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기고

강자봉 2009. 8. 5. 11:25

 

                                     배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동전 한 개의 오블리주>

 

   

 

 '최근 사회  일각에선 노블레스 오블리주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는 가진 자가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를 환원하는 것을 자신의 사회적 의무처럼 여기고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철강 왕 카네기, 석유재벌 록펠러에서부터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갑부 빌 게이츠에 이르기까지 미국 부자들의 자선 기부문도 이런 전통을 이은 것이다. 우리가 그들처럼 거창하게 남을 돕지 않는다 해도, 우리가 베푼 작은 배려 하 나가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작은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도 우리가 가진 범위 안에서 우리의 정성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유영희 씨의 수필은 이런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안동 하회마을, 도산 서원 등 근동의 여러 곳을 답사하기로 한 문학기행의 일정은 빠듯하기만 하였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탓에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휴게실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같은 반을 제외하고는 낯선 얼굴들이 대부분이었다.  씀뻑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주변머리는 선배들에게 인사도 못 드리고 같은 반 식구들에게만 웃음을 건넸다.

 

 따뜻하게 챙겨 입었는데도 새벽의 한기 앞에 옷의 방어선은 맥없이 무너져 버렸다.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나왔다는 반원들에게 따끈한 차나 한 잔 하자며 자판기 앞으로 몸을 돌렸다. 초면인 분이 커피를 뽑고 계셨다. 책 위에 몇 잔의 차를 받쳐 들고 있던 분이, 500원 동전을 자판기에 다시 집어넣는다. 커피를 더 뽑으시나 했는데 싱긋 웃음을 던지며 “이걸로 빼서 드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일행이 기다리는 곳으로 가신다.


 달랑 내 식구 것만 챙겨들고 있던 손이 부끄러워진다. 초면인 분의 느닷없는 배려 앞에서 처음 느낀 건 감사보다 당황함이 더 컸다. 500원 동전을 넣어주며 웃음을 주셨던 분의 얼굴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자판기에 빨갛게 켜 있는 ‘500’이란 숫자에만 멍하니 눈을 두고 있었다. 낯선 얼굴이지만 같은 수필회원이니 차 한 잔 권하는 거야 특별한 일도 아니지만, 동전을 넣어주는 배려는 처음 접하는 일이었다.


 익숙한 얼굴들에게 차를 뽑아 돌리고는 가방을 뒤져, 있는 대로 동전을 자판기에 넣어두었다. 다음 사람도 내가 받았던 감사를 전달받았을 것이다. 그도 역시나 주머니를 뒤져 더 많은 동전을 자판기에 넣어 둘 것이다. 큰 횡재를 한 듯 기분이 좋아졌다. 단 돈 몇 만원에 사람 목숨도 빼앗는다는 세상에 낯선 분의 배려는 값을 매길 수 없는 큰 행복과 사랑으로 가슴에 심어졌다. 작은 나눔 큰 사랑이라 했던가? 500원의 배려는 낯선 얼굴을 향하여 얼마든지 행할 수 있는 작은 사랑의 실천이며 큰 사랑의 나눔, 바로 그것이었다.



- 지동직의 가장 세련된 삶의 시작 배려의 기술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