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를 본 지 여섯달도 더 넘었다.
지난 연말 연초에 가려다
한파로 큰 고개들이 얼고 눈이 쌓여 못 갔다.
보고 싶은 마음에
이틀 만에 달려 갔다.
이제 꽉 찬 다섯살이 된 손녀
키도 크고 많이 변했다.
지난 해 책을 같이 읽으며
C.A.T. 는 cat 이지?
크 .애 .트 . 캣 했더니
정색을 하며
' 할머니, 나 한테 읽는 법 가르치려 하지 말고 그냥 할머니가 계속 읽어줘' 했었다.
할머니는 누군가
그저 하자는 대로 따라 해주었지.
이 번 에는 친구가 매일 보낸다는
' I Love you 아무개'
어려운 손녀 이름 까지 또박또박 잘 도 쓴
제 친구의 카드를 보여준다.
너도 카드를 보내고 싶니? 했더니
그러고 싶은데 자신은 글을 쓸 수 없어서 그림만 그려 보낸다고.
자신이 쓸 수 있는 건 I, COW, ZOO 인데
답장으로 보내는 카드에 그 ' I cow zoo ' 라고 써 보내면 어떨까? 한다.
그래도 친구가 무슨 말인지 이해 할 것 같다고.
하하하
그래서 또 한바탕 웃었다.
이 아이의 근거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는 건
느긋해지는 것이다.
때가 되면 알아서 읽고 쓰고 하겠지.
그냥 사랑스럽기만 하다.
* * *
돌아오는 길은 태평양 연안 바닷길을 택했다.
겨울
함초롬 이슬 젖은 거목들의 숲 (레드우드 포레스트) 을 거닐려고.
엘크가 많이 모여 있곤 하는
엘크 프레이리 캠프 그라운드에서 묵었다.
(Elk Prairie State Park Camp Ground )
아침 안개 속에
뿔 달린 커다란 수 컷 세 마리가 초원에서 아침을 뜯는다.
암컷 들과 새끼들과 동 떨어져 있는 걸 보아
수태 시기가 끝나고
암컷 들은 뱃 속에서 봄에 태어 날
새 생명 들을 키우고 있으리라.
이 곳을 지날 때
언제나 처럼
캠프장에서 일 마일 내에 그 입구가 있는
칼 베럴 로오드 (Cal Barrel Road)를 걷는다.
국립공원에서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은
강아지가 예외로 걸을 수 있다.
칼 배럴 로오드는 겨울엔 차의 통행을 막아 놓았지만 차 길 이기에
우리 처럼 강아지랑 걷는 사람들이 찾는다.
동이 터 거목들 사이로 쏘며 들어오는 햇살들.
이 겨울
몇 백년 살다가 쿵 하고 스러져 간 거목 부러진 근처를 지날 땐
나무 진 냄새가 숲 속에 경건하게 흠뻑 배어 있네.
걷다보니 어느 새 몸이 젖어 드는데
앗
햇살 비치는 곳에 문득 내리는
물방울 방울방울방울...
태평양 큰 바다 물기가 안개가 되고
큰 나무 에 맺혀 수 많은 방울의 이슬이 되고
이슬 이 커져서 떨어져 내리는
물 방울들.........
............
이 거목들을 키우는 것들이
바로 눈 앞에서
방울 방울 떨어져 내리더라.
이루마, when the love falls
이천이십이년 이월 십팔일 아침
손녀를 보고 돌아 온 아침
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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