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손자 보는 날.
새벽에 출근 한 딸이랑 사위에
어제 밤에 출장 왔다.^^
오년 전에
갓난이 손녀를 육개월 돌 본 경험이 있어서
우리 부부는 애기 보기에 베테란들이라 자부한다.
손녀 때는 신기해서 매 순간을 즐겼는데
이력이 난다는 건 익숙해져서 대충대충하는 면이 있다는 걸
숨기지 못하겠다.
딸이 알면 좀 섭섭하겠지만서두.^^
첫 손녀 땐
둘 다 펄펄 날며
바쁜 브루클린에서 별 불편 없이 아가를 봤는데
이젠 몸도 좀 느려지고 끙끙 힘도 든다.
쉬엄쉬엄
아가 자면 따라서 낮잠도 자고.
점심을 먹고 새 보러 가잔다.
우유도 한 병 준비 하고 장난감도 몇개 들리고.
* * *
알라스카, 캐나다의 동토, 그리고 러시아의 시베리아 벌판 에서
일 이월이면 날아오는 하얀 눈기러기들, Snow geese
작년에 베고 남은 옥수수 줄기와 뿌리들을 먹느라
남쪽인 이 곳 스케짓 벨리(skagit valley) 에 와서 지내다
수선화, 튤립이 온 들판을 덮는 겨울의 끝 자락이면
온 곳으로 돌아간다.
먹이를 찾아
너른 벌판 이곳 저곳을 먹이를 찾아 이동하기에
어떤 때는 차로 한참을 헤매서야 새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물이 질펀한 벌판에 커다란 흰종이 들 처럼 드문드문 널려 있는
덩치가 큰 백조(swan)들은
그 무리의 수가 적어 관심을 덜 받는다.
추운 극지방의 눈 덮인 벌판 같은 흰 새 들의 떼.
이 눈기러기들은 한 번 짝을 지면 평생 함께 한다고.
저 무리 속에 저 마다의 애틋한 짝이 있어
태어 날 새 생명들을 준비하느라 기르느라
열심히 살아나간다.
-내 눈엔 다 똑같아 보이는데 어떻게 짝을 알아볼까?
-스노우기즈들이 우릴 보고 똑 같이 생각 할 걸?
'저 두발 달린 동물들은 다 꼭 같이 생겼는데 어떻게 서로 알아볼까'
함께 나르는 두 마리
먼저 날아오르는 걸 보니
아마도 리더 부부인가 보다.
스노우기즈 들을 보는 것의 재미는
함께 날아오르는 순간에 있다.
개를 풀거나 차를 몰고 가까이 가면 일제히 날아오르는데
이 새들을 인위적으로 방해하는 것은 불법으로 정해져 있다.
길에 차를 세우고 때를 기다리다
어떤 땐 그냥 흰눈 처럼 덮인 새 떼들만 보다가 그냥 오기도 한다.
차를 세워 놓은 길을 가로 질러 건너기라도 할 때면
머리 위 하얗게 펄럭이는
새 들의 날개짓 속
새 들 속으로 함께 날아오르는
마치
눈 보라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는 착각이 든다.
하얗게 오르는 새 보라!!
집 으로 돌아 오니
애기 엄마가 돌아 와 있네.
반갑다고
두 팔을 벌리고 지 에미 한테 얼굴 부비며 안기는 외손자.
임무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홀가분 하다.^^
집에 닿자 마자
또 보고 싶어 지겠지만.
이천이십이년 일월 이십팔일
손주 보고 돌아 온
교포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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