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혼자에게

댓글 0

좋은글

2021. 6. 7.

 

     나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 정상에 거울 하나쯤이 설치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거울은 크면 클수록 좋겠지만 전신이 다 들여다보이는 정도라도 좋겠다. 힘겹게 오른

     정상에서 하늘과 산 아래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는 것도 좋지만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거울을 보면서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해도 좋을 것이고 그냥 온몸에 힘이 풀린 채로 실없이

     웃기만 한다 해도 좋을 것이고 지나온 세월과 앞으로 다가올 바람에게 말을 걸어도 좋겠다.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대견해해도 좋을 것이며 행여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쓸쓸함에

     빠지더라도 난데없이 세워놓은 큰 거울 하나를 통해 우리가 우리 안쪽에 진 빚이 어느 정도인

     지를 조금은 알아갔으면 한다.

     나 자신이라는 산봉우리와 나 자신이라는 풍경과 나 자신이라는 넓이에 대해 조금은 알고

     내려왔으면 싶은 것이다. 우리는 산에 너무 힘겹게 올라가서는 너무나도 쉽게 산에서 내려오고

     마는 것 같아서 하는 이야기다.

 

 

      - 이병률의 "혼자가 혼자에게" 중에서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가 혼자에게  (0) 2021.06.07
花樣年華  (0) 2020.07.18
여행  (0) 2020.05.22
여행의 이유  (0) 2020.05.12
당신은...  (0) 2020.05.10
About Love  (1) 2019.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