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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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갑천길(도안대교~가수원교)

가을이 깊어지자 해는 남쪽 길로 돌아가고 북쪽 창문으로는 참나무 숲이 집과 가까워졌다 검은 새들이 집 근처에서 우는 풍경보다 약속으로 가득한 먼 후일이 오히려 불길하였다 날씨는 추워지지만 아직도 지겨운 꿈들을 매달고 있는 담장 밖의 오래된 감나무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이제 나는 숲이 보여주는 촘촘한 간격으로 걸어갈 뿐이다 여러 참나무들의 군락을 가로질러 갈 때 옛사람 생각이 났다 나무들은 무엇인가를 보여주려고 자꾸 몸을 뒤지고는 하였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길쭉하거나 둥근 낙엽들의 기억에 관한 것밖에는 없다 나는 내가 아는 풀꽃들을 떠올린다 천천히 외워보는 지난 여름의 그 이름들은 그러나 피어서 아름다운 순간들에만 해당한다 가끔 두고 온 집을 돌아보기도 하지만 한때의 정처들 어느덧 숲이 되어가는 폐가..

댓글 둘레길 2021.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