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바람자료실/해외사례

풀바람 2011. 4. 4. 23:43

부모들의 참여·전문가 조언·지자체 지원 ‘박차’

 

“육아는 엄마의 몫” 편견깨고 아이 함께 돌봐
차등 보육료제 적용…저소득층 가정 부담없어


 

나는 여성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하며 아홉살 난 딸아이와 연년생인 아들, 이렇게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젠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어 그나마 손이 덜 가지만 어릴 때만 해도 친정어머니의 도움 없이는 일과 보육을 양립하기 힘들었다. 야근이나 출장이 있을 때면 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나에게 알맞은 보육 서비스가 없다는 사실이 답답했다. 프랑스 헨느시의 주민단체 ‘빠랑부주(Parenbouge)’는 나 같은 직장인 엄마들이 많은 한국 사회에 새로운 대안 보육 서비스 모델을 보여주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기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헨느시는 인구 21만 3,000명의 아담한 도시다. 학교 밀집 도시, 행정도시, 자동차산업 도시, IT 도시로 경제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 일행이 헨느시에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빠랑부주가 운영하는 탁아소 까레(Calais)였다. IT 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이 탁아소는 지난 2004년 4월 출퇴근 시간이 맞지 않아 기존의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기 어려운 직장 여성들의 요구로 만들어졌다.

 

빠랑부주의 조슬린 회장 역시 IT 산업단지에서 일하며 아이 셋을 키우는 직장인 엄마였다. 남편과 이혼한 후 혼자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그에게서 여전사 같은 강한 카리스마를 읽을 수 있었다. 반면 운영 책임자인 임마누엘은 이웃집 아줌마처럼 푸근했다. 마침 까레의 책임자가 자리를 비워 임마누엘이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까레에는 공간 곳곳에 유리창이 있어 어디에서나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침 책을 읽어주는 남자 보육사 앞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입구에는 하루 동안 아이들이 어떤 생활을 했는지 기록하는 노트가 있었다. 아이를 찾아온 부모들은 보육사가 기록한 그 노트를 가장 먼저 읽어보고 보육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등‘소통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까레에서는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생후 2개월부터 만 4살(예외적인 경우 6살)까지의 아이들을 돌보아준다. 장애 아동도 이용할 수 있다. 전체 정원이 25명인데 보육사는 12명으로 1명의 보육사가 평균 2명의 아이를 돌본다. 프랑스에서는 보육사 1명이 돌보는 아이는 3명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아동별로 원하는 보육 시간대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으며 보육사 또한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시간만큼 일할 수 있다.

 

엠마누엘은 “회사 근처에 탁아소가 있다 보니 아빠들이 자녀를 맡기고 돌보는 일이 일상화되고 보육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도 까레와 같이 기업들의 지원과 협력을 끌어낸 보육시설은 예외적이라고 했다.

 

빠랑부주는 재가 보육 서비스인 빠랑돔(ParenDom)도 운영하고 있다. 까레가 생기기 전인 2002년부터 제공해온 서비스다. 당시 주민들이 가장 시급하게 요구했던 것이 재가 보육 서비스였다. 부모가 비정규직이나 불안정 고용에 처해 있는 경우,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방법 외에 대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빠랑돔은 베이비시터의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문제를 가진 아동이 있으면 문제 해결이 가능한 전문성을 갖춘 보육사를 파견해준다.

 

특히 일반 재가 서비스 이용 요금은 시간당 16~19유로로 비싼 편이라 저소득층이 이용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하지만 빠랑돔은 헨느시와 가족금고, 유럽사회기금 등의 지원을 받아 시간당 1~9유로로 비용 부담을 줄였다. 또 부모의 소득에 따라 차등 보육료를 지불하도록 해 저소득층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까레 역시 차등 보육료제를 운용하고 있다. 부모가 내는 돈은 전체 보육비용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유럽 민간단체의 경우 예산의 30% 정도가 유럽사회기금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모델이다.


우리는 2002년 빠랑부주 설립을 주도한 피에르 이브 장의 집을 방문해 빠랑부주의 생생한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하얀 수염이 인상적인 마음씨 좋은 아저씨였다. 젊은 시절부터 공공육아, 공동주거협동조합 등에서 활동하고 노조 컨설턴트 전문가였던 장은 2001년 헨느 시의회로부터 빌장 지역의 주거욕구조사 프로젝트를 의뢰받아 진행했다.

