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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28.

  한국경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경제 굉장히 위중한 상황"

[ 김우섭 기자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월호 참사’로 침체된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궤도에 오르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24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실적에 대해 “3분기 GDP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0.9%로 2분기에 0.5%로 반토막 난 이후 1분기 수준(0.9%)을 회복했다”며 “다만 본격적인 회복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이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도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자 최 부총리는 “단기적으로는 재정 확대 정책을 펼치고 중장기적으로는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세월호 사태 이후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 등) 단기 부양책을 썼지만 근본적으로는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올초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제활성화 법안의 통과가 지연되면서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건 아니냐는 박 의원의 질문에 최 부총리는 “경제가 굉장히 위중한 상황이기 때문에 관련법이 빨리 통과되면 될수록 좋다”며 “잠시 살아난 경기 회복 심리 모멘텀(동력)을 잃어버리면 다시 찾기가 정말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회복 심리가 계속 이어지려면 결국 민생 안정 및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며 “연말까지 기다리지 말고 제발 좀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정부가 꼽은 30개 경제활성화 법안이 국회에 묶여 있는데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선 이들 법안의 조기 통과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경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오른쪽 두번째)가 24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광식 현대자동차 부사장, 이영훈 포스코 부사장, 이웅범 LG이노텍 사장, 이 총재, 방한홍 한화케미칼 사장.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이주열 한은 총재, 대기업 CEO와 간담회

[ 마지혜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이달 기준금리 인하(연 2.25%→2.0%)가 기업 투자로 연결됐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김신 삼성물산 사장, 박광식 현대자동차 부사장 등 대기업 CEO 7명을 초청해 조찬 간담회를 열고 “(한국의 성장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한 편이지만 견고하지 않다”며 “기업의 투자심리를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하면 성장 모멘텀을 살려나갈 것인지가 화두”라며 “성장의 주체는 기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서 설비 투자가 전기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 대한 고민을 나타낸 것이다.

이 총재는 “일본과 유럽이 전례 없는 완화정책을 펴는데도 기업 투자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며 “일본 기업의 경우 엔화 약세로 수익성이 좋아졌지만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반적으로 투자가 부진하다”며 “지난해 한국의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8%대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것에 대해 “한쪽에선 가계부채를 우려했지만 성장 모멘텀(동력)의 불씨를 이어가겠다는 생각으로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기업 입장에선 기준금리가 인하돼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가 투자로 연결됐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바람”이라고 하자 이 부회장은 “노력해 보겠다”고 답했다. 간담회에는 방한홍 한화케미칼 사장, 이영훈 포스코 부사장, 이웅범 LG이노텍 사장,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도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불확실성을 완화하려면 환율 안정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통해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신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는 논의도 이어졌다. 일부 참석자는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필요한 장기투자자금 조달을 위해 국내 금융기관들의 국제금융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선일보



GDP는 前분기 대비 0.9%로 4개 분기 연속 0%대 성장률

韓銀총재 취임 후 처음으로 대기업 CEO들 만나 투자 호소


우리나라 경제가 작년 4분기(10~12월) 이후 4개 분기 연속으로 0%대 성장률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은 지난 3분기에 수출 감소와 제조업 부진 등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에 비해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24일 밝혔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를 보면, 그동안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수출이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분기 중 수출은 2분기에 비해 2.6% 줄어, 2008년 4분기(-4.3%)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LCD와 자동차·화학제품 등 주력 수출품의 부진이 주된 요인이다. 엔저(円低)의 영향에다 중국 경기의 둔화 등으로 충격을 받았다. 수출 코리아의 대표 선수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액은 47조원으로 2분기보다 10.2% 감소했고,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나 줄었다. 기아차의 영업이익도 18.6%나 급감했다.

수출 부진은 제조업의 발목을 잡았다. 제조업의 성장률은 -0.9%를 기록, 2009년 1분기(-2.4%)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에 빠졌다.

설비 투자는 항공기 등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0.8%나 줄었다. 그나마 서비스업은 정부의 내수 부양정책 등이 자극이 돼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였다. 도소매, 음식·숙박, 금융·보험 등을 중심으로 1.4% 성장했다.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7명을 초청, "금리 인하가 기업 투자로 연결됐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바람"이라며 투자를 호소했다. 이 총재가 대기업 CEO들을 만난 것은 지난 4월 취임 후 처음이다. 이날 조찬 간담회에는 김신 삼성물산 사장, 박광식 현대자동차 부사장, 방한홍 한화케미칼 사장, 이상운 효성 부회장, 이영훈 포스코 부사장, 이웅범 LG이노텍 사장,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등 7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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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돈 풀고 금리 내렸지만… 3분기 성장률 3.2% 그쳐

5분기만에 가장 낮은 수준… 분기대비론 4분기째 0%대

내년 4% 성장도 어려울 듯

뉴욕마저 뚫렸다 … 에볼라 공포 확산

추가 하락을 막았을 뿐 재정과 통화정책의 힘이 경제의 추가 성장을 이끄는 데는 부족했다. 세월호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풀고 지난 8월에는 기준금리까지 낮췄지만 올 3·4분기 경제성장률이 3.2%(전년동기 대비)에 그쳐 5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재정과 통화정책이 영향을 미치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과거만큼의 효과는 내지 못하는 셈이다.

한국은행은 24일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이 2·4분기보다 0.9% 늘었다고 밝혔다. 2·4분기에 0.5%로 떨어졌던 성장률이 다시 1·4분기(0.9%) 수준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0%대 성장률은 4분기 연속 이어져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전년동기 대비 GDP 증가율은 3.2%로 지난해 2·4분기(2.7%) 이후 가장 낮다.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은 지난해 4·4분기 3.7%, 올 1·4분기 3.9% 등으로 상승세를 보이다 2·4분기(3.5%)부터 둔화되고 있다. 결국 세월호 충격이 강타한 2·4분기의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를 제거하면 실질적인 성장회복은 미미하다는 의미다.

그나마 성장은 소비와 건설투자가 이끌었다. 3·4분기 소비는 1.1% 늘었다. 지난해 3·4분기(1.2%)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정부 소비가 늘면서 내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중앙정부가 재정을 보강한데다 지방선거로 이연 된 지방정부의 재정이 상당 부분 집행된 덕이다. 그렇다고 소비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도 "세월호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되고는 있지만 소비가 활성화됐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건설투자는 부동산대책으로 미분양주택이 소화되며 2.9% 증가했다.

수출과 수입 그리고 설비투자가 줄고 있는 것은 큰 악재다. 수출은 2.6%, 수입은 0.7% 감소했다. 기업 투자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설비투자는 0.8%가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년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전문가들은 환율과 중국 등의 성장률 둔화, 유럽 침체 등을 주요 위험요인을 꼽으면서 "내년 4% 성장달성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올해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김정식 한국경제학회 회장은 "정부가 돈을 풀고 한은이 금리를 낮췄는데도 성장 회복이 없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오는 2017년부터는 유동성 함정과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철균·조민규·이태규기자 fusioncj@sed.co.kr
 


■ 증시

외국인 두달새 4.6조 "팔자"… 기업 실적마저 부진해 휘청

"부양책 실물에 반영되려면 6개월 소요돼… 긴호흡 필요"

"최경환 경제부총리 장관 취임 후 7·30재보궐선거 때 2,082까지 올랐던 코스피가 이후 1,925로 떨어졌다. 석 달 만에 초이노믹스가 추락하고 있다."(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주가가 떨어졌다고 실패한 정책이냐.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부총리가 바뀐다고 오르고 내리고 하는 것이 아니다."(최경환 경제부총리)

지난 16일 열린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벌인 설전은 지난 100일간 국내 주식시장의 변화상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최 경제부총리는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를 시작으로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 등 주식시장에 직간접적으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7월16일 이후 최경환 경제팀이 쏟아낸 정책만도 13개에 달했다. 주마다 1개꼴로 내놓은 셈이다. 주식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지난 3년간 장기 박스권(1,950~2,050)을 벗어나지 못하며 식물 상태에 놓였던 코스피는 최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고 7월30일에는 올 들어 최고치인 2,082.61을 기록했다. 주식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초이노믹스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거기까지였다. 9월 중순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슈퍼달러와 엔저의 원투 펀치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박스권에 복귀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비롯한 기업 실적부진까지 겹치면서 1,900선마저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시장전문가들은 "7~8월 코스피가 큰 폭으로 올랐던 것은 초이노믹스 효과라기보다는 외국인의 자금이 선진국에서 이머징국가로 잠시 이동했던 과정에서 나타났던 현상으로 보는 게 맞다"면서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주식시장에서 초이노믹스는 실패한 셈"이라고 말했다.

2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31%(5.96포인트) 떨어진 1,925.69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최 경제부총리가 취임했을 당시(2013.48)보다 떨어진 수치다. 코스피는 이달 17일에는 1,900선을 위협 받는 등 부진한 모습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은 9월부터 이날까지 4조6,373억원을 순매도하며 7~8월 두 달간 순매수 금액(3조3174억원)을 모두 반납했다. 최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지난 100일간 주식시장만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인 자산시장을 찾기도 쉽지 않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시장을 살리겠다는 정책 의지를 보여준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날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서 보듯이 실물경기로 파급되는 효과가 거의 없는 게 문제"라면서 "내놓은 정책들도 국회의 지루한 논의과정을 거쳐야 하거나 중장기에 걸쳐 효과가 발생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건설·금융 등 내수 관련주가 오르고 배당 확대 이슈가 불거지면서 배당 관련주가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금세 사그라졌다. 오히려 미국의 조기금리 인상 가능성에서 촉발된 달러강세는 외국인의 자금이탈을 불러오며 지수급락을 가져왔고 가파르게 진행된 엔저는 자동차·전자·기계부품 등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의 3·4분기 실적이 부진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내부적으로도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임금소득의 증가는 없는데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자산가격을 높여서 소득을 높여보려고 한 발상 자체가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식시장에서 초이노믹스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초이노믹스의 핵심은 가계소득을 늘려주고 내수를 회복하는 데 있다"면서 "통상 정책효과가 실물에 반영되려면 6개월 정도 걸리는 만큼 긴 호흡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1·4분기 즈음 정책효과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유 팀장은 "7~8월 코스피가 큰 폭으로 올랐던 것은 증시 펀더멘털보다 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너무 앞서 간 측면이 있었다"면서 "정책이 시간을 두고 반영되면 주식시장도 다시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co.kr

서울경제


■ 전문가 진단

재정·금리카드 다써 내년 성장률 잘해야 올 수준

노동시장 유연화·투자환경 마련 등 체질 바꾸고

디플레이션·유동성 함정 우려도 예의주시해야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통상 연말이 되면 내년에는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을 하는데 올해는 내년에도 안 좋을 것이라는 우려만 커지는 실정입니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3·4분기 경제 성적표와 그 내역을 확인한 국내 대표 경제연구원장, 학회장들은 입을 모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화끈한 재정·통화정책을 폈음에도 성장률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고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과 제조업이 역성장하는 등 속살도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내년에는 원·엔 환율 하락, 중국 경기둔화, 미국 금리인상, 유로존 경기부진 등이 본격화될 수 있다"며 "내년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3·4분기 기대 이하…내년 더 어렵다=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3·4분기 경제성장률에 대해 '충격'이라고 평가했다. 2·4분기 세월호 영향으로 0.5%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3·4분기에 기저효과로 크게 올랐어야 하는데 여전히 1% 이하의 성장률을 보였다는 것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3·4분기 내수가 기저효과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회복세는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도 "수출위축이 본격화하고 있는 게 우려스럽다"며 "일본의 엔저 정책이 시차를 두고 우리 수출을 저하시키는 '역 J커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분기 수출 증감률은 2·4분기에 비해 2.6% 감소해 2008년 4·4분기(-4.3%) 이후 5년 9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망도 잿빛이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3.5%가 되려면 4·4분기에 3.4%(전년 대비) 성장을 해야 하는데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좋은데다 현 경기 흐름을 봐도 달성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확장적 재정, 금리 카드를 소진한 상황에서 내년에는 대외 리스크까지 산적해 있어 잘해야 성장률이 올해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엔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돼 원·엔 환율이 하락,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 정책으로 대중수출이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성장률 자체가 올해보다 더 떨어질 것이 기정사실인 점도 악재라는 것이다. 하 원장은 유럽의 경기부진도 우려했다. 우리나라 무역의 15%를 담당하는 유럽의 부진은 분명한 악재라는 것이다. 김 학회장은 "우리나라 특성상 내수 비중도 작아서 설령 내년에 내수가 살아나더라도 전체 경제성장률을 견인하기는 무리"라고 평가했다.

◇환율안정 관리, 유연한 통화정책 펴라=전문가들은 환율의 안정적 관리를 주문했다. 오 학회장은 "현재 900원대인 원·엔 환율이 내년에는 800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며 "정부가 원·엔 환율을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학회장도 "일본 내에서는 '엔화가치 떨어뜨려 기업들 살려놨다. 이제 성장동력을 확보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정부는 우리 수출기업들이 타격 받지 않게 환율을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화정책은 '사상 최저'라는 타이틀에 구애 받지 말고 유연하게 구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 원장은 "자본유출은 금리 차보다는 경제 요인이 더 크므로 경기상황을 보고 금리 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 학회장도 "연말이나 내년 초에 금리를 한 번 더 내려 내년 3·4분기 미국 금리인상의 태풍에 들어가기 전에 경기를 회복시켜 놓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윤 원장은 "물가상승률이 0~0.5% 정도까지 내려간다면 금리를 추가로 내리는 등 양적완화에 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전문가들은 구조개혁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정부가 책상머리에만 앉아 있지 말고 현장에 나서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고 묻고 다니며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디플레, 유동성 함정 우려…예의주시해야=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디플레이션은 아니지만 점진적으로 낮아지는 '디스인플레' 상황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 학회장은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부터 줄어든다"며 "경제구조적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현재의 상황이 통화당국의 정책이 시장에 전혀 먹혀들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시중에 돈은 많은데 투자나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 '조짐'은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권 원장은 "유동성 함정까지는 아니더라도 통화정책의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김 학회장도 "성장에 대한 믿음이 더 떨어진다면 유동성 함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규·조민규기자 classic@sed.co.kr
서울경제
중점 처리 법안 30개 중 상임위 통과법안 3개 뿐

지난해 2월 정부가 입법 발의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상임위를 통과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법안이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야당의 반대가 거센 탓이다. 이렇다 보니 제조업 중심의 개발도상국 산업구조를 서비스업 중심의 선진국형 산업구조로 탈바꿈하기 위한 구조개혁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김주훈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 사업서비스 업종이 갖는 비중이 최하위 수준"이라며 "갈수록 숨을 죽이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게 바로 낙후된 서비스 산업을 산업의 중심으로 올려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경제 활성화 법안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는 점.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이후 분류한 중점처리 법안 30개 중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올라가 있는 법안은 크루즈법·마리나법·경제자유구역법 등 단 3개에 불과하다.

창업·벤처기업이 자금조달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크라우드펀딩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기초생활수급자의 부양의무자 범위를 축소해 더 많은 저소득층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등 27개 민생 및 경제 활성화 법안이 상임위에 걸려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식물국회의 원인이 된 세월호 이슈는 마침표를 찍기에는 여전히 여야 간 인식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은 특검 추천에 유족이 직접 참여하는지, 정부조직법은 해경을 해체할지 여부 등에서 인식 차가 크다.

여기에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불을 지핀 개헌 논란 탓에 정부 여당에서마저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김태호 새누리당 위원이 "경제법안 통과가 무산될 경우 지도부는 사퇴를 각오해야 한다"며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기도 했다.

중국의 성장률 저하와 유로존 위기 등의 대외 경제여건 탓에 우리 경제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지만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해야 할 국회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런지라 최근에는 경제 사령탑이 직접 나서 법안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최 경제부총리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구조개선 차원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관련 법안을 국회가 조속히 통과시켜줘야 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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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 성장률 1년째 0%대..수출·제조업은 마이너스

- 한은, 3분기 GDP 속보치 발표
- 수출, 금융위기 이후 큰 폭 감소..제조업은 금융위기 이후 첫 감소
- 세월호 벗어난 민간소비, 플러스 전환..기저효과에 불과
- 정부 재정이 이끈 성장률..세수 부족에 한계 있어

[이데일리 최정희 조진영 기자] 3분기 경제성장률이 0.9%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분기 성장률이 1년째 0%대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하던 수출과 제조업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면서 앞으로의 경제성장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이다.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로 내수가 빠르게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마저 흔들려 성장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태에 빠졌다. 위태로운 성장세는 내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란 우려다.

정부 재정지출이 이례적으로 대폭 늘어나면서 성장률 0.9%를 간신히 떠받쳤지만, 정부도 세수 부족에 시달려 마냥 재정을 늘리기 어려운 입장이다.

◇ 비상 걸린 수출·제조업..흔들리는 대중 수출

<자료: 한국은행> 2014년 3분기 성장률은 속보치.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3분기 중 실질 GDP는 전기비 0.9% 증가했다. 2분기 세월호 참사 사건 여파로 민간소비가 침체되면서 0.5%로 가라앉았던 성장률이 소폭 회복되긴 했으나 1년째 0%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내용을 뜯어보면 설상가상으로 성장에 대한 위기감은 더 커졌다.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수출과 제조업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면서 성장 동력이 흔들리고 있다. 수출은 전기비 2.6% 감소해 지난해 3분기(-1.1%)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폭도 2008년 4분기(-4.3%) 이후 가장 컸다. 제조업 역시 0.9% 감소했다. 2009년 1분기(-2.4%)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설비투자는 비행기 등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0.8% 감소해 1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중국으로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해외에) 나가 있는 반도체, LCD 등의 가공무역 수출이 줄어들고 있다”며 “스마트폰이 애플과 중국 샤오미 등에 끼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한 것 등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자동차 파업과 엔화 가치 하락 등도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중(對中)수출이 (5월부터) 네달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다 플러스로 돌아서긴 했지만, 내년 이후에도 (이러한 부분이) 구조적인 요인(수출 둔화)이 될 수 있다”며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이 높은데다 중국 자체 생산능력이 개선되면서 굳이 한국에서 수입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중국 경제가 위축되면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는 셈”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환율(원화 강세)로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불리해지고 있는데 제품 경쟁력까지 떨어지는 것은 신경써야 할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민간소비가 1분기 만에 플러스(1.1%)로 돌아서면서 세월호 여파에선 벗어났지만 본격적인 회복세로 보긴 어렵단 분석이 나온다. 더구나 0.9%의 성장률도 정부 재정이 이끌었단 해석이다. 정영택 국장은 “지방선거와 세월호 사건의 영향으로 미뤄뒀던 지방 정부의 예산이 집행되면서 성장률에 기여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세수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성장률을 떠받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월호 여파가 민간소비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내수가 본격적으로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4분기엔 세부 부족으로 정부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단 한은은 4분기 성장률이 전기비 0.9~1.2%를 기록하면 올 성장률 3.5%를 달성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분석했다.

◇ “어려움 커진 성장”..‘단기 처방’ 말고 내수 살리는 구조개혁

수출 경기가 쉽게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란 점은 계속해서 성장에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엔저 등 환율도 걸림돌이다. 여기에 스마트폰을 비롯해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전기·전자제품이 중국 저가 모델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도 수출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단기 부양책보다는 내수활성화를 위해 구조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진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분기별 잠재성장률이 1.1~1.2%에서 0.7~0.8% 정도로 낮아졌는데 0.9% 성장률이면 잠재성장률 수준”이라며 “경기대응 측면에서 재정을 늘리거나 기준금리를 내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좀 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그동안 단기 부양책을 많이 시행했지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새로운 서비스업 산업을 만들어 대규모로 내수를 확장시키려는 노력들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문종 수석연구원은 “재정을 풀고 금리를 내리는 것도 투자를 늘리기 위한 정책으로 긍정적이나 장기적으로 구조적인 문제를 고쳐야 한다”며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데 오히려 소비재 등을 수출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매일경제

◆ 추락하는 한국경제 ◆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제조업이 원화값 강세, 수출 경쟁력 저하 등으로 흔들리면서 성장엔진에 비상등이 켜졌다. 평택항 수출 부두에서 미국 수출을 위해 선적을 기다리는 차량들 모습. [매경DB]한국 경제의 '주력'으로 자리 잡아왔던 제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그동안 세계 경제의 부침 속에서도 우리나라 경제가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탄탄한 제조업이 버팀목이 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원화값 강세와 하반기 엔화 약세 등 대외적인 변수와 함께 수출 경쟁력 저하, 국제무역 위축 등이 맞물리면서 한국 제조업의 위상도 흔들리게 됐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은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0.9%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실물경제로 번졌던 2009년 1분기의 -2.4%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보인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타격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 47조원, 영업이익 4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영업이익은 60% 가까이 급감해 3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가 최근 하이엔드(high endㆍ최고급) 시장에서는 애플에 밀리고 로엔드(low endㆍ저가)에서는 샤오미 등 중국 제품의 영향을 받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며 "이런 부분이 3분기 GDP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현대자동차 역시 3분기 매출액 21조원, 영업이익 1조6000억원대로 매출액은 2.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8% 감소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 감소는 올해 상반기부터 보였던 원화값 강세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민간소비는 준내구재와 서비스를 중심으로 전분기에 비해 1.1% 늘었다. 이는 2012년 3분기의 1.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민간소비가 급격히 위축됐던 지난 2분기의 '기저효과'로 해석된다. 지난 2분기 민간소비는 마이너스 0.3%로 감소세를 보였다.

민간소비의 회복세에 힘입어 도소매, 음식ㆍ숙박, 금융ㆍ보험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업 생산은 1.4% 성장했다. 이는 2010년 1분기(1.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 국장은 "지난 2분기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도소매, 음식, 숙박업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일정 부분 기저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정도 기저효과가 있었는지 따져보진 않았지만, 이 같은 성장세가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소비는 전분기 대비 2.2% 증가하면서 2012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 지방선거 등으로 늦춰진 지방정부의 지출이 3분기에 이뤄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건설투자(2.9%)와 지식재산생산물투자(0.6%)는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 국장은 "이번 3분기 정부 지출의 GDP 성장 기여도는 굉장히 높았다. 중앙정부의 재정 보강 대책 효과와 지난 2분기 지방선거로 미뤄졌던 지방정부의 지출 집행이 3분기에 발생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총소득(GDI)은 0.3% 증가에 그쳤다. 이는 2012년 2분기의 0.2% 증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원유 가격이 전분기 대비 상승했지만, 반도체 등 수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GDI는 실질 GDP에 무역손익을 가감해 산출한다.

[최승진 기자] 


삼성·현대차 ↓ SK·포스코 ↑… 일시적 현상? 구조적 한계?

국내 주력 수출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엇갈리면서 원인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엔저·위안화 약세 등에 따른 일시 현상인지, 원천기술이 부족한 수출구조가 한계에 달한 것인지에 대한 철저한 원인 분석이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재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3분기 실적 공개를 앞둔 수출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이미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떨어진 반면, SK하이닉스와 포스코 등은 실적 개선을 이뤄내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이달 말쯤 3분기 실적 발표가 예상되는 삼성전기는 스마트폰 판매부진의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신모델 양산 지연에 따른 판매 부진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정유업황 부진과 환율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대림산업의 적자 전환에 이어 현대건설도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주춤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에 오는 29일 발표를 앞두고 있는 LG전자는 2010년 스마트폰 사업 시작 이후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MC사업부(Mobile communication) 영업이익은 1500억 원 수준까지 전망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엔저 현상에 따른 수출 환경 악화는 공통 현안으로 부상했다.

