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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nJ 2021. 5. 14. 13:58

2021.5.4 한국일보에 실린 GS&J 이사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의 글입니다.

 

 

 

   

 

모호성으론 미·중을 상대할 수 없다 

 

 

 

GS&J 이사 서진교
(KIEP 명예선임연구위원)

 

 

패권 경쟁의 속성상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대립은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고 점차 심화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특히 정치나 외교·안보차원에서 보면 충분히 수긍이 간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서방의 가치와 사회주의적 국가자본주의라는 중국의 가치가 충돌할 경우 타협은 쉽지 않을 것이다. 대만 문제나 동남아의 해양 영토분쟁도 미국과 중국과 대치할 경우 어느 쪽도 쉽게 양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과정에서도 때론 타협이 가능할 수 있다. 이는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기가 불가능하거나 또는 막대한 비용이 초래될 경우 발생한다. 즉, 장기간에 걸쳐 큰 비용을 들여 상대방을 제압할 때 기대할 수 있는 이익보다 경쟁은 계속하되 중간중간 사안별로 잠정 타협을 하는 것이 서로에게 더 큰 기대이익을 가져다 줄 경우이다. 사실 현재와 미래의 미국과 중국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완전히 제압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IMF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GDP는 미국의 70% 수준이지만 2026년에는 미국의 8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구매력을 감안한 GDP는 중국이 23.3조 달러로 21.4조 달러의 미국을 넘어섰다. 물론 1인당 GDP는 아직도 중국이 미국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그렇지만 사회주의체제에서 GDP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자원의 분배를 인위적으로 특정 부분에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의 잠정 타협 가능성은 차세대 기술경쟁에서도 가능하다. 이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차세대 핵심 기술의 특허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5G나 인공지능(AI)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특허를 가지고 있다. 기술특허를 분석하는 IPlytics 자료에 따르면 5G 관련 세계 특허의 약 15%를 중국 회사인 화웨이가 가지고 있으며, 미국의 퀄컴이 11%로 그 뒤를 잇고 있다. 3위도 중국의 ZTE로 약 10%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삼성은 0.1%p 차이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공지능 부문도 지난 10년간 미국의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우리나라의 삼성과 중국의 텐센트와 바이두가 세계 특허를 주도하고 있다.

 

이미 개발된 기술을 값비싼 돈을 들여 다시 개발할 경제적 유인은 매우 작을 것이다. 반면 상호특허사용 인정을 통해 싼 값으로 상대방의 기술을 이용하여 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자 하는 경제적 동기는 충분히 크다. 바로 이런 이유로 미국과 중국이 양보할 수 없는 기술경쟁을 하면서도 때론 서로 타협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미국과 중국이 적대적 관계로 갈등과 대립을 계속하기 보다는 경쟁속에서 때론 사안별 타협을 하는 경쟁적 파트너 관계(rivalry partnership)가 될 수도 있다. 기후변화와 백신도 상호 협력이 가능한 분야다. 상호 타협은 세계적으로 가장 큰 후생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국가로서 우리나라의 역할도 이러한 방향에서 찾을 수 있다. 서로가 의심을 할 수 있는 모호한 입장을 보다 타협과 절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상황과 논리를 가지고 미국과 중국을 설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것이 중견통상국가로서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출처: 한국일보] 원문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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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nJ 2021. 5. 4. 14:37

2021.4.29  아주경제에 실린 GS&J 이사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의 글입니다.

 

 

 

   

 

WTO, 포용의 다자체제로 거듭날 수 있을까? 

 

 

 

GS&J 이사 서진교
(KIEP 명예선임연구위원)

 

 

