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바람자료실/풀뿌리여성운동사례

풀바람 2011. 8. 21. 09:40

 

씨줄과 날줄로 엮어가는 마을공동체

부산 화명2동 대천마을

 

                                                                                       박 영미( 한국여성단체연합 전 공동대표)

 

 

대천마을은 화명2동의 오래된 지명이다.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기에 유리한 자연자원이나 역사자원을 갖고 있는 마을이 있는데 여기는 대천천이 있다. 대천천은 금정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낙동강으로 이어주는 아름다운 하천으로 부산에서 아이들이 멱감을 수 있는 유일한 하천이라 할 정도로 깨끗하다.

 

 

사진<대천천 풍경>

 

대천마을학교 이귀원 선생에 따르면 지난 100여년 동안 대천마을은 크게 세번의 마을공동체운동이 있었다. 첫 번째는 1908년에 마을사람들이 화명학교를 공동으로 만들어 운영한 것이고, 두 번째는 60년대에 대천마을발전계를 중심으로 기와공장, 벽돌공장을 만들고 마을목욕탕과 이발소도 만들고 낙동강물을 끌어들여 관개를 하여 흉년을 예방했다. 세 번째는 이 지역이 아파트밀집지역이 되어 새로운 사람들이 대거 들어온 후 200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마을공동체 만들기 움직임이다. 최근의 마을공동체 만들기 움직임은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어왔다. 그것은 대천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주민자치 환경공동체를 만들어 온 것과 북구 공동육아협동조합을 기반으로 문화교육공동체를 만들어 온 것이다.

 

 

아파트 추가건설 반대와 대천천 환경축제

 

 

대천마을 위쪽은 대단위 아파트 단지들이 있다. 입주한 지 8년이 되었을때 도시개발공사가 자기들 소유의 산쪽에 붙은 땅에 추가로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였다. 9개지역의 아파트 주민들이 대책위를 꾸려 추가아파트 건설을 반대하고 그 땅에 고등학교를 만들라는 싸움을 했다. 주민들이 이긴 후 고등학교를 제대로 짓는지도 볼 겸, 그 싸움에 참여했던 아파트 동대표자회의, 부녀회 등이 자연스럽게 화명2동 발전위원회를 만들었다.

 

 

대략 2003년 이 무렵에 화명초등학교 졸업생 중심으로 화명포럼을 만들고 대천천환경축제를 열었다. 비슷한 시기에 한마을에 두 단체가 만들어지니 통합이야기가 나왔고, 공감하는 마을단체들을 모두 모아 만들자는 이야기로 발전되었다. 그 결과 2004년 6월, 대천천을 살리고 가꾸며, 마을문화를 발전시키고, 지역현안을 주민의 참여와 자치역량으로 해결하는 주민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대천천네트워크가 발족되었다.

 

 

대천천네트워크와 KTX금정산 사갱터널공사 반대싸움

 

 

사진<대천천문화환경센터>

 

대천천네트워크가 발족되자마자, 금정산 KTX 장대터널공사가 생겼고, 마을 윗쪽에 사갱(비스듬한 굴)을 뚫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2차선인 산성로로 하루 490대의 덤프트럭이 쏟아져 나오고 교통체증, 비산먼지, 소음, 진동으로 주민들의 생활이 파괴되고 대천천 생태환경이 망가지는 심각한 문제였다. 대천천네트워크가 중심이 되어 많은 주민들이 KTX금정산 사갱터널공사반대를 위해 싸웠다. 대천리 초등학교에서 농성도 하고 공사현장에 가서 드러눕기도 하는 등 격렬하게 싸웠지만 지율스님의 천성산투쟁이 대법원에서 패하는 상황에서 몇가지 요구조건을 관철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고 싸움이 마무리되었다. 작년 10월에 준공된 3층 건물의 대천천환경문화센터도 그 중 하나다. 마을의 단체들이 거의 망라된 조직구성의 특징과 사갱반대싸움을 통해서 대천천네트워크는 마을주민들을 대표하는 마을조직이 되었다.

