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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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2004. 7. 16.

 

 

 

 

오래,
소식이 끊겼던 후배에게서 느닷없이 전화가 왔다.
너무나 깜짝 놀라(몇년 전.. 그 친구가
노숙자로 떠돌다 사고사 했다는 소문을 들은 기억이 떠올라)
목소리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와는 한 직장에서 근무했고,사는 동네까지도 같아서
같은 차를 타고 출근했고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심지어 퇴근 후에도 
술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입사 몇년 후배였던 그는..
결혼 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자 마자 IMF부도를 맞고 그 여파로 아내와 이혼한 뒤
알콜 중독자로 폐인이 되고 말았다
노숙자처럼 떠돌다가
가끔 바람처럼 내 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소식이 뚝 끊기고 말았다

그후 객사했다는 소문을 듣고 황당했지만..
달리 확인할 방법이나 마음의 여유가 내겐 없었다
그 무렵 난 서울을 떠났고..
나도 그 친구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처지라..


반가웠다
다시 살아난 그의 목소리에는
늘 술에 절어있던 그 목소리가 아니고
아주 밝고 가볍다 못해 모든 걸 초월한 듯한
건강한 친근함이 느껴졌다

"형, 시골 들어가 세상 다 잊고 농사짓고 있어.
술도 끊었어.
아주 좋아.
모처럼 밖에 나왔다가 동기를 만나 형 전화번호 알았지,
알고 보니 우린 아주 가까운 곳에서 사네"
형하고 난 역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사인가 봐"
.....


세월은 상처를 치유하는 힘이 있는가
아니면 잊게 하는 것일까?


농촌 생활이 현실적으로 무척 어렵지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 편하다고도 했다
하긴 쉬운 일이 세상에 있겠는가
많은 어려움과 아픔을 딛고
이제.. 평정을 찾은 그가 행복해지길 바란다
전화에서 느꼈던 환한 목소리의 느낌처럼
그렇게 밝고 가벼워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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