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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nJ 2021. 2. 18. 11:30

2021. 1. 21 내일신문에 실린 이정환 GS&J 이사장의 글입니다.

 

 

 

   

 

‘이익공유제’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GS&J인스티튜트 이사장 이정환

 

 지난주 미국 CNN 기자가 취재 중 눈물을 흘리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코로나로 가족을 잃고 병원 주차장에서 장례식을 치를 수밖에 없는 암담한 현실 앞에서 슬픔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어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그러나 가슴 아픈 사연은 우리 주변에도 얼마든지 있다. 정부의 명령으로 저녁 9시면 문을 닫아야 하는 식당, 아예 문을 열 수조차 없는 노래방과 헬스장, 문은 열었지만 텅 빈 가게… 그래서 월세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 삶을 지탱해주던 일자리를 잃은 사람, 각각 얼마나 많은 사연을 안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까?

 

그들의 그런 희생 덕분에 코로나는 그나마 통제되고 미국의 누구처럼 주차장에서 가족과 이별하는 아픔을 겪지 않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오늘도 코로나를 용케 피하고 가족과 저녁상을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고통을 딛고 인터넷 쇼핑몰 업체와 배달업체, 그리고 라이더들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쏟아지는 주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컨대 정부의 방역조치로 혜택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이다.

 

 재정으로 부담하고 자발적 부담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이런 경우 이익을 보는 사람이 손해를 보는 사람을 보상해 그 조치에 동의를 받을 수 있어야 공정하고 사회적 후생수준이 높아진다. 그것이 후생경제학에서 말하는 ‘보상의 원리’다. 보상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으면 손해를 감수하던 업체들이 불공평에 저항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방역수칙은 무력화되어 감염의 위험이 바로 내 앞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들에 대한 보상은 바로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최근 ‘이익공유제’가 제안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너무 늦었다. 1차 유행이 끝났던 작년 5월, 늦어도 방역조치를 1단계로 낮추던 10월에 논의했어야 할 일이다. 문제는 방역조치로 누가 얼마나 이득을 보았는지 특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쇼핑몰업체는 이미 매출이 증가추세였다고 주장할 수 있다. 내가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은 것은 내가 조심한 덕분이지 노래방과 무슨 상관이냐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누구에게 얼마를 부과해야 할지를 놓고 갈등으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자발적 부담이다.

 

여기서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 체결시 뜨거웠던 무역이득공유제 논란을 되새겨보자. 그때도 이득을 보는 기업이 손해를 보는 농민에게 보상하자고 했다. 그러나 논란 끝에 결국 자발적 기부에 의존하는 ‘농어촌 상생기금’으로 귀착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발적 기부를 한 기업은 별로 없다. 작년 5월에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도 상당한 자발적 기부를 기대했지만 실제 기부는 극소수에 머물렀고 착한 임대인 운동도 참여는 저조하다.

 

현실적 대안은 우리 모두가 조성한 재정에서 부담하는 것이다. 그 위에 재정 플러스 알파를 위해 자발적 부담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주자, 그리고 방역수칙을 어긴 개인과 집단에 징벌적 배상을 부과하고 법인세와 소득세를 누수없이 징수한다. 부족하면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이 ‘이익공유’이다.

 

 

‘이익공유’ 노력이 우리 사회를 한단계 끌어올릴 수도

 

그래도 남는 문제가 있다. 누가 얼마나 손해를 보았는지, 그래서 누구에게 얼마를 보상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식당 주인뿐만 아니라 그곳 종업원은 일자리를 잃었고 식자재를 대주던 업체도 손해를 보았다. 그뿐일까. 식당 손님을 태우던 택시기사의 손해가 더 절실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현실적 해법은 누가 얼마를 손해 보았는가가 아니라 방역조치로 직접 경제활동을 제한받은 업체의 매출감소 신고를 기준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크건 작건, 노래방이든 식당이든. 물론 부풀리기 신고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부가가치세 신고를 꼼꼼히 검증한 후 정산해야 한다.

 

그래도 부조리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부조리는 시장을 거치지 않는 모든 정부 지원이 짊어질 수밖에 없는 숙명이다. 사실 시장을 통한다고 항상 부조리가 없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부조리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투명하고 정부가 얼마나 노력하는가에 달렸다. 믿을 수 있을까? 믿어 보자. 아니 믿을 수밖에 없고, 그 믿음이 우리 사회를 한단계 끌어올릴지 모른다.  

  

 [출처: 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