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해찬솔 2018. 4. 18. 06:30



 

봄기운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궁둥이를 붙일 수 없었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봄 덕분이다.

 

남해고속도로 하동나들목을 나와 하동읍 내로 들어가는 길은 멈춤이 없다. 차들이 쌩쌩 달린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삐 살아온 우리를 닮았다.

 

풀꽃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쁜 곳이 있다. 하동포구터널을 지나 왼쪽으로 접어들면 하동포구공원이 나온다. 과거 하동포구였던 곳을 기념하기 위하여 2002년 공원으로 조성한 하동포구 공원이다.

 

들어서자 왼편으로 황포돛대를 단 배가 반긴다. 돛대 옆에는 <하동포구 아가씨>라는 인기 가수 하춘화가 부른 노랫말이 돌에 새겨져 있다.

 

쌍돛대 임을 싣고 포구로 들고/ 섬진강 맑은 물에 물새가 운다/ 쌍계사 쇠북소리 은은히 울 때/ 노을 진 물결 위엔 꽃잎이 진다// 흐르는 저 구름을 머리에 이고/ 지리산 낙락장송 노을에 탄다/ 갱정유도 가는 길목 섬진강 물은/ 굽이쳐 흘러흘러 어디로 가나/ 팔십 리 포구야 하동포구야/ 내 님 데려다주오

 

나지막하게 따라 읊조린다. 음정 박자 무시하는 음치일망정 노랫말은 곱다. 설레게 한다.

 

소나무 숲길에 들어섰다.

고개 들자 햇볕이 갓 한 밥처럼 고슬고슬 빛난다. 소나무 사이로 섬진강의 보드라운 바람이 함께 한다.

 

백사(白沙)의 고운 물길 굽이굽이에 햇살이 안겨 있다. 급할 것 없는 탓에 천천히 사부작사부작 걸었다.

솔잎들이 카펫을 깔아놓은 듯 폭신폭신하다.

 

공원 내 긴 의자에 앉았다. 가져간 캔커피를 꺼내 뚜껑을 따자 근처에 있는 까마귀가 놀랐는지 까까악하며 날아간다. 괜스레 미안하다.

 

푸른 하늘과 맞닿은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지친 마음에 쉼표를 그려주는 한 폭의 수채화다.

 

솔숲 옆으로 자전거 도로가 지난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걷다 걸음을 멈췄다.

분홍빛 밥알을 닮은 꽃을 알알이 맺어놓은 박태기나무들이 푸르른 소나무 사이에 더욱 눈에 들어온다. 연분홍 치마 휘날리며 봄이 오는 모양새다.

 

봄기운 넘치는 강의 동녘, 하동에서 봄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