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기고

강자봉 2009. 8. 6. 11:23

 

양파 벗기기 


                                                                                                            최 효 선 (밥사랑공동체 대표)

 

 

 

카레라이스를 만들려고

굵직한 양파를 벗겼다.

첫째 놈을 집어 들고 밑뿌리와 꼭지를 자르고

노랗게 메마른 껍질을 벗긴다.

삶에 찌들고 거짓으로 포장된 껍질도 이렇게 하얗게 벗길 수 있다면

둘째 놈을 벗기며 그렇게 생각했다.

셋째 놈 밑뿌리를 자르니 매콤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넷째 놈을 집어들 때 그에 재채기를 했다.

다섯째 놈을 집어 드니 콧물과 함께 눈물이 쏟아진다.

혼자 계신 어머님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예순 세살 먹도록 효도 한번 못했다.

내친 김에 어머님을 생각하며 마음 놓고 울었다.

울음소리에 집사람이 놀라 뛰어 왔다.

사연을 들은 집사람 왈

당신은 생각하고 울 수 있는 엄마가 있어 좋겠다며 양파를 집어 든다.

둘이 나란히 양파를 벗긴다.

나는 면역이 생겨 눈물이 멈췄는데 집사람은 이제 시작이다.

집사람 어깨가 운다.

팔년 전에 돌아가신 장모님이 생각나나 보다.

그래 살아계실 때 잘 해드려야지

양파가 지금 사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