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김치 동네에 출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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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사회

2019. 1. 4.


늦어도 한참 늦었다.


십이월 삼십일

해가 가기 전에 겨우 약속을 지켰네.


*  *  *



자식처럼 기르는 난장이 염소 자매 젖으로 

만든 치즈랑 요구르트를 

번번히 나눠주는 바바라



항암 치료 중

다이어트에 탄수화물 섭취를 거의 안 하는 중에도

꾸준히 찹쌀 모찌를 만들어 우리집에 날라다주는 히로.


나도 고마움의 표시로

김치를 나누곤 한다.


언제 김치 같이 만들자'


여름의 끝에 한 

약속이

차일피일 미루다 

해를 넘기게 생겼었다.








세 집 모두 부부간에

김치를 좋아하니

처음으로 H 마트에서 배추, 무 한 박스씩 샀다.


와, 김장 담그는 기분이네.







포기 김치랑 

파인애플 백김치를 담그기로.


우연히 

농익어 놀고 있는 파인애플을 

냉면 용 백김치에 넣은 이후로

이 파인애플 백김치는 먹는 사람들이 

그 싱그런 맛과 고운 빛을 참 좋아한다.





온실에서 걷어 낸 빛 고운 고추가 아직도 덜 말라서

씨를 빼고 가늘게 썰어놓고




손 가는 마늘 까기는 남편이 도와주고^^

백김치 용 마늘 생강은 따로 가늘게 편을 내고 채를 쳐 놓았다.






겨울 빈 밭에 절로 자라난 갓 이 있어

포기 김치랑

백김치에 맛과 색을 내느라 다듬었다.



파는 몇 주 전 한파에 다 얼었다 물러서

파랑 파인애플 사러 동네 그로서리에 갔다.




파 한단 $1.50

홧! 

아무리 겨울이라도 이렇게 비쌀 수가.


다섯 단을 주저주저 집는데


뒤에 있던 남자가

기다렸다는 둣 나머지 파를 몽땅 들어

저울 위에 놓고 무게를 단다.

한 사십단 쯤 되는데.



'너 뭐하느라 이 파를 다 사냐?

김치 공장 주인은 아니겠고.'


'왜, 아냐?

김치 담그려고 사지'


'네가?'

털 복숭이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이 백인 남성에 놀라서 되물으니


'Hey, I am Britt.'


악수를 청하고 나서

그로서리의 피클 코너로 데려가서

자신의 김치 코너라고 보여 준다.








두 컵이 채 안되는 작은 분량의 김치가 $10.49


불티나게 팔려 나가 없어서 못 판다고.


와! 대단하네.


그런데 이 김치는 왜 쵸콜렛색으로 검은거야?


이게 익혀서 발효된 검은 마늘로 내가 만든 건데

하나 사서 먹어봐

마늘 냄새가 안나서 고객들이 아주 좋아해'


너 한국에 가서 김치 담그는 법 배운거야?


아니, 인터넷에서 보고 연구해서 만들고 있어.

처음엔 아는 사람들 간에 나눠먹다가 입소문이 나서

블랙마켓에서 팔았는데

이젠 이렇게 몇 그로서리에서 팔고 있어'



브리트가 아주 자신감에 차서 

김치를 일생 만들어 먹고 살아 온 내 앞에서 으쓱거렸다.







앞으로는 섬 밖의 그로서리에도 납품 할 것 같다고.

날개 돋힌 듯이 팔릴 거라고 그동안 뒷거래로 그의

김치를 사 먹은 친구들이 응원한단다.



Take Black Market Kimchi to the World'

그의 흑마늘 김치 뒷 면에도 써있네.


'와! 대단하네.

나도 김치를 갖고 이래저래 놀아보는데.

너 파인애플 김치도 한번 담가봐.


흠~


내가  해봤는데 아주 싱그럽게 맛있어.'


김치'라면 그래도 한국사람인 내가 한 수 위여야 한다는 마음에서 였을까

레써피를 술술 나눠주었다.


언제 섬 한 구석에 있는 자신의 김치 공장에 들리라네.


모처럼 내 친구들하고

흥청이게 김장파티를 하려는 참에

톡! 작게 뒷통수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이 왔다.



