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길,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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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25.

 

먼저 그대가 땅끝에 가자 했다
가면, 저녁은 더 어두운 저녁을 기다리고
바다는 인조견 잘 다려놓은 것으로 넓으리라고
거기, 늦은 항구 찾는 선박 두엇 있어
지나간 불륜처럼 인조견을 가늘게 찢으리라고
땅끝까지 그대, 그래서인지 내려가자 하였다

 


 
그대는 여기가 땅끝이라 한다, 저녁놀빛
물려놓는 남녘의 바다는 은도금 두꺼운
수면 위로 왼갖 소리를 또르르 또르르
굴러다니게 한다, 발 아래 뱃소리 가르릉거리고
먹빛 앞섬들 따끔따끔 불을 켜대고 이름 부르듯
먼데 이름을 부르듯 뒷산 숲 뻐꾸기 운다
그대 옆의 나는 이 저녁의 끄트머리가
망연하고 또 자실해진다, 그래
모든 끝이 이토록
자명하다면야, 끝의 모든 것이 이 땅의 끝
벼랑에서처럼 단순한 투신이라면야

 


   
나는 이마를 돌려 동쪽 하늘이나
바라다보는데
실루엣을 단단하게 잠근 그대는
이 땅끝에 와서
어떤 맨 처음을 궁리하는가 보다, 참
그러고보니
그대는 아직 어려서, 마구 젊기만 해서
이렇게 후욱 - 비린내 나는 끝의 비루를
속수한 것들의 무책을 모르겠구나
모르겠는 것이겠구나

 

 

 

이 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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