특히 위안화까지 약세를 보이는 추세여서 최대 수출국인 대중 수출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과 미국 등 일부 수출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엔저와 위안화 약세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여전히 가공무역 위주인 우리나라의 수출 구조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노동생산성, 설비과잉에 따른 투자 감소 등 구조적 문제가 이제는 한계에 봉착한 데서 비롯된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정부가 환율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시장과 미국·유럽을 중저가 및 프리미엄급으로 구분해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대환·최준영 기자 hwan91@munhwa.com
문화일보
기업들의 투자심리 악화로 올해 3분기 설비투자가 둔화한 데다, 수출마저 큰 폭으로 감소해 내·외수가 동시에 악화되면서 한국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 체제로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제조업 생산이 5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보이면서 향후 대내외 리스크(위험)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4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성장률의 가장 큰 특징은 수출이 전분기 대비 감소로 전환하면서 제조업 생산마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3분기 수출은 전분기 대비 2.6% 줄어 2008년 4분기(-4.3%) 이후 5년 9개월 만에 최대의 하락 폭을 기록했다. 수출이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도 지난해 3분기(-1.1%) 이후 1년 만이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원화강세와 엔저, 일부 업종의 파업 등이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자동차, 액정표시장치(LCD),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하면서 2분기 대비 수출 감소 폭이 컸다”고 말했다.

3분기 수출 감소 폭(-2.6%)이 수입 감소폭(-0.3%)보다 더 커지면서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마이너스(-1.0%포인트)로 전환됐다. 3분기 성장이 그나마 1%에 근접한 것은 수출 악화에도 내수(기여도 1.9%포인트)가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수출이 급감하면서 수출과 연계된 제조업 생산 역시 감소했다. 3분기 제조업 생산은 0.9% 줄어 2009년 1분기(-2.4%) 이후 5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제조업 생산 감소는 특히 스마트폰, LCD 감소 등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가스수도업은 원자력발전 비중 상승으로 4.7% 증가했고, 건설업(1.8%), 서비스업(1.4%)도 늘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내년에 내수 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수출마저 악화할 것으로 우려됐지만 수출 악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면서 올해 성장률이 전망치(3.5%)를 밑돌 가능성도 있다”며 “저성장 장기화에 대응해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세수 부족에 대한 대비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내수도 증가세를 보였지만 성장의 질은 좋지 않았다. 민간소비가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1.1% 증가로 반등했지만 2분기(-0.3%) 기저효과 탓이 크다.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0.8% 감소해 1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투자가 감소한 것이다. 다만, 건설투자는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2.9% 증가했고, 지식재산생산물투자도 0.6% 늘었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와 지방정부의 재정집행 확대로 3분기 정부소비는 2.2% 늘어 2분기(0.3%)에 비해 증가세가 커졌다. 국내총소득(GDI)은 유가상승 등 교역조건 악화로 2분기 0.9%에서 0.3%로 급락세를 보였고, 전년 동기 대비로도 2분기 연속 증가세가 둔화됐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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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조업은 뛰는데… 韓 뒷걸음질

한국 경제의 기둥 역할을 해왔던 제조업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자칫 한국의 경제성장동력 불씨가 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이 ‘경제의 뿌리’인 제조업 살리기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데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도전도 거세지면서 벼랑 끝에 선 제조업을 바라보는 심각성은 더 커지고 있다.

24일 산업계와 LG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한국 제조기업의 성장 속도는 지난 2012년부터 세계 제조업 전체 성장률보다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제조기업의 총자산증가율(중앙값 기준)은 2011년 11.5%에서 2012년 1.2%, 2013년 3.3%로 급락했다. 반면 전 세계 제조기업의 경우 총자산증가율이 2012년 3.7%에서 2013년 5.1%, 2014년 상반기 4.8%로 완만하게 회복 추세를 보였다.

매출증가율에서도 2010년 이후 계속 하락한 국내 제조기업과 달리 전 세계 제조기업은 2013년 이후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만 해도 국내 제조기업 매출증가율은 거의 변화가 없던 반면, 전 세계 제조기업은 6.0%를 기록해 격차가 더 벌어졌다. 딜로이트컨설팅의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지수 순위에서도 한국은 2010년 3위에서 지난해엔 5위까지 떨어져 더 큰 우려감을 자아냈다.

한국 제조업 부문의 ‘대표 선수’ 격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도 심상치 않은 실적부진을 보이면서 위기감에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이런 형편에서 제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과 함께 파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미국과 전통산업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해 스마트 공장을 추진하고 있는 독일의 움직임, 규제개혁과 사업재편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의 제조업 부흥 정책이 더욱 거세지고 있어 한국 제조업의 어려움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한국경제
김유미 기자의 경제 블랙박스

[ 김유미 기자 ] 제조업의 위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제조업은 2009년 이후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제품을 사주던 세계 시장이 골골대고 환율 등 수출 여건은 불리하다. 일본 제조업은 엔저에 힘 받았고 중국은 한국을 추격 중이다.

제조업이 제일 잘나갔던 때는 언제일까. 숫자로 꼽는다면 1973년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 성장률(2005년 기준연도)이 32.3%에 달하던 때다. 지금 보면 어마어마하지만 비결은 간단했다.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산업 구조조정’을 이룬 것.

그해 기계 시설투자는 31% 급증했다. 더 복잡한 설비를 갖게 되자 같은 노동력으로 신발보다 훨씬 비싼 석유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GDP는 연간 19% 성장했다.

당시 한은의 제조업 임금통계를 보면 석유·석탄제품 종사자의 임금은 한 달 3만3700원(1972년)으로 신발의복 종사자(1만3900원)의 세 배에 가까웠다. 자본 축적으로 늘어난 가계소득은 중산층의 기반이 됐다.

그렇게 한국 경제 성장엔진 역할을 해왔던 제조업이 최근 경제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LG경제연구원이 전 세계 제조기업의 경영성과를 분석한 결과 국내 제조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2010년 15.8%에서 올 상반기 0.9%(전년 동기 대비)로 꾸준히 낮아졌다. 반면 전 세계 제조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상승세로 돌아서 올 상반기 6.0%에 달했다.

국내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0%에서 올 상반기 4.4%로 소폭 올랐다. 이 기간 전 세계 평균은 4.6%에서 5.2%로 뛰어 국내 기업과 격차를 더 벌렸다.

LG경제연구원은 산업 구조의 문제를 지적한다. 제조기업의 매출을 유형자산으로 나눈 ‘유형자산회전율’은 2010년 이후 평균 2.7회였다. 전 세계 제조기업 평균 3.3회에 크게 못 미친다. 유형자산이란 생산에 쓰이는 자산 가운데 토지와 설비 등 눈에 보이는 것을 말한다.

국내 제조기업은 같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더 많은 유형자산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제조업은 화학, 제철 비중이 높은데 이들은 대규모 생산설비가 필요한 구조”라며 “현금 흐름이 악화돼도 일정한 투자를 계속해야 하니까 경기부진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조기업의 총자산 가운데 유형자산 비중은 35.8%에 달한다. 제조업이 발달한 독일도 19.8%고 미국은 12.8%에 불과하다. 혁신적인 기술, 지식재산권 같은 무형자산 대신 땅과 기계 같은 전통적인 유형자산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결국은 투자의 효율성 문제”라며 “과거처럼 대규모 설비투자에 돈을 들이는 방식으로는 부가가치를 끌어올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투자 과잉도 기업들의 골칫덩이다. 2000년대 중국이 한국과 비슷한 성장 전략을 선택해 자본 투입을 늘린 데다 인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추격 속도를 높였다. 그 결과 철강 정유 전자 등 ‘자본집약적 산업’의 수익성이 동반 하락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 과정에서 섬유 의복 가죽 등 노동집약적 산업은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섰다”고 주목했다. 산업 구조조정 당시 미운 오리 새끼와 같았던 업종들이다.

정부는 기업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종용한다. 하지만 단순히 공장을 짓고 자본 투입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이한득 연구위원은 “더 비싸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면 GDP는 자연히 뛴다”고 강조한다. 다시 한 번, 식상할지 모르겠지만, 경제 회생 여부는 기업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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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도망가는 중국, '공포의 오겹殺'

중국의 이례적인 외환보유고 감소…왜?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의 외환보유고가 4조달러(약 4240조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감소세로 돌아선 데 대해 자금 이탈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최근 보도했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올해 3ㆍ4분기 1000억달러 줄어 지난 9월 말 현재 3조8900억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4조달러를 돌파해 4조100억달러로 늘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예상 밖에 감소한 것이다.

중국의 외환보유고 감소는 2012년 6월 이후 27개월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1996년 외환보유고 집계 이후 지금까지 보유고가 준 것은 분기 기준으로 이번이 4번째다.

투자은행 JP모건의 주하이빈(朱海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외환보유고 감소 원인으로 유로화와 엔화의 약세를 꼽았다. 중국 외환관리국은 외환보유고 통화 구성을 달러 외에 유로, 엔 등으로 갖추고 있다. 최근 유로와 엔화 약세 때문에 외환보유고 규모가 줄었다는 것이다.

주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중반 이후 인민은행이 외환시장 개입으로부터 서서히 발 빼면서 위안화 약세 유지를 위한 달러 매수도 멈춰 외환보유고가 감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으로 유입되는 자금 감소와 자금 이탈 움직임도 외환보유고 감소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느려진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는 중국에 대한 투자 매력을 다소 떨어뜨렸다. 이는 지난 1~9월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중국 내 외국계 기업을 겨냥한 세무조사가 한층 강화될 듯하다. 따라서 앞으로도 FDI 규모가 감소할 가능성은 크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를 막아야 한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다국적 기업의 탈세와 조세회피가 늘고 있는만큼 각 지방 세무총국이 '세금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금 유입이 주는 판에 단기 투기 자금인 '핫머니'는 중국을 빠져 나가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위안화 절상을 노리고 핫머니 유입이 급증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중국으로 유입됐던 핫머니가 빠른 속도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소재 금융서비스 업체 DBS그룹의 나단 초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부정적으로 나오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고조돼 핫머니 이탈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중국의 외환보유고 감소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다국적 금융그룹 ING의 팀 코든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을 빠져 나온 핫머니가 안전자산인 달러화로 몰리고 있다"며 "중국의 외환보유고 감소는 글로벌 투자 분위기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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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내년 '긴급재정관리제' 도입

정부·상급지자체가 구조조정 진행키로

법정관리制와 비슷…정부가 예산 등 관리

이달 입법예고 내년 시행…지자체 "자치권 훼손" 반발


[ 강경민 기자 ] 내년부터 과도한 채무로 재정위기에 빠진 지방자치단체는 예산편성권 등 재정 자치권이 제한된다. 중앙정부가 재정위기 지자체의 사업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안전행정부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지자체에 정부와 상급 지자체가 직접 개입,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긴급재정관리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이달 입법예고할 계획이라고 24일 발표했다. 안행부는 연내에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전국 243개 광역·기초 지자체의 채무는 31조5766억원에 달했다. 지자체의 숨겨진 빚으로 불리는 산하 지방공기업 부채(73조9000억원)까지 합치면 105조4766억원에 이른다. 2009년(84조6638억원, 지자체 26조4638억원·지방공기업 58조2000억원)보다 24.6% 늘었다. 급속히 불어나는 지방 부채를 방치할 경우 일부 지자체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안행부의 설명이다. 이주석 안행부 지방재정세제실장은 “지자체가 디폴트 상황에 빠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안행부는 기존의 지자체 재정위기관리제도와 연계해 긴급재정관리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2011년 도입된 재정위기관리제도는 채무, 금고 잔액, 공기업 부채 등 재정지표가 기준을 벗어난 지자체를 재정위기 단체로 지정하는 제도다.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40% 이상이면 심각, 25~40% 미만은 주의, 25% 미만은 양호로 분류된다.

이달 기준으로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25%를 넘어 ‘주의’ 단계로 분류된 지방자치단체는 인천(36.1%), 경기 용인(29.0%), 대구(28.1%), 부산(27.8%) 등 4곳이다. 지금까지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40%를 넘은 지자체는 한 곳도 없다. 재정위기 주의 단계로 분류되더라도 신규 투·융자사업과 지방채 발행 규모만 일부 줄어들 뿐이다. 채무비율이 40%가 넘는 ‘심각’ 단계에 접어들더라도 교부세 감액 등의 조치만 추가될 뿐 특별한 제재 수단은 없다.

지자체가 갑작스럽게 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리거나 자구노력으로는 위기 상태를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가 개입해 구조조정을 진행시키는 강력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앞서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현 교육부 장관)는 올초 신년회견에서 ‘지자체 파산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긴급재정관리제도 대상은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40%가 넘어 ‘심각’ 단계로 분류되는 지자체가 후보가 된다. 해당 지자체가 심각 단계로 분류된 향후 3년간 부채가 오히려 늘거나 감축 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는 긴급재정관리제도 대상으로 지정한다. 금고 잔액이 부족해 유동성 위기를 겪는 지자체도 대상이다.

해당 지자체가 긴급재정관리제도 대상이 되면 건전성이 회복될 때까지 단체장의 고유 권한인 예산편성권 등 재정 자치권이 제한된다. 정부가 지자체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도 추진할 수 있다.

다만 안행부는 긴급재정관리제도가 파산제도와는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안행부 관계자는 “민간의 파산제도는 법인을 해산하는 절차인 반면 긴급재정관리제도는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을 회복시키려는 제도로 서로 다르다”며 “민간분야의 법정관리 제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자체는 “긴급재정관리제도는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향후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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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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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모바일 금융 빅뱅, 한국은 걸음마 단계"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모바일 금융시장에 빅뱅(대폭발)이 예고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국내 모바일 결제시장이 해외 IT업체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4일 건국대 금융IT학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와 공동으로 건국대 법학관 5층에서 '모바일 혁명과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 같이 밝혔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나라는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가 지난 8월말을 기준으로 56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모바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더불어 이용자에 대한 보호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임호 한양대학교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온라인쇼핑에서 차지하는 모바일거래 비중이 2014년 1분기 27.6%로 전년 동기(12.6%)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며 "내달 서비스를 시작하는 카카오톡 '뱅크월렛 카카오' 서비스와 같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유한 기업에 재정을 지원하는 등 모바일 금융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주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카카오톡의 '뱅크월렛 카카오' 서비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기존 은행계좌와 연계된 가상 전자지갑을 만들어 송금과 소액 결제 등이 가능한 금융서비스를 말한다.

이영환 건국대학교 교수는 "애플사는 지난달 모바일 결제시스템 애플페이(Apple Pay)를 출시해 국내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라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Alibaba)도 알리페이(Alipayㆍ支付寶ㆍ즈푸바오)를 통해 모바일 결제뿐만 아니라 신용 보증, 중소ㆍ중견기업 직접대출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페이는 신용카드 정보를 모바일에 저장한 뒤 근거리 무선통신(NFC) 결제용 단말기에 지문을 대면 결제가 진행되는 서비스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비자, 마스타 등 주요 신용카드사와 함께 지난 20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알리페이는 2004년 설립된 온라인 금융ㆍ결제 서비스회사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그룹의 자회사이다. 소비자들이 알리페이에 가입하고 은행계좌, 신용카드를 연동시키면 인터넷ㆍ스마트폰으로 송금ㆍ결제뿐 아니라 대출ㆍ펀드 가입 등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노진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모바일 결제시장이 해외 IT업체에 종속될 우려가 크다"면서 "우리도 자생력 있는 모바일 금융 대표 주자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노 연구위원은 "금융회사나 플랫폼 제공회사가 고객정보 보호와 보안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혁 한국은행 전자금융팀장은 "비금융기관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경우 금융보안사고에 대한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자체적으로 모바일 금융플랫폼을 개발해야하고 감독을 강화해 안전한 모바일생태계를 조성하자"고 주장했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건국대 특임교수)는 "금융산업에 모바일 혁명이 시작되면서 금융과 IT가 융합한 핀테크(FinTech) 산업도 부상하고 있다"며 "점포 없는 은행, 인터넷 전문은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금융산업은 빅뱅을 거듭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핀테크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모바일 결제, 송금, 개인자산관리 등 금융과 관련된 기술 서비스나 상품을 통칭한다.

또 오 초빙연구위원은 "모바일 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과제로 △핀테크 산업 육성 △인터넷 전문은행 허용, △IT 전자금융 감독 강화 △금융보안인력 양성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한경연 '모바일 혁명과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 세미나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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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알리페이와 애플페이 같은 핀테크(FinTech)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재정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국내 모바일 결제시장은 해외 IT업체들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이 건국대학교 금융IT학과(총장 송희영), 한국금융ICT융합학회(회장 오정근·오환술)와 공동으로 24일 주최한 '모바일 혁명과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정부가 핀테크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핀테크란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모바일 결제, 송금, 개인자산관리 등 금융과 관련된 기술 서비스나 상품을 통칭하는 말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우리나라는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가 지난 8월말을 기준으로 5600만명에 달한다”며 “모바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더불어 이용자에 대한 보호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강임호 한양대학교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온라인쇼핑에서 차지하는 모바일거래 비중이 2014년 1분기 27.6%로 전년 동기(12.6%)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며 “내달 서비스를 시작하는 카카오톡 ‘뱅크월렛 카카오’ 서비스와 같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유한 기업에 재정을 지원하는 등 모바일 금융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카오톡 ‘뱅크월렛 카카오’ 서비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송금과 소액 결제 등이 가능한 금융서비스로 기존 은행계좌와 연계된 가상 전자지갑을 만들어 사용하게 된다.

이영환 건국대학교 교수는 “애플은 지난달 모바일 결제시스템 애플페이(Apple Pay)를 출시해 국내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라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Alibaba)도 알리페이(Alipay·支付寶·즈푸바오)를 통해 모바일 결제뿐만 아니라 신용 보증, 중소·중견기업 직접대출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노진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모바일 결제시장이 해외 IT업체에 종속될 우려가 크다”면서 “우리도 자생력 있는 모바일 금융 대표 주자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노 연구위원은 “금융회사나 플랫폼 제공회사가 고객정보 보호와 보안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혁 한국은행 전자금융팀장은 “비금융기관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경우 금융보안사고에 대한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자체적으로 모바일 금융플랫폼을 개발해야하고 감독을 강화해 안전한 모바일생태계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건국대 특임교수)는 “금융산업에 모바일 혁명이 시작되면서 금융과 IT가 융합한 핀테크(FinTech) 산업도 부상하고 있다”며 “점포 없는 은행, 인터넷 전문은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금융산업은 빅뱅을 거듭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모바일 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과제로 △핀테크 산업 육성 △인터넷 전문은행 허용 △IT 전자금융 감독 강화 △금융보안인력 양성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지갑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한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IT 업체들은 기술적인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 서비스에 돌입하고 있다. 모바일 결제·금융 서비스는 폭발적인 성장력을 갖고 있다. 이미 은행들이 앞다퉈 도입한 모바일 뱅킹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글로벌 업체들은 국내 진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업체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모바일 결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 건 애플이다. 온·오프라인 간편 결제를 표방하고 나선 ‘애플 페이’는 미국에서 지난 20일부터 시작됐다. 일부에서 이중 결제가 되는 등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애플 페이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애플 페이는 마스터카드, 비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3대 카드사는 물론 주요 은행과 협력하는 시스템이다.

애플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주요 IT 업체들은 금융 서비스를 접목하고 있다. 트위터는 프랑스 금융그룹 BPCE와 손잡고 ‘S-머니’를 선보였다. 상대방의 은행계좌를 몰라도 트위터 아이디를 통해 돈을 보내는 방식이다. 페이스북은 일본 라쿠텐은행과 손잡고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도 일본에서 모바일 송금과 온·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한 ‘라인 페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이베이의 페이팔은 이미 무서운 기세로 시장을 접수하고 있다. IT 기업의 금융 서비스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핀테크(Fintech)’라는 신조어마저 생겼다. 핀테크는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스’와 기술을 의미하는 ‘테크놀로지’의 합성어다. IT 기술로 결제, 송금, 개인자산관리를 하는 서비스나 상품을 통칭하는 말이다.

국내에서도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자사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삼성 월렛’에 모바일 송금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결제대행업체(PG) 옐로페이와 협력해 KB국민, 신한, 우리, NH농협, 씨티은행 사이에 모바일 송금이 가능토록 한다. 정확한 서비스 개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음카카오도 다음 달부터 시중은행 15곳과 손잡고 뱅크월렛카카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 모바일 결제 및 송금 서비스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무엇보다 규제가 문제다. IT 업체들이 모바일 금융 서비스에 진출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은 결제정보를 카드사만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다. 간편결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금융당국이 PG사들도 결제정보를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키로 했지만 여전히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게 IT 업체의 고충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권태신 원장은 24일 열린 ‘모바일 혁명과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 세미나에서 “모바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이용자에 대한 보호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IT 업체가 원하는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할 경우 알리페이, 페이팔 등 해외 업체들이 물밀 듯 몰려와 국내 업체들의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알리페이와 페이팔은 활발하게 사업을 하며 상당한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이다. 노진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이 해외 IT 업체에 종속될 우려가 크다”면서 “우리도 자생력 있는 모바일 금융 대표 주자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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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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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회장 동부특수강 품었다…현대제철, 3000억선 인수

현대차그룹이 동부특수강을 품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줄곧 강조해왔던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꿈의 한 단추가 끼워졌다.

산업은행은 동부특수강 매각을 위한 본입찰 결과 현대제철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어 산업은행은 다음달 말까지 현대제철과 동부특수강 주식 매매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며 대금 납부는 내년 초 마무리될 전망이다. 현대제철이 제시한 인수 희망 가격은 시장 예상 가격(2500억원)보다 높은 3000억원 내외로 전해졌다. 현재 동부특수강의 주인인 산업은행 사모펀드(PE)는 지난 6월 동부제철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동부특수강을 1100억원에 인수했다. 동부특수강은 볼트ㆍ너트, 샤프트 등 자동차용 부품ㆍ소재 철강재를 생산하는 특수강 시장의 강자다. 포스코에서 특수강 원료를 받아 연간 50만t의 볼트ㆍ너트 등 특수강을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용 부품ㆍ소재 특수강 시장에서 23%의 점유율로 세아특수강에 이어 2위 업체이기도 하다.

[홍종성 기자 /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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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리뉴얼 이후에 매출이 45% 늘었습니다. 상생 의지를 담은 본사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최근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수원 지역 한 가맹점주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불경기로 힘들었는데 본사 지원으로 매장을 리뉴얼한 이후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감사 편지였다.

SPC그룹 관계자는 "불경기로 문을 닫는 외식업체가 늘고 있지만 파리바게뜨는 폐점률이 1%대에 불과하다"며 "어려운 때일수록 가맹점 매출을 늘리기 위해 본사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동반성장' 화두가 프랜차이즈 업계를 휩쓸고 가면서 업종별ㆍ브랜드별 폐점률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종은 매장 수익이 낮은 점포를 대상으로 자발적인 폐점을 유도한 반면 다른 업종은 지원을 더욱 강화해 폐점률을 최저 수준으로 막아낸 사례도 있다. 2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정보공개서를 근거로 편의점과 치킨ㆍ베이커리ㆍ커피전문점ㆍ패스트푸드 등 5개 업종 가맹점 상위 20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지난해 폐점률을 분석한 결과 희비가 크게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폐점률은 연초 가맹점 수 대비 한 해 동안 계약 해지와 계약 종료한 가맹점 비율로, '폐점률 10%'는 가맹점 1000곳 중 한 해 100곳이 문을 닫았다는 것을 뜻한다.

