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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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사회

2020. 9. 16.

 

벌써

닷새째 자욱한 연기에 쌓여있다.

매캐한 냄새 까지 나더니 오늘은 좀 낫다.

 

그래도 연기가 좀 엷어졌는가

아침에 뜨는 붉은 해가 보이는 아침이다.

 

어제 까진

해가 가려 기온이  떨어져 춥더니.

 

붉은 해라도 

반갑다.

 

 

 

캘리포니아, 오레곤, 와싱톤주에 난 산불 

 

태평양에서 습기를 품은 서늘한 바람이 불면 대륙 쪽으로 밀려가

해안이 맑아지는데

이번엔 대륙 쪽 덥고 건조한 동풍이 불어 해안 쪽으로 연기를 몰고

태평양 에선 저기압이 떠억 버티고 있어

시애틀, 포틀란드,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한 서해안의 도시들이 온통 연기에 갇혀 있다고.

 

 

 

 

무슨 죄를 지어 말년에 이런 화재를  만나서 맑은 하늘을 못 보다니..

지옥이 따로 없다더니...' 

샌프란시스코 근처로 이사 간

걱정이 가득한 쑤우 한테 내가 마치 기상학 과학자나 된 것 처럼

주워들은 걸 설명하며

나도 다독인다. 

 

이 또한 반드시 지나가리라'

 

과학으로 자연 현상의 배경을 이해하면

자칫 일기 쉬운 근거없는 두려움이 사라진다.

종말론' 까지 갈 거 없다.

 

오늘 살아있는데....

 

 

 

샌디는 올해 팔순이 되었다.

 

코비드로 제 생일 파티도 못하고

그토록 즐기는 친구들 생일 파티를 자신이 베풀어 주는 것도 못하니

참 살맛 안 난다고.

 

그러는 사이에도

열심히 칼렌다에 적힌 이웃들

생일을 챙기고 카드를 보내고 전화를 하고.....

 

우체통에

쥬키니 브레드랑 레몬 케잌이랑 브라우니를 넣어 두고 간다고

우리 집 앞을 떠나면서 전화를 한다.

 

'내가 다 알고 있다고.

너네 남편 아무개 생일이지? 

생일 축하한다고 전해 줘.'

 

언제

또 남편 생일을 흘려 듣고 기록해 두었을까?

 

 

 

네델란드 에서 이민 온 조부모님 덕분에

대니쉬 쿠킹의 진수를 잘 꿰고 있어

특별하게 맛난 각종의 패이스트리를 굽는데

주위에서 누가 생일이란 말만 들으면

단것으로 스윝 하게 축하해 주는 샌디.

 

은퇴 후 

이젠

팔순이 된 나이에

그녀가  매일 깨어  일어나야 하고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살아가는 일' 이 되었네.

 

 

 

단 것을 조심하는 내 식단 이지만

기꺼이 내 생일도 샌디 에게 알려준다.

 

이웃

서로가 엮여서 하루하루

함께 살아 나가는 사람들 

 

*  *  *

코비드로 한 동안 못 본 

전 미국 스키 점프 올림픽 대표 선수였던 이웃의 뤤디.

 

매년 남편 과 내 생일에

태극기를 걸어 축하를 해 주는.

 

'나 한텐 한국이란 나라는

너네 부부 외엔 아는 게, 의미있는 게  없어'

늬들 둘 태어난 게  내겐 제일 축하할 날이니

그날 태극기를 달아올려 축하해야지.'

 

올림픽 선수촌에서 금메달을 꿈꾸며

스키 점프를 연습하던 푸른 눈 블론드 헤어의 젊은 뤤디.

이십대 초반에 부상으로 허리 아래가 마비되어 

휠체어에 앉아 오십년 가까이  살아 온 이웃의 뤤디.

 

올림피안의 정신을 잊지 않으려고

전 세계 맥주를 다 수집해 마시고^^ (요샌 건강 상 완전 금연)

전 세계 국기를 수집해서 날마다 다른 국기들을 게양하는 뤤디.

 

두 해 전 엔가 봄에

자신이 두 해를 더 살면 휠체어에서 제일 오래 살아 남은 사람 기록을 깬다고 

더 살아나갈 의욕을 보이기에

할 수 있어' 하고 응원했었다.

 

올 봄에

'기록이 깨진거야? 물으니

'나보다 더 오래 휠체어에 앉아 있는 sucker (등신)들이 몇 이나 더 나왔어'  

몇 년 더 살아야 기록을 깰텐데 좀 어려울 것 같아' 

뤤디는 올 봄 들어 좀 많이 쇠약해져 보인다.

그래도 할 데 까진 해 보는 건데..'

당연하지, 사는 날 까지 살고 봐야지...'

 

헤이, 뤤디.

우리 남편 생일에 올해도 태극기 걸거지?'

 

엊그제

잘 지내는지 안부 겸 전화를 하니

당연하지, 칼렌더에 크게 마크 해놨어.

그리고 니 생일은  언제 맞지?'

정확하게 기록해놓고 있네.

 

우리 집 포도 그물 친 거 다 보고 있다고.

둘 다 잘 지내고 있는 거 같아 안심이라고.

 

포도 따면 첫 바구니는 언제나 네 거야, 뤤디.'

 

지난 번 잡은 비프 햄버거가 많이 남았어, 좀 가져 가'

오케이, 포도 따면 갈게.'

 

오늘 아침 부우연 연기 속

태극기가 펄럭인다.

 

앞으로 일주일간 

태극기가 걸릴 것이다.

 

 

 

 

이웃

그대들 있음에 

내가 있네.

 

이 암담하고 어려운 때에

함께 살아가는

너와 나. 

 

 

Rod McKuen, YOU (바람소리님이 알려 준 로드 맥큐언의 노래, 너)

 

이천이십년 구월 중순에

교포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