서 담당팀을 만들었다. 팀으로서 실행능력을 갖춰야하니까 부산여성회에서 개최한 ‘전래놀이지도사’ 과정에 참여하고 배워서 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



2006년부터 참가하여 활동해온 주형영은 토곡좋은 엄마모임에선 회원들이 “이런 거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거 우리아이들에게 해줬으면 좋겟다“하는 의견이 나오면 ”우리가 직접 해주자, 해보도록 노력하자“고 힘을 모은단다. 그러다보면 길이생기고 각자 가진 재능과 아이디어를 모으다보면 실현가능해진다고 한다. 실력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안되는 일은 없었단다. 이런 마음으로 실력양성 교육을 받고 지역에서 주민들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노인학교, 아동체험프로그램, 여성진로설계 교실 등을 만들어 직접 진행하였다. 양성평등교육, 자녀와의 대화법, 부부의사소통훈련, 환경생태 교육, 학부모 리더쉽 교육, 예비학부모교실 등 부모에게 필요한 교육을 마을에서 개최하여 회원만 아니라 더 많은 주민들이 편안하게 배움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지속적으로 하기

 

‘첫아이 학교보내기 예비학부모교실’은 2011년까지 지속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2009년부터는 후속 프로그램으로 미술치료팀을 열고 있는데, 새로운 엄마들이 이 과정에서 회원가입을 많이 한다. 

온천천에서 엄마들과 함께 하는 어린이 체험활동은 생태체험, 놀이체험, 맨발아동체험단으로 이름과 형태는 바뀌어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에서는 놀이를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두달에 한번 열리는 어린이 벼룩시장에서도 마칠 때는 항상 공동체놀이를 하여 참여한 모든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즐거움을 나눈다. .부모교육도 마을에서 계속 진행하고 있다.




2006년 이후에 진행한 노인학교, 경로잔치, 어린이날 행사, 여름영화제, 벽화그리기 등등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어린이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활동도 학교주변 불량식품 단속과 유해오락기를 없애는 활동과 안전한 통학로 만들기 활동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은빛노인학교를 주민자치센터에서 열다

 


2006년에 부산여성회가 몇 개 동에서 여성노인들을 위한 은빛노인학교를 개설할 마음을 먹고 여성노인학교강사양성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토곡좋은 엄마모임은 한번 배워보자는 마음에 회원들이 참여했다가 토곡은빛노인학교를 개설하게 되었다.

토곡은빛노인학교는 할머니들에게도 매우 좋은 곳이 되었지만, 회원들도 할머니들의 삶을 보면서 여성문제를 더 깊이 생각하게 되고, 할머니들로부터 삶의 지혜도 전수받고, 강사로 운영자로 여러 가지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면서 자신을 키워가는 훈련과 성장의 공간이 되었다. 연산9동주민센터의 우호적인 담당자 덕택에 주민센터 공간을 토곡은빛노인학교로 사용하고,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아 강사비도 받게 되었다. 토곡좋은 엄마모임은 강사비를 받아 학교 운영비와 경로잔치 비용으로 사용했고 주민센터는 전국 주민자치센터 우수상을 받았다. 은빛노인학교를 계기로 주민센터와 우호적인 협력관계가 생겼다.

 

 

아빠모임과 어린이날 행사

 