업종별로 보면 지난해 편의점이 8.5%로 가장 높았으며 베이커리, 패스트푸드, 치킨, 커피전문점 순으로 폐점률이 높았다. 편의점 가운데 CU가 연초 7813개점 가운데 909곳이 문을 닫아 11.6%로 높게 나타났다. 미니스톱과 세븐일레븐도 9%를 웃돌았으며 GS25만 4.5%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편의점 업계는 '갑을 논란' 중심에 서면서 큰 시련을 겪었다. 이 때문에 CU와 세븐일레븐 등 일부 브랜드는 이익이 떨어지는 매장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폐점을 유도하기도 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수익률이 낮은 매장 500곳을 선정해 위약금을 면제해주며 폐점을 유도했다"며 "예년보다 지난해 폐점률이 높은 것은 동반성장 영향으로 자발적 폐점이 쉽도록 조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개 업종 가운데 4개 업종에서 폐점률 1위 브랜드 폐점률이 10%를 웃돌았으며, 커피전문점만 1위 폐업률이 5.8%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커피전문점은 평균 폐점률도 3.6%로 가장 낮았다.

브랜드별로 보면 편의점은 GS25, 베이커리는 파리바게뜨, 커피전문점은 이디야, 치킨은 네네치킨, 패스트푸드는 롯데리아가 폐점률이 낮았다. GS25는 폐점률 4.5%로 경쟁 브랜드들이 가맹점 감축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폐점률이 가장 낮은 브랜드가 됐다. 편의점을 제외한 다른 업종에서 폐점률이 가장 낮은 브랜드는 대부분 1% 수준이었다. 특히 파리바게뜨는 3175개 매장 가운데 지난해 21개만 문을 닫아 폐점률 0.6%로 조사 대상 20개 브랜드 가운데 가장 낮았다.

커피전문점 중에서는 이디야가 1.7%로 낮았다. 이디야 관계자는 "다른 브랜드는 매출액 3~5%를 로열티로 받지만 이디야는 매월 25만원씩 정액으로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 매출은 폐점률과 상관관계가 낮으며 가맹점 이익이 폐점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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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 교수
前 인텔 CEO 앤디 글로브

아무리 큰 위기 닥쳐도 자신감 없는 모습 안보여 "신뢰·확신 주는 리더여야 직원들이 인정하고 따라"

타고난 리더는 없다

작은 성공부터 경험하면 할 수 있다는 확신 생겨 이미지 트레이닝도 효과

빌 게이츠를 '속물 같은 장사꾼'이라 부르며 평생 무시할 정도로 콧대 높던 스티브 잡스가 입버릇처럼 가장 숭배하는 경영자라 말했던 사람이 있다. 1997년 애플에 복귀하기 전에 가장 먼저 전화를 해서 상의할 정도로 잡스는 그의 리더십과 통찰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바로 타임지가 1997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던 인텔의 전설적인 CEO 앤디 그로브(Grove)다. 그는 1987년에 CEO가 돼 1998년 은퇴할 때까지 회사 가치를 40억달러에서 2000억달러로 50배 이상 높이고, 전 세계에서 일곱째로 큰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어느 날 그는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 "당신은 수없이 많은 위기를 겪었으면서도 어떻게 항상 당당하고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까?" 놀랍게도 그로브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위기가 닥칠 때마다 직원들 월급이나 제대로 줄 수 있을까 하도 걱정이 돼 바지에 오줌을 찔끔찔끔 쌀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CEO인 내가 자신 없는 모습을 보여주면 직원들이 두세 배는 더 흔들릴 것이란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자신감 있는 척 행동했더니 두려움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앤디 그로브의 이야기에 리더십의 본질이 담겨 있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부하들을 이끌고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반드시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과연 이 방향이 맞는 것일까?' '혹시 실패하면 어쩌지?' 이런 불확실성은 아무리 경험이 많은 리더에게도 늘 고통스럽고 숨 막히는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때로는 나를 대신해서 누군가 결정을 내려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리더에게 가장 두려운 책임인 동시에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고 성공한 삶을 살 가장 값진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리더 수난 시대에 살고 있다. 요즘 많은 기업이 부하 직원들에게 상사의 리더십을 주기적으로 평가하는 기회를 주고 있다. 물론 상사의 리더십을 향상시키는 좋은 제도이지만, 부하가 상사를 평가하는 시대가 활짝 열리다 보니 상사가 점점 부하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말 한마디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팀장 뭐하러 합니까?" "태만한 팀원한테 주의를 주려 하다가도 다면평가에 이 친구가 뭐라고 써 댈지 몰라 참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는 식의 넋두리를 자주 듣는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되새겨야 한다.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라는 것을. 역량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자신감이란 것을. 특히 부하들 앞에서만큼은 항상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들에게 신뢰와 확신을 줄 수 있다. 리더인 내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부하들은 결코 나를 리더로 인정하지도, 따라오지도 않을 것이다.

'난 역시 리더감은 아니야' 혹은 '리더십은 내게 너무 힘들어' 같은 생각을 하며 지금 좌절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타고난 리더는 없으며 꾸준히 노력한다면 누구나 리더십을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갖자.

자신감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무얼까? 성공을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작은 성공이라도 경험하게 되면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주변에 작고 쉬운 성공을 찾아보자. 어려운 일이 있다면 의도적으로라도 이를 여러 단계로 나누어 여러 개의 작은 일로 생각하자. 그리고 하나의 작은 일이 잘 끝날 때마다 팀원들과 자축하고 격려하는 시간을 갖자.

둘째 방법은 주어진 일을 성공적으로 끝낸 뒤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어려운 프로젝트 때문에 매일 밤잠을 설치고 있다면 프로젝트가 잘 끝나서 상사의 축하를 받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중요한 면담을 앞두고 자신감이 없어진다면 조용히 화장실로 가서 자신감 있는 자세(high power pose)를 2분만 취해보자. 승리했을 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손을 하늘로 치켜드는 자세 말이다. 이 자세를 2분 동안 취한 것만으로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20%가량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셋째 방법은 자신과 역량이나 경험, 스펙이 비슷한 사람이 리더로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면 그를 관찰하고 노하우를 들어보는 것이다. 듣고 나면 분명 '이 친구가 이렇게 할 정도면 나도 충분히 가능해!'라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방법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격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성공한 리더의 삶을 꿈꾼다면 먼저 자신감을 높이자. 내가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믿어줄 수 있을 것인가? 리더인 당신이 지금 상처받고 우울하거나 자신감이 없다면 '나는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멋진 리더이고, 성공한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항상 외쳐 보자.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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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김호·유민영의 '새로운 발견'

"새로운 연결, 새로운 세상(Connect Everything)."

10월 1일 다음카카오가 합병 법인을 공식 출범하면서 제시한 비전이다. 사용자가 또 다른 사용자와 연결될 뿐 아니라 온라인이 오프라인, 사람과 사물이 연결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은 한국 정치와 여론, 정책에 어떻게 연결해야할지 몰라 곤경을 겪고 있다. 주변에서 계속 '사용자 정보 보호' 문제에 대한 위험을 환기시켰지만 준비하지도 않았고 문제가 불거졌을 때 대응전략도 서툴렀다.

기업이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중대 위기에 부닥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로버트 깁스 전 백악관 대변인은 "대중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상세하게 하라"고 권고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에볼라에 대한 최고 치료제는 긴급한 대응이다. 지금보다 스무배의 자원 동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연 다음카카오는 어디서부터 잘못한 것일까.

미흡한 준비

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2007년 11월 복귀를 결심한다. 몇 주 동안 준비 작업 후 "모든 사람에게 내 복귀를 확실하게 전달할 방법이 필요해요"라고 당부한다.

슐츠는 복귀와 동시에 새로운 비전이 시작하도록 설계도를 만든다. 새로운 정체성과 비전에 대한 치밀한 소통 계획을 세웠다. 스타벅스 경영진과 이사회, 파트너, 주주, 애널리스트, 언론, 직원, 고객 등을 총망라한 계획이었다. 2008년 1월 7일 월요일 아침 9시 5분 스타벅스 최고 관리자들이 극비 회의에 모여 향후 48시간 동안 역할 분담을 담은 문서를 받고 복귀 대작전에 들어갔다. 12시 45분 회사 간부 대상 연설, 오후 1시 30분 협력회사 질의·응답 모임, 오후 2시 30분 금융 분석가들과 전화 회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합적으로 활용, 슐츠는 하루 만에 거의 모든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면서 복귀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 달 넘게 준비한 슐츠와 달리 다음카카오 경영진은 기본적 준비도 없이 이슈에 끌려다니고 있다. 9월 18일 검찰이 "인터넷 허위 사실 유포를 엄단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카카오톡 사찰 논란은 별 이슈가 아니었다. 대책과 입장을 마련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2주 뒤인 10월 1일 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앞두고 한 매체에서 "카카오톡이 검찰에 이용자 대화 내용을 제공한 의혹이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고, 회견장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면서 사태가 심각해졌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석우 대표는 '정보통신망법, 형사소송법, 통신비밀보호법'이라는 법률과 원론 속에서 모호하게 대답했고,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고만 했을 뿐 어떤 설명이나 대책도 없었다. 모든 것이 준비되어야 하는 첫날(DAY 1)의 의미를 슐츠는 알았고, 다음카카오는 몰랐다.

전략 부재


"어떤 서비스도 해당 국가의 법에 따라 협조를 해야 한다"(이석우 대표). "대화 내용 자체는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영역으로, 법률에서 정하는 개인 정보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다음카카오). "뭘 사과해야 하는 건지. 판사가 발부한 영장을 거부해서 공무 집행 방해를 하라는 건지?" (전 다음카카오 법률대리인)

변호사 출신 다음카카오 이석우 대표와 회사 법률대리인 발언은 법적으로는 잘못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잘못됐다. 법률의 논리로 여론에 대응하는 것은 위기관리를 꼬이게 만드는 가장 흔한 실수다. 사용자들은 다음카카오가 법률을 어겼다고 뭐라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사적 대화를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걱정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고 법적인 잣대로 반응할 때, 여론은 우려에서 적대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악화된다.

지난 13일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수사기관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카카오톡 감청 논란은 난해한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게다가 다음카카오는 정부로부터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는 자신들을 전략적으로 분리시켜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다. 10월 13일에는 갑자기 "수사기관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을 계획이며 실정법 위반이면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지금까지와는 정반대 발언을 꺼내면서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이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지 설명도 하지 않아 혼란만 가중시켰다.

미숙한 자세와 태도


다음카카오는 "오해하지 마세요"라고 소리치지만 위기관리 관점에서 이들의 소통은 일방향 통보이며, 고객을 가르치려 한다. '외양간 고치기 프로젝트'라는 사후 대책 이름 자체가 진지하지 않고 장난스럽다. 위기상황에서 고객과 공감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화하는 법을 알지 못하는 듯하다.

평판 관리의 네 가지 요소를 다음카카오 사례에 적용해보면 '공감(empathy)'은 "법률을 따르라"가 돼버렸고, 검열을 우려하는 고객의 공포에는 공감하지 못했다. '투명성(transparency)'은 "먼저 말하지 않는다"로 바뀌고, 언론 보도를 뒤따라가기 바빴다. '전문성(expertise)'에서는 "서버 암호화는 잘 모르겠다"로 치환되면서 기술 기반 기업의 명성을 훼손하는 지경이 됐다. '책임감(commitment)'의 가치는 "김범수 의장과 상의하고 있다"로 대체하는 데다 이 최종 책임자는 결국 등장하지도 않았다.

다음카카오의 비전처럼 모든 것은 연결된다. 사용자들은 '새로운 연결'과 '안전한 연결'을 동시에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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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지난 15일 미국 시카고시 직원이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시에서 수집하는 데이터 종류와 이를 통해 도출 가능한 수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카고=김보영 기자

현장 리포트 - '스마트 시티'로 거듭나는 美 시카고

도시 전체에 센서·CCTV 설치…자전거 공유 프로그램 '디비'

'IoT' 접목한 기상정보 시스템 운영…시카고 시장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 김보영 기자 ]

자전거 공유 프로그램 '디비'
지난 15일 오후 미국 시카고 강변의 한 교차로 앞 자전거 보관대. 십여 대의 하늘색 자전거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일반 자전거보다 내구성이 좋은 이 하늘색 자전거는 시카고시 교통과(CDOT)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공유 시스템 ‘디비(DIVY)’ 소속. 교통 체증을 줄이고 시민 편의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면 가까운 역과 함께 자전거 보유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디비 자전거는 시카고시가 최근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스마트 도시’ 청사진의 일부다. 270만 인구가 사는 미국 3위 대도시인 시카고가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시티’로 거듭나고 있다.

○범죄부터 대기오염 데이터까지 수집

디비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자전거는 시 전역에 3000대가 있다. 보관소는 300곳이다. 1년에 75달러(약 8만원), 하루에 7달러(약 7000원)만 내면 자전거를 자유롭게 빌려 쓸 수 있다. 디비 운영자는 이용 현황 데이터를 읽어 수요가 많은 곳에는 자전거 대수를 늘린다.

시 당국은 시카고대와 함께 주요 지역 500여곳에 음향 센서와 저해상도 적외선 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를 설치해 온도 및 습도는 물론 조도와 소음부터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등 대기중 오염물질까지 측정하는 ‘AoT(The Array of Things)’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시카고시는 지난 3년간 설치해 온 이 센서를 통해 시민의 ‘건강 지도’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교통 현황과 수질오염, 범죄 발생 데이터, 311 민원전화 데이터도 시에서 운영하는 오픈 데이터 포털사이트를 통해 공유한다.

기상·대기오염 정보수집 시스템 'AoT'
시카고시가 하루에 모으는 각종 데이터는 700만건에 달한다. 브레나 버먼 시카고시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이 직접 나서서 의사 결정 방식을 모두 데이터 기반으로 바꾸고 있다”며 “오픈 데이터 프로젝트에 5만달러(약 5300만원)밖에 쓰지 않는 등 스마트 시티 각 분야에는 예산이 크게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공 분야는 IoT 빛날 수 있는 영역”

14~16일 시카고에서 열린 ‘IoT 월드 포럼 2014’ 개막식 기조연설자로 나선 윔 엘프링크 시스코 부회장은 “시카고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시민 편의성을 높인 스마트 시티의 대표적 사례”라며 “IoT 월드포럼을 시카고에서 연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왜 IoT인가’에 사람들이 주목하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어떻게 IoT를 활용하는가’로 관심이 옮겨갔다”며 “공공 영역은 IoT가 빠르게 빛을 발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했다. 시스코는 IoT 시장에 19조달러(약 2경원)의 기회가 있다고 전망한다. 그중 공공 영역은 4조6000억달러로 추산했다.

인천 송도와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IoT를 활용한 스마트 시티가 구축 단계에 있거나 시범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올 연말까지 25개 전 자치구의 공공데이터를 시민에게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톰 솅크 시카고시 최고데이터책임자(CDO)는 “데이터가 축적되고 폭증하면서 전체 시스템의 스케일을 키워야 하는 어려움 등이 있지만 여러 IT 전문가와 함께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중”이라며 “뉴욕 등 스마트 시티를 추진 중인 다른 도시와 교류하며 노하우를 배워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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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2014 월드IT쇼에서 선보인 삼성전자의 105인치 TV. 한경 DB

이승우 기자의 디지털 라테 <7>

[ 이승우 기자 ]

부산 벡스코에서 지난 20~23일 열린 ‘2014 월드IT쇼·월드3D페어’ 현장을 취재했다. 이번 행사엔 340여개 업체가 참여해 모바일, 가전, 정보기술(IT)서비스, 3차원(3D) 등 다양한 기술을 뽐냈다.

전시장에서 사람들의 발길을 오랜 시간 머무르게 한 곳은 역시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한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등 대기업 부스였다. 이 중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신형 TV를 나란히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두 회사 모두 105인치 크기의 구부러진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UHD(초고화질) TV를 주력 상품으로 내놨다. 거대한 크기와 선명한 화질에 한 번 놀라고, 가격이 1억2000만원이란 말에 한 번 더 놀랐다.

◆ 3년 만에 ‘3D TV’에서 ‘커브드 TV’로

이 제품을 보면서 첨단 TV를 처음 취재했던 ‘2011 월드IT쇼’가 문득 떠올랐다. 당시 TV 업계의 화두는 3D TV였다. 3D TV 시청 방식을 두고 삼성전자의 셔터식과 LG전자의 편광식이 첨예하게 경쟁하던 때다. 당시 삼성전자는 전시장에 ‘세계 최대 크기의 75인치 3D 스마트TV’를 내놨다. LG전자도 질세라 ‘3D로 한판 붙자’란 구호를 내걸고 3D TV를 비롯 3D와 관련된 제품으로 부스를 채웠다. 전시한 스마트폰도 ‘옵티머스 3D’였다.

이번에 전시된 제품들과 비교해보면 상당한 차이가 난다. 화면 크기는 30인치가량 커졌고, 해상도 역시 풀HD(1920×1080픽셀)에서 UHD(4096×2160픽셀)로 4배가량 높아졌다. ‘커브드(curved) 디스플레이’ 덕분에 영상 몰입도도 뛰어났다.

단순히 하드웨어 성능만 비교했을 뿐인데 불과 3년 만에 이만한 발전이 이뤄졌다. 스마트TV 기능이 도입되면서 확장된 기능까지 고려한다면 변화의 폭은 훨씬 더 크다. 몇 년 뒤 TV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섣불리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 투명 디스플레이 vs 3D 홀로그램

평범한 사람이 아닌 TV 업계의 수장들은 TV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보고 있을까. 2012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적 가전 전시회 IFA에서 이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전시회장에서 볼 수 있던 건 아니다.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TV를 누가 최초로 상용화하는가를 두고 경쟁 중이었다. 두 회사 모두 신제품을 꽁꽁 숨겼다. 현장을 찾은 기자들로선 맥 빠지는 상황이었다.

전시회 기간 중 한국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겸한 간담회 자리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이 먼저 미래의 TV 모습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윤 사장이 상상한 것은 ‘투명 디스플레이’였다. 그는 “벽면에 투명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벽면 전체를 화면으로 쓸 수 있다”며 “색상과 패턴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 커튼 같은 것도 필요없어진다”고 말했다.

다음날 열린 LG전자 간담회에서 한 기자가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권희원 당시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A) 사업본부장(사장)은 전혀 다른 시각을 보였다. 그가 생각한 미래의 TV는 ‘홀로그램 TV’였다. 3D 홀로그램이 지금까지 TV에 써온 패널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대체한 새로운 모습의 TV다. 그는 “6~7년이면 3D 홀로그램이 상용화될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 “6개월 지나면 TV는 시장에서 사라질 것”

물론 이들이 예상한 TV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전망한 TV 중 어떤 것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도 미지수다. TV는 흑백에서 컬러로, 저해상도에서 고해상도로, CRT(브라운관)에서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LCD(액정표시장치)를 지나 OLED로 진화해왔다. 과거 SF영화나 소설 등을 통해 사람들이 상상한 미래의 TV는 대부분 현실이 됐다.

미국 영화계 거물이었던 대릴 재넉은 20세기폭스 사장 시절인 1946년 “사람들은 매일 합판으로 만든 상자를 보는데 지겨움을 느낀다”며 “TV는 6개월 뒤 시장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로부터 7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TV는 집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3년 뒤에 마주하는 TV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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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사업 확장에 아마존 적자폭 10배 커져…베조스 리더십 '흔들'

[ 김순신 기자 ]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3분기 적자 폭이 전년 동기 대비 10배나 급증했다. 사상 최악의 분기실적이다.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사진)의 무리한 신규 사업 확장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3분기에 4억3700만달러(약 46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주당 95센트의 손실을 봤다고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주당 9센트의 손실을 냈던 작년 동기에 비해 10배 이상 손실이 늘었다. 주당 75센트의 손실을 예상한 전문가들의 예측치도 넘어섰다.

블룸버그통신은 “베조스 CEO가 신규 사업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있는 것이 적자가 대폭 늘어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지만 사업 확대를 위한 비용 지출이 순이익에 부담을 줬다는 분석이다.

아마존은 무제한 전자책 구독 서비스,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최초의 셋톱박스인 파이어TV, 중저가 스마트폰인 파이어폰 등 올해 다양한 신규 사업을 시작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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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캐터필러·IBM·코카콜라 등 30대 기업 중 10곳 적자

시장변화에 둔감·强달러 영향…分社 사례 늘어

버핏도 이번주에만 25억달러 손실 '잔인한 10월'


[ 김보라 기자 ] 미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블루칩(대형우량주) 기업들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다우존스지수에 편입된 30개 우량기업 중 10개는 지난 1년간 매출이 감소했거나 간신히 제자리 걸음을 했다. 나머지 20개 기업도 성장세가 부진하다. 500개 상장기업의 주가를 기준으로 하는 S&P500지수는 올 들어 4.3% 오른 반면, 다우지수는 0.7%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미국의 블루칩들이 ‘1등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때는 업계 1위로 글로벌 시장을 호령했지만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채 안주하는 바람에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몸집 커져 변화에 둔감

블루칩의 맏형 격인 코카콜라는 지난 3분기 시장의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매출과 이익을 기록해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IBM은 10분기 연속 매출 감소에 순이익도 급감했다. 반도체 사업 매각에 따른 일회성 손실을 제외하더라도 실적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 AT&T도 기대 이하의 3분기 매출과 작년 동기보다 줄어든 순이익을 발표하면서 올해 매출 증가율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대표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동일 점포 매출이 2012년 이후 정체 상태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3분기 소폭 개선된 실적을 내놨지만 주가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내내 주당 30달러 아래에 머물러 있다. 캐터필러, JP모간체이스, 화이자 등도 지난 1년 새 매출이 하락했다.

시장분석업체 S&P캐피털IQ는 “미국 30대 기업의 지난 1년간 매출 증가율은 같은 기간 미국의 물가상승률(1.7%)에도 못 미쳤다”며 “다우지수 종목이 시장을 선도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분석했다. 최근 달러 강세도 수출 중심 블루칩 기업들의 실적에 부담이 되고 있다.

○“작은 게 좋다” 분사 열풍

미국의 30대 기업은 저마다 어려운 숙제를 떠안고 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사랑받던 콜라는 웰빙 열풍으로 인기가 바닥에 떨어졌다. 멕시코에서 탄산음료를 겨냥해 ‘설탕세’를 도입하는 등 신흥국에서도 외면받는 처지다. 반도체 제조업체인 IBM은 정보기술(IT)업계 흐름이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WSJ는 “소비 트렌드와 시대가 변하면 사업 방향도 전환해야 하는데 덩치가 너무 커진 기업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때 독보적인 기술과 생산공정, 뛰어난 직원들을 확보해 1등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그런 자원이 만들어 낸 틀 속에 갇혀 출구를 못 찾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대해진 조직이 성장을 막는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스핀오프(분사) 사례도 늘고 있다. 이달 초 휴렛팩커드(HP)가 PC와 프린터 사업부를 쪼개기로 결정한 데 이어 글로벌 보안업체 시만텍,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 네덜란드 IT업체 필립스 등이 분사를 결정했다. 사업 부문별로 ‘옥석 가리기’를 하라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입김이 세진 영향도 있다.

