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강자봉 2019. 5. 31. 09:49


가르침은 배움의 반이다





문해교사 이은희

정선군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자

)한국문해교육협화 정선지부


  입학식이 한창 진행 중이다.

왼쪽 가슴에 명찰을 달고 공책과 필통이 든 빨간 책가방은 오른손에 들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밤잠을 설치고 학생이라는 부푼 기대와 함께 학당에 들어섰다. 굽은 허리 곧게 펴고 반듯하게 서서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입학식을 하는 내내 집중하여 듣고 있다. 오늘은 고운 옷 입고 얼굴에 분칠도 하고 입술도 예쁘게 바르고 오셨다. 3년 과정 성인문해학교 초등학력인정과정반 특별한 입학식이 있는 날이다.

 

   정선학당, 21명의 늦깎이 학생 평균연령은 78세이다. 공부할 시기를 놓치고 여자라는 이유로 가사에 전념했던 지난 시절을 회상하며, 지금이라도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 안고 책상 앞에 앉는다. 내 이름 석 자를 삐뚤삐뚤 꾹꾹 눌러 쓴 명찰을 가슴에 달았으니 학생임이 실감나고, 나도 선생님 소리가 해보고 싶었다는 어르신의 솔직한 고백에 잠시 할 말을 잊었다. 평생소원이 글을 쓰고 읽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그 꿈을 실현할 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라 했으니 그들은 이미 꿈을 향해 한 발짝을 내딛었다. 글을 모른다는 이유로 주눅 들고 늘 부족하고 부끄럽게 여기던 것을 이제는 당당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그동안의 설움을 극복하여 멋진 성공을 하겠노라고 정선학당에 입학을 하였다. 나는 그들의 조력자임을 명심하고 3년 후 모두 초등학력 인정, 졸업장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는 것이 내가 그들의 노력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스스로를 믿는다는 것은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늦깎이 학생들의 자신감은 본인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다. ‘성장하는 노인이 죽어가는 젊은이 보다 낫다.’는 말을 난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창의적인 노력에 긍정적인 힘을 더한다면 젊은이가 부러울 이유도 없고, 어느새 성장하는 어른이 되어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고작 한글 선생님이라 불리 우지만 그들 모두는 내게 인생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들이다. 하나를 가르쳐 주고 21 개를 배워 온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터. 배우는 사람만이 공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도 같이 공부가 되는 것을 우리는 안다. 가르치는 것이 배움의 반 밖에는 안 됨을 깨닫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음은 내가 둔함인가. 내게는 21 명의 선생님이 있다는 것이 오늘도 나를 부자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