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와 풍경

타박네 2021. 1. 17. 12:04

한탄강과 영평천이 만나는 아우라지,베개용암.

돌을 던져 튕그러져 나가는 힘과 소리를 미루어 짐작컨대

공룡 정도면 몰라도 사람 하나 건너기에 강은 충분히 얼었다.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오래 전 혹은 겨우 수십만 년 전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강을 건너가 저 장엄한 광경을 오감을 총동원해 느껴보고 싶었지만 그럴 배짱은 없었다.

목숨이 우습고 하찮은 것인양(물론 내 목숨) 오만방자했던 한시절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나는 우리 집안 최장수 노인이 되기로 결심한 바 있어

돌다리 두드리다 날 새고 박살내는 한이 있어도 무모한 도전은 안 한다.

그렇지만 좀 아쉽다.

다음엔 내 몸무게만한 바위를 던져보고 나서 최장수 노인을 포기하든 어쨌든.

 

 

보이는 부분은 영락없이 원통형 베개의 베갯모다.

흐릿한 눈으로 보니 마치 매화꽃 같다.

 

 

 

 

 

 

 

 

 

 

 

 

 

 

 

 

 

 

 

 

 

 

 

 

 

 

 

 

 

 

 

 

 

 

 

 

 

 

 

 

 

 

 

 

얼고 녹고 다시 어는 과정이 반복되나 보다,

얼음결이 거칠다.

 

 

 

 

 

 

 

 

 

 

 

 

 

 

 

 

 

 

 

 

 

 

 

 

 

 

 

 

 

 

 

 

 

 

 

 

 

 

 

 

 

 

 

 

 

 

 

 

 

 

 

 

 

 

 

 

 

 

 

 

 

 

 

 

 

 

 

 

 

 

 

 

 

 

 

 

 

 

 

 

 

 

 

 

 

 

 

 

 

 

 

 

 

 

 

 

 

 

 

 

 

 

 

 

 

 

 

 

 

 

 

 

 

 

라떼는 말이야,

강이 풀려 쩡쩌엉 얼음판이 갈라지기 시작하면 커다란 얼음조각에 잽싸게 올라타고는

긴 작대기 하나를 노삼아 휘저으며 거친 물살을 헤쳐 경원선 철교까지 가곤 했지,라며

개구라를 치는 초로의 사내를 만난다면 이 동네 사람 확실!

해빙기에 얼음배를 만들어 타고 놀던 사내아이들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한겨울은 지났지만 그렇다고 이른봄이라 말하기도 뭣한 어느 날,

물웅덩이에 빠진 생쥐꼴을 하고 복날 개 떨뜻 떨며 들어온 남동생을 야단치던 엄마가

다시는 형아들 따라 강에 가지말라 금족령이라는 엄벌을 때렸던 그 날,

세월이 흐르며 이야기에 살이 붙고 뻥이 붙어 무슨 대단한 무용담으로 길이길이 남을,

한탄강 얼음 뱃놀이 사건이 실제로 있었다. 

하지만 작대기로 쳐 얼음을 자르고 고작 몇미터,

얼음 덩어리 사이 물을 따라 흘러가며 배를 탄 기분이나 내본 정도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나는 어디까지 가봤네,공갈치지 마라,나야말로 너보다 훨씬 더 멀리까지 갔다구,

목에 퍼런 핏줄을 세우며 당장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지만 한방 먹이기는 커녕 

목청만 높여 싸우는 동네 남자애들을 본 적 있다.

속으로 멍청한 데 먹는 약 어디 없나하며 웃었다.

있다면 많이 필요해 보였다.

강의 속살을 뒤집어 모래를 퍼내고 시멘트를 발라 길을 낸 지금은 꿈도 못 꿀 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