집 가까운 곳에서 놀이를 하고 생태체험을 할 때와 달리 아이들을 데리고 멀리 가야할 때는 아빠들의 도움이 필요하였다. 아빠들은 엄마들이 모여서 일반아줌마들처럼 먹자계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 교육에 도움되는 일을 하니까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지역사회에 의미있는 활동들을 하고 계속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빠들에게도 변화가 왔다. 아이들을 차태워주면서 서로 안면을 조금씩 튼 아빠들이 진우도 갯벌체험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고 가족프로그램도 하면서 많이 친하게 되었다. 그후 토곡좋은아빠모임이 만들어졌다. 엄마모임에서 아빠들에게 토곡은빛노인학교 경로잔치에 할머니들을 모셔오고 모셔주고 음식을 서빙하는 역할을 요청했다. 할머니들에게 칭찬을 듬뿍 받은 아빠들은 이제 엄마들에게 기대어서 하는 역할이 아니라 마을을 위한 독자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속에서 아빠들이 어린이날 행사를 제안하였다. 2008년 아빠들이 제안하여 아빠모임과 엄마모임이 주최하여 만든 어린이날 행사가 황리에 개최되었다. 태권도, 검도학원들, 미술학원들도 참여하고 마을의 가게에서는 귤한박스, 음료수 한박스 등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였다. 2011년 제 4차 어린이날 행사에서는 그동안 참여했던 어린이전문도서점 책마을이나 부산여성회, 전교조만 아니라 KNN노조, 의료원노조, 법원노조도 참여하고, 연제구청도 적은 돈이지만 처음으로 공식 후원을 하고, 개별 학원으로 참가하던 태권도, 검도 등의 학원들이 연산무예지도자협회라는 이름으로 조직을 묶어 참여하였다. 그래서 내년에는 여기도 공동주최단체로 격상시키기로 했다. 좋은아빠모임은 2009년에 정식으로 발족하고 아버지학교도 개최했는데, 올해는 연제구청의 지원을받아 연제구 전체를 대상으로 아버지학교를 개최한다고 한다.

 

 

품앗이 공부방에서 마을도서관으로

 

2008년 초, 엄마모임과 아빠모임은 더 많은 주민들과 함께 하고자 어울마당이라는 공간을 마련하였다. 어울마당은 회원교육장이자, 회의실이었고 무수히 많은 다양한 마을행사가 기획되고 논의된 곳이지만 동시에 아이들을 위한 품앗이공부방이기도 했다. 아이들을 여기저기 사교육으로 보내지 않고 아이들이 좀더 편안한 공간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교육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 아이들과 함께 한 다양한 체험활동은 엄마들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논술, 주산, 한자, 가베를 가르치는 엄마들은 선생님이 되고 아이를 맡기는 엄마들은 아이들의 간식과 공부방 청소 등을 맡아서 서로의 품앗이로 운영되는 공부방이 만들어 졌다. 아이들 때문에 늘 걱정인 맞벌이 가정과 한부모가정의 아이들도 함께 참여를 시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부모들이 취지를 공유하기보다 값싼 학원으로 대하는 모습이 나타났고 주민들도 어울마당 전체를 값싼 학원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보이는 이미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고민 고민하여 품앗이 공부방을 접고 마을어린이도서관을 만들기로 했다.

주민들의 도서관이 되려면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도서관만들기 걸개그림도 주민과 함께 그렸고, 이틀주점을 하며 기금도 함께 만들어서 2010년 6월 ‘우리동네’도서관을 개소했다. 지난 1년간 엄마들은 도서관을 책을 보고 빌려가는 공간일뿐 아니라 주민들의 다양한 문화교육공간이 되도록 노력했다.

 <사진 안전한 통학로만들기>

 


마을기업의 성공과 혁신학교를 향해

 


도서관을 통해 2개의 새로운 활동이 생겨났다. 하나는 우리 동네 가게이고, 하나는 대안적인 방과후학교다. 우리동네 가게는 책장에 상품명과 연락처만 적어놓고 친정에서 꿀을 재배하면 그 꿀을, 수산업을 하는 회원은 수산물을, 쿠키굽는 엄마는 그 쿠키를 팔 수 있게 했다. 우리동네 가게는 올 봄 부산시의 지원을 받아 마을기업으로 발전했다. 도서관옆에 카페를 열고 카페에는 나눔가게를 비롯하여 우리동네가게들이 터를 잡고 있다.

방과후 학교는 품앗이 공부방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대안적인 교육을 지향했다. 하지만 혜택을 받는 아이들이 소수이며, 엄마교사들의 전문성의 한계로 인해 아이들의 흥미가 좀 떨어지게 되었다. 고민을 하는 중에 방송을 통해서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바람부는 혁신학교를 만나게 되었다. 혁신학교를 만들고자하는 교사들과도 만나게 되었고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연제지역에서 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모든 단체와 그룹을 망라하여 연제교육희망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내년 연산 9동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