 

당시 조사 결과 주민들은 크게 청결한 지역관리 문제, 노인들의 고립과 소외감 문제, 탄력적인 보육 서비스에 대한 욕구를 드러냈다. 이후 각 주제별로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장은 보육을 주제로 한 워크숍에 참여해 주민들을 조직했다. “간병인, 실직자, 수위, 청소부 등은 그런 의사를 잘 표현하지도 못했어요. 기존 공공보육으로는 가정과 일을 양립할 수가 없었고 하지만 주민들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개인의 욕구가 우리들의 문제이며, 이것은 공공 부문에 요구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주민들은 스스로 조사 작업에 참여했으며, 시청을 찾아가 주민들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시의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제시해 지자체와 외부 단체의 협력을 끌어냈다. 이러한 과정을 1년 반 정도 거쳐 드디어 2002년 빠랑부주가 만들어진 것이다.

 

피에르 이브 장은 “함께 참여하고 공동으로 책임진다는 초심(初心)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참여자들의 욕구를 이끌어내는 일상 교육이 중요하다”며 더불어“서로 만나고 싶고 보고 싶도록 친밀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빠랑부주가 성공적 보육 모델이 된 것은 부모들의 적극적 참여, 전문가의 조언, 지자체의 재정적 도움, 관련 단체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음 날 우리는 빠랑부주를 도와주었거나 현재까지 돕고 있는, ‘빠랑부주 서포터즈’들을 방문했다.

 

 

첫 번째 방문지는 헨느시 빌 장 지역의 주민자치센터연합이었다. 1970년에 설립된 곳으로 주로 빈민층을 위한 사업과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을 지원하며 저소득층 가족들의 사회적 권리를 획득하고 유지하는 일을 한다. 특히 아동문제 예방과 사후 대처를 위한 지원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연합은 빠랑부주가 처음 만들어질 때 함께 논의할 장소를 제공하고 사람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했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주민자치센터연합의 엄마 모임인 화요 엄마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화요 엄마’들은 계획에 없던 점심 식사를 우리에게 제안했고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관심사를 물어보고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다음으로 우리는 헨느시 시간관리사무소를 방문했다. 시간관리사무소는 헨느시 여성문제를 직업과 관련해 분석하고, 직장과 가사 양립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토론회나 만화 등을 통한 의식개혁 작업을 한다고 했다. 또 여성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연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성 인지 사업이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드러내주는 유럽의 모델은 우리에게는 부러울 따름이었다.

 

우리가 헨느시에서 홈스테이를 한 집의 부부도 돌이 된 아이를 빠랑부주가 운영하는 까레에 맡기고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쯤 된 남자아이와 6살짜리 여자아이도 있었는데 부부가 둘 다 일을 하기 때문에 부인은 주로 아이를 돌보고 남편은 집안일을 했다. 우리에게 훈제돼지와 감자요리, 와인으로 된 저녁 식사를 차려준 것도 남편이었다. 까레를 통한 아빠들의 자연스런 보육 참여와 헨느시의 다양한 성인지적인 정책들이 어우러져 이처럼 평등한 가정을 일구어낸 것은 아닐까.

 

한국 사회도 저출산 문제로 인해 보육비 지원이 늘어나는 등 정책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빠랑부주처럼 이용 시간대가 자유롭고 저렴한 보육 서비스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프랑스의 빠랑부주 같은 시설이 한국에도 생긴다면 아이를 키우는 일이 조금은 덜 부담스러울 것이다.

 

윤김정숙 포항여성회 사무국장

<우먼타임스 기획기사 [제328호] 2007. 7. 27 발췌>

 

※ 한국여성단체연합 지역여성운동센터는 2007년 5월 19일~6월 4일 동안 유럽의 풀뿌리 지역운동 현장을 탐방했다. 탐방 이후 우먼타임스 기획기사, 보고회, 한국사회포럼 섹션 토론회, 지역별 보고회 등 다양한 형식과 장소에서 보고가 이루어졌다. 당시의 기사 및 보고자료를 풀뿌리여성센터 블로그에 차례차례 실음으로써 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풀바람자료실/해외사례

풀바람 2011. 4. 4. 00:04

아버지들 함께 모여 자녀 교육등 함께 고민
요리·바느질도 배워 솔선수범 ‘행복한 가정’

 

파더센터는 49개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이용하고 있는데 이들이 취직을 위해 면접을 보러 갈 때 옷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남성들에게 봉제 교육도 실시한다.

