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해찬솔 2018. 4. 8. 06:30


 


 

일상에서 잠시 내게 쉼표를 주고 싶었다. 아파트에 사는 나처럼 부처님 스물 아홉분이 1, 2, 3, 4층 아파트처럼 계신 도전리 마애불상군으로 쉼표 하나 찍으러 떠났다.

 



 

산청- 진주 국도 3호선을 타고 가다가 신안면 원지에서 생비량면 이정표와 함께 좌회전했다. 문대리 삼거리에서 합천, 진주 쪽으로 우회전했다. 도전교 앞 사거리에서 좌회전했다. 어은마을 입구다.

 



농협창고 앞에는 마을 사람들의 바람이 하나둘 쌓여 만들어진 돌무더기가 있다. 사람 얼굴 형상의 모양의 돌이 맨 위에 놓여 있다.

 



 

농협창고에 차를 세웠다. 차가 쌩쌩 다니는 차도 옆 벼랑에 나무 계단을 만들어 놓아 수월하게 올라갔다. 마치 염주를 헤아리며 기도하는 심정으로 계단을 하나하나 밟으며 올랐다.

 



 

다 올라오면 다시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나무 테크 너머로 마치 소뿔처럼 앙상하게 마른 나무가 구도자처럼 하늘을 향해 기도하듯 서 있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09호인 산청 도전리 마애불상군을 소개하는 안내판에 따르면 마애불상은 자연 암반의 벽면에 30cm 크기로 모두 4단으로 새겨져 있으며 현재 확인된 불상은 총 29기이나, 처음에는 이보다 더 많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중략) 이렇게 많은 불상이 무리 지어 배치된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다. 불상 옆에 ◯◯선생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다.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초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혀 있다.

 



 

당시에는 접근하기도 어려운 이곳에 이렇게 많은 부처님을 새긴 까닭은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이겠지.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자 마치 머리카락처럼 소나무들이 불상 무리 위에 있다.

 



 

무릎을 꿇고 가장 낮은 층단의 부처님부터 천천히 보았다. 30cm가량의 부처님이 대부분이지만 손바닥만 한 부처님도 있다. 숨은 그림처럼 찾기처럼 29분의 부처님을 열심히 찾았다. 내 눈에는 십여 분의 부처님밖에 보이지 않는다. 연꽃무늬 받침 위에 가부좌 한 채 앉아 있는 부처님의 형태만 보이고 미소는 물론이고 표정은 보이지도 않는다. 마모가 심하다.

 



 

벼랑에서 양천강 너머 집현산을 바라본다. 강가에는 오리들이 햇볕을 쬐며 쉰다. 바람이 살포시 내 뺨을 어루만진다.

 

바람결에 묵은 티끌을 씻어내고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렸다. 마음이 정갈해지고 맑아진다. 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