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식

    gundown 2007. 6. 16. 00:01

    지난주 부터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 들어서 한낮의 기온이 삼십도를 쉽게 넘기고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을 시원히 적셔주는 별미 중에서 메밀국수라는 게 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강원도식 메밀국수가 아닌 일본식 냉소바가 한국화된 형태의 메밀국수를 말하는 것이죠.


    모양은 일본것과 흡사하지만 근본적인 차잇점이 있습니다.

    일본은 메밀의 함량이 높아 구수함이 강한 반면 한국은 태운 곡물가루나 색소로 짙은 색을 내고 실제 메밀 함량은 낮은 편입니다.


    면을 찍는 소스인 쯔유의 경우 일본은 적은 양이며 짭니다.

    그래서 초밥을 간장에 찍듯 면의 밑둥을 슬쩍 적시는 수준으로 먹는데 한국은 달고 양이 많게 만들어 면을 말듯 푹 적셔 먹는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일본은 면에, 한국은 소스에 더 중점을 둔다고나 할까요.

    인도 커리를 일본인들이 카레로 변형시킨 것과 비슷하게 매우 한국화된 음식이라고 봐야할 듯.


    여름의 초입에서 한국식 소바(메밀국수)를 잘 한다는 네집을 점검해 봅니다.


    먼저, 일본의 원조 소바 구경을 워밍업으로 구경하고픈 분은 여기를 클릭! 하시고..

    동경 우에노의 우에노야부소바이니 예전에 보셨던 분은 누르실 필요 없습니다.


    첫번째로 광화문 교보 뒷길에 있는 미진입니다.





    분식집이었다가 [미진호프]라는 술집으로 영업형태를 바꿔 운영했었는데 메뉴에 들어있던 메밀국수가 인기를 얻으며 이제는 아예 국수 전문점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메밀국수가 계절상품이다 보니 비수기 극복과 다른 식사/술 손님을 잡기 위해 다양하게 메뉴를 갖추고 있습니다.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이것도 괜찮은 것 같아 보이는군요.





    작년 여름에 찍은 것이라 가격/메뉴가 현재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국수집 치고는 다양하게 나옵니다.




    쯔유(소스)는 주전자째 줍니다. 좋죠. 면을 담궈먹다 보면 미지근해지고 싱거워지는 쯔유를 계속 보충해갈 수 있으니..





    우측의 밥공기는 추가로 시킨 묵밥용입니다.





    부어서..





    첨가물을 섞어줍니다.





    면이 나왔습니다.




    국수의 기원을 보면 처음에는 삶아 먹지 않고 쪄서 먹었습니다.

    국수가 최초로 만들어진 산시성 황하 상류의 황토고원지대에서는 밀이 재배되기 전에는 수수/기장 등의 잡곡을 재배해 먹었는데, 워낙 찰기가 없어서 국수 형태로 만들어 끓는 물에 넣었다가는 다 풀어져 버리기에 반죽을 밀어 국수를 만든 후 위와 비슷한 찜기에 얹어 쪄서 간장을 뿌리거나 찍어 먹었습니다.

    그러다 밀을 생산하며 찰기가 보강되어 삶기 시작한 것입니다.


    메밀국수를 얹어 내는 통이 물기를 잘 빠지게 하려고 대나무발을 사용했다는 설명을 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목적일뿐 애초의 쪄서 먹던 형태를 그대로 전해오다 보니 현재도 같은 모습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용기를 층층이 쌓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중국집 만두찜기를 연상해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죠.

    일본의 소바가 국수의 원류 형태를 형식으로 가장 잘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면이..




    이 집 방송 맛집프로그램에 자주 나오죠. 

    '속껍질을 제거한 메밀 100%로 만들어 면의 색이 다른집들과는 달리 희다'는 방송에서의 자랑과는 달리 일반식당의 것들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아니, 일반식당의 공장제품 보다는 다소 밝은 색이기는 하군요.

    방송과 같이 희지도 않커니와 맛으로도 메밀 100%는 전혀 아닙니다만..

    결국 방송용이거나 아니면 따로 주분을 해야 100% 함량의 면을 먹어줄 수 있다는 이야기인지..


    뭐 그런 점을 제외한다면 면 상태와 메밀 함량은 우리나라에서 맛 보는 한국화된 일본식 메밀국수로서는 상위권에 드는 상태입니다.

    일본의 것들과 수평비교 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죠. 어차피 한국화된 음식이니..






    어쨌거나 시원한 쯔유에 푹 담궜다 건져 먹어주면 좋습니다.





    메밀묵밥도 주문해 봤습니다.




    차갑게 나오지 않고 약간 따뜻한 정도입니다. 차가운 재료를 담고 국물을 부어서인 듯. 밥을 말면 온도가 더 내려가죠. 미지근한 수준.







    묵밥 전문점에서 먹는 것 보다 양이 적고 별달리 독특한 점도 없습니다. 조미료의 과한 첨가는 더더욱 아쉽고..





    메밀은 가을에 나기에 사실 여름음식이 아니라 가을/겨을 음식이죠. 그 자체가 특별한 맛을 지닌다기 보다는 구수한 향을 즐기므로 수확 직후가 가장 좋고 여름에는 묵은 것이라 향이 제일 떨어지는 시기입니다.

    봉평에서 메밀꽃 축제를 하면 놀러들 가서 [햇메밀로 만든 메밀국수/메밀묵]이라고 써 붙여 둔 것을 사 드시며 "캬아~ 햇메밀의 구수한 향이 주금이야~"하며 감격해 하는 분들은.. 플라시보 효과요 자기최면에 빠진 것입니다.

    묵은 메밀이죠. 


    메밀은 원래 맛으로 먹던 게 아닌 구황작물입니다.

    농사를 망치게 되면 얼른 심어 굶어죽지 않기 위해 먹던 대용양식이었습니다.

    메밀이 선택된 이유는 파종에서 수확까지가 45일 가량으로 추위가 오기 전까지의 짧은 기간 동안 재배하기에 제격이었기 때문입니다.



    묵밥이니 밥을 말아 줍니다. 일부러 시켜먹을 필요 없는 메뉴.




    영업 마칠 무렵이라서 썰렁.




    명성을 드높이던 절정기에 비해 도리어 전문점 체제를 갖추고 새로 단장하고 난 후로는 예전 보다 맛이 못해졌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그럼에도 한국화된 일본식 소바 전문점으로는 사우이에 랭크되는 집이죠. 몇 등 쯤인지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일본 정통 소바를 기대하며 찾아 가지는 절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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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서 한국화된 일본식 메밀국수집으로 상위권에 드는 다른 맛집 구경을 더 하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클릭!!


    '메밀소바'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경우도 가끔 보는데 중언부언입니다. 소바는 메밀국수의 일본어이죠.

    그리고 메밀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분이 적잖은데, 서울에서는 베갯속으로나 어쩌다 구경할 수 있는 메밀은 작은 잣 처럼 단단한 겉껍질에 쌓여 있고 역시나 잣 처럼 얇은 속껍질도 갖고 있습니다.

    메밀국수의 까실한 촉감과 거믓한 작은 입자들은 겉껍질이 아닌 속껍질을 함께 빻아 사용해서 그런 것이죠.

    겉껍질은 까서 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