시드니 핀켈스타인 다트머스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룡 기업들은 글로벌화, 기술의 초고속 발전, 복잡한 생산공정이라는 세 가지 치명적인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며 “분사 등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블루칩의 단골 투자자인 워런 버핏은 ‘잔인한 10월’을 보내고 있다. 버핏 회장이 운영하는 벅셔해서웨이가 투자한 코카콜라, IBM, 웰스파고 등이 3분기 저조한 실적을 공개하면서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버핏은 이번주에만 25억2000만달러(약 2조6599억원)의 손실을 봤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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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車와 인터넷의 결합…텔레매틱스 서비스

클릭하면 내비·음악 미리 설정…위급 상황땐 긴급출동 서비스

시동 걸고 에어컨 온도까지…스마트폰으로 기능 원격조정


[ 강현우 기자 ] ‘BMW 428i를 모는 직장인 박명원 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여자 친구와의 저녁 데이트를 준비한다. 오늘은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을 보고 성북동에서 늦은 저녁을 먹을 예정이다.

박씨는 BMW 홈페이지에 로그인해 ‘커넥티드 드라이브’를 클릭한다. 목적지들을 내비게이션 메뉴에 추가하고, 차 안에서 들을 음악 파일들도 골라 담아둔다. 퇴근 후 차에 타니 낮에 작업했던 결과들이 고스란히 차량에 옮겨져 있다. 박씨는 여자 친구와 즐거운 음악을 들으며 스마트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빠른 길을 따라 편안한 데이트를 즐긴다.’

박씨의 즐거운 데이트를 도와준 ‘커넥티드 드라이브’는 BMW가 지난 5월 국내에 도입한 텔레매틱스 서비스입니다. 텔레매틱스는 통신(텔레커뮤니케이션)과 정보과학(인포매틱스)를 합한 말입니다. 자동차와 무선 통신망을 결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카앤조이가 직접 체험해 본 BMW의 커넥티드 드라이브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위급 시 긴급출동 서비스였습니다. 사고로 에어백이 터지거나, 운전자가 SOS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BMW 콜센터에 연결됩니다. 콜센터는 상담원이 운전자와 통화하는 동안 위성항법장치(GPS)로 차량 위치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합니다. 사고로 운전자가 정신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콜센터에서 전화를 끊을 때까지 연결이 유지됩니다.

텔레매틱스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시동과 에어컨·히터를 조종할 수도 있고, 차량의 자가 점검 결과를 차주에게 알려주기도 합니다. 차 안에서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쓸 수도 있습니다. 차량 안을 무선인터넷(와이파이) 공간으로 만들어 주는 ‘핫스팟’ 서비스도 최근 텔레매틱스 서비스에 추가되고 있습니다.

북미와 유럽에는 이 같은 텔레매틱스 서비스가 많이 보급돼 있다고 합니다. 텔레매틱스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포드의 SYNC는 음성으로 음악 선곡과 핸즈프리 전화, 차량 내부온도 조절 등을 할 수 있고, 운전자에게 온 문자메시지를 음성으로 바꿔 읽어주기도 합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장착한 차량이 작년 2000만대에서 2017년에는 54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내에선 수입차 가운데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이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국산차 업체들은 그동안 꾸준히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시도해 왔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빠른 길을 알려주는 스마트 내비게이션 수준의 서비스가 대부분이었죠. 그러나 현대자동차가 기존 서비스였던 ‘모젠’을 중단하고 2012년 4월 시작한 ‘블루링크’ 서비스는 스마트 컨트롤, 긴급 상황 시 콜센터 자동 연결 등 첨단 텔레매틱스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텔레매틱스 서비스는 정보기술(IT) 업계의 맞수인 애플과 구글이 격돌하면서 더욱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애플은 지난 3월 ‘카플레이’ 서비스를 공개했는데요, 아이폰 기능을 차량에 대부분 구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현대·기아차와 BMW,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차량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구글은 지난 6월 텔레매틱스 서비스 ‘안드로이드 오토’를 선보였습니다. 구글의 지능형 검색서비스 ‘구글나우’를 차량용으로 개선해 운전자가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개인 데이터를 분석해 자주 가는 길 안내, 음악 선곡 등을 자동으로 해줍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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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24 21:45:50 / 수정: 2014-10-25 04:25:59

돌아온 아날로그

커버스토리

클래식 TV·복고풍 오디오 등 큰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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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HE사업본부는 지난해 ‘클래식 TV’를 선보였다. 채널을 돌리는 다이얼을 설치하고 나무 느낌 소재를 사용해 예전 브라운관 TV와 비슷한 모양으로 만든 게 특징이다. 인테리어 소품이나 거실이 아닌 방에서 보는 ‘세컨드 TV’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것이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20대 젊은 층은 물론 60대 이상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고루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은 지난해 LG전자 전체 32인치 TV 판매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월 5000대 이상 판매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예상을 뛰어넘은 인기에 고무된 LG전자는 지난 8월 42인치 제품도 내놨다.

전자업계에 아날로그 바람이 불고 있다. TV는 물론 복고풍 디자인의 오디오, 빔프로젝터 등도 출시됐다. 카메라 쪽에서는 바로 인화지에 출력할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인간적인’ 소리를 내는 진공관 오디오, LP 등도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기술 수준이 비슷해지자 업체들이 아날로그적 요소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일상에 지친 소비자도 자주 쓰는 전자제품에서 날카로움보다는 따뜻함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기술이 진화할수록 아날로그 요소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한국경제

커버 스토리

기술만으로 차별화 힘들어…家電도 소비자에 감동 줘야

TV 화질 대신 '소리'…스피커 전면 배치, 진공관 오디오까지


[ 남윤선 / 정지은 기자 ] 2013년 여름 삼성전자가 최고급 냉장고인 ‘셰프컬렉션’을 개발할 때였다.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전상운 책임연구원은 고민에 빠졌다. 대당 가격이 700만원이 넘는 제품인 만큼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할 만한 차별화된 요소를 찾아내야 했다. 내장 기술 등 기능은 최고 수준이었다. 세련된 금속성 외관에 탄산수(스파클링 워터)가 나오는 기능까지 추가했다. 고객에게 고품격 제품의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한 ‘뭔가’가 필요했다. 소비자의 ‘오감(五感)’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밤낮으로 고민했다.


그래서 적용한 게 스파클링 워터용 ‘레버(손잡이·사진)’다. 기존의 버튼 방식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아래로 당기면 ‘딸깍’ 소리가 나며 시원한 스파클링 워터가 나온다. 별 게 아닌 것 같지만 소비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이끌었다. 셰프컬렉션의 ‘화룡점정’이었다는 게 전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사람들은 레버를 보면 누르고 싶어하고, 누르면 나오는 피드백(소리)을 듣고 즐거움을 느낀다”며 “기능을 넘어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생활가전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진공관 오디오, LP 플레이어 인기

디자인에서만 아날로그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전자제품의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찾길 원한다.

대표적인 것이 ‘소리’다. 디지털 신호를 입자로 만들어 보여주는 화면이 대표적 디지털 기술인 반면 소리는 울림을 통해 소비자의 귀에 전달되는 대표적인 아날로그 기술이다.

예전까지 TV 업계는 화질 경쟁에 매달렸다. 하지만 초고화질(UHD) TV 시대가 열리면서 더 이상 화질 차이를 눈으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같은 용어들도 대부분의 소비자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그래서 TV업계가 찾은 차별화 포인트가 소리다.


일본 소니는 최근 스피커를 전면에 배치한 TV를 선보였다. 베젤(테두리)을 얇게 만드는 TV 업계 트렌드와는 다른 방향이다. 세련된 디자인을 포기하면서까지 스피커를 전면에 배치한 건 제대로 된 소리를 전하기 위해서다.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에서 만난 소니 관계자는 “베젤을 얇게 하기 위해 스피커를 뒤에 배치하면 소리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며 “UHD에 맞는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선 좋은 소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삼성에서는 아예 진공관이 장착된 오디오를 출시하기도 했다. 진공관 앰프를 사용하면 비오는 날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차분한 소리를 내기 때문에 마치 LP 음악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근 들어 미국에선 LPLP플레이어 판매도 늘고 있다. 닐슨사운드스캔에 따르면 2005년 90만장이었던 LP 판매는 지난해 600만장까지 늘어났다.

왜 아날로그인가

전자업계에 아날로그 붐이 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디지털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기술 수준이 엇비슷해지면서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할 요소를 아날로그에서 찾고 있다. 전 책임연구원은 “기술의 포화 상태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은 예전처럼 단순히 새로운 기술에 열광하기보다는 기술을 얼마나 직관적으로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중요시 여긴다”며 “기능은 당연하고 감동이 있지 않으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넓은 고객층을 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날로그 요소가 가미된 전자제품의 강점이다. LG전자에서 클래식 TV를 디자인한 김준기 책임디자이너는 “클래식 TV는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20~30대 여성은 물론 브라운관 TV의 추억을 가진 60~70대 ‘실버 세대’에게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옛 추억에 대한 향수가 존재하는 한 아날로그의 인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열리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과거에는 전자제품이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했다면, 이제는 사용자와 전자제품이 서로 소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문인식, 심박센서 등이 대표적 사례다.

남윤선/정지은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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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부품도 아날로그화


[ 남윤선 기자 ] 전자업계에 아날로그 바람이 불면서 아날로그적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부품 개발도 활발하다.

아날로그 반도체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날로그 반도체란 압력, 빛 등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바꿔주는 반도체를 말한다. 지문 센서 같은 것이 대표적인 아날로그 반도체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2010년 정도까지만 해도 쇠락하는 시장으로 꼽혔다. 당시만 해도 PC 등 전자제품의 성능을 평가하는 기준이 ‘얼마나 빨리 구동되는지’였기 때문이다. 반도체도 데이터를 연산 처리하는 디지털 반도체인 프로세서가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전화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중에는 사용자가 등산할 때 해발 몇 m에서 몇 m까지 올라갔고 몇 걸음 걸었는지를 보여주는 앱이 있다. 이 앱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고도를 인지할 수 있는 센서,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그 진동을 인지할 수 있는 센서 등의 아날로그 반도체가 필요하다. 스마트폰 기능이 복잡해지면서 적용되는 아날로그 반도체 수도 많아지고 있다.

아날로그 반도체를 만드는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초기 스마트폰의 센서는 조도센서·자이로센서·가속도센서 등 4~5개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압력온도습도제스처지문인식센서까지 추가됐다”며 “최신 스마트폰인 삼성 갤럭시 노트4의 경우에는 무려 9개의 센서가 탑재됐다”고 설명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열리면 아날로그 반도체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IoT 시대에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냉장고, 세탁기, 오븐 등에도 센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오븐이나 냉장고에 손을 대면 사용자의 체온, 심박수 등을 근거로 건강 상태를 유추해 그에 알맞은 음식을 추천하는 시대가 오게 된다. 체온, 심박수 등을 확인하려면 아날로그 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IoT의 핵심은 사람과 사물이 소통하는 것”이라며 “아날로그 신호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 반도체를 만드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한국경제



커버 스토리

카메라 아날로그 바람


[ 박병종 기자 ]

카메라 업체들 사이에 최근 아날로그 바람이 불고 있다. 아날로그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내세워 과거 방식에 향수를 느끼는 사용자를 공략하려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대표 주자는 한국후지필름이다. 한국후지필름의 대표 제품은 폴라로이드 카메라인 ‘인스탁스’. 디지털 카메라 일색인 카메라 업계에 아날로그의 명맥을 지켜가고 있다. 아직까지 카메라 필름을 만드는 후지필름의 장점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스탁스에 아날로그 SLR 카메라의 디자인을 차용한 ‘미니90 네오클래식’을 내놓은 것도 아날로그 감성 전략에 따른 것이다. 검은색과 은색이 뒤섞인 아날로그 SLR 카메라의 디자인은 최근 대세인 미러리스 카메라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올림푸스 ‘PEN E-PL7’, 소니 A5100, 삼성 NX 미니 등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이 필수가 되면서 사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정리·보관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하지만 아직도 인화지에 찍힌 사진의 반질반질한 질감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다.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하는 소형 사진 프린터가 주목받는 이유다. 한국후지필름의 소형 사진 프린터인 ‘인스탁스셰어’는 스마트폰 사진을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전환시켜 준다. 인스탁스의 필름을 그대로 사용해 폴라로이드의 느낌을 살렸다.

LG전자는 ‘포켓포토’라는 미니 프린터를 판매하고 있다. 포켓포토는 열을 이용해 전용 인화지를 발색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간편하게 스티커 사진을 만들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화보집으로 만들어 주는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한국후지필름은 최근 스스로 책을 만드는 ‘포토북’ 서비스를 선보였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간단한 편집을 거치면 2만~3만원에 사진첩을 만들 수 있다. 생일 선물이나 기념일을 맞은 연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올림푸스도 ‘미오디오’라는 사진첩 제작 서비스를 제공한다. 캐논은 사진 인화 전문업체 ‘스냅스’와 연계해 사진앨범과 달력 등을 만들어준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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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비즈니스



“로버그룹 인수로 우리 회사가 막대한 손실을 봤습니다.”

1999년 2월 5일 긴급 감독이사회가 소집된 독일 뮌헨 BMW 본사의 공기는 차가웠다. 참석자들에게는 1994년 인수한 영국의 로버(Rover)그룹이 엄청난 적자를 기록, 5년 동안 총 7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는 보고서가 전달됐다. 이 회의를 소집한 BMW의 지분 48%를 보유한 대주주 주자네 크반트와 슈테판 크반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BMW는 회사 경영을 맡은 경영이사회와 이들을 견제하는 감독이사회로 이원화돼 있다. 그리고 이 회의는 감독위원회가 회사에 큰 손해를 입힌 경영이사회의 책임을 묻는 자리였다. 이와 동시에 로버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도 논의됐다.

회의가 열린 지 7시간 뒤 회의실 문이 열렸다. 베른트 피셰츠리더 회장이 걸어 나왔다. 30분 뒤에는 볼프강 라이츨레 사장도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 모두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들 스스로 물러난 것이지만 사실상 경질이었다. 이사회는 제조 부문의 최고책임자인 요하임 밀베르크를 새 회장으로 추대했다.

재규어·랜드로버 브랜드 소유한 영국 로버그룹

두 최고경영자(CEO)에게 최악의 인수·합병(M&A)에 대한 책임을 물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사가 입은 손실이 보전되는 것은 아니었다. 70억 달러의 적자와 골칫덩이 로버는 남아 있었다. 주자네와 슈테판은 두 번째 결단을 내렸다. 로버그룹을 헐값에 팔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이듬해인 2000년 로버그룹은 피닉스 컨소시엄에 단돈 10파운드에 매각됐다. BMW는 1994년 이 회사를 13억5000만 달러에 샀었다. BMW의 장막 뒤에서 회사를 지켜보고 있는 군주(君主) 크반트가(家) 3세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부실덩어리를 내친 BMW에 추가적인 손실은 없었다. BMW 특유의 엔진 제조 기술과 차량의 역동적인 성능은 회사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 이후 BMW의 운명을 바꾼 남자, 크리스 뱅글의 디자인이 전 세계 자동차 업계를 강타하며 회사의 입지를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로버와의 화학반응에는 실패했지만 영국의 국민차 미니와 세계 최고급차 롤스로이스는 BMW의 기술과 마케팅 지원에 힘입어 그룹에 돈을 벌어 주는 효자로 변신했다. BMW의 전성기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로버그룹은 1999년 감독이사회에서 매각이 결정된 뒤 이듬해인 2000년 실제로 거래가 성사되기 전까지 BMW에 10억 달러의 손실을 추가로 입혔다. BMW는 한 번의 판단 착오로 6년간 총 80억 달러의 돈을 허공에 날린 것이다.

로버그룹은 양산 브랜드인 로버와 프리미엄 세단인 재규어, ‘사막 위의 롤스로이스’라고 불리는 랜드로버 등 총 세 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중 로버는 전륜(앞바퀴) 굴림 모델로 후륜(뒷바퀴) 굴림 모델인 BMW와 맞지 않았다. 재규어와 랜드로버도 투입된 자금에 비해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 비싼 수업료를 치르면서 BMW가 한 가지 얻은 게 있다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기술 노하우였다. 특히 랜드로버의 사륜구동 기술은 1990년대 말 중형 SUV X5가 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SUVBMW 판매 증가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 차량이 미국 시장에서 잘 팔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BMW는 2003년 연간 판매량 100만 대 고지를 넘어섰다.

BMW가 로버그룹을 인수한 4년 후 다시 한 번 M&A를 했다. 영국의 최고급 세단 롤스로이스를 3억4000만 파운드에 사들인 것이다. 폭스바겐그룹을 이끄는 페르디난트 피에히 의장과의 경쟁 끝에 얻은 결과였다. 롤스로이스의 상표권만 매수한 BMW는 영국 웨스트서식스 주의 굿우드에 롤스로이스 전용 공장을 세웠다(롤스로이스 공장은 폭스바겐이 인수했다). 이곳에선 2013년 3575대의 차량을 수제로 생산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연간 판매량이 1000대 정도에 불과한 회사였다.

롤스로이스는 1884년 헨리 로이스가 자동차 관련 사업에 뛰어든 게 시작이었다. 이후 그는 1904년 맨체스터 공장에서 2기통 엔진을 단 ‘로이스 10’을 제작했다. 그리고 같은 해 런던의 귀족 출신으로 자동차 레이서이기도 한 찰스 롤스를 만났다. 두 사람은 2년 뒤인 1906년 3월 롤스로이스를 출범하고 고급 세단 ‘실버고스트’를 출시했다. 실버고스트는 차량이 시속 130km로 달려도 차 안에선 시계 소리만 들리고 찻잔 위의 커피 잔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 특징이었다. 고스트라는 이름도 정숙성이 뛰어나 소리 없이 다가온다고 해서 붙여졌다. 당시 언론들이 차량에 붙인 일종의 별명이었는데, 이것이 오늘날까지 모델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니, 골칫덩이에서 재간둥이로


롤스로이스는 BMW그룹에 편입되면서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았다. ‘회장님의 차’인 팬텀과 오너 드라이버를 위한 고스트, 보다 젊은 고객을 겨냥한 레이스까지 차종을 늘리며 판매량도 차곡차곡 높여 갔다. 특히 구매자의 취향과 요구 사항을 철저하게 반영해 차량을 제작하는 ‘비스포크(bespoke)’ 시스템은 브랜드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수익도 향상시키는 효과를 냈다.

2000년 로버그룹을 털어낸 BMW그룹은 이에 대한 보상을 얻으려는 듯 영국의 또 다른 브랜드 하나를 인수했다. 바로 미니(MINI)다. ‘가격이 저렴하고 실용적인 차’로 1959년 출시 후 국민적인 사랑을 받으며 영국의 국민차로 불렸다. 영국의 코미디 프로그램인 ‘미스터 빈’의 주인공도 이 차를 타고 다녔다. BMW는 이 브랜드의 품질을 향상시키면서 브랜드 위상도 높였다. 미니만의 팬덤 문화를 형성해 전 세계에서 미니 마니아 층을 확보했다. 오늘날 미니가 ‘소형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되는 것도 BMW그룹의 탁월한 마케팅 전략이 시장에서 통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차종 다양화를 꼽을 수 있다. 현재 미니는 총 7개 라인업으로 구성돼 있다. 문 두 개짜리 미니 쿠페와 길이가 긴 미니 클럽맨, 덩치가 큰 미니 컨트리맨, 고성능 미니 JCW 등이다. 엔진도 3기통부터 4기통 터보, 사륜구동 시스템 ‘올4(ALL4)’까지 있어 세부 모델까지 합하면 30개가 넘는 선택지로 구성돼 있다. 미니라는 브랜드는 하나이지만 그 안에 다양한 제품을 마련해 많은 소비자들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전략이 시장에서 통하면서 미니의 판매량은 2013년 연간 30만 대를 넘어섰다.

역사적인 배경도 무시할 수 없다. 미니가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은 이유로 몬테카를로 랠리를 빼놓을 수 없다. 미니는 차체가 작고 가벼운 게 특징이다. 여기에 핸들링까지 날카로웠다. 이에 주목한 영국인 존 쿠퍼가 미니를 개조해 세계적 자동차 경주 대회인 몬테카를로 랠리에 출전했고 우승하면서 명성을 높였다. 존 쿠퍼가 튜닝 작업을 한 미니는 양산차로도 이어졌다. 이것이 미니의 고성능 모델인 JCW(John Cooper Works)다.

1999년 볼프강 라이츨레 회장의 퇴진은 BMW 전체의 운명을 바꾼 ‘나비효과’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좀 더 과장해 말하면 1994년 라이츨레 회장의 로버그룹 인수 결정이 7년 뒤 BMW가 전성기를 맞게 된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떠난 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던 크리스 뱅글의 디자인 혁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크리스 뱅글, BMW를 혁신하다

크리스 뱅글은 BMW의 첫 미국인 디자인 총괄책임자다. 2001년 ‘자동차 디자인계의 혁명’이라고 불리는 BMW 7시리즈를 디자인했다. 처음 7시리즈가 등장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유럽 언론은 ‘가장 못생긴 자동차 중 하나’라는 평가와 함께 볼록하게 솟은 차량 트렁크 라인이 마치 엉덩이를 연상시킨다며 ‘뱅글 부트(Bangle butt)’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초기 반응과 달리 그의 디자인은 세계 자동차 디자인 업계의 흐름을 바꿔 버렸다. 50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BMW의 색깔을 바꾼 크리스 뱅글의 디자인은 그의 이런 성향을 탐탁하지 않게 여겼던 라이츨레 회장 아래에선 빛을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교체된 경영진의 지원을 받은 크리스 뱅글은 5시리즈와 3시리즈, 스포츠카인 Z4와 SUV X3, 1시리즈 등 BMW 대부분의 차종을 빚어내며 BMW만의 디자인 체계를 확립했다.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태어난 크리스 뱅글은 위스콘신대를 졸업하고 패서디나 디자인 아트센터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제너럴모터스(GM)에 입사해 독일 오펠(OPEL) 디자인 스튜디오와 피아트(FIAT) 디자인센터를 거쳐 1992년 BMW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자동차 디자인 경력은 BMW에서 멈췄다. 2009년 가전과 가구를 디자인하고 싶다며 BMW를 떠났다. 이후 이탈리아 토리노에 디자인 컨설팅 업체인 ‘크리스 뱅글 어소시에이츠 SRL’을 설립했다. 그는 이후 삼성전자의 생활 가전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현재 BMW그룹은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회장이 이끌고 있다. 그는 롤스로이스와 미니를 흑자 전환시키고 BMW의 판매량을 늘리는 등 전성기를 구가한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BMW는 2005년 연간 113만 대(미니·롤스로이스 제외)를 판매하며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를 제치고 고급차 부문 1위 자리에 올랐다. 2013년 판매량은 166만 대로 벤츠(146만 대)와 아우디(158만 대)를 따돌렸다. BMW그룹은 미니와 롤스로이스까지 합쳐 총 196만3798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6.4% 늘었다. 유럽의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성장했다.

독일의 고급차 3인방 중 1위인 BMW의 자리는 편하지 않다.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가 1위 탈환을 노리며 거세게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라이트호퍼 회장만큼이나 탁월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다임러그룹의 디터 제체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까지 고급차 시장 1위를 되찾아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벤츠의 디자인 혁신을 동반한 신차 개발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우디도 피에히 의장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루퍼트 슈타들러 최고경영자(CEO)가 버티고 있다. 강자들끼리의 경쟁이기에 다툼은 더 치열하다. BMW의 1위는 그래서 더 위태롭고, 그렇기에 더욱 값지다.

