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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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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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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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이십 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 대에는 마흔이 무서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박우현 Carpe Diem ! ♬ Late Night Serenade - Tol & Tol

댓글 2021. 6. 21.

17 2021년 06월

17

靑山行

손 흔들고 떠나갈 미련은 없다 며칠째 청산에 와 발을 푸니 흐리던 산길이 잘 보인다. 상수리 열매를 주우며 인가를 내려다보고 쓰다 둔 편지 구절과 버린 칫솔을 생각한다. 남방으로 가다 길을 놓치고 두어번 허우적거리는 여울물 산 아래는 때까치들이 몰려와 모든 야성을 버리고 들 가운데 순결해진다. 길을 가다가 자주 뒤를 돌아보게 하는 서른 번 다져두고 서른 번 포기했던 관습들 서쪽 마을을 바라보면 나무들의 잔 숨결처럼 가늘게 흩어지는 저녁 연기가 한 가정의 고민으로 피어오르고 생목 울타리엔 들거미줄 맨살 비비는 돌들과 함께 누워 실로 이 세상을 앓아보지 않은 것들과 함께 잠들고 싶다. 이기철 ♬ 산행 - 김영동

댓글 2021. 6. 17.

27 2021년 05월

27

쓸쓸한 날에..

가끔씩 그대에게 내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대 떠난 뒤에도 멀쩡하게 살아서 부지런히 세상의 식량을 축내고 더 없이 즐겁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뻔뻔하게 들키지 않을 거짓말을 꾸미고 어쩌다 술에 취하면 당당하게 허풍떠는 그 허풍만큼 시시껄렁한 내 나날들을 가끔씩 그래, 아주 가끔씩 그대에게 알리고 싶다 여전히 의심이 많아서 안녕하고 잠들어야 겨우 솔직해지는 더러운 치사한 바보같이 넝마같이 구질구질한 내 기다림 그대에게 알려 그대의 행복을 치장하고 싶다 철새만 약속을 지키는 어수선한 세월 조금도 슬프지 않게 살면서 한치의 미안함 없이 아무 여자에게나 헛된 다짐을 늘어놓지만 힘주어 쓴 글씨가 연필심을 부러뜨리듯 아직도 아편쟁이처럼 그대 기억 모으다 나는 불쑥 헛발을 디디고 부질없이 바람에 기대어 귀를 연다..

댓글 2021. 5. 27.

22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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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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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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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노래

나 그대에게 한 송이 매화꽃이고 싶었네 이른 봄, 돌담 가에 피는 노란 산수유 꽃이고 싶었네 나 그대에게 한 줄기 바람이고 싶었네 산골짝을 흐르는 시냇물에 부서지는 햇살이고 싶었네 토담 밑에 피어나던 수선화 같던 누이여 지난 날 우리가 품었던 슬픈 여정을 기억하겠는가 꽃처럼 눈부시게 피었다가 사라져 간 날들 해마다 찾아오는 봄처럼 영원할 줄 알았지만 사라져 간 세월의 흔적만이 영원할 뿐 이제, 흘러간 강물을 바라보는 일처럼 추억의 그림자를 이끌고 길 위에 서 있노니 지난 모든 봄들이 내 곁을 스쳐가듯이 홀로 선 들길에 매화꽃 향기 가득하구나 돌아올 그 무엇이 있어 가는 봄을 그리워하리오만은 바람 부는 저 산하, 옷고름 같은 논길을 따라 가슴에 번지는 연분홍 봄날의 향기를 따라 마음은 먼 하늘가를 떠돌아 ..

댓글 2021.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