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얼굴

유요안나 2009. 8. 11. 12:38
    까막 눈! 
    
    팔 기부스 때문에 제대로 씻을 수 없어 
    고모(시누)가 목욕을 도와준다
    고모는 내 오랜 친구이며 시누 인데
    다혈질 이고 급한 내 성격과 대조적으로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을 갖인 덕분에
    가끔 내 밥이 되 기도 하고 내 안식처도 되어 준다
    
    남편에 대한 불만은 항상 고모가 대리 표적이 되건만
    얼굴 한번 붉히지 않고 다 받아 드리는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을 소유한 여인 으로
    내 힘든 삶을 그런대로 이어 오도록 이끌어 주고 
    버팀 목이 되어준 53년의 내 소중한 친구이다
    
    고모는 4년전 뇌졸증으로 왼쪽 마비가 와
    힘든 투병생활로 지금은 정상인이 되였고
    고모가 마비로 몸이 자유스럽지 못 할 때 
    내가 목욕을 도와 주었는데 
    지금 나는 고모의 도움을 받고 있으니
    사람의 앞날을 누가 알수 있으랴...... 
    
    목욕후 토론토 손주 한테 온 메일을 보여 주니
    손가락 으로 한글 한글 더듬으며 
    띄엄 뙤엄 읽는 모습에
    성질 급한 나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어이! 송명재! 누가 淑大敎育科 나온 사람이라 하겠어!
    시골 초등학교 문턱에 인사 하고 온 사람 처럼 
    메일 하나 못 읽고 더듬 대고 있어! "
    
    (나는 급하고 화가 나면 또 기분 좋을 때 고모 이름을 부르 는데
    신기 하게도 고모는 어떤 경우에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그말에 고모의 대답
    
    " 글을 몰라 못 읽는 사람이나, 
    눈이 나빠 글이 보이지 않아 못 읽는 사람이나 
    까막눈에 無識 有識이 어데 있어! 
    글 못 보는 것은 매 한가지지! " 
    
    그 말 듣는 순간 고모가 저렇게 벌써 늙었나 싶어
    명치 끝이 아파오며 눈시울이 붉어짐에 얼른
    
    " 누가 늙으라고 했어! 늙어 가지고 글도 못 읽고!
    사람 눈물 나오게 만들고 있어 "
    
    억지 트집을 부리며 고모를 바라 보니
    고모의 눈에도 눈물이 고여 있었다
    
    병 후휴증에 눈이 더 나빠져 TV 외화 
    자막은 볼수 없어 드라마만 본다 하니 
    이곳 까지 데리고 온 세월
    
    학창 시절 고흔 친구 로만 기억 하려는 
    나의 무심함! 이제 정말 늙었구나!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숙제로 남길 수 밖에 없는 인생에 대해
    새삼 생각 해 보니 왜? 그리 서러운지
    
    태여날 때 부모님이 주신 축복들
    하나씩 하나씩 버리며 서서히 
    죽음의 문에 다가 가는 늙음을 생각하니 
    
    오늘 따라
    인생의 무상 함에 잠 못 이루고
    까막눈! 고모의 말이 귓전에 맴돈다
    나도 머지않아 까막 눈이 되겠지
    그런 생각으로!!!
    
    
    2004년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