최진석 한국경제 산업부 기자·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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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을 다한 근대 시설, 용도 폐기된 공간, 낡은 산업 시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그곳에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고 있다. 누군가에겐 현대사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애물단지일지 몰라도 작가의 눈으로 재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면 특색 있는 문화 지대로 재탄생한다. 사람이 모이고 활력이 생기며 ‘폐허’에서 다시 한 번 사회·문화·경제적 ‘부활’의 물꼬를 트고 있다. 일상으로 파고든 예술은 지역사회와 ‘관계 형성’을 통해 더욱 진한 빛깔을 낸다. ‘회색 지대’에 ‘색깔 입히기’, 옛 번화가에 숨길을 여는 프로젝트는 현재 전국 단위로 뻗어가는 중이다.

서울 중구 황학동 ‘서울중앙시장’에는 국내 최초의 민자형 지하상가가 있다. 1971년 폭 11.5m, 총길이 약 380m에 이르는 ‘기역(ㄱ)’ 자 모양의 지하상가가 그것이다. 지상 지하를 막론하고 서울의 4대 시장 중 하나로, 20년간 지역의 중심 상권 역할을 했던 이곳은 그러나 외환위기 시기를 지나며 점차 쇠퇴해 갔다.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지하 상권은 어둠침침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변화가 찾아든 것은 2009년부터다. 이곳 지하상가에 작가 스튜디오, 전시실, 공동 작업실 등을 조성해 2009년 10월 신당창작아케이드로 오픈했다. 현재는 섬유·북아트·도자·금속·사진·일러스트 등을 다루는 40팀의 예술가들이 입주해 창의적인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창작 공간이다. 재래시장 상인들과의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다양한 지역 밀착형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끌벅적한 시장 초입, 계단을 따라 내려간 지하상가는 기존 상점과 신당창작아케이드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앞쪽에 수산센터가 자리하고 뒤쪽에 각종 공예·공방들이 자리하고 있다.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고석현 사장은 “수산 분야만 겨우 남은 상태였는데 외국인과 젊은 사람들이 오고가면서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밝아지고 주변이 청결해진 점이 좋다”고 말했다.


폐허에서 제2의 부활 외치다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서울시 창작 공간 정책의 일환이다. 문화적인 요소를 활용한 도시 재생의 목적으로, 도심 속 유휴 공간을 찾아 문화적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 중 하나다. 주로 공예 작가들의 창작 공방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수정 입주 작가는 “공예 작가들에게는 작업 공간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기본 관리비만으로 작업하고 예술 네트워크를 통해 홍보까지 할 수 있어 작가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젊은 작가들의 감각적인 공예가 입소문을 타면서 지역 내 명소로 떠올라 다시 북적이는 모습이다.

상인에게 슈퍼맨 옷을 입힌 홀로그램이 복도 벽을 차지하고 가게마다 개성이 뚜렷한 팻말과 메뉴판을 달고 있다. 김진호 신당창작아케이드 매니저는 “한때는 한 칸짜리 가게 권리금이 1억50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비싼 군락지였다. 처음 왔을 땐 어둡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상인들의 반발도 심했지만 예술 교육, 문화 체험 등을 진행하며 조금씩 관계를 개선해 나갔다”고 말했다. 50~60년간 한길을 걸어온 시장 터줏대감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간이 무대를 설치해 공연을 하게 하고 에세이집도 제작했다. 시장 상인 100명의 인터뷰를 통해 상점마다 특정을 살린 캘리그래피(손으로 그린 그림 문자)를 제작해 전시했다. 지금도 중앙시장 천장에는 상인과 작가가 함께 만든 전등이 밤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시민 참여 프로젝트’는 이곳에 활력을 불어넣은 동력이 됐다. 축제 ‘황학동 별곡’은 이곳 상인들과 작가들이 함께 만든 결과물이다. 상인들이 즐겁고 활력이 넘쳐야 진정한 의미의 부활이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진행된 축제였다. 노점상이 많은 중앙시장은 분주함과 불안함이 공존하는 곳이다. 하루 벌이가 중요하지만 모두가 잠시 일손을 내려놓고 축제를 준비하고 참여하며 바쁜 일상 속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예술이 던지는 질문 앞에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최근 이곳에는 전국 각지와 해외에서 벤치마킹하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문래동 철공소, 문화 지대로 변신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엔 철공소 거리가 있다. 1970~1980년대 큰 규모의 철공 단지로 이름을 알렸던 곳이다. 수백 개의 소규모 철공소와 철재상들 사이에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예술 공단’이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갖게 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텅 빈 철재 상가 2~3층을 작업실로 활용하는 예술가들이 몰리면서 ‘자생적 예술 마을’을 형성하게 됐다. 특히 시각과 공연 예술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철공소가 문을 닫는 저녁 6시 이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이곳에선 어떠한 소음도 용인된다. 공장 지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서울 도심에서 찾아보기 힘든 예술가들의 놀이터가 된다.

2010년엔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 센터로 ‘문래예술공장’도 문을 열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공연 및 연습실을 겸함 공연장과 공동 작업장, 녹음실, 영상 편집실 등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에는 예술가와 철공소 대표, 영등포구청 직원, 지역 주민, 외부 전문 예술가 등이 모인 운영위원회를 발족했다. 예산 편성부터 세부 사업까지 함께 고민하고 의논하는 라운드 테이블의 운영 시스템으로 지역사회와 공존하기 위한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이현아 문래예술창작공간 총괄매니저는 “문래는 살아 움직이는 물체 같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현재 어느 방향으로 갈지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예술 마을과 상업 지구 사이에 서게 된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때문에 문래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과도한 포장을 지양하는 수위 조절에 힘쓰고 있는 중이다.

문래동은 해외 예술가들에게도 유명한 곳이 됐다. 호주의 파워하우스, 램시어터 등의 극단과 문래동 예술가들 사이에 협업이 활발하다. 모두 문래동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옛 산업 중심지가 문화 중심지로 바뀐 곳들이다. 독일의 자브리켄 레지던시 작가들과 함께 그룹전도 열고 있다. 문래동 작가들이 독일에 건너가 공동 작업한 결과물을 전시 중이다.

지금 이곳은 예술가와 철공소가 협업하는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철공소는 관광 명소로 떠올라도 직접적인 수혜를 보지는 못한다. 오히려 오고 가는 발길이 작업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철공소와 예술가가 협업해 상품을 개발하는 구상을 시작했다. 철공소의 철제 기술과 예술가의 스토리텔링이 만나면 독특한 상품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문래에 철공 단지가 있다면 금천엔 디지털 단지가 있다. 서울의 대표적 산업단지였던 구로공단은 2000년대 이후 디지털 산업단지로 변모했다. 이곳의 버려진 한 인쇄 공장은 금천예술공장으로 재탄생했다.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창작 공간으로, 미디어 아트 작가들이 활동하는 곳이다. 예술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인 미디어 아트가 피어나기에 적합한 장소다. 예술가 겸 과학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름을 빌린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은 금천예술극장이 자랑하는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이다. 10월 17일까지 진행되는 올해 페스티벌엔 증강현실, 웨어러블 컴퓨팅, 미디어 파사드, 바이오 아트 등 기술을 도입한 16개 미디어 작품이 선보인다. 예술과 산업을 결합한 이 페스티벌에 인근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미디어 작가 그룹 ‘하이브’의 아이디어는 인쇄회로기판(PCB) 회로 설계 업체인 이오닉스의 기술력으로 실현됐다. 이 밖에 예술가의 아이디어를 사회 혁신과 비즈니스에 어떻게 접목할지 모색하는 국제 콘퍼런스도 열렸다.

금천예술공장은 인근 근로자들의 쉼터로도 활용된다. ‘셀프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커피를 즐길 수 있다. 금천예술공장 관계자는 “점심시간이면 작업복 차림으로 20~30명씩 찾아와 커피를 마시고 탁구나 배드민턴을 치고 돌아가곤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모두 문화를 매개로 한 도시 재생의 일환이다. 서울문화재단은 창작 공간 프로젝트를 통해 도심 속 버려진 공간 10곳에 문화를 덧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밖에 30년 이상 서울 시민에게 물을 공급해 온 구의취수장이 거리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거리 예술 장르와 잘 맞아떨어지는 공간이 취수장이다. 층고가 높고 긴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예술 트렌드인 거리 예술을 창작할 수 있는 제작소 및 예술 센터로는 국내 최초다.

예산 퍼붓기·리모델링 사업 우려도

문화적 요소를 활용한 도시 재생은 2000년대 이후 주목 받은 도시 정책이다. 탈산업화 과정에서 한때는 첨병 역할을 했던 제조업 중심의 산업 인프라들이 유휴 공간으로 전락하면서 지자체마다 이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지가 숙제로 떠올랐다. 문화적인 접근에서 산업 인프라를 리뉴얼·재활용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재개발의 관점이 아닌 재생의 관점에서 유산은 존치하되 기능과 용도를 새롭게 변모시키는 접근 방식이다. 미국의 테이트모던이 대표적인 벤치마킹 사례다. 대형 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바꿔 그 자체로 관광 명소가 된 사례다.


국내에서도 제2의 테이트모던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지속됐다. 최근에는 옛 기무사 터를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조성한 사례도 주목 받는다. 국립극단은 서울역 뒤쪽, 옛 기무사 수송대 부지에 둥지를 틀었다. 국방부의 승인을 받아 현재 공연장과 연습실로 쓰고 있는데, 2017년께 예술의전당과 같은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비슷한 사례들이 눈에 띈다. 인천 중구 해안동 일대는 1883년 개항 이후 건립된 건축 문화재 및 1930~1940년대에 지어진 건축물이 잘 보존된 구역이다. 이곳 건축물은 리모델링을 통해 인천아트플랫폼으로 재탄생했다. 창작 스튜디오·공방·자료관·교육관·전시장·공연장 등 총 13개 동의 규모로 조성돼 관광 명소를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 관계자는 “아트 플랫폼 바로 옆에 차이나타운과 신포동이 자리하고 있어 연계 관광 코스로 이름을 알리면서 상권이 부활했다. 카페와 공방 등이 자생적으로 생기면서 문화 거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를 통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이끄는 주체는 민간과 문화재단으로 구분된다. 초창기에는 미술 관련 단체들이 폐교를 작업실로 활용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평창 감자꽃스튜디오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999년 이후 분교에서 버려진 산골 폐교가 된 이곳이 개인에 의해 2005년 ‘감자꽃스튜디오’로 거듭났고 지역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원주 후용리에는 극단 노뜰이 만든 후용공연예술센터가 좋은 정착 사례로 언급된다. 문 닫은 초등학교를 공연예술센터로 조성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연극을 공연하고 있다.

많은 도시 정책 중 문화를 통한 도시 재생이 활발한 이유는 문화 콘텐츠의 특별한 능력에 있다. 마르셀 뒤샹의 ‘샘’에서 볼 수 있듯이 흔한 변기 하나도 작가의 눈으로 보면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 문래동에서 8년째 설치 미술을 하고 있는 예병선 작가는 “예술가는 미학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바꾸는 사람이다. 사람들에게 낡고 없어져야 할 것으로 인식되는 곳이 예술론이 개입되면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전혀 새로운 것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보존하고 그것과 공존하면서도 ‘가치’를 지닌 공간, ‘역동’하는 공간으로 재해석된다.

문화 예술 정책의 흐름도 맥을 같이한다. 문화 예술 정책 패러다임은 과거 문화 예술 창작 활동을 직접 지원해 주는 구도에서 최근 지역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해 지역사회와 사회·경제·문화적 부가가치를 함께 만들어 내는 ‘통합적 정책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 문화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사회적 관계 맺기’에 있다. 구성원끼리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으로 문화가 중요하게 활용된다. 산업적 부가가치와 함께 도시 사회를 튼튼하게 지속시키는 재생적 에너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최근 트렌드는 ‘지역화’로 요약된다. 지역의 문화적 수요나 정체성에 따라 각기 다른 공간 조성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적극적 지지와 자발적 참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화를 통한 도시 재생이 2000년대 중반 도입기를 거쳐 현재는 부분적으로 결과가 나고 있는 과도기라고 평가한다. 이규석 서울문화재단 본부장은 “우리가 후발 주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해외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도시 재생 전략 측면에서 수준이 많이 올라와 있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문화 융성이 강조되며 각 지자체와 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사업이 활발히 전개 중이다.

이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성과 중심의 관 주도 사업이 되면 자칫 이벤트성 ‘예산 퍼붓기’, ‘리모델링 사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 문화 예술 관계자는 “지금은 버려진 공간일지 몰라도 한때는 근대를 이끌었던 역사적 스토리를 담고 있는 공간들이다. 스토리와 관계없이 건축물에 집중하면 비용만 축내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변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프라가 없다면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어 말한다. 비용을 들여 또 하나의 ‘유휴지’를 만들 뿐이라는 지적이다. 양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라는 의견이다. 문화가 한 지역에 스며들어 호흡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이벤트성 부양보다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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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 연구가이자 이스라엘 히브루대 교수인 마틴 반 크레벨드는 ‘파이팅 파워(Fighting Power)’라는 저서에서 1939년부터 1945년 사이 독일군과 연합군의 방대한 전투 자료를 분석,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결국 연합군이 최후의 승자가 됐지만 독일군이 숫자가 훨씬 많은 연합군과 싸워 여러 차례 승리했다는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 대 개인을 비교하면 독일 육군 병사들은 자신들이 당했던 것보다 50% 더 높은 손실을 영국군이나 미군에 계속 입혔다. 이것은 수적으로 적거나 부분적으로 우세했을 때 공중 지원의 우세를 점했거나 그렇지 못했을 때, 이겼거나 패했을 때에도 항상 그러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들 간의 공중전을 분석한 결과 나온 란체스터 법칙은 무기 성능이 같다면 일반적으로 병력이 많은 쪽이 전투에서 승리할 뿐만 아니라 승패의 격차를 더욱 크게 만든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승리를 거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독일군은 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상대편보다 두 배 정도의 전투력을 발휘했던 강한 군대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독일군은 이와 같이 강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1. 싸우는 방식의 패러다임 변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 이후 대부분의 군 지휘관들은 전쟁 당시 서부전선에서 상호 소모적 교착상태를 초래했던 기관총, 대량 포격, 참호, 요새 등이 가진 막강한 방어력에 대해 깊은 인상을 가지게 됐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군 지휘관들, 특히 승자 쪽에 섰던 사람들은 다시 전쟁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경향이 반복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방어 준비에 모든 노력을 집중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의 패자인 독일은 오히려 1차대전의 불명예를 뒤집기 위한 새로운 해결책을 여러 방면으로 모색했고 이 중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전차를 활용한 기갑 전술이었다.

프랑스와 영국은 방어전 개념에 얽매인 나머지 진지를 공격하는 보병을 지원하는 데 주안을 둔 느리고 이동 범위가 짧은 전차를 많이 만들었고 전차를 독자적으로 작전에 이용하지 않고 보병사단에 소속시켜 보병과 함께 움직이도록 했다. 반면 독일은 방어 중심의 소모전을 타개할 새로운 기갑 전술을 창안했는데 여기에 크게 공헌한 사람이 바로 ‘기갑부대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하인츠 구데리안이다.

구데리안은 전차가 단독 또는 보병 부대와 함께 움직이는 한 결정적인 이점을 갖지 못하고 기동력이 생명이라고 확신했다. 구데리안 기갑 전술의 기본 원칙은 강력한 기갑 부대가 일거에 충격을 가해 전선을 급속히 찢은 후 속도를 더해 돌파, 적의 배후에 위치한 전략 거점을 빠르고 완전하게 제압하는 것이었다. 즉, 전차·포병·보병·공군이 함께 속도를 맞춰 입체적으로 작전을 펼치는 전략이었다. 당시 전차는 보조적인 전력이고 전장의 주역은 보병, 돌파의 핵은 기병이 담당해야 한다는 생각이 당연시됐기 때문에 구데리안은 자신의 생각을 독일군 최고 지휘부에 납득시키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히틀러의 지지 하에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의 시작을 알리는 폴란드 침공에 투입된 기갑 부대는 다른 부대에 비해 3배나 빠른 속도를 보이면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2차대전 중 연합군을 공포에 떨게 한 독일 전격전(Blitzkrieg) 신화의 서막을 올린 것이다.

2. 적의 약점을 찾고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공략

2차대전 중이었던 1940년 독일은 프랑스·영국·네덜란드·벨기에 연합군에게 수적으로 열세에 몰려 있었다. 더구나 지하에 구축한 각종 전투 시설물과 토치카를 서로 통합해 만든 강력한 요새인 마지노선(Maginot Line)이 독일과 프랑스 국경 전체에 걸쳐 구축돼 있었다. 프랑스군 지휘관들은 독일군이 침공한다면 1차대전과 마찬가지로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통하는 방법밖에 없고 이 경우 연합군 군대가 대기하고 있다가 대응하면 진격해 오는 독일군을 간단하게 분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독일군의 프리츠 만슈타인 장군은 기습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적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침공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새로운 계획을 구상, 제시했다. 즉, 만슈타인은 기갑 부대를 집중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통로를 급속 돌파해 적의 배후를 단절함으로써 적의 주력을 포위, 섬멸하자는 작전을 주장한 것이다. 만슈타인이 제시한 회심의 통로는 아르덴(Ardennes) 구릉지대였다. 아르덴 고원은 말 그대로 여러 개의 울창한 산이 겹쳐져 있고 산세가 험해 독일군 자체도 작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프랑스 역시 독일군이 그 지역으로는 절대 넘어올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소홀히 했던 지역이다. 1차대전 때 가장 치열했던 베르댕(Verdun) 전투의 영웅인 프랑스의 앙리 페탱 원수도 “아르덴 고원을 통과할 수 있는 군대는 없다. 다시 말해 이 지역은 안전하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만슈타인은 이 때문에 아르덴이 최적의 공격 통로라고 생각했다. 그는 사전에 공병대를 투입해 진격로를 미리 개척한 후 기갑 부대를 은밀히 전진 배치해 놓으면 전쟁이 개시됐을 때 이곳을 순식간에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독일군 내에서도 작전 실행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독일군은 전차를 앞세워 아르덴을 돌파하는 기습 공격을 감행했고 4일 만에 프랑스 방어선을 통과했다. 평원에서 참호를 깊게 파고 독일군을 막으려고 했던 프랑스군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등장한 독일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3. 현장 지휘관의 역량 최대한 활용…임무형 지휘 체계


프러시아는 1806년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에 크게 패하자 군사 제도를 대개혁했다. 이 개혁을 주도한 샤른호르스트는 패배의 원인을 ‘사고의 경직성’과 ‘지휘관들의 피동적인 지휘’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지휘관들은 모든 사소한 일까지 상부로부터 명령으로 하달되길 기다리며 전투다운 전투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독일군이 새롭게 정립한 원칙은 바로 ‘임무형 지휘 체계(Mission-oriented Command System)’다.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이 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전투 역량이 높았던 핵심 이유는 바로 하급 지휘관의 능동적 판단과 재량을 통해 실행력을 극대화하는 임무형 지휘 체계의 활용에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임무형 지휘 체계는 명확한 목표 및 의도를 제시하되 세부적인 명령을 지양하고 임무 수행 방법을 실행하는 사람에게 위임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즉, 명령은 심플하고 명확하게 내리고 전체 목표와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달성 방안을 스스로 고민해 실행할 수 있는 재량권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체계인 것이다.

독일의 귄터 폰 클루게 장군은 임무형 지휘 체계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독일군이 사용하는 전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하급 지휘관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주는 임무 지침이다. 이러한 행동의 자유는 영국군과 프랑스군의 도식적이고 교과서적인 접근법에 비해 독일군이 전술적 우위를 가질 수 있게 해줬다.”

4. 전략 실행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강한 훈련

효과적인 작전 실행을 위해서는 강한 훈련을 통한 구성원 역량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 예를 들어 2차대전에서 독일군 기갑 사단장으로 활약했던 에르빈 롬멜 장군은 기갑 부대의 장점인 돌파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병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만고만한 강과 구릉지대가 연속된 프랑스 평원에서 속도를 늦추지 않고 돌파를 계속하려면 통로를 충분히 개척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공병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롬멜은 공병대를 앞세워 험지에 진로를 개척하고 하천을 도하해 전진하는 훈련을 반복했다. 롬멜은 ‘반복된 엄격한 훈련이 부대원들을 재난으로부터 보호해 줄 뿐만 아니라 전시의 사상자도 줄여준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체득했기 때문에 항상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다. 또한 그는 훈련 시에도 뒤에 서 있지 않고 현장에서 진두지휘함으로써 그의 부대가 적의 총알을 무서워하지 않고 전진하도록 단련시켰다.

실제 전쟁이 발발하자 연합군이 교량을 파괴해 독일군의 진격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롬멜은 이미 성한 교량이 없다는 최악의 전제하에 그의 부대를 훈련시켜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정찰대가 파괴된 진격로를 발견하면 곧바로 공병대가 보수하고 바로 전차가 지나가게 하면서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5. 승리에 대한 절박감과 치열함

독일군이 창의적인 전략과 전술을 만들어 내고 강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핵심 원동력의 기저에는 승리에 대한 절박감과 치열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1차대전 이후 베르사유 조약에 의해 모든 전쟁의 책임을 지게 된 독일은 최악의 치욕을 맛보게 됐다. 배상금과 영토 축소를 포함해 독일에 부여된 모든 책임들이 보통의 수준을 넘어 과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독일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쟁 전 최강의 군대라는 자부심을 가졌던 군부의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언젠가 이 치욕을 갚겠다는 승리와 복수에 대한 열정을 자극했다.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약자로서의 굴욕을 씻을 수 없다는 절박감, 이를 위해 전쟁에서 이겨야만 한다는 강력한 동기가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전략을 창조하게 하고 불가능하게 보이는 전술도 성공시키게 한 것이다.

또한 독일의 지리적 위치, 전투 자원에서 상대적인 경제적·물질적인 제약도 그들로 하여금 절박감을 갖게 해 창의적인 방법을 찾도록 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독일은 서부전선에 프랑스, 동부전선에 소련 등 사방으로 군사 강국에 접해 있었다. 또한 석유 등 군수물자 보급도 쉽지 않았고 지속적인 병력 확보에도 문제가 있었다. 사실 1차대전의 경우 연합군이 확실한 승리를 거뒀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전쟁을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었던 독일은 베르사유 조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독일은 더더욱 전투 자원의 열세를 극복하고 단기간 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도입해야만 했다. 이러한 환경적 제약이 독일군으로 하여금 보다 창의적이고 과감한 전략·전술을 창안하고 실행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자신만의 ‘차별적 다름’을 만들어야

독일군에서 우리는 기업들이 열세를 극복하고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우선 독일군이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무기와 전략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활용한 것처럼 남과 유사한 전략이 아닌 ‘한계 극복을 위한 차별화된 나만의 방식’을 찾고 실행해야 한다.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저서 ‘다윗과 골리앗’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골리앗과 동일한 결투 전략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약자들은 강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싸워서는 승산이 없다. 또한 강자들의 강점은 관점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약점이 될 수도 있고 약자들은 그것을 이용해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지속적인 학습과 관찰을 통해 향후 산업·기술 등의 움직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고객이 느끼는 불편이 무엇인지 섬세하게 살펴야 한다. 그리고 한 발 앞서 핵심 변화를 감지하고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물론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대부분의 기업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검증돼 관행처럼 굳어진 일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에 어긋나는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다. 문제는 기존의 성공 방식이 항상 유효한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시대에 뒤떨어질 수 있고 심지어 미래 성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기존에 해오던 것과 다르다고 해서 독특한 아이디어나 새로운 방식을 단순히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폄훼하지 말고 그 밑에 숨어 있는 의미를 찾아내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김범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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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1년 새 500만달러 기부

신경숙 작가 심포지엄 등 한국학센터 지원 잇달아

24일(현지시간) 미국 UC버클리대 동문회관에서 한국문학 심포지엄이 열렸다. UC버클리대 한국학센터가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의 하이라이트는 소설가 신경숙과의 대화. 지난 6월 장편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의 영문판이 출간되면서 미국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는 신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자리였다.

