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귀가 대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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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주변이야기

2020. 9. 10.

 

 

 

 

 

 

 

 

어제

샌프란시스코 근처에 사는 아들이 아침 아홉시에 집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공룡들이 왜 절멸 했는지 이해가 된다면서.

 

뭐 그렇게 쉽게 끝나겠니?

서부의 산불이야 매 해 연례 행사로 나는건데.

 

오레곤, 와싱톤주의 산불도 만만치 않아서

어제 오늘 우리 동네도 매캐한 냄새 까지 나는 중에도

나는 천연스레 '사는 쪽' 에 서 있다.

 

*  *  *

구월에 이 살을 태우는 열기는 웬일인가

더운 열기로 바싹 타는

들, 숲에 한 점 불씨라도 당기면 금새 큰 불이 된다기에

없는 불도 다시 본다.

 

올 유월은 일월 처럼 춥고 비가 매일 와서 Junuary라고 불렀는데

해서

과일들이 신통치 않게 맺혔는데

이 열기에 포도들이 단물을 더하며 익어간다.

 

 

 

 

 

 

올해는 포도 따기는 틀렸다' 라면서도

곰팡이 스는 걸 막느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케미칼을 뿌린 남편 왈

할 데 까진 해 야지.

마지막 따는 순간 까지 가 봐야 알지만.

그러면서도 팔월이 지나자 정말 기대를 안했는데

이 늦은 불볕이 포도를 익힌다.

 

작물을 키우는데

매 과정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가 있네.

 

 

 

 

단 냄새가 풍기기 시작하니 새들이 모여 와 눈도장을 찍기 시작한다.

아하! 언제쯤이면 익겠구나

짐승들도 공짜로 먹는 게 아니다.

눈으로 농사를 짓는 거다.

 

이웃에 상주하는 수백마리의 가마귀 떼들은 텃세를 하며 다른 새들을 내몬다.

스탈링 이라는 작은 검은 새 떼 무리는 수백마리가 하루살이 떼 처럼 몰려와

한 나절이면 포도밭을 싹쓸이 한다.

 

그물을 칠까 말까

남편은 그저 나눠 먹잔다.

-새들도 먹이지 뭐.

-이제껏 공들인 게 있는데..

-어차피 올해는 한 알도 못 따리라 기대했었쟎아

-에이, 그래도 아깝쟎아, 내가 도울께. 네트 치자

 

 

 

 

남의 손을 빌려도 장정 혼자서 이틀 걸리는 네트 치기를

둘 이서 이른 아침 부터 시작했다.

그물에 안 걸리게 신발도 옷도 단추가 없는 것으로 입고.

 

 

 

 

-주인 아저씨. 음악 좀 틀어주세요. 일꾼들은 노동가가 필요해요.

 

우리 부부는 절대로 일을 같이 하지 못한다.

머리가 그렇게 사사건건 반대로 돌 수가 있을까

그래서 라벤다 밭은 내가 포도밭은 남편이 맡았다.

내가 포도밭에서 일을 도와줄 때는 남편이 보쓰다.

 

 나^^는 대나무 막대기 하나를 갖고 

남편이 넘겨주는 네트를 내 쪽으로 끌어당겨 늘어뜨린다.

대나무 막대기는 내가 발명한 문명의 이기다.

사람은 자고로 머리를 써야지.

 

 

 

 

 

테니스 엘보우를 앓고 있는 남편은

가끔씩 그늘에 앉아 쉬는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팔을 쉬고.

 

 

뿌듯해라

모 처럼 둘이 손발이 척척 맞아

하루 만에 네트를 다 걸었다.

앞으로 네트를 꼼꼼히 여미는 건

며칠 두고두고 하기로.

 

네트를 반 쯤 걸었을 때

동네 텃새 가마귀 한마리

된통 큰 소리로 까아까악 악다구니를 지른다.

 

' 아 올해 농사는 망했다. 이렇게 네트를 치다니

이 집은 남편은 착한데 마누라가 순악질이야

우린 뭐 먹고 살라고 '

 

아마도 우리 부부 일거수 일투족을 매일매일 꿰고 있는 

우리집 담당 파수꾼

삼촌 가마귀인 게 분명하다.

 

맞아, 순악질, 나~~

 

 

 

 

재니스 죠플린, 멀세데쓰 벤쯔

노동요를 뽕짝으로 듣다보면 이런 노래도 나온다. ^--------^

하나님, 나 벤쯔 사 주세요, 친구들은 포르쉐를 몰고 다니는데요~~~ 제발 사 주세요' 란 가사.^^

 

 

이천이십년 구월 십일 

교포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