히로랑 바바라가 오기 전에

파를 다듬어 썰어 놓고







파인애플도 잘라

송송 작게 썰어 놓고



소금


한국 방문한 친구가 나눠 준 친정부모님이 농사지어 빻아주셨다는

빛 고운 고춧가루


멸치액젓

새우젓



밀가루 같이 빻은 버섯 가루

멸치 가루, 

다랭이포 가늘게 썬 것도 준비했다.


팬트리에 있는 것 들 중에서


김치에 넣을 수 있는 재료들이라고 생각해서.


* * *

와!


히로랑 바바라랑 

배추와 무의 푸짐함

그리고 손질해 놓은 양념에 입이 벌어졌다.

수북한 고춧가루 그릇에 아예 코를 박는다.



백김치를 먼저 담갔는데

무 채치는 칼에 손들을 베일까 봐 

조심스러웠지만 둘다 쓱쓱 잘 해냈다.








백김치엔 젓갈을 쓰지 않고

소금 양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추어 넣으라고 했다.

재료들도 각자 입에 맞게 알아서.


신장이 약한 바바라는 소금을 적게 넣었다.


어차피 같은 재료를 써도 김치맛은 다 달라'


왜?'


손맛이라는 게 있어서.

그래서 자신만의 독특한 김치가 만들어지는 거지.'


무슨 도사처럼 내가 말했다.






포기 김치속을 버무리면서

백포기는 기본이던

잔치 같던 한국의 김장 풍경도 나누었다.


굴, 명태, 생새우, 낙지,청각 등 싱싱한 해산물도 넣어 

김장속 만드는 것 하며

무를 넣어 시원하게 끓인 생태국 


배, 잣, 대추, 명태살, 굴을 넣는

보쌈김치 


북어 고은 국물이나 육수를 부어 넣던

땅에 묻은 커다란 김치독들 이야기도.


내가 하는 김치 이야기는

겨우

내 경험에 그치는 것으로


집집 마다 철 마다 고장 마다

얼마나 다양한 자료로 

얼마나 다양한 김치가 만들어지는지 모른다는 말도.






-바바라가 담근 포기 킴치-






-히로가 담근 포기 기무치-





-내가 담근 포기 김치-



마늘이랑 생강 양을 각자 알아서 하라고 하니

내가 쓰는 양의 두배나 더 되게 듬뿍 쓴다, 둘이서 다.


바바라는 새우젓, 멸치 액젓을 둘 다 쓰고

히로는 따라 온 아내 쑤우가 새우 알레르기가 있다고 멸치 액젓만 썼다.


쑤우가 버섯이 항암효과가 있다고 하니

백화고 버섯 가루를 듬뿍 넣어 버무리고.



김치 속을 신나게 달인이 된 듯

배추에 켜켜이 넣으면서


'세상에서 너 처럼 김치를 맛있게 담그는 사람은 없을거야'


'맞아, 우린 참 Lucky 해, 널 친구로 두어서'



세상은 자신이 사는 동네 만큼이 온 세상이지.

행복이 별 건가


히로는 기무치를

바바라는 킴치를

나는 김치를 만들었네.




*  *  *


인터넷을 검색하니

흑마늘 김치는 이미 수년 전에

한국에서 개발하여 판매되고 있네.


Britt Kimchi 웹사이트를 찾아보니

이 친구 오이 피클을 담다가


김치에 오렌지, 사과도 넣는 등

아주 김치에 도가 튼 친구다.


김치 뿐 아니라 

독일의 

Sauerkraut에 요즘 너도 나도 

관절, 치매 방지에 좋다는

커리, 튜머릭 가루도 넣어 출시하고.



당연하다.

아주 미국적이다.(Very American)


어떤 음식이라도 미국에 오면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의 입맛을 섞어

새로 태어난다.


정통성을 고집하면 널리 퍼지지 못하지.


일본의 스시가 

캘리포니아롤로 변신하고

더 다양한 형태와 맛으로 변형하여 

세상에 퍼 지듯이.


누군가 가까운 시일에

커리 김치나 투머릭(turmeric)김치를 만들 수도 있겠다.




이천십팔년 십이월 삼십일에

김치를 담근


교아



papageno/papagena, Mozart The magic flute 중에서


참고로:


브릿트의 피클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