이 심포지엄은 삼성전자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UC버클리대에 300만달러를 기부했다. 대학 내 한국학센터에 대한 지원을 통해 한국문학 및 문화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UC버클리대 동아시아어문학과에는 한국·중국·일본학 코스가 개설돼 있지만 주전공인 중국학과 일본학과 달리 한국학은 부전공이다. 삼성전자의 기부에 힘입어 한국학의 주전공 승격을 위한 교수 충원과 커리큘럼 확충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에는 UC버클리대 나노과학 및 나노공학과에 200만달러가량을 기부했다. 한국학센터 기부금을 포함해 1년 새 삼성전자의 기부금액이 500만달러를 넘는다. 해당 학과에 '삼성 석좌교수제'가 만들어지고 나노과학 분야의 석학인 폴 알리비사토스 재료공학과 교수가 임용된 것도 이 덕분이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UC버클리대에 공을 들이는 것은 단순한 메세나(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 차원을 넘어 글로벌 비즈니스 강화를 위한 투자 차원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수혈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에 세운 연구개발(R&D) 센터 10곳 중 7곳이 실리콘밸리에 있고 구글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 북부 새너제이에 3억달러를 들여 대규모 반도체 R&D 센터를 짓고 있다. 내년 여름 완공되는 새너제이 R&D 센터에는 약 2,000여명의 연구인력이 근무할 예정이다.

새너제이 R&D 센터의 주된 연구 분야는 시스템 반도체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뒤처진 비메모리 분야 기술력 강화를 위해서는 현지 연구인력 충원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 우수 인재 확보 차원에서 미국 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삼성종합기술원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해외 대학과의 공동연구에서도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지난해 삼성종기원이 선정한 글로벌 공동연구(GRO·Global Research Outreach) 프로그램 74개 중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대는 5개와 3개를 각각 수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지 대학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실리콘밸리 내 벤처기업과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2년 하반기에 실리콘밸리 내 벤처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인큐베이팅을 위해 삼성 전략·혁신센터와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연이어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 7월 스탠퍼드대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스타트업 기업 지원을 위한 '액셀러레이터'를 개소했다. 8월 스마트홈 플랫폼 개발 업체인 스마트싱스와 같은 유망 기업을 인수합병(M&A)하기도 했다. 경쟁자인 애플의 본거지에서 '스마트폰발 위기'를 극복하는 돌파구를 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성행경·이종혁기자 sain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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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IT 산업의 새 성장동력…떠오르는 '실버 서퍼'

[ 김보라 기자 ]

“역사상 가장 건강하고 돈 많은 노인들이 몰려온다.”

전 세계에 고령화 바람이 불면서 ‘실버 경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는 2050년 20억명을 넘어서 현재의 두 배에 이를 전망이다. 이때가 되면 65세 이상 인구 수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5세 이하 어린이 인구를 넘어선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60세 이상 노년층이 된 베이비부머 세대는 2020년 15조달러(1경6000억원)에 달하는 구매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확 달라진 은퇴 후 삶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 국가는 현재 독일·일본·이탈리아 세 나라다. 그러나 2020년까지 프랑스·네덜란드·스페인 등 13개 국가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30년에는 한국·미국·영국 등 34개국이 초고령 국가에 진입할 전망이다. 고령화는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에서도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의 진행 속도가 특히 빠르다. 2015~2030년까지 중국·독일·일본·홍콩·러시아 등 16개 나라에서는 10% 이상 생산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60세 이상 노년층이 된 베이비부머 세대는 강력한 구매력을 갖고 있다. 이들은 과거 세대와 다르게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고, 스포츠 등 야외 활동을 즐긴다. 은퇴 후 여행을 떠나는 미국인은 1993년 9.7%에서 2012년 13%로 늘었다. 또 해외 주소로 사회보장 연금을 받는 사람도 36만명으로 10년 전보다 10% 증가했다. 집안에서 지루하게 보내는 삶보다 적극적인 여가 활동을 즐긴다는 뜻이다. 미 은퇴자연합의 조디 홀츠맨은 “오래 산다는 건 중년이 길어진다는 것이지, 늙는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장수인구가 늘어난다는 건 돈 쓰는 중산층이 늘어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한 고령층의 급증은 새로운 소비층의 부상을 의미한다”며 “이들의 구매력은 18~39세에 집중되는 주요 소비 타깃층보다 압도적으로 크다”고 분석했다.

피라미드→마천루 ‘인구 대변화’

피라미드 모양의 인구분포가 마천루 형태로 변하면서 산업계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차, 시계, 스포츠 기구, 명품 등 소비재 시장은 나이 든 중장년층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 업체와 자동차, IT기업, 재무서비스 기업, 제약회사 등은 고령층의 수요에 맞춰 주력 상품을 재편 중이다.


이미 명품 소비재 시장은 고령층이 장악하고 있다. 미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IHS오토모티브에 따르면 65세 이상 미국인이 구입한 신차는 올 들어 전체 판매량의 20%를 차지했다. 이는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전인 2004년 11%에서 9%포인트 뛰어오른 것이다. 반면 18~34세 연령층의 신차 구입 비중은 같은 기간 17%에서 11%로 하락했다.

다국적 기업들은 노년층 소비자들의 새 물결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는 운전석이 심장마비를 진단해 차량을 멈추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의 30%가량이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착안한 결과다.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는 각종 센서와 스캐너로 교차로 등에서 고령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경고시스템을 선보이려고 일본에서 현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 인구 감소…경제엔 독 될 수도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머징마켓 경제가 둔화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글로벌 경제 성장이 약화되고 소득 불균형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오는 2060년까지의 중장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3.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평균 경제성장률이 2050년부터 2060년까지 2.4%로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점쳤다. 특히 그동안 글로벌 경제 성장을 주도해온 OECD 국가들의 성장률은 2050~2060년에 현재보다 절반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OECD는 보고서에서 “OECD 국가들은 인구구조적으로 두 가지 충격을 동시에 받게 될 것”이라며 “고령화의 노동인구 부족이 대표적”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경제의 균형이 OECD 비회원국으로 옮겨가면서 OECD 국가로 유입되던 고도의 숙련직 노동자가 줄게 된다는 얘기다. 실제 OECD는 2060년까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에서의 노동가능인구는 현재보다 20% 가까이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의 노동인구도 15%나 줄어들 전망이다. OECD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은퇴연령을 늦추고 고령자 고용시 기업들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T 산업의 새 성장동력…떠오르는 '실버 서퍼'

손녀의 발레 연습 장면을 실시간 영상으로 지켜보고, 102세 생일에 찍은 사진을 트위터 친구들과 공유하는 이른바 ‘실버 서퍼(silver surfer·인터넷을 즐기는 노인)’가 정보기술(IT) 산업의 새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60세 이상 돈 많은 베이비부머를 겨냥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전용 기기 등을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영국 방송통신 규제기관 오프콤에 따르면 영국인 베이비붐 세대(55~64세)의 인터넷 사용률은 2011년 25%에서 현재 약 35%로 증가했다. 미국은 60%를 넘어섰다. 이들 그룹의 온라인뱅킹 이용률은 2005년 대비 두 배로 늘었고, 4분의 1 이상은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즐긴다. 베이비붐 세대 10명 중 9명이 ‘셀피(셀카)’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IT기업은 실버 세대를 잡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스웨덴의 시니어 전용 스마트폰 제조사 ‘도로’는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등의 자판 크기를 키우고 단순화한 제품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애완견 역할과 스마트 기기를 결합한 노인 돌봄 로봇 ‘지보’, 일본 후지쓰가 내놓은 긴급호출 기능을 갖춘 전화 등도 인기다. 노년층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서비스인 ‘실버서퍼닷컴’은 지난해 말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월평균 방문자 수가 25만명을 넘어섰다. 노인 건강과 관련한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은 2020년 세계적으로 234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실버 세대가 IT에 눈을 뜨면서 장례 문화도 변하고 있다. FT는 “IT가 도저히 끼어들 틈이 없었던 상조산업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며 “자신이 원하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장례식을 직접 설계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김보라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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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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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용산 미군기지 전작권 전환 전까지 현 위치에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 양국은 연합사의 용산미군기지와 미 2사단 210화력여단의 동두천 캠프케이시 잔류에 각각 합의했다. 23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일대 모습. saba@yna.co.kr

용산기지이전계획·연합토지관리계획 수정 불가피

전작권 재연기와 '빅딜' 논란…지자체 등 반발 전망

(워싱턴=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한국과 미국은 2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제46차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와 함께 한미연합사령부와 미 2사단 210화력여단의 한강이북 잔류에도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행을 강조한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인 용산기지이전계획(YRP)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의 부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일 전망이다.

특히 반환되는 미군기지에 대한 개발 계획을 세워놓은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 연합사, 전작권 전환까지 용산기지 부지 10% 이내 계속 사용

한미가 2002년과 2004년에 각각 체결한 용산기지이전계획과 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르면 서울 도심의 9개 미군기지와 미 2사단은 2016년까지 모두 평택으로 이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연합사와 미 2사단 210화력여단은 현재 위치인 용산기지와 동두천의 캠프 케이시에 각각 당분간 남게 됐다.

정부는 연합사 핵심 기능과 210화력여단의 잔류는 한미 연합작전의 효율성과 대북억지력 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하면서 (당초 2015년 12월 전작권 전환과 함께 사라질 예정이던) 연합사를 어디에 두는 것이 안보에 도움이 되느냐를 놓고 고심했다"며 "국지도발과 전면전 등 위기상황에서 연합사가 우리 국방부 및 합동참모본부와 유기적으로 협조하려면 전작권 전환 때까지는 기존 용산기지에 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한미가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조건에 따르면 전작권 전환시기는 2020년대 중반으로 예상된다.

미2사단 210화력여단 2020년까지 경기북부 잔류 (동두천=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사진은 23일 210화력여단이 주둔하고 있는 동두천 캠프 케이시의 모습. andphotodo@yna.co.kr

전작권을 행사하는 연합사령관(미군 4성 장군)은 전시 한미 양국의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합의한 지침과 지시를 받아 한미연합군을 작전통제하기 때문에 연합사가 지금처럼 우리 군 수뇌부와 가까운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단 용산기지 내 연합사가 사용중인 핵심 시설은 전시작전권 전환 때까지 연합사가 계속 이용하게 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연합사의 본부기능은 현재 위치에 남는다"며 "이에 따라 용산기지 메인포스트에 있는 연합사 본부 건물(화이트 하우스)과 작전센터(CC서울), 미 8군사령부 건물이 위치한 필수 부지는 반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원래 기존 합의에 따르더라도 용산기지 내 사우스 포스트의 일부 부지는 용산기지를 반환해도 주한미군이 사용하도록 돼 있었다"면서 "그것을 포함해 전체를 100이라고 봤을 때 이 가운데 10% 이하(부지 면적)로 연합사 본부가 유지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 美210화력여단 2020년께까지 잔류…"대화력전 능력 약화시킬 수 없어"

국방부 관계자는 210화력여단의 한강이북 잔류에 대해서는 "대화력전은 전쟁 초기 국가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이기 때문에 한미 연합군의 대화력전 수행능력을 약화시킬 수 없다는 점에 한미가 공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연장로켓(MLRS)과 전술지대지(ATACMS), 신형 다연장로켓 발사기(M270A1) 등으로 무장한 210화력여단은 북한이 전면전을 감행하면 북한군의 장사정포와 방사포 진지 등을 무력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평택으로 이전하면 전쟁 초기 임무수행에 지장을 받게 된다는 지적이 주한미군 기지 평택 이전 계획이 발표될 당시부터 제기됐었다.

군의 한 관계자는 "평택에 있는 210화력여단이 역할을 수행하려면 한강이북으로 전개돼야 하는데 전쟁 초기 도로사정을 고려하면 여의치 않을 수 있다"며 "따라서 한국군의 대화력전 수행능력이 보강될 때까지 잔류토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210화력여단의 평택 이전시기를 한국군 야전부대에 차기다연장 실전배치가 마무리되는 2020년으로 조정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부터 전력화가 시작되는 차기다연장은 210화력여단이 보유한 장비보다 사거리와 화력 면에서 더 우수하다"며 "2020년이 되면 한국군 화력부대가 210여단의 전쟁 초기 대화력전 능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기지 재배치 계획 수정 불가피

연합사와 210화력여단의 잔류는 군사적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주한미군기지 이전 사업의 수정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2004년 12월 한미 간에 체결한 용산기지이전협정(UA)과 미 2사단 등의 이전계획인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까지 받았다는 점에서 계획 수정에 따른 정치권에서의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연합사 및 210화력여단의 잔류로) 용산기지이전 및 연합토지관리의 기본계획은 수정할 필요가 없어 국회 비준 동의는 불필요하다"며 "한미는 용산기지이전계획에 합의하면서 현저한 변화가 있으면 양측 협의에 따라 수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뒀고, 연합토지관리계획에도 일정과 규모는 상호 합의에 의해 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고 밝혔다.

국회 동의 없이 용산기지이전 및 연합토지관리 계획의 일부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어서 이를 두고도 야권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 연합사나 210화력여단 부지는 지자체에 매각될 예정이었고, 해당 지자체는 이미 공원조성 등의 개발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라서 두 부대의 잔류로 해당 지자체와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등은 반환되는 용산기지를 대규모 도심공원으로 조성하고 동두천시도 210화력여단 부지를 다용도로 활용할 계획을 수립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연합사의 본부 기능이 용산기지에 남더라도 용산공원 조성계획에는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요청한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미국이 수용하는 대신 미측이 강력 요구한 연합사와 210화력여단의 잔류를 정부가 수용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어 이른바 '빅딜'이라는 지적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정부가 2015년 말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시기를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원칙에 따라 재연기하자고 요청한 상황에서 미측의 연합사 및 210화력여단 잔류 요청을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hojun@yna.co.kr

연합뉴스


지난 2012년 공개한 북한의 미사일을 패트리엇 포대가 수분 내에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요격 개념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킬체인 구축에만 17조원

F-35A·KF-X사업·차기다연장로켓 등에도 35조∼40조원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핵심 조건인 우리 군의 능력을 구축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국방비가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

군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2020년대 중반까지 독자 대응전력을 구축해 전작권을 조건에 기초해 환수한다는 방침이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핵심 조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체계와 킬 체인을 구축하는 데는 17조원이 소요된다. 올해에는 이미 1조1천771억원을 배정받았다.

17조원은 군사정찰 위성과 패트리엇(PAC-3) 미사일,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장거리 공대지미사일(타우러스)을 도입하는 데 주로 투입된다. 이 예산은 군이 긴급 필요한 전력 확보에 한정되어 있다.

군은 정찰위성을 제외한 나머지 전력을 2020년대 중반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최근 국가재정운영계획을 보면 국방비 배정을 축소하는 추세여서 군의 계획대로 정상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KAMD 체계와 킬 체인 필수 전력을 제외하고 전작권 전환 능력을 구비하는 데 필요한 다른 전력 확보 예산에도 35조∼4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킬 체인의 핵심전력이면서 북한지역의 핵심 표적을 중·장거리에서 타격하는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개발사업의 전체 예산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개발 중이거나 개발 단계에 있는 이들 사업비 총 규모는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며 내년 초에나 구체적으로 산출될 전망이다.

개전 초기 미군 증원전력이 도착하기 전까지 북한의 장사정포 진지를 격파하게 될 차기다연장로켓 사업비도 3조원에 이른다. 이 로켓은 내년부터 전력화될 예정이다.

차기다연장로켓 부대는 오는 2020년 이후 동두천의 미 2사단 예하 210화력여단의 임무를 승계받게 된다.

북한지역의 핵심표적을 공중에서 타격하는 F-35A 도입에 7조3천억원, 공군의 노후 전투기를 대체해 개발되는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에도 18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

여기에다 한반도 전체 해상을 커버하기 위한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3척 추가 건조와 2020년대에 전력화되는 3천t급 잠수함 1∼3번함 등의 건조에도 6조원 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들은 이런 천문학적인 예산을 2020년대 중반까지 정상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는 낙관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킬 체인과 KAMD 사업과 관련, "예산 투입이 올해처럼만 된다면 순항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예산 투입이 안 되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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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한겨레] ‘2013 국민 체력 실태 조사’ 결과 보니…이럴 수가!
한국, 중국·일본보다 체격은 좋은데 체력은 떨어져
남녀 불문하고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공통적 현상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내 지하체육관에서 주민들이 러닝머신 위를 달리며 체력단력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사람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중·일 3개국 중 가장 ‘저질 체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혜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 받은 ‘2013 국민 체력 실태 조사’ 자료를 24일 공개했다. 국민체력실태조사는 1989년부터 2년마다 실시되는 조사로 문체부는 2년 전에는 2011년도 실태조사 결과를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에 배포했지만, 1억7000만원을 들여 실시한 2013년 조사 결과는 문체부 홈페이지 자료실에 올려놨을 뿐 발표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8~10월 전국 성인 남녀 4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자료를 보면, 남녀를 불문하고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한국인의 체격은 중국, 일본에 비해 좋아졌지만 체력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남자의 경우 20대 초반(19~24살) 한국인 평균 신장이 175.5㎝(일본 171.7㎝·중국 171.1㎝), 20대 후반(25~29살)은 175.8㎝(일본 171.9㎝·중국 170.7㎝) 등으로 50대 초반(50~54살)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한국인의 평균 신장이 일본, 중국보다 컸다. 여자의 경우는 전 연령대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연령 간 격차는 남녀 모두 50대 이상에 비해 20~40대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체중 역시 남자의 경우 전 연령대에서 중국, 일본보다 무거웠다. 20대 초반의 한국인 평균 체중은 72.2㎏으로 중국, 일본의 65.6㎏보다 크게 앞섰고, 20대 후반은 75.6㎏으로 일본(66.8㎏), 중국(68.7㎏)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40대 이후에는 한국이 여전히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지만 격차는 크게 줄어들었다. 여자의 경우는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는 한국 여성의 체중이 가장 앞섰고, 30대 후반 이후에는 중국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중국, 일본에 비해 체격이 좋은 것과 달리 체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악력 조사에서 남자, 여자 모두 전 연령대에서 일본, 중국, 한국 순서로 악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국 남성의 경우 악력이 20대 초반 43.1㎏에서 60대 초반에는 35.5㎏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것과 달리 일본은 60대 초반에도 42.5㎏(20대 초반 46.8㎏)을 기록해 한국 20대의 평균 악력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20m 왕복 오래달리기에서도 한국은 일본에 크게 뒤졌다. 한국 20대 초반 남성이 평균 53.3회를 기록한 반면 일본은 72.7회를 기록했다. 여성의 경우도 20대 초반에 한국은 평균 30.7회, 일본은 평균 38.9회를 기록하는 등 큰 차이가 났다.

65살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눈뜨고 외발서기, 6분 동안 멀리 걷기에서도 한국은 일본에 비해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65살 이상 남성이 6분 동안 528m, 501.9m를 걷는 동안 일본은 각각 625.3m, 571.9m를 걸었다. 눈뜨고 외발서기의 경우에는 65살 이상 한국 남성과 여성이 각각 28.6초와 29.6초를 버티는 동안 일본은 각각 85.3초와 82.4초를 버텨 3배 가량 차이가 났다.

이처럼 우리나라 국민이 일본, 중국보다 체격은 좋지만 체력이 약한 것은 비만을 나타내는 신체질량지수(BMI)가 남녀 모든 연령층에서 일본보다 높게 나타난 것과도 관련이 있다. 남성의 경우 모든 연령대에서 정상체중 범위인 18.5~22.9㎏/㎡을 초과해 과체중으로 나타났고, 여성의 경우에는 40대 후반부터 평균치가 정상체중 범위를 초과했다.

박혜자 의원은 “체력은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를 반영하는 건강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국민체육진흥기금을 국민체육진흥과는 아무 관련 없는 기업체들의 외국 홍보비로 보조해줄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체력과 건강한 정신을 위해 생활체육에 투자해달라”고 촉구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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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알게될수록 삶은 절실히 다가온다

죽음학 수업 / 에리카 하야사키 지음, 이은주 옮김 / 청림출판

미국 뉴저지주 유니언의 킨 대학교에는 3년을 기다려야 들을 수 있는 수업이 있다. 응급실, 중환자실, 정신병동에서 20년간 근무하고 킨 대학교로 옮겨 죽음에 대해 강의하는 노마 보위 교수의 ‘긴 안목으로 보는 죽음’이 바로 그 수업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죽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웰빙(well-being)’을 넘어 ‘웰다잉(well-dying)’을 조명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웰다잉을 훨씬 오래전부터 연구해왔던 노마 교수를 관찰한 저자는 ‘죽음학 수업’에서 학문이 아닌 생활을 통해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 죽음을 통해 오히려 삶의 소중함을 느끼라고 설파한다.

한국계인 조승희라는 졸업반 학생의 만행으로 밝혀져 한국 역시 큰 충격에 빠뜨렸던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조승희는 32명을 죽이고 20여 명에게 부상을 입힌 뒤 자살했다) 발생 당시 기자로 활동했던 저자는 이 사건을 계기로 죽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며 노마 교수를 찾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노마 교수를 통해 알게 된 소설 같은 실화를 들려준다.

케이틀린이란 여성이 있다. 반복되는 엄마의 자살 시도로 강박증에 걸린 그는 엄마 대신 동생을 죽을 때까지 돌보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동생 역시 자살을 택한 후 알게 된다. 누군가의 삶을 통제하려는 마음을 버려야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조나단이라는 남성도 있다. 재혼한 엄마의 새 남자친구에게 매맞던 조나단은 형제들과 함께 아버지 슬하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날 아버지가 거실에서 한 여성을 칼로 찔러 무참히 살해한다. 그 여성은 엄마였다. 언론은 아빠를 정신이상자로 몰았으나 조나단은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2년 후 조나단은 아버지가 같은 모습을 한 채 서 있는 동생 조시를 발견한다. 그런데 케이틀린과 조나단은 연인이다. 케이틀린은 조시의 정신분열증을 염려했지만 조나단은 화만 냈다. 하지만 조시는 조나단을 칼로 찔렀고, 조나단은 케이틀린의 인생을 위해 이별을 통보한다. 이 끔찍한 이야기 속에는 가족, 연인, 사랑이라는 희망과 자살, 이혼, 살인이라는 절망이 공존한다. 바로 그 속에서 저자는 죽음을 깨닫고 그 틈바구니에서 피어난 삶을 깨우치라 말한다.

