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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nJ 2021. 5. 17. 17:42

2021. 5. 14  내일신문에 기고한 이정환 GS&J 이사장의 글입니다.

 

 

 

   

 

농지제도 탓 말고 근본적 해법 구하자 

 

 

 

GS&J인스티튜트 이사장 이정환

 

 

 LH사태가 터지자 농지제도가 투기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대책을 세우라는 여론이 빗발쳤다. 정부는 투기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국회에서도 여러가지 법안이 발의되어 뭔가 비책이라도 나올 분위기다.

 

그러나 지난 30여년을 뒤돌아보자. 산업화 열기가 전국을 달구고 매년 1만~2만ha 농지가 전용되자 농업수익은 줄어드는데 농지가격은 급등했다. 그 한편에서 농산물시장 개방폭이 확대돼 매년 2만~3만 농가가 농사를 접었고 그 열배나 되는 사람들이 농촌을 빠져나갔다. 이농한 농민이나 그 농지를 상속받은 자녀도 가격상승을 기대하며 팔기를 주저했고 비농민 소유 농지는 늘어났다.

 

경자유전이나 농지제도가 투기방지용이라는 것은 오해

 

농촌에서 사람은 빠져나가고 경작을 포기한 휴경농지가 5만~6만ha에 이르자 농업과 농촌이 소멸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농촌에 기업이 들어오고, 농산물 가공과 유통, 관광으로 새로운 소득기회를 넓혀야 한다. 많은 도시민이 귀촌, 적어도 주말농장을 만들어 농촌에 오게 해야 한다”며 “농지제도가 전봇대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셌다. 농지를 보존하고 비농민 소유를 규제하던 농지법의 빗장이 하나둘 풀렸다. “경쟁력을 높이려면 비농업 인재와 자본이 들어오고 기업적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 농업법인을 장려하고 비농업인 참여를 막는 규제도 풀어야 한다.”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고 농업법인의 장벽도 풀려나갔다.

 

지금은 농지투기 대책에 모두가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 회오리가 지나면 언젠가 농지소유와 농업법인에 대한 규제가 전봇대라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반전이 이뤄지리라 생각한다.

 

이런 혼란의 배경에는 헌법의 경자유전 조항이나 농지제도의 목적에 대한 오해가 자리잡고 있다. 헌법이나 농지법 규정은 농업생산의 불가결한 요소인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국민 먹을거리 공급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헌법이 경자유전을 규정하면서도 농업 생산성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 이용을 위한 임대차를 인정하는 것은 경자유전이 농업생산성 제고를 위한 수단이라는 의미다. 농지법은 이를 받아 ‘농지’의 소유와 이용, 전용의 조건과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농지가 비농업용으로 전용되고, 농지가격이 농업수익과 관계없이 상승하자 사람들이 ‘농지’를 ‘농지’로 보지 않게 된 데 있다. 소유권을 지키고 있는 이농농민과 상속인, 농지를 매입하는 농민과 귀촌·귀농인, 위장 농민 모두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농지의 자산적 가치상승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옳고 그름의 경계는 모호할 수밖에 없다. 이를 가려 투기를 근절하는 엄청난 역할을 농지제도에 요구하면 농지제도는 본래의 목적을 떠나 투기방지법이 되어야 한다.

 

들판에 먹잇감이 있으면 짐승이 모여든다. 몽둥이를 들고 지키고 울타리를 쳐도 날쌘 놈은 들어온다. 막기 어렵고 자칫 짐승에게 당할 수도 있다. 먹잇감을 치워야 한다. 그러나 농지에서만 먹잇감을 치우려 하면 성공도 어렵지만 공정하지 않다. 부동산가격이 그 소유자의 소득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대물림하는 현실에서 농민과 비농민, 도시와 농촌의 격차는 더 확대되고 사회적 불평등은 심화될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이득 공정하게 나누는 제도 필요

 

부동산은 그 지역에 이루어진 공공투자와 민간자본의 외부효과로 가격이 상승한다. 농지가격 상승도 경제성장으로 전용 수요가 증가해 나타난 외부효과가 대부분이다. 그 이득이 소유자에게 모두 귀속되면 너도나도 이를 탐할 수밖에 없다. 그 이득을 나누어야 공정하고 부의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고 부동산 투기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 농지제도를 탓하기 전에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그런 목적에 맞게 시행하고 그 세수를 공정하게 나누는 세제개혁을 해야 한다. 징벌적 과세도 아니고 부자의 돈을 나누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보유세와 양도소득세가 소득 없는 사람을 집에서 쫓아내고 거주와 농장 이전의 자유를 속박한다는 저항이 있다. 그러나 소득이 없는 사람은 보유세를 이연해 양도소득세와 연계하고, 거주나 농사목적으로 팔고 다시 살 때는 양도소득세도 이연하자. 본인의 거주나 영농 목적과 관계없이 소유권이 이전될 때까지. 농지제도에 매몰되지 말고 넓은 눈으로 근본적 해법을 구하자. 그것이 시대정신이다.

  

 [출처: 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