 

파더센터(father center) 이름이 ‘아담’? 실실 웃음이 나왔다. 네덜란드의 수도 헤이그 락 지방의 마더센터(mother center)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파더센터는 주거 지역에 자리 잡은 마더센터와는 달리 차들이 씽씽 달리는 대로변 단층 건물에 있었다. 헤이그 전역의 남성들이 이곳을 찾아온다고 한다.


네덜란드 전국에는 7개의 파더센터가 있고 헤이그 시에만 2개의 파더센터가 있다. 우리가 찾은 파더센터 ‘아담’은 6년 전 네덜란드에서 처음 문을 연 곳이다. EU에서 주는 상을 받은 적도 있어서 뒤늦게 EU에 가입한 스페인, 루마니아 등에서 배우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왁자지껄한 아랍 남성들 사이에 여성들의 모습이 간간이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파더센터에서 운영하는 ‘무료로 나눠주는 가게’가 문을 여는 시간이었다. 물건이 필요한 여성들도 찾아온다고 했다.


마더센터처럼 이곳 파더센터에도 공간 중간에 커피나 차를 내오는 바가 있고, 바 안쪽으로 음식을 하는 조리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매일 20명분의 음식을 만들고, 저녁마다 사람들이 모여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행사는 대부분 저녁 시간에 열리는데, 이곳을 찾는 남성들은 주로 막일을 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24종류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49개국에서 온 이민자 2500명이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다.

 

너무 바쁜 센터장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 일행에게 차와 커피, 과자를 내오던 나이 지긋한 아랍 남성이 경쾌한 콧노래를 불러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체적으로 소박하면서도 밝고 생기 넘치는 분위기라고나 할까. 아랍 남성 하면 가부장적이고 어딘지 무게 잡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다소 의외였다. 드디어 바쁜 일을 대충 마친 파더센터 ‘아담’의 설립자이자 현 센터장인 아니타 쉬밥(Anita Schwab)이 우리에게 왔다.

 

남성들의 부드러운 변신

 

마더센터를 만들어 성공적으로 활동하던 아니타에게 6년 전 아랍계 남성들이 찾아왔다. 아내와 딸들이 마더센터에 가서 컴퓨터도 배우고 네덜란드 말도 배우면서 똑똑해지는데 남자들만 뒤처지는 것 같다, 우리들에게도 파더센터가 필요하다, 함께 파더센터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처음에 그녀는 선뜻 내키지 않았다고 한다. ‘오랫동안 여성들 편에 서서 페미니즘 운동을 해왔는데 갑자기 남자들하고 일을 해?’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프리카에서 흑인과 백인이 결국 하나의 원을 이루었듯이, 남성과 여성이 함께 일을 하며 원을 만들고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들의 요청을 수락했다.

평생을 여성과 함께 일해 왔고 다시 파더센터에서 남성과 함께 일하며 변화를 이끌어낸 아니타. 그녀는 “내 운동적 삶의 동그라미가 비로소 완성된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더센터 회원들이 그녀에게 “네가 이런 일을 해 주니 우리가 집에서 더 자유로워졌어”라며 고마움을 표시해오기 때문이다.

 

‘아담’ 아버지 모임 만들어

 

파더센터 ‘아담’이 이끌어낸 남성들의 변화는 어떤 것일까?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4개의 큰 프로젝트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먼저 아랍 전통 음식에서 이름을 따온 ‘쿠스쿠스 수다 커피숍’이란 모로코 아버지 모임이 있다. 18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저녁에 동네를 돌아다니며 젊은이들이 모여 있으면 말을 걸고 “여기서 뭐하지? 일을 하든가 뭘 배우든가 해야지” 하면서 젊은이들을 선도한다. 젊은이들에게 아버지의 책임을 알게 하고, 모로칸 사회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시작한 일이라고 한다.

이들 아버지 모임은 요리를 하고 수다도 떨면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경험담을 나눈다. 또 일주일에 한 번씩 주제가 있는 수다방을 운영한다. 우리가 방문한 날의 바로 전 주에는 ‘모로칸 문화권에서의 여성들의 위치’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다뤘다.

