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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돌 2006. 11. 12. 21:44

큰아이가 딸인데 올해 수능시험을 보기 때문에 어렵사리 월차외박을 그때에 맞춰 시험 하루 전에 서울 집으로 갔다. 군인 아버지 덕분(?)에 자주 이사하고 전학한 아이. 공부를 못해도 부모 잘못 만난 탓이라고 생각되어 야단칠 수도 없었다. 가정 형편상 학원이나 괴외 한번 제대로 시켜주지도 못하고 해준 것이라곤 공부하라는 잔소리가 전부였기에, 그저 제가 알아서 공부해 주면 고마울 뿐이었다.

그런데 감사한 것은 각 대학 입시전형에 군 ·경 ·소방공무원, 벽지교사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기여 봉사자 자녀' 특별전형이 있다는 것이다.

군인의 경우, 대부분의 학교는 부사관 자녀로 한정했지만 `일부 대학은 15년 이상 장기복무 직업군인 자녀를 대상으로 수시 모집을 한다'고 해서 딸아이는 비록 하위권 학교이지만 1차 합격한 상태에서 수능을 치르게 되었다. 군인 아버지 따라 다니느라 공부를 제대로 못했다고 원망해야 할 딸이 합격소식을 듣고, “군인인 아버지가 있어서 천만다행이다”라고 했다는 말에 가슴이 저렸다.

수능시험날 아침, 교문 앞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이 왜 그렇게 허전하고 헛헛한지. 꼭 아이를 전쟁터에 홀로 내보낸 기분이었다. 하루종일 안절부절 못하다가 시험이 끝나 딸아이와 첫 통화를 하는데 `시험 잘 봤니?'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찼으나 차마 하지 못했다.

그래도 약간의 생기가 도는 아이의 목소리에서 시험을 어떻게 치렀는지 눈치로 짐작해낼 때는 참으로 묘한 기분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혼자 시험준비를 해서, 수능 때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새벽 추위를 누르며 교실에 들어가 꼬박 열 시간 동안 시험을 치르고 `살아서 돌아온' 아이가 마냥 대견스러울 뿐이었다.

어디 부상(?)당한 데는 없는지 이리 저리 살펴보는 내 눈빛이 이상했는지 TV를 보며 정답을 맞혀보던 딸이 왜 그러느냐고 묻는다. `고생했다, 수고했다, 내 딸 대견하다'는 말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엉뚱하게도 “예지 너, 이제 시집가도 되겠다”라고 해서 아이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수능시험 난이도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며칠 뒤 성적이 정식으로 발표되면 더 시끄러울 것이다. 딸아이도 모의고사 성적보다 낮은 점수가 나왔다고 풀이 죽어 있기에 “다른 학생들은 너보다 더 못치렀을 수도 있다”고 위로했다.

우리 부모된 어른들이 할 일은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공개적인 경쟁을 꿋꿋하게 치르고 나온 이 나라의 꿈나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이다. 시험문제가 어렵고 쉬운 것이, 그리고 점수가 높고 낮은 것이 중요하지 않다. 그 어려운 시험과정을 홀로 이겨낸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 내일을 향한 힘과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어떤 학생이 TV를 통해 “수능시험은 인생의 항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들 중에서 가장 쉬운 시험”이라며 수험생들을 격려하던 말이 생각난다.

〈대령(진) 하두철 육군동해충용부대〉
고모부들렷어요~까페에서읽엇던이야기네여
저두 벌써부터 맘이 무겁습니다.슬기도 내년이면 벌써 고등학교에 입학하는데,
부모로써 늘 잔소리만 늘어놀뿐 애한테 도움도 못되는것 같아서 늘 안타까워요.
부모가 능력이 좋아서 항상 자식이 필요로할때도움을 주어야하는데....^^
미미도 문자로 경려해주고 수능 끝나고 통화했는데...잘 봤다고하는 소리에 맘이
놓였어요.언제나 부모는 자식에게 있어 모범이 되어야하는데...말처럼 쉽지가 않네여...^-^
부모가 아무리 잘한들 자식은 늘 부족하게 여기고 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