노마 교수는 학생들에게 죽음을 가르치기 위해 유서를 쓰게 하고 공동묘지, 시체 안치소, 장례식장에 데려가고 수용소에서 살인자들과 대화를 나누게 한다. 이 수업의 첫 과제는 ‘세상을 떠난 누군가에게 작별 편지를 쓰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죽음학 수업’은 마치 강의를 듣듯 챕터 별로 구성돼 있다. 챕터가 끝날 때마다 노마 교수가 실제로 학생들에게 내주는 과제가 독자에게도 주어진다. 그걸 따라가며 ‘죽음학 수업’을 읽는다면 더욱 쉽게 죽음을 이해해갈 수 있을 것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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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동남아시아의 관광 대국인 싱가포르가 2015년에 가볼 만한 최고 여행지로 선정됐다. 영국의 종합 여행 미디어업체인 론리플래닛은 최근 발간한 여행안내서인 '2015 최고 여행지(Best in Travel 2015)'를 통해 싱가포르를 2015년 최고 여행지로 꼽았다. 론리플래닛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싱가포르는 연중 내내 축제 분위기"라며 "건국 50주년인 2015년에는 더욱 많은 볼거리가 생겨날 예정"이라고 1위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론리플래닛은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사진)등 호화로운 숙박업소는 싱가포르의 관광을 한 단계 상승시켰다"고 덧붙였다. 안내서에 따르면 싱가포르와 동남아시아 문화 예술 작품을 대대적으로 전시할 싱가포르국립미술관(2015년 개장)도 필수 코스가 될 예정이다. 특히 1965년 말레이시아연방에서 독립한 지 50주년이 되는 8월 9일께에는 '대대적인 축제'가 열릴 것이라며 적절한 여행 시기도 제공했다.

나미비아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TV에서만 접할 수 있는 야생동물을 구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2015년 최고 여행지 2위로 선정됐고, 리투아니아, 니카라과, 아일랜드 등이 뒤를 이었다.

국가가 아닌 도시 단위 기준으로 선정한 순위에서는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가 2015년 최고 여행지로 선정됐다. 워싱턴DC에서는 내년 미국의 노예 해방을 이룬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암살 150주년을 맞이해 대대적인 기념행사가 열린다. 론리플래닛은 업체가 직접 고용한 여행전문가와 수많은 여행작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매해 최고 여행지를 선정한다. 지난해 '최고 여행지'에는 월드컵이 열렸던 브라질이 선정됐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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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 첫 부임지 허베이성 출신 리잔수, 비서·경호 기능 통합 관리

군대서 인연 맺은 푸젠성 차이잉팅, 차기 중앙군사위원 후보

저장성 샤바오룽·상하이 딩쉐샹, 정계 ‘떠오르는 별’ 급부상


시 주석은 1982년 3월 29세의 나이에 허베이성 정딩(正定)현 부서기로 지방근무를 시작했다. 허베이성 인맥의 대표는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이다. 우리로 치면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실을 합친 막강한 기구를 관할한다. 1983년 허베이성 우지(無極)현 당서기직을 맡은 뒤 인접 지역에서 일하던 시 주석과 인연을 맺었다. 시 주석은 2011년 리잔수가 당서기로 있던 구이저우(貴州)성을 4일 동안 방문, 이듬해 있을 권력 승계에 대비해 많은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양전우(楊振武) 사장은 인민일보 허베이성 주재 기자로 있던 1980년대 초에 시 주석과 교분을 쌓았다.

푸젠성에서 시 주석은 자오커스(趙克石) 인민해방군 총후근부장, 차이잉팅(蔡英挺) 난징(南京) 군구 사령원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푸젠성 퉁안(同安)에 본부를 둔 31집단군에서 근무한 공통점이 있다. 차이잉팅은 시 주석이 2012년 11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오른 후 첫 번째로 승진시킨 군부 고위급 인사로 차기 중앙군사위원 후보다.

허리펑(何立峰) 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과 차이치(蔡奇) 국가안전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은 시 주석이 1985년 푸젠성 샤먼(廈門)시에서 일할 때 만났다. 시 주석이 푸젠성에서 근무할 당시 부하직원이었던 황쿤밍(黃坤明)은 항저우(杭州)시 서기로 있다가 지난해 중앙선전부 부부장으로 발탁됐다.

시 주석이 저장성에 근무할 때 천민얼(陳敏爾) 구이저우성 성장은 선전 책임자였다. 시 주석이 저장성 당 기관지에 주간 칼럼을 게재할 때 도움을 줬다.

리창(李强) 저장성 성장은 앞으로 다른 성의 당서기를 맡거나 베이징으로 올라와 직접 시 주석을 보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샤바오룽(夏寶龍) 저장성 당서기는 시 주석보다 1년 뒤 저장성에 발을 담갔으며 소수민족 분규지역인 신장(新疆)자치구를 맡을 것이란 설이 꾸준히 돌고 있다.

지난 8월 지린(吉林)성 당서기에 기용된 바인차오루(巴音朝魯)는 몽골족 출신이다. 시 주석보다 1년 앞선 2001년에 저장성으로 발령을 받았다. 중산(鐘山) 상무부 부부장, 잉융(應勇) 상하이시 부서기, 러우양성(樓陽生) 산시(山西)성 부서기는 모두 저장성에서 태어나 시 주석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시 주석은 상하이에서 2007년 3월부터 그해 10월까지 8개월가량 근무했다. 딩쉐샹(丁薛祥) 중앙판공청 부주임은 중국 정계의 떠오르는 별로 불린다. 팡싱하이(方星海)는 시 주석에게 금융발전에 대한 메모를 직접 전달할 정도다. 양샤오두(楊曉渡) 중앙기율위 부서기는 상하이 기율위 서기 출신이다.

<베이징 | 오관철 특파원 ok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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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공공선택 시각으로 본 사회 <6> 공기업 개혁과 시장경쟁

부채비율 공기업 253%, 민간 141%

정부·정치권, 경영정상화 나섰지만 도덕적 해이·낙하산 인사 등 여전

공기업 개혁 지지부진한 이유는 사회적 이익 커도 개인 이익 적다 여겨

아무도 나서지 않는 '합리적 無知' 때문

美 워싱턴주 '굴 서식지' 민영화 실험, 공기업 정상화 핵심 엿볼 수 있어


요즘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게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공기업의 부채 문제와 방만 경영이 도마에 올랐다. 공기업에 대한 관심이 큰 이유는 한국 사회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공기업 부채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2013년 말 기준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374조2000억원으로 국가채무(482조원)의 77% 수준이고, 여기에 금융공기업 부채를 포함하면 국가채무 규모를 훨씬 웃돈다.

공식적으로 한국의 주요 공기업 부채는 국가부채에 포함되지 않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국가부채 기준으로 볼 때는 공기업 부채를 포함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국가부채는 2배 이상 늘어난다. OECD 국가 중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공기업을 포함할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료가 공개된 OECD 국가 가운데 한국만큼 GDP 대비 공기업 부채가 큰 국가는 드물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정부와 정치권은 2013년 말 ‘공공부문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공기업 부채와 방만 경영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개선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고질적인 관행 역시 종식되지 않고 있다. 전문성과 투명성이 결여된 정치권과 정부 고위관료의 낙하산 인사,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단지 개혁의 시간만 끌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기꺼이 개혁의 총대를 메려하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가 도사리고 있다. 개혁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개인은 들이는 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작기 때문에 그저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개혁이 사회 전체적으로 훨씬 더 큰 이익을 가져옴에도 말이다.

공익을 명분으로 한 공기업의 사업은 궁극적으로 특정 집단에 유리하도록 자원을 배분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기업의 사업에 대한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비효율적 생산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경영성과를 비교해보면 공기업의 경영성과가 더 부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표 참조). 공기업의 수익성이나 안정성 또는 현금흐름 측면에서 모두 민간기업의 경영지표보다 더 낮다고 볼 수 있다.

2013년 기준 주요 공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수익성)은 3.2%로,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대상인 46만4000여개 기업의 평균 매출액 영업이익률 4.1%보다 낮다. 특히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주요 공기업 평균이 253%인 데 비해 민간기업은 141%에 불과하다. 그런데 오히려 임금수준은 민간에 비해 더 높을 뿐만 아니라 직장의 안정성도 더 탄탄하다.

학력 구분과 연령 증가에 따른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임금수준을 비교한 국회 예산정책처의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임금분석’(2014)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경우 모든 학력에 걸쳐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임금 상승도 더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전문대졸의 경우 입사 초반에는 공기업 임금(196만원)이 민간기업(213만원)보다 낮은데 이듬해부터는 임금수준이 역전돼 30년쯤 지났을 때 공기업 임금은 651만원으로 민간기업의 580만원보다 높다. 그야말로 ‘저효율 고비용’ 구조인 것이다.

경영성과가 떨어지는데도 어떻게 임금이 더 높을 수 있는가? 공기업은 민간에 비해 돈을 빌려 사업을 하기가 용이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 빌린 돈을 갚아야 할 책임소재도 불명확하다. 정부 보증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주 체서피크만 연안의 굴 생산량이 감소하자 메릴랜드주 정부는 1970년대 중반 굴 서식지를 ‘공공화(公共化)’했다. 굴 채취에 대한 수확시기와 기간, 장소, 사람 및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했는데 결국 굴 생산량은 과거 생산량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반면 워싱턴주는 굴 서식지를 ‘완전 민영화’했는데 굴 서식지 환경이 더 양호해지고 잘 관리되면서 양질의 굴이 많이 생산됐다. 워싱턴주와 달리 메릴랜드주에서는 굴 수확을 늘리기 위한 민간의 자체 노력보다는 정부 지원하의 구제금융이나 보조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공기업 정상화의 핵심은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기업의 부채를 감축하고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경쟁과 민영화의 압력이 필요하다. 시장경쟁과 민영화는 공기업의 창의와 혁신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 공기업이 외압에 의해 무모한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을 제거하고, 생산성과 수익성의 향상 없이 과다한 복리후생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따라서 공기업 정상화 과정에서는 시장경쟁에 노출시키는 부실 공기업의 민영화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 공기업 개혁 선결조건…경영의 독립성·책임성

공공선택학에서는 정부의 규모와 역할이 비대해질수록 사회적 효율성이 증진되기 어렵다고 본다.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도 정부 부문의 큰 축이기 때문에 그 규모가 확장될수록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저해되고 민간의 창의와 활력이 위축된다는 것이다. 공기업과 관련된 지대(地代·rent)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도 공기업 개혁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메릴랜드주 체서피크만 굴 서식지 사례처럼 한국도 2000년 전후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KT&G 포스코 KT 등)은 모두 시장 경쟁을 위해 군살을 빼고 체력을 길렀다. 그 결과 타 공기업에 비해 수익성이나 안정성이 모두 개선됐다(그림 참조).

2000년대 초 민영화되기 전 공기업과 민영화 기업의 부채비율과 수익성은 비슷했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 공기업의 부채비율은 지속적으로 악화된 반면 민영화 기업의 부채비율은 꾸준히 개선됐다.

정부는 공기업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 같다. 방법론적으로 개인의 합리적 선택을 수용하는 공공선택학적 관점에서 보면 관련 이해당사자의 유인체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기업 개혁의 선결조건은 독립성과 책임성이다. 그런데 공기업의 지배구조는 정치적 영향과 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낙하산 인사의 관행도 여전하다. 정부는 구분회계제도 도입 확대,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의 실효성 제고,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강화 등 기존의 제도를 좀 더 엄격하게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같은 개선안이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간기업과 달리 공기업은 파산의 두려움이 없다. 경쟁 압력도 없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개혁의 유인도 크지 않다. 이처럼 공기업을 둘러싼 이익집단과 노조, 관료, 정치권 등의 ‘철의 삼각지대(iron triangle)’는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시간이 갈수록 공기업 개혁은 추진력을 잃게 된다. 근본적으로 공기업의 독립적 경영과 책임, 그리고 시장경쟁에 노출시키지 않는 한 공기업 개혁은 요원할 것이다.

김영신 < 한국경제연구원·부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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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에드워드 울프뉴욕대 교수
토마 피케티의 책 '21세기 자본'에 대한 분석이 끝나려면 한참 남았다. 유산에 대한 논점을 생각해보라. 시간이 흐르면서 가계의 부(富)에서 유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게 맞는 말인가?

흔히 유산과 증여('부의 이전'이라 표현하는)가 불평등하게 분배된다는 주장은 옳다. 지난 2007년 기준 미국 가정의 5분의 1만 유산 상속을 받았다. 이런 수혜자들은 소득이 높고, 부유한 고위층이다. 그리고 부유한 젊은이들은 같은 또래 가난한 젊은이에 비해 부유한 부모를 두었고, 이들로부터 많은 상속을 받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속자들 사이 불평등 요소가 나타났다. 2007년 상속자 중 7.4%만 100만달러 이상을 받았다. 액수를 기준으로 상위 1%가 전체 상속 액수의 35%를 물려받았고, 상위 20%는 전체 액수의 84%를 물려받았다. 즉, 유산은 가계 순자산처럼 불평등하게 나뉜다.

그러나 이런 통계가 유산이 가계 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가고 있으며, 부의 불평등을 가중시킨다는 피케티 이론에 맞는 수치는 아니다. 사실 1989~2010년 미국 통계치는 두 가지 주장 모두 반박하고 있다.

1989~2010년 상속 가치 평균값은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면 24% 늘어났을 뿐이다. 이는 연평균 증가율로 치면 1% 정도에 불과하며, 같은 기간 연평균 1.7% 늘어난 순자산 증가율보다 적다. 이는 가계 순자산에서 부의 이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 29%에서 26%로 떨어졌다는 걸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부자의 재산 증가분 중 부의 이전에 기인하는 것은 평균적으로 20% 미만이다. 중산층 경우의 3분의 1 수준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특히 가장 부유한 상위 1%의 경우 이 비율은 현저히 떨어져 1989년 23%에서 2010년 11%로 줄었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하나는 평균 수명 증가인데, 이로 인해 1년에 이루어지는 상속이 줄었고 길어진 삶을 위해 필요한 의료 비용은 증가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산을 사회 환원하려 하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고 부자들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부의 이전은 부의 균등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이런 주장이 얼핏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부자들이 상속받는 부는 가난한 사람보다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재산 규모를 기준으로 보면 가난한 가정에 상속되는 상대적으로 작은 유산은 부유한 가정에 상속되는 유산보다 강한 효과를 가진다.

일반적으로 부의 이전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가구에게 이뤄지는데, 특히 상대적으로 부유한 부모로부터 상대적으로 가난한 자녀에게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효과는 재산이 여러 상속자에게 나눠지는 경우 더 두드러진다. 타고난 귀족들의 거대한 부는 세대에 걸쳐 분산된다. 많은 자녀가 있을수록 더 크다.

장기적으로 유산과 증여가 부의 불평등을 감소시킨다는 측면을 감안할 때 자신의 부를 다른 사람에게 이전하면 우리는 더 좋아진다. 그게 설사 가족들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에드워드 울프뉴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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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아

[신동아]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가 8월 26일 펴낸 ‘김우중과의 대화 : 아직도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는 대화체로 구성한 역사서이자 경영서다. 신흥국에서 탄생한 최대 다국적기업 대우의 흥망을 그 총수이던 김우중 전 회장의 입을 빌려 서술했다.

1999년 대우그룹 해체는 당시 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 기업의 파산으로 기록됐다. 개발도상국에서 태어나 세계로 나아간 이 다국적기업은 1997년 동아시아를 타격한 금융위기 와중에 몰락했다.

 


Catch-Up 실행가와 해석가”

9월 2일 서울 중구 한국금융연구원에서 만난 신 교수는 ‘정사(正史)’와 ‘야사(野史)’라는 낱말을 사용하면서 대우의 몰락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를 설명했다. “야사와 정사가 뒤바뀌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내 견해가 정사였는데 지금은 야사다. 성장동력을 되찾으려면 정사와 야사가 원래 위치로 되돌아가야 한다.”

‘김우중과의 대화’는 발간되자마자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김 전 회장이 15년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내서다. 언론은 “무리한 확장 경영으로 부채가 늘어나 시장에 의해 무너졌다”와 “다른 처방을 제시하면서 관료에게 맞서다 본보기로 해체됐다”는 주장의 대립에 주목했다. 신 교수는 “책의 초점이 조명받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한국 경제의 방향과 관련한 중요한 논쟁을 담았는데 그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는 게 아쉽다는 뜻이다.

지난 일을 회고할 때 잘한 일은 허용되는 범위에서 돋보이게 말하고, 잘못한 일은 말하지 않거나 합리화하는 게 사람 심리다. 김 전 회장도 비슷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화와 자료를 취사선택해 책으로 엮은 사람 또한 정보를 처리해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의 소신이나 믿음을 투영하게 마련이다.

경제학자로서 저자의 성향을 파악하면 ‘김우중과의 대화’의 행간을 더욱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 신 교수는 주류 경제학(신고전학파)에서 비켜선 학자다. ‘보이지 않는 손’(자유시장)보다 산업정책, 산업금융 같은 국가와 민간의 협력을 강조한다.

신 교수는 한국 경제가 선진국을 ‘캐치업(Catch-Up·따라잡기)’하는 과정을 20세기 후반의 일본, 19세기 후반의 유럽과 비교한 연구로 학자로서의 이름을 알렸다. 한국의 반도체·철강산업을 틀로 삼아 제도와 기술이 캐치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고찰하기도 했다.

그는 ‘김우중과의 대화’를 ‘캐치업의 실행가(Practitioner of catch-up)’와 ‘캐치업의 해석가(Interpreter of catch-up)’의 만남으로 규정했다. 그에게 김 전 회장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창업 1세대의 한 명이면서 “세계를 경영한 민족주의자”지만, 많은 사람에게 경제적 피해를 안긴 중범죄인이기도 하다. 2006년 법원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김 전 회장에게 징역 8년6개월과 추징금 17조9253억 원을 선고했다. 그룹 해체 후 대우 계열사에 공적자금으로 투입한 국민 세금이 30조 원에 달한다. ‘김우중과의 대화’에 담긴 시각이 논쟁적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비주류 경제학자’의 김우중論

▼ 세계 경제학계에서 비주류다.

“비주류? 맞다. 비주류라 하지 말고 혁신적 경제학자라고 해달라. 비주류가 혁신적일 수 있다.”

신 교수는 학자로서의 성향이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비슷하다. 2002년 장 교수와 함께 ‘Restructuring Korea Inc.’(2002,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 적도 있다.

“‘Restructuring Korea Inc.’에서 가장 잘못된 구조조정 사례로 꼽은 것이 대우차였다. 한국 경제가 IMF(국제통화기금)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완수했다는 주장이 지금껏 정사의 위치에 있다. 나는 1998년부터 일관되게 IMF 프로그램을 비판해왔다. 한국의 저성장과 양극화는 모두 당시 잘못된 구조조정의 산물이다. 우리는 ‘Restructuring Korea Inc.’를 쓰면서 저성장 시대가 오리라 예측했다. 경제학자로서 예측이 들어맞은 데 자부심을 느끼지만, 한국 경제가 나빠진 것이 안타깝다. 더 늦기 전에 경제 발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신 교수(80학번)는 장 교수(82학번)의 서울대 경제학과 2년 선배다. 신 교수가 2학년을 마치고 입대해 두 사람은 3, 4학년을 함께 다녔다. 신 교수는 대학을 졸업하고 ‘매일경제’에 입사해 14년 동안 기자, 논설위원으로 일했다.





“1998~99년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해외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비판한 사람이 장 교수라면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비판한 사람이 ‘매일경제’ 논설위원이던 나다. 경제학계에서 나와 생각이 가장 비슷한 경제학자가 장하준이다. 1999년 유학을 떠나면서 학교를 결정할 때 장 교수에게 조언을 청했다. 장 교수는 박사학위를 받기 전인데도 능력을 인정받아 교수로 발탁됐다. 장 교수가 케임브리지대 교수로서 처음 가르친 학생이 나다. 선배에서 후배도 아니고 제자로 두 단계 강등된 셈이다. ‘한국 경제의 문제점은 크지 않았다. IMF 구조조정이 잘못됐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영국과 싱가포르에서 함께 책을 쓸 수 있었던 까닭이다.”

장 교수가 쓴 책과 관련한 영미권 서평에서 ‘provocative(도발적인)’ ‘contrarian(이단적인)’ 같은 단어를 찾아볼 수 있다. 주류 경제학을 비판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23 things that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는 ‘(주류 경제학 탓에) 세계경제는 만신창이가 되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1999년 대우車, 2009년 GM

신 교수는 1998년부터 한국의 관료들이 IMF 프로그램에 따라 구조조정을 잘못하면서 한국 경제가 망가졌다고 여긴다. ‘김우중과의 대화’는 대우그룹과 GM을 비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책의 첫 대목을 요약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신흥국 출신 세계 최대 다국적기업으로 떠오른 대우그룹은 1997년부터 벌어진 아시아 금융위기 소용돌이 속에서 몰락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대우가 신흥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벌인 자동차 투자를 부실로 단정하고 유동성을 지원해 살리기보다 대우그룹을 해체하는 길을 택했다. 반면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GM은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 와중에 도산 위기를 맞았지만 2009년 미국 정부가 인수하고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해줬다. GM은 이 과정에서 ‘정부자동차회사(Government Motors)’라는 오명을 얻었지만 불과 4년 만에 회생했다. 정부도 투입자금의 80%가량을 회수했다.”

신 교수는 9월 2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부연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때 한국과 정반대로 했다. 한국은 금리를 30%로 올렸는데, 미국은 0% 가까이로 낮췄다. 양적완화에도 나섰다. 대마(大馬)는 불사(不死)했다. 정부 돈이 들어간 GM, 씨티은행, AIG 등의 경영진도 바뀌지 않았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를 ‘더블 스탠더드(Double Standard)’라고 비판한다. 나는 그것을 싱글 스탠더드(Single Standard)라고 규정한다. 잣대가 ‘선진국의 이익’ 단 하나이기 때문이다. 신흥국이 금융위기를 겪으면 구조조정을 강요해 헐값에 자산을 매입하고, 자신들이 금융위기를 겪으면 정부가 지원해 기업을 살린다.”

외환위기 때 한국에 요구한 프로그램대로라면 GM도 대우차처럼 정리됐어야 한다는 것.

“이헌재(김대중 정부 때 금융감독원 원장, 재정경제부 장관), 강봉균(김대중 정부 때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재정경제부 장관) 때려잡자고 책을 낸 게 아니다. 대우가 타살이냐, 자살이냐는 논쟁만 보도됐는데, 해체 15년 후 과거 일을 하소연하는 것에 누가 관심을 갖겠나. 경제 관료들이 대우를 죽일 의도가 있었느냐, 없었느냐 하는 것은 한국 경제와 관련해 극히 일부분의 얘기다. 금융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와 관련해 관료들과 김 전 회장의 철학이 완전히 달랐고, 해법을 놓고 대결했으며, 결과적으로 누구 말이 옳았는지가 중요하다.”

▼ 김 전 회장을 어떻게 만났나.

“2010년 여름 김 전 회장 측근에게서 전화가 왔다. 김 전 회장이 내가 쓴 책, 칼럼을 흥미롭게 읽는다면서 한번 만나보고 싶어 한다고 했다. 캐치업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유일하게 생존한 창업 1세대 아닌가. 이틀에 걸쳐 15시간 동안 대화했는데, 살면서 한 사람과 그렇게 집중적으로 얘기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두 사람이 경제 발전 과정과 국제금융시장을 들여다보는 시각이 비슷했다. ‘선진국 하는 짓을 봐라, 속아서 당한 것’이라고 일관되게 비판해왔는데, 김 전 회장의 생각도 유사했다. 그후 서울, 하노이 등에서 20차례 넘게 만나 150시간 넘게 대화했다. 대화 내용을 책으로 내기로 합의한 뒤 방향과 관련한 의견 다툼이 생겨 접기로 한 적도 있다.”

▼ 대우는 세계경영을 모토로 과도한 확장 투자를 벌이다 부실이 쌓여 몰락했다는 게, 신 교수 표현대로라면 정사(正史)다.

