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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nJ 2021. 3. 8. 18:32

2021. 3. 4  내일신문에 기고한 이정환 GS&J 이사장의 글입니다.

 

 

 

   

 

아파트값과 달걀값: 정부가 할 수 없는 일, 해야 할 일 

 

 

 

GS&J인스티튜트 이사장 이정환

 

 

 최근 몇년 사이 아파트 가격 폭등과 전세난이 최대의 사회문제로 등장했고 정부는 수많은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과연 정부가 아파트 가격을 낮출 수 있었을까? 낮출 수 있다고 믿었을까?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라는 요구가 빗발쳐 뭔가 대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일까?

 

아파트건 채권이건 자산의 가격은 미래수익의 현재가치다. 미래수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것은 할인율이고, 할인율이 낮을수록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경제논리다.

 

그런데 할인율을 나타내는 지표의 하나인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2013년 3.3%에서 작년에는 1.5% 수준으로 떨어졌다. 똑같은 자산이라도 가격이 두배 가까이 상승할 조건이 갖추어졌다. 아파트도 주식도 예외일 수 없다.

 

아파트가격 폭등 잡으려고 무리하는 정부

 

이제 문제는 아파트가 가져다줄 미래수익에 대한 기대치다. 지난 수십년 압축성장의 과정에서 방대한 공적투자와 민간자본이 축적된 수도권 지역 아파트에 대한 욕구는 팽창했다. 그런 여건 아래서 지금 50대 이상인 세대는 여러번 아파트를 사고팔며 차익을 남겨 어엿한 재산을 형성한 수많은 사례를 만들었다. 아파트 불패는 신화가 되었고, 기대수익에 대한 믿음은 충분하다.

 

남는 문제는 돈이다. 아파트를 사려면 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돈이 얼마나 풍부한가를 통화량으로 말하기도 하지만 돈의 가격이라고 할 수 있는 대출금리로 판단하는 것이 확실하다. 쌀이 충분한가는 생산량보다 쌀값으로 판단하는 것이 정확한 것과 같다. 은행권 대출 현황을 보면 2013년에는 전체 대출 86%의 금리가 3~5%였지만 작년에는 금리 2~3% 대출이 전체의 73%를 차지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쉽고 싸게 돈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다. 미래수익에 대한 구매자들의 굳센 믿음이 있고, 미래수익을 현재가치로 전환하는 할인율이 반토막 났다. 그런데 돈까지 충분하다. 아파트 가격 폭등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정부는 아파트 가격을 잡겠다는 섣부른 약속을 하지 말고, 할 수 없음을 솔직히 말해야 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시장에 위험을 알리는 일이었다. 금리는 언젠가 상승할 수밖에 없고 돈을 구하기 어려워지면 아파트 가격은 하락할 수도 있다고. 비싼 가격에 구입하면 하우스푸어가 될 위험을 각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먼저 이런 경고를 해 시장의 과열을 막았어야 했다.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에 나서는 광경은 부동산 분야뿐만 아니다. 최근 코로나로 삶이 어려운데 농산물가격이 오른다고 따가운 눈총이 쏠렸고, 정부가 가격을 낮추겠다고 나섰다. 우선 달걀값이 높다고 하자 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달걀을 수입했다. 수입한 달걀을 싼값에 유통업체에 공급해 시장가격을 낮추려했으나 농가는 아우성이고 유통업체만 폭리를 취했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정부가 수입달걀 유통을 잘 관리하지 못한 탓이라는 일부 전문가의 핀잔까지 감수해야 했다.

 

그뿐인가. 혹한으로 채소가격이 상승하자 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무 배추가격을 20% 할인해 판매하는 행사를 벌여 농가의 비난을 자초했다. 전에도 이런 일이 여러번 반복되어 낯익은 광경이지만 과연 정부가 농산물가격을 낮출 수 있을까?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한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개방시대 정부가 할 일은 가격간섭 아닌 감시와 위험괸리

 

검역문제가 없는 농산물은 수입이 자유화된 지 오래다. 국내가격이 오르면 수입업자는 가장 잘 팔릴 농산물을 눈을 밝혀 수입할 것이다. 농산물시장이 개방된 시대에 농산물가격을 정부가 나서서 낮추려고 할 필요도 없고, 낮출 수도 없음을 솔직히 말해야 한다. 수입 농산물 판매가격을 간섭할 수는 더욱 없다.

 

개방시대에 소비자가격 걱정보다 정작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필요하다면 고관세 품목의 관세를 조정하고, 안전성과 공정한 거래를 감시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2019년 마늘 양파가 그랬듯이 예상할 수 없는 대풍으로 가격이 폭락해 농가경영을 엄습하는 위험을 어떻게 완충할 것인가? 세계적 공급 부족이나 팬데믹으로 수입이 어려워지는 위기에 대응해 필수 농산물을 어떻게 비축할 것인가? 달걀값 배추값을 낮추는 일 말고도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출처: 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