 

 

북구 공동육아 협동조합 이사오다.

 

 

1998년 덕천동의 허름한 다세대주택가에 자리를 잡았던 북구 공동육아 협동조합이 대천마을로 이사온 것은 2004년 3월이었다. 교통이 편리한 덕천동은 북구 여러곳에 흩어져 사는 조합원들이 오기에는 편리했지만, 자연스럽게 마을공동체가 형성되기는 커녕 조합은 마을에서 섬처럼 존재했다. 아파트생활에 익숙한 조합원들은 이사를 오지않고 주민들은 공동육아가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었다. 몇 년이 지나자 조합은 유지도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게 되었다. 덕천동에서의 경험은 핵심 조합원들에게 아이를 잘키우기 위해서는 조합만으론 부족하고 마을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했다.

 

대천마을로 옮긴 뒤로는 조합원들이 하나둘 이사와서 가까이 살게 되었다. 가까이 살면서 뻔질나게 품앗이 다니고 뻔질나게 술마시고 그러면서 사람들이 변해갔다. 청소안해도 사람들 오는 것을 좋아하고, 여기저기 마실다니고 이집저집 다니며 놀고..이렇게 살다보니 마을에서 뭔가 도모해보자는 기운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기면서 자연히 공동체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졌고, 더 적극적인 분들은 마을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을 내게 되었단다.

 

 

단오잔치, 마을도서관, 마을학교

 

 

이사 온 그 해부터 대천천에서 북구주민들과 함께 하는 어린이날 행사를 했다. 화명포럼, 부산아트갤러리, 개혁과자치를위한북구시민연대도 후원으로 참여시켜 역할분담을 했다. 2006년부터는 단오잔치를 하고 주최도 조합에서 마을의 여러단체로 확대해 오고 있다. 단오잔치는 내적으로는 조합원들을 단결시키고 힘을 북돋우는 역할을 하며 밖으로는 조합과 조합원들이 마을주민들과 섞여 어우러지는 장이 되었다.

 

사진<북구단오한마당>

 

 

2005년 7월, 자주 모여서 어린이책을 함께 읽으며 책과 아이들, 도서관을 이야기했던 조합원 예닐곱명이 마을어린이 도서관을 만들자는 뜻을 모은지 보름만에 마을어린이 도서관“맨발동무”를 개관하는 일이 일어났다. 각자가 모은 책도 있고, 장소를 무료로 제공해주는 사람도 알고 있고, 그들 자신이 다양한 도서관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운영할만한 실력을 갖춘 활동가로 준비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3년간 자원활동을 하다 가족들이 이제 그만하지 하는 시점에 미래포럼에서 사서와 상근활동비를 지원받았다고 한다. 공동육아협동조합의 창립회원이고, 어린이책시민연대의 회원이기도 한 임숙자 관장은 마을사람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공성과 내가 행복한만큼 활동하자는 것이 맨발동무 운영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며, 맨발동무는 마을주민들이 책과 삶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곳임을 강조한다. 그래서인지 어린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민들이 도서관에 온다. 작년 대천천환경문화센터로 입주하면서 마을어린이도서관에서 마을도서관으로 성격을 바꿨다.

 

사진<맨발동무 별난전시회 마을사람들을 만나다>

 

 

맨발동무가 조합과 어린이책시민연대, 마을주민들이 합동으로 만든 것이라며, 대천 마을학교는 조합에서 만든 것이다. 초등 4학년까지는 방과후를 한다. 초등고학년과 중학생 시기의 아이들은 방과후와 같은 생활공동체형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아이들의 기호나 취향이 뚜렷해지는 시기이고 학습의 부담도 있기 때문이란다. 그렇다고 학원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고. 다양하게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누구나 선택해서 참여할 수 있는 학교. 가능하면 마을에서 선생님을 구하고, 마을아이들과 어른들이 만나서 공부하고 배우는 곳. 아울러서 성인들의 평생교육기관의 역할도 하는 것. 동아리활동도 하고 마을의 이러저런 단체들의 모임장소도 되는 곳. 이런 고민과 꿈을 담아서 2008년 3월에 대천마을학교가 만들어졌다.