“외환위기 이후의 한국만큼 부채를 줄이고, 다각화를 없애고, 공정거래법을 강화한 나라가 없다. 선진국을 캐치업하려면 부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자본이 축적된 선진국과 상황이 다르다. 빠르게 성장해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빚을 내야 한다. 부채 비율이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 프랑스, 이탈리아 기업의 부채 비율이 1980년대 후반 360%가량이었다.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그와 비슷했다. 이헌재 씨는 200% 이하로 부채 비율을 낮출 것을 요구했는데, 나는 그 정책을 ‘IMF 플러스’라고 부른다. 당시 일본 기업의 부채비율이 200% 수준이었는데, 1년 반 만에 일본 수준으로 부채 비율을 낮추라는 건 그 사이에 일본만큼 선진국이 되라는 것과 똑같은 얘기다.

1998년 상반기 30대 그룹 중 16개가 도산했다. 흑자부도가 많았다. 힘없는 기업은 바로 쓰러졌다. 대우는 그나마 신용이 있어 단자회사에서 자금을 조달해 버텨갔다. 한국은 외채를 조달해 정부가 산업금융을 통해 민족기업을 육성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발전시켰다. 그게 우리의 경쟁력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캐치업을 할 수 없었다. 부채비율을 200%로 낮추라니까 자산을 헐값에 내다팔지 않았나. 2008년 GM의 사례에서 보듯 선진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부가 기업에 돈을 더 지원했다.”

 





후발국의 불균형 성장


8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우특별포럼에 참석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인사말 도중 눈물을 흘렸다. 그는 “대우의 공과를 평가해달라”고 말했다.

 


▼ 축적된 자본을 대기업에 몰아준 불균형 성장전략과 그로 인한 방만한 확장 경영이 한계에 다다랐던 건 아닌가.

“세계 어디에도 ‘균형 성장’을 한 나라가 없다. 후발국은 불균형 성장을 해야만 캐치업이 가능하다. 또한 기업이 여러 분야에 동시 투자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 그래도 1990년대 중반은 불균형 성장 모델을 버려야 할 시기가 아니었을까.

“재벌이 불균형 성장으로 컸는데,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이 다 죽었나? 일본과 비교하면 중소기업 성장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일본이 성장할 때는 주변에 부품을 조달할 곳이 없으니 직접 다 해야 했다. 한국은 사정이 달랐다. 선발주자인 일본이 존재하는 상황이라 조립 생산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 부품을 들여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정사와 야사가 바뀌었다는 주장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수출 주도 공업화로 경제 발전에 성공했다는 것이 외환위기 이전의 정사였다. 내수 시장에서 뭘 해보려고 했다면 중남미처럼 됐으리라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에는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정경유착, 부패로 간주했으며 그 탓에 부채 관리를 제대로 안 해 부실이 쌓였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정사가 됐다. 관료들이 새 정사에 따라 IMF 프로그램보다 한발 더 나간 IMF 플러스 경제 정책을 짰다.

이 이론은 그에 앞선 한국 경제의 기적을 설명하지 못한다.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면 어떻게 경제 기적을 이뤘겠나. 뒤도 설명하지 못한다. 1998년 이후의 대처가 옳았다면 그다음에 경제가 좋아져야 하는데 오히려 저성장에 빠졌다. 구조조정론이 가장 힘이 셌을 때 구조조정을 등한시한다는 이유로 망한 대표적인 한국 기업이 대우다. 결국 대우차는 GM에 거의 공짜로 넘어갔다. 그로 인해 한국은 IMF에서 빌린 돈과 비슷한 규모인 21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봤다. 대우차 투자의 열매는 GM이 다 가져갔다.”

그는 GM이 중국에서 성공한 과정을 다룬 마이클 던의 책 ‘미국 바퀴, 중국 도로’의 한 대목을 소개했다.

‘상하이GM의 성공에는 GM대우가 큰 도움이 됐다. 한국에서 개발한 뷰익 엑셀은 중국 시장에서 상하이GM 매출의 70%를 차지했다. 중국에서 4년 이상 근무한 GM의 한 임원은 ‘GM대우 인수가 없었다면 상하이GM이 이렇게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확인해줬다.’

 

신 교수의 주장을 더 들어보자.

“대우차가 공짜나 다름없이 GM에 넘어간 스토리는 한국 경제의 비극이다. 대우차는 신흥시장을 보고 선(先)투자를 했다. 대우는 1978년 GM과 합작해 자동차 사업을 시작했는데, GM은 한국을 내수 하청 기지로만 봤다. 대우 쪽에서 돈을 더 투자해 수출용인 르망을 제작했는데 GM이 미국에서 잘 안 팔아줬다. 김 전 회장은 대우조선에서 티코를 만들어 성공한 것에 자신감을 얻었고, 1992년 GM과 결별했다. 김 전 회장은 티코를 제작하면서 50만 대를 생산하면 단가가 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4~5개 차종 도합 200만 대 생산 규모를 갖춰야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었기에 선투자에 나섰다.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 세 가지모델을 갖추고 막 팔기 시작할 때 외환위기가 닥쳤다.

외환위기 때도 대우차 임원들은 돈벼락 맞을 일만 남았다고 여겼다. 환율이 달러당 800원대에서 1600원대로 치솟으면서 쾌재를 불렀다. 1998년 남미, 동유럽에선 대우차가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국가도 있다. 품질이 떨어진다는 비판에도 가격 대비 경쟁력을 갖췄던 것이다. 현대차, 기아차가 외환위기 이후 성장한 것을 보라. 결국 대우차의 투자로 떼돈을 번 건 GM이었다. 자산을 빨리 팔아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게 애국하는 것이라는 얘기는 지금 되돌아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한국GM은 현재 내수 시장만을 겨냥한 하청 기지로 전락하지 않았나.”

▼ 김 전 회장이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원망하나.

“끝까지 DJ는 아니란다. 늘 DJ를 변호한다. DJ는 김 전 회장과 관료들의 180도 다른 의견을 모두 경청했던 것 같다.”

신 교수는 1998년 5월 김 전 회장이 사법연수원생을 상대로 강연한 자료를 인용하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당시 강연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늘 DJ를 변호했다”

‘지금 IMF 체제가 형식상으로는 국제 금융기관이 우리나라를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면에서 얘기하면 돕는 것이 아니라 관리체제로 바꿔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체제가 오래가면 우리가 살아남을 수 없다. (…) 지금은 대기업만 없으면 IMF 체제도 안 왔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내가 보기에는 경쟁하기 골치 아프니까 (한국) 대기업을 없애자는 게 선진국 기업의 생각인 것 같다. 지금 IMF와 선진국이 계속해서 얘기하는 것은 우리나라 대기업을 줄이라는 것이다. 선진국이 바라는 쪽으로 만들어진 이론이라고 본다.’

장하준 교수식 표현으로 하면 선진국들이 ‘사다리 걷어차기’에 나섰다고 김 전 회장이 인식한 것이다.





“김 전 회장은 구조조정을 선진국이 원하는 것을 더 받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봤다. 이 강연은 대우의 유동성 위기 이전에 한 것으로 김 전 회장이 자신감이 넘칠 때다. ‘한국에 생산시설이 1조 달러 축적돼 있다. 아시아만 경제위기일 뿐 세계경제는 괜찮다. 환율이 이 정도면 매년 500억 달러 흑자가 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매년 500억 달러 무역흑자 달성을 통한 2년 내 IMF 체제 조기탈출론’이 그것이다. 그는 또 ‘일을 안 한다, IMF가 하라는 대로만 한다, 능력 없으면 물러나야 한다’면서 관료들을 비판했다. 1998년 한국의 무역흑자가 416억 달러였는데 그중 대우가 낸 무역흑자가 3분의 1인 143억 달러다. 연초 정부의 무역수지 흑자 예상치는 28억 달러였다. 결과적으로 누구의 얘기가 맞았는가.”

▼ 김 전 회장의 해법이 옳았다고 가정하더라도 관료들 또한 나라가 잘되라고 정책을 수립했을 것이다.

“김 전 회장이 개척한 곳은 신흥시장이다. 러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금융위기가 빈발한 곳이다. IMF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어떻게 되는지 피부로 체험했다. DJ는 양쪽 얘기를 다 들어보려고 했다. 김우중 1인이 사실상 경제관료 전체와 대립했다. DJ는 김 전 회장을 편들기도 했다.

당시 관료들이 한국 경제를 망치려고 그러진 않았을 것이다. 자기들 주장이 국가를 위해 옳은 것이라고 믿고 싸운 것으로 본다. 아주 선의로 해석하면 구조조정이 외길이라고 믿었고, 그와 다른 방향으로 가는 대우를 몰아세워 시장에 경고를 주려 한 것 같다. 수출금융에 숨통을 틔워주지 않고, 대우를 상대로 단자 조달 규제, 회사채 규제를 차례로 시행했다. 대우 쪽에서는 ‘미운털이 박혔으니 본보기를 보여주려고 기획 해체한 것’이라고 여긴다. 관료들이 DJ에게 대우의 부채가 늘어난 것과 관련해 허위보고를 하기도 했다. 알면서 그랬다면 기획 해체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다.

신념에 따라 애국한 것이겠지만, 삐딱하게 보면 매국노 노릇을 한 것이다. 한국의 자산이 헐값에 외국으로 넘어갔고 저성장이 이어졌다. 대우의 다른 계열사들은 워크아웃해 살렸는데, 대우차는 GM이 가져가서 큰 성공을 거둔다. 김 전 회장은 대기업이 투자를 계속했으면 오래 전에 1인당 소득 3만~4만 달러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야 한다는 게 정설로 대두됐고, 실제로 그렇게 하면서 더는 캐치업을 못하고 선진국과 똑같이 저성장하게 된 것이다. 저성장, 양극화가 계속되는 것은 당시의 잘못된 처방 때문이다. 제조업 기반이 그때 많이 약화됐다. 금융 역시 산업금융이 아닌 가계금융에 치중하게 됐다.”

 


김대중, 북한, 정치경제학

▼ 관료들이 대우를 기획 해체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설득력이 약하지 않나. 당시엔 정부가 대우를 도울 여력도 없었던 것 같고.

“대우차와 대우차에 투자한 ㈜대우 외의 다른 회사는 문제가 없었다. 대우차의 수출금융이 막힌 것이 핵심인데, 1998년 상반기에 수출금융을 안 해준 것은 못 해줬다고 볼 수도 있으나 하반기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어쩔 수 없이 못 도와줬느냐, 기획 해체냐의 결론은 유보적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 거짓말하는 것이다. 앞으로 밝혀내야 한다. 어떻게 정부 관료들이 그럴 수 있었겠느냐는 질문에는 ‘세상에 많은 일이 상식과 어긋나게 벌어진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 당시 사정을 잘 아는 DJ가 세상을 떴으니 김 전 회장이 뒤늦게 임의대로 주장하는 건 아닌가.

DJ가 살아 있어도 팩트는 똑같다. 1998년 11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5대 그룹 개혁이 부진하다’고 DJ에게 직접 언급한다. 미국, 북한과 관련한 DJ의 정치경제학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햇볕정책이 잘되려면 미국의 지원이 필요했다.”

▼ 더 나아가 노벨상 수상 같은 바람과….

“노벨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북문제와 관련한 어떤 개연성이 있었다고 본다. 금융위기를 어느 정도 해결한 상황에서 DJ가 치적으로 삼고자 한 것은 남북관계였다. 관료들의 얘기를 듣고 ‘김우중이 나를 속였나?’ 하고 여겼을 수도 있다.”

김 전 회장은 “어떻게 파렴치한 잡범이랑 나를 같이 취급하느냐”고 신 교수에게 한탄했다고 한다. “DJ가 있을 때 한국에 돌아와 제대로 얘기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고도 했다고 한다.

▼ 천문학적 규모의 분식회계가 있었다. 대우차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이 입은 손실도 엄청났다.

“대우의 해외 네트워크에서도 손해 본 사람이 얼마나 많았겠나. 김 전 회장은 근본적인 잘못이 자신이 아니라 정부 정책과 국제 환경에 있었다고 여기는 터라 미안해하면서도 답답해한다. 23조 원의 추징금은 징벌적인 것이라고 법원이 선고하면서 밝혔다.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한 것이 아닌데 징벌적으로 추징한다고.”

▼ 외환위기 때 한국은 어떻게 했어야 한다고 보나.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을 선언하고 부채를 조정하는 게 나았다. 금융위기의 책임이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국제금융시장이 부담을 나눠 져야 했다.”

▼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델’은 어떻게 평가하나.

“자본통제를 통해 돈이 갑자기 빠져나가는 것을 막은 말레이시아의 선택이 옳았다. 스티글리츠 교수의 말을 빌리면 구조조정은 앉아 있는 사람 의자를 갑자기 뺀 후 수술 받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올해 6월 한국을 방문해 “돌이켜보면 외환위기 당시 우리가 선택한 정책이 옳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니 당시 우리가 썼던 정책을 미국이 따라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회고했다.





▼ 외환위기 이후 주주자본주의가 주목받았다.

“김 전 회장이 GE의 잭 웰치를 두고 그런 사람을 어떻게 경영인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힐난하더라. 사람 잘라서 일시적으로 수익 올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고려대 장하성 교수가 주주자본주의를 강조하는데, 사촌인 장하준 교수와 그 부분을 놓고 논쟁한 적도 있다더라. 외환위기 때 ‘정리해고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 유일한 재벌 총수가 김우중이다. 한국이 캐치업에 성공한 것은 김우중 같은 기업인이 국가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기업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추징금 피하려 책 냈느냐고?”

▼ 김 전 회장의 꿈이 대통령이었다고….

“그 얘기는 안 하는 게 좋겠다. 꿈이 있었느냐, 없었느냐, 구체적인 액션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내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

▼ 김 전 회장은 책 출간 이후 언론보도를 챙겨 보나.

“신문을 열심히 읽는다. 지금도 10개국 이상의 환율을 매일 확인한다. 반응을 주의 깊게 보는 편이다. 언론이 ‘기획 해체냐’ ‘그렇지 않으냐’에만 주목하면서 나와 김 전 회장이 책에 담은 건설적 메시지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 추징금을 모면해보려고 책을 낸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더라.

(김 전 회장은 부인과 자녀 명의로 국내외에 상당한 재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납부한 추징금은 법원이 부과한 액수의 0.5% 수준이다.)

“모면할 수도 없는 금액이다. 사실은 지난해 여름 책이 완성됐다. ‘전두환법’이 이슈일 때다. 김 전 회장이 전두환과 엮이기 싫다면서 발간을 미루자고 했다. 나는 그냥 내자고 했다. 지금 책을 내야 오히려 오해를 덜 받는다고 말했다. 나야 거리낄 게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지만 김 전 회장은 가족의 재산이 걸렸다. 가족 재산은 대우가 망하기 전 증여한 것으로 판결이 났다.”

▼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주류 경제학에 비판적인 인사들의 주장이 과거보다 힘을 얻었다.

“우리의 주장이 입증됐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이 아직은 아니라고 말한다. 세(勢)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하겠다. 역전이 되면 좋겠다.”

▼ 사람의 기억은 본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왜곡되기도 한다.

“어떤 책이든 주관적이다. 대화체를 선택한 이유는 15년 동안 김 전 회장의 반대 쪽 사람들 얘기는 수없이 반복됐는데, 대우 쪽 견해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 한국 경제가 어떻게 바뀌면 지금보다 나아지리라고 보나.

“경제성장의 기본은 투자다. 기업의 투자를 북돋우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금융이 밀어줘야 하는데 산업금융이 약화했다. 산업금융을 키워야 한다. 과거처럼 정부가 은행에 압력을 행사해 기업에 대출하라고 하지는 못한다. 산업은행 같은 곳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앞선 정부에선 산업은행마저 민영화하려 했다. 산업금융을 늘리는 은행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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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4세' 출신 의사

김 세르게이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 이준혁 기자 ]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서울대병원 2층에 있는 40㎡ 규모의 국제진료센터 진료실. 김 세르게이 교수(44·국제진료과)가 외국인 환자들을 맞는 진료실이다.

지난 22일 이곳에서 만난 김 교수의 인상은 ‘한국의 평범한 청년’이었다. 40대 중반이지만 훨씬 젊어 보였다. 한국어도 유창했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섞여 들릴 정도로 그의 말은 친근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4세’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조금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어머니 죽음 계기로 의대 입학

신일희 계명대 총장 통역 맡은 인연…한국서 석·박사 공부할 기회 얻어

연구원 생활 10년 하다 병원 복귀

러시아어·카자흐스탄어·영어 능통…분당서울대병원서 외국인 환자 전담

2010년 한국 국적 취득

고려인은 돌아오지 못한 한국의 자산…배려할 수 있는 의료프로그램 필요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지난해 5000여명이었다. 낯선 땅에 병을 고치러 온 외국인들에게 김 교수는 ‘환자 제일주의(第一主義)’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가 원하는 것이라면 다 해주겠다는 마음으로 일합니다. 항상 웃으려고 노력하지요. 고국(한국)에서 의사로 환자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요.”

분당서울대병원에 외국인 환자 전용 국제진료센터가 세워진 것은 김 교수가 이 병원에 온 지 3년쯤 지나서였다. 그가 병원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돌풍을 일으킨 결과다. 중앙아시아 외국인 환자가 늘어난 것은 물론 외국인 의사들의 연수도 줄을 잇고 있다.

“나의 핏줄은 한국”

김 교수에게 한국에 오게 된 사연을 묻자 어린 시절 어머니 말을 떠올렸다. “중학교 때 우즈베키스탄 역사책을 많이 읽었는데, 한번은 그 모습을 보신 어머니가 ‘너의 핏줄은 한국사람’이라고 말해 놀랐습니다. 그때부터 ‘내가 한국사람이구나’ 하고 깨달았죠.”

이후 김 교수는 집안의 가계도에 관심을 가졌다. 그의 가족사는 1870년대 프리모르스키(옛 연해·沿海)주로 이주해온 조선인 증조할아버지가 출발점이다. 그 뒤 할머니, 아버지, 자신에게로 고려인의 피가 이어졌다는 것.

김 교수에게 ‘조선 말에 연해주로 갔는데 왜 고려인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처음에는 조선인라고 했는데, 남북 분단이 되고 북한만 조선이라고 쓰면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모친이 뇌졸중으로 별세했을 때 장례식을 한국의 전통 방식으로 치렀다고 설명했다. 집 안방에 병풍을 치고 입관을 했다. 지붕에 올라가 옷을 흔들면서 고인의 영혼을 떠나보내는 의식도 했다. 어머니의 별세를 계기로 김 교수는 의사의 길을 선택했고, 한국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신일희 계명대 총장과의 만남

김 교수는 러시아 명문 의대로 꼽히는 제1 레닌그라드 의과대학(현 상트페테르부르크 의대)에서 학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카자흐스탄에서 레닌그라드 의대에 들어간 사람은 김 교수가 유일했다. 의대를 졸업한 뒤 1996년 인턴생활을 하던 그에게 운명적인 만남이 찾아왔다.

신일희 대구 계명대 총장이 레닌그라드 국립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게 됐는데, 현지 교회 목사의 추천으로 김 교수가 통역을 맡았다. 당시 김 교수는 신 총장의 통역 겸 비서 역할까지 했다. 신 총장은 김 교수를 마음에 들어 했다. 그의 유창한 한국어 발음과 레닌그라드 의대의 유일한 고려인이라는 점을 높이 샀다.

행사가 끝난 뒤 신 총장은 “자네 한국에 와서 공부할 생각은 없는가. 괜찮으면 우리 대학에 와서 공부해 보면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인사치레’로 생각했는데, 이듬해 계명대에서 입학 서류를 보내 달라는 연락이 왔다. 김 교수는 고민 끝에 의대 대학원 석·박사과정 입학서류를 보냈다. “그 이후 몇 개월간 소식이 없어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6개월이 지난 8월쯤에 초청장을 받았습니다. 신 선생님을 통해 한국이 나를 부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인생이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한국의 병원에 연수를 온 최초의 고려인 수련의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연구원으로 외도 10년

김 교수는 순환기내과 분야 박사학위(대구 계명대)를 받았지만 의사 면허 시험은 통과하지 못했다. 김 교수가 박사학위를 취득하던 해 의사국가시험이 모두 한국어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영어 위주로 준비한 김 교수는 시험에서 떨어졌다.

진료 현장에 나갈 수 없게 된 그는 2002년 한·러 합작회사인 메이미르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그는 각종 의료기기 개발에 관한 임상과 조언 역할을 맡았다. 그러던 중 2005년 한국전기연구원(KERI)이 러시아 국립광학연구소와 합작으로 경기 안산에 연구센터(쏘이코리아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면서 그곳으로 이직했다. 선임연구원으로 초기 암 진단기 개발팀을 총괄했다. 4년간 형광 물질을 통해 초기 암을 진단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했고, 김 교수의 주도로 피부질환 진단기도 만들어냈다.

그러나 운명은 김 교수를 병원으로 다시 이끌었다. 각종 의료기기 정보를 얻기 위해 참석한 대학광역학학회에서 또 다른 인연이 맺어졌다. 2011년 당시 학회 이사였던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흉부외과 교수)과의 만남이었다. 그해 8월 카자흐스탄 보건부 차관이 분당서울대병원을 방문했을 때 전 실장은 김 교수에게 통역을 부탁했고, 행사를 마친 뒤 분당서울대병원은 새로 만드는 외국인 진료센터의 외국인 환자 진료 전담 교수로 김 교수를 데려오기로 했다. 김 교수의 의사 경험과 의학박사 학위, 한국어·러시아어·카자흐스탄어·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언어 능력을 높이 샀다.

전 실장은 “김 교수는 외국인 환자들과 상담하며 진료과를 정해주고, 일일이 치료 과정을 챙겨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가 국제진료센터 실무를 맡은 뒤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IS) 등에서 오는 환자들이 부쩍 많아졌다. 전 실장은 김 교수에게 상담받은 뒤 자신의 진료과로 넘어오는 외국인 환자 수가 무려 20배나 늘었다고 소개했다.

“이젠 한국이 내 집 같다”

김 교수는 2010년 귀화 시험을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김 교수는 “이젠 한국이 내 집 같다”고 말했다. “정말로 운이 좋아서인지 이곳에서 좋은 사람을 만났고, 험한 차별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때려치우고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은 솔직히 해본 적이 없어요. 그만큼 한국이 편하고 좋습니다. 나이가 들면 제주도에 내려가 살고 싶습니다.”

올해 초부터 러시아 모스크바시 보건국 소속 의사 250여명이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의료 연수를 받고 있다. 김 교수는 이들을 각 진료과에 배치하고 선진 의료기술을 체험하도록 돕는 도우미 역할도 맡고 있다. 고려인이자 재외동포 출신으로 한국의 동포 정책 문제점을 지적해 달라고 부탁하자 ‘포용’이라는 단어가 돌아왔다. “러시아에 있을 때 재외동포들을 모두 받아들이는 독일과 이스라엘을 부러워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고려인’이라는 말을 싫어하지만, 이 고려인들을 한국은 왜 포용하지 못할까요. 이들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한국의 자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한국을 찾을 때 배려할 수 있는 의료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합니다.”

■ 김 세르게이 교수

▷1971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주 출생

▷1988년 카자흐스탄 공립고등학교(233슈콜라) 졸업

▷1994년 제1 레닌그라드 국립의대 졸업

▷2001년 대구 계명대 의대 석·박사과정 졸업

▷2002년 한·러 합작회사 메이미르 임상연구원

▷2005년 한국전기연구원(KERI) 선임연구원

▷2010년 한국 국적 취득

▷2012년~ 분당서울대병원 국제진료센터 교수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