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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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17.

남덕유산

 

         손 흔들고 떠나갈 미련은 없다
         며칠째 청산에 와 발을 푸니
         흐리던 산길이 잘 보인다.
         상수리 열매를 주우며 인가를 내려다보고
         쓰다 둔 편지 구절과 버린 칫솔을 생각한다.
         남방으로 가다 길을 놓치고
         두어번 허우적거리는 여울물
         산 아래는 때까치들이 몰려와
         모든 야성을 버리고 들 가운데 순결해진다.
         길을 가다가 자주 뒤를 돌아보게 하는
         서른 번 다져두고 서른 번 포기했던 관습들
         서쪽 마을을 바라보면 나무들의 잔 숨결처럼
         가늘게 흩어지는 저녁 연기가
         한 가정의 고민으로 피어오르고
         생목 울타리엔 들거미줄
         맨살 비비는 돌들과 함께 누워
         실로 이 세상을 앓아보지 않은 것들과 함께
         잠들고 싶다.

 

 

          이기철 

 

 

         ♬ 산행 - 김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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