 

맨발동무와 대천마을학교에서는 다양한 문화교육프로그램을 열면서 많은 동아리들을 키우고 있다. 뿐만아니라 대안학교 참빛학교, 대안문화공간 자인, 도자기연구소 도랑 등 문화예술교육공간과 단체들이 대천마을에 새로 둥지를 틀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어우러지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대천마을의 두 개의 중심, 주민자치환경공동체 대천천네트워크와 문화교육공동체인 공동육아협동조합의 교집합에는 이귀원 대천마을학교 교장과 임숙자 맨발동무 관장만 존재했다. 서로가 하는 영역도 다르지만 대천천네트워크는 마을 위쪽에, 공동육아협동조합은 마을 아래쪽에 주로 살고, 연령대도 5-60대와 3-40대로 다르고, 생활문화도 차이가 있어 부분적으로 협력하고, 공동사업을 펼치더라도 친밀한 관계 형성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두 공동체 모두 대천마을 공동체를 지향했고, 마을공동체를 만드는데서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친밀함을 형성하는데는 시간과 계기가 더 필요할 뿐이었다.

 

사갱터널공사의 보상으로 마을이 받은 대천천환경문화센터가 작년 준공되면서 맨발동무 도서관과 대천마을학교가 입주하였다. 이귀원교장이 개인적으로 대천천네트워크의 정책실장을 맡는 등 역할을 했지만 마을학교와 맨발동무는 대천천네트워크 조직이 아니었다. 입주에 대한 동의는 마을을 위한 활동단체로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대천천환경문화센터에 입주하면서 두 개 공동체가 어우러지는 공동사업의 계기가 많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우선 7월에 대천마을신문 창간호가 발행되었다. 월간신문으로 발행인은 화명2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대천네트워크의 손열대표가 맡고, 편집장은 대천네트워크의 정책실장이기도 한 대천마을학교 이귀원교장이 맡았다. 마을의 소식을 나누고 서로서로 의견을 소통하며 주민 공론을 형성하기 위한 광장이자 주민들 사이를 이어주는 그물망 노릇을 할 매체의 역할을 하겠다고 한다. 창간호에는 이마을에서 나서 일하며 마을학교와 마을공동체를 위해 일해온 권상덕 교장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마을의 역사를 함께 공유하는 것은 마을사람들에게 마을사람이라는 정체감과 공동체 의식을 높여주기 때문에 마을만들기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 한다.

 

대천천환경문화센터 옆 쌈지공원이 2011년 부산시경관협정사업 대상지로 최종 선정되었다. 쌈지공원에서 한달에 한번씩 마을문화장터를 열어왔는데, 지원금으로 ‘마을 마당’의 개념인 문화공연장과 쉼터를 조성하게 되는 것이다. 대천천네트워크가 증축할 환경센터 4층에 들어오고, 상근사무국장을 두려고 하는데 그리되면 경관협정사업과 대천천모니터링만 아니라 마을전체의 협력사업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 기대가 높다. 대천천환경축제도 해마다 열리지만, 단오잔치와 달리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축제가 아니고 가수들을 초빙해서 구경하는 축제다. 같은 공간을 사용하면서 일상적 교류가 많아지면 사업방식도 변화가 올 것이라 기대한다.

 

 

 

사진<마을문화학교 >

지난 6~ 7월에 대천마을학교의 마을문화강좌와 북구청주최의 주민자치대학이 마을에서 각각 열렸다. 마을기업, 노인생활협동조합, 도시농업, 대안에너지, 마을복지 등 마을에서 시도해보자는 요구가 올라오고, 주민주도의 마을만들기에 대해 더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한다.

 

두 공동체가 씨줄과 날줄로 엮이면서 대천마을은 어떻게 변화해갈까? 어떤 모습이든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행복한 마을이 될 것임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