오는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12차 WTO 각료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164개 회원국 통상장관들이 모이는 각료회의는 통상 2년마다 열리는 WTO 최고위급 의사결정기구로 WTO의 주요 현안이 논의되고 결정되는 자리이다. 이번 각료회의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WTO에 대한 회원국의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주요 이슈에 대해 회원국 간 입장대립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신경을 쓰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 적용 면제 및 수산보조금과 전자상거래에 관한 조그만 합의(small deal)가 시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의 공급 문제는 이번 각료회의에서도 주요 의제 중 하나이다. 이와 직결된 논의가 WTO의 지식재산권(TRIPS) 잠정 의무면제 이슈다. 1995년 WTO 출범과 함께 발효된 WTO의 지식재산권 협정은 저작권, 산업디자인, 특허, 미공개 정보의 보호 등 광범위한 지식재산권에 대해 구체적인 보호대상과 보호기간을 명시하고, 이를 모든 회원국이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과 같은 의약품 제조도 지식재산권의 대상으로 세계적으로 보호받게 됨은 물론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의 확보 및 접종률의 국가별 불평등과 백신 생산국인 선진국을 중심으로 하는 백신 자국우선주의가 확산되자 WTO 차원에서도 개도국들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 적용을 잠정 유예하자는 주장이 제기 되었다.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은 작년 10월 집단면역 수준의 백신접종이 완료될 때까지 코로나19 예방과 억제, 치료 등에 대해서 WTO의 지식재산권 적용을 잠정 면제하자고 제안하였다. 당연히 개도국과 최빈개도국들은 인도와 남아공의 제안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WTO의 지식재산권 보호규정 때문에 개도국의 백신생산시설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세계적인 백신공급 부족현상이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백신개발 국가인 미국, EU, 영국 등 일부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의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지식재산권 보호 때문에 백신의 생산과 무역이 어떤 방해를 받고 있는지 명확한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지식재산권 보호로 새로운 백신 및 치료제의 개발과 혁신의 인센티브로 작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개도국들의 주장대로 지식재산권 보호를 일시 유예한다고 해도 제약시설이 발달한 인도나 남아공 등을 제외하면 다른 개도국에서 백신의 생산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들어 지식재산권 보호 유예의 효과도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지식재산권의 적용 유예보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개도국의 백신확보를 위한 재정지원 프로그램’과 같은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백신 보급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WTO 안에서의 이러한 팽팽한 대립구도가 최근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백신 제조업체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측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의 접촉 및 미 백악관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 일시 면제에 대한 옹호 발언 등이 그것이다. 비록 저렴한 비용으로 백신의 생산과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으나, 그 방법 중에 인건비가 싼 개도국에서의 백신 생산과 공급을 위한 WTO 지식재산권의 적용 잠정유예도 포함되어 있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의 이러한 변화 이면에는 최근 인도에서 코로나19 감염자의 급증과 의료체계 마비가 있다. 인도는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국가로 특히 바이든 정부의 대중 견제안보연합체(QUAD)의 핵심 멤버이다. 특히 인도는 중국과 국경을 접해 중국으로서도 최소한 적대적이지 않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해외 백신반출에 신중을 기하던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에 백신지원 의향을 밝힌 것도 미국의 대외정책방향과 무관하다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결국 미국의 최근 변화 조짐은 WTO 다자체제에서 상실한 미국의 위상과 영향력을 되찾기 위한 시도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오는 WTO 각료회의에서 회원국들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WTO 지식재산권 적용 유예를 이끌어낼지 관심사이다. 우리나라의 제약능력을 감안할 때 코로나19 복제 백신의 생산이 가능할 경우 우리나라가 가장 큰 혜택을 받는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임은 물론이다.

 

한편 비록 합의도출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그럼에도 관심을 둘 협상도 있다. 수산보조금과 전자상거래 협상이 그것이다. 수산보조금 협상은 그동안 여러 차례 합의안이 제시되면서 회원국 간 입장이 좁혀져 왔다. 이에 따라 이번 각료회의에서 그나마 합의도출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의제 중의 하나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상당한 이해가 걸려 있다. 약 2조원에 달하는 수산분야 보조정책의 미래가 이 협상 결과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협상도 지난 2월 합의도출을 위한 통합문서가 배포되어 이번 각료회의에서 낮은 수준에서 일부 합의도출이 기대되는 분야다. 특히 전자서명이나 전자인증, 온라인 소비자보호 등은 회원국 간 의견차가 적어 각료회의에서 합의도출 가능성도 크다.

 

이번 WTO 각료회의에 임하는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 신임 WTO 사무총장의 입장은 절박하다. 출범 이후 최대 위기에 빠진 WTO 다자체제가 이번 각료회의에서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WTO의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출처: 아주경제] 원문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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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nJ 2021. 5. 4. 14:35

2020. 12. 18  한국농어민신문에 기고한 GS&J 연구위원 박석두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글입니다.

 

 

 

   

 

농업경영체 육성을 위한 농지제도와 정책 

 

 

 

GS&J 연구위원 박석두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지법 제3장(농지의 이용) 제1절(농지의 이용증진 등)은 제14조∼제22조의 9개 조로 구성되어 있다. 그 핵심 내용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농지이용계획의 수립(제14조)이다. 시장·군수·구청장은 공청회를 통해 지역주민의 의견을 듣고 시·군·구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정책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농지이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계획에는 지대별·용도별 농지이용계획, 경영규모 확대계획, 농외용도로의 농지활용계획이 포함되어야 한다.