 

여성의 입장서 생각한다

 

여성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남성들에게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히잡을 만들어 써봐라’, ‘당신이 일할 부엌을 만들어 봐라’, ‘여자처럼 이야기해 봐라’, ‘남자가 생각하기에 여자가 다니기에 위험한 구역은 어디인가’ 하는 게임을 진행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남은 참가자 60명 중 여성이 7명이나 되는 ‘사건’을 만들었다고. 이전에는 이런 토론에 여성이 단 한 명도 참가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랍계 이민자가 많은 지역사회에서 이것은 가히 혁명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파더센터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 월·수요일에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해 요리를 만들어 파는 식당을 운영한다. 가격은 2.5유로(약 3200원) 평균 60여명의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매일 요리를 만들어 나누는 행사도 저녁마다 열리는데, 우리가 간 날에도 20명분의 음식을 만들고 있는 남성을 만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음식을 만들면서부터 남성들은 집에 가서도 자연스럽게 요리를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역·가정 함께 돌봐

 

파더센터에서는 매일 저녁 요리를 만들어 나누는 행사가 열린다. 이곳에서 음식을 만들면서 남성들은 집에 가서도 자연스럽게 요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음식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은 너무 행복해보였다. 누군가를 위해 따뜻한 밥 한 끼를 짓는 마음의 행복을 느끼기에 그런 소박하면서도 맑은 웃음이 절로 나오는 것이리라.

그러고 보니 식당 이름이 걸작이다. ‘마음으로 운영하는 식당’! 헤이그에 여행갈 일이 있으면 꼭 이 식당에 들러보시라. 마음이 먼저 배부를 것이다.

‘성공적인 옷 입기’ 가게 프로그램도 49개국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요긴하다. 어느 사회에서나 이민자들은 실직의 어려움을 겪는다.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업이 없는 이민자가 오랜만에 취직 기회를 얻어 기업체에 인터뷰를 하러 갈 때 파더센터 내 이 가게에서는 멋진 옷을 빌려준다. 취직이 되면 입고 간 옷을 선물로 주고, 한 벌을 더 준다. 모두 기부 받은 옷들로 지하에 다양한 치수의 정장과 구두가 가지런히 정돈되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는 이 가게에서는 아버지들에게 주 1회씩 12주 과정의 봉제 교육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일주일에 두 번씩 기부 받은 물품을 최저생계비 생활자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무료로 나눠주는 가게’도 열린다. 한 번 물품을 받으면 헤이그 시의 상징 새인 학이 그려진 패스에 기록하고 4주 후에 다시 물품을 받는 기회를 제공한다.

13개국에서 온 아버지들이 참여해 순회공연 중인 연극도 흥미를 끌었다. 13명의 아버지들은 무대 위에서 자신의 아버지는 어땠고, 나는 아버지로서 무얼 느끼고 있는지, 나는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은지 등을 이야기한다. 지역신문에도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연극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하고 아버지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 것은 매우 독특한 경험일 것이다.

 

나는 2004년부터 대전여민회에서 동네 주부들과 동화 읽는 모임을 해오고 있다. 올해 2월 마을 어린이도서관을 개관한 후 생긴 변화 중 하나가 젊은 아빠들이 쉬는 토요일에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오는 것이었다. 어린이도서관이 마을에서 자연스럽게 아이의 양육과 돌봄에 남성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아이를 돌보고 동네를 보살피는 일에 어떻게 하면 남성들의 참여 기회를 넓힐 수 있을까 궁리하던 나에게 네덜란드 파더센터는 참으로 많은 상상력을 제공하였다.

 

민양운 대전여민회 풀뿌리조직가

<우먼타임스 기획기사 [제327호] 2007. 7. 20 발췌>

 

※ 한국여성단체연합 지역여성운동센터는 2007년 5월 19일~6월 4일 동안 유럽의 풀뿌리 지역운동 현장을 탐방했다. 탐방 이후 우먼타임스 기획기사, 보고회, 한국사회포럼 섹션 토론회, 지역별 보고회 등 다양한 형식과 장소에서 보고가 이루어졌다. 당시의 기사 및 보고자료를 풀뿌리여성센터 블로그에 차례차례 실음으로써 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