 

둘째는 농지이용증진사업의 시행계획 수립(제17조)과 고시(제18조) 및 시행(제15조와 제19조)이다. 농지이용증진사업 시행자(시장·군수·구청장, 한국농어촌공사, 농협·엽연초생산협동조합·농지공동이용단체)는 농지이용계획에 따라 농지이용증진사업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시·군·구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정책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한 다음 이를 고시·열람토록 하며, 관련 농지의 소유자·임차자 등의 동의를 얻어 해당 농지에 관한 등기를 촉탁해야 한다. 시행계획에는 농지이용증진사업 시행구역, 농지 소유자·임차자·농업경영수위탁자, 관련 농지, 임차권·농업경영수위탁 내용, 소유권 이전의 시기·대가와 지불방법, 임차료 및 경영수위탁 보수와 지불방법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농지이용증진사업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도와 주선을 하며, 사업 자금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농지이용계획은 1996년 1월 1일부터 농지법이 시행되자 전국 시·군·구에서 일제히 수립되기 시작하여 1∼2년 안에 모두 완료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심 내용은 시·군·구의 농지에 대해 벼농사구역·시설농업구역·채소농업구역·과수농업구역·축산구역 등과 같이 품목별로 구역을 구분하여 지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농지이용계획은 캐비넷 안에 들어간 채 이후 나온 적이 없다. 전형적인 페이퍼플랜이었다. 더욱이 농지이용증진사업은 추진되거나 시행계획이 수립된 적이 없다.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지의 매매·교환·분합, 장기임대차 관련 사업을 해왔으나 이는 농지법의 농지이용증진사업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농지법 제3장 제1절의 농지이용계획이나 농지이용증진사업 관련 조항은 사문화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원인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법규정 자체의 취지가 무엇이며,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핵심은 농지이용증진사업을 한다는 것인데, 그 사업 내용은 농지의 소유권 이전·임차권설정·위탁경영 촉진 사업과 농지의 공동이용·집단이용을 통한 농업경영체 육성 사업 등이다. 농지의 경영규모 확대와 집단화 및 공동이용 등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하나의 조문에 사업 명칭이 나열되어 있을 뿐 추진 방법이 결여되어 있으며, 어떤 농업경영체를 육성할 것인지도 제시되어 있지 않다.

 

둘째로 더 중요한 것은 농지이용증진사업이라는 사업을 시행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농지이용계획이나 농지이용증진사업 시행계획 등을 수립하는 목적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계획 수립의 주체를 시·군·구로 지정하였다 하더라도 사업은 농식품부가 추진하지 않으면 시행되기 어렵다. 농지이용증진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던 가장 큰 원인은 이 사업이 농업생산의 중심을 담당할 농업경영체를 육성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지 못했던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농지이용증진사업의 목적은 농업경영체의 육성이므로 이는 경영인력과의 업무인데, 대상은 농지이므로 농지과의 업무라는 점도 원인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의 농용지이용증진법(1980년 제정)과 이를 계승한 농업경영기반강화촉진법(1993년 제정)을 참고할 수 있다. 이 법의 목적은 농지임대차를 통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농업경영체로서 인정농업인을 육성하여 이들 경영체가 농업생산의 상당 부분을 담당할 수 있는 농업구조를 확립한다는 것이다. 목적은 농업경영체 육성, 대상은 농지, 방법은 임대차를 통한 농지이용 집적이다. 중심 내용은 인정농업인의 농업경영개선계획 제출과 인정, 시·정·촌의농지이용집적계획 수립, 농지이용집적원활화사업과 농지보유합리화사업의 추진 등이다. 이 법은 농지 관련 4대 법률 중 농지법(1952년 제정), 농업위원회법(1951년 제정), 농업진흥지역 정비에 관한 법률(1969년 제정)에 비해 가장 늦게 제정되었지만 농지제도의 목적이 농지의 효율적 이용과 유동화를 통한 농업경영체 육성으로 전환되면서 농지정책의 핵심 법률이 되었다.

 

이제 농지제도와 농지정책의 방향 및 목적을 전환해야 한다. 농지를 누가 소유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효율적으로 이용하느냐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 농지제도의 첫 번째 목적은 농지의 보전이지만 농지보전의 목적은 농지의 효율적 이용이며, 그것은 어떤 농업경영체가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농지제도와 정책은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농업경영체를 육성하는 것으로 목적을 전환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정책과 사업의 방향은 농업경영규모 확대보다 농지이용집적을 위한 집단화, 개별농가보다 조직경영·법인경영을 육성하는 쪽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현행 농지법의 제3장 제1절은 이 같은 방향으로 전면 대폭 확대 개정하거나 단일 법률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

 

 

[출처: 한국농어민신문] 원문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