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해찬솔 2018. 5. 20. 07:00


 


 사천 사남면 우천리 능화마을과 마을숲

 

연두에 떠밀린 계절은 초록과 닿았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도는 일상을 벗어던지고 싶었다. 바쁜 삶을 잠시 멈추고 자연의 품속에서 위안받고 역사의 숨결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사천시 사남면 우천리 능화(陵華)마을로 내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사천 사남면 우천리 능화마을 입구

 

사천읍 내를 벗어나 삼천포로 향하는 길이 아니라 고성 방향으로 가다 만나는 구룡저수지를 지났다. 마을에 들어서는 입구부터 큼지막한 표지석이 반긴다. 마을 동쪽으로 와룡산의 능화봉(陵華峯)과 고자봉(顧子峯)이 아늑하게 안는다. 마을 회관으로 가는데 고자실(顧子室)과 배방사(排房寺) , 부자 상봉길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사천 사남면 우천리 능화마을은 고려8대 임금인 현종(顯宗,10091031)의 숨은 역사가 깃든 곳이다.

 

예사롭지 않은 이름을 뒤로한 채 마을회관에서 차를 세우자 벽화가 반긴다. 벽화들은 바로 이곳이 천 년이 넘은 시간을 거슬러 가면 고려8대 임금인 현종(顯宗,10091031)의 숨은 역사가 깃든 곳임을 알게 한다. 고려 현종의 아버지 안종(왕욱)은 당시 사수현으로 불리던 사천으로 유배를 왔다. 귀룡동이었던 능화마을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

 


사천 사남면 우천리 능화마을에는 고려8대 임금인 현종과 아버지 왕욱에 얽힌 이야기가 벽화로 그려져 있다.

 

아버지를 찾는 어린 아들 헌종 왕순은 아버지 인근 배방사에 와서 생활하던 중 아버지의 유언대로 능화마을에 안장한 뒤 왕위에 올라 아버지 왕욱을 안종으로 추존하고 재위 8(1017)에 능묘를 개경으로 이장했다.

 


사천 사남면 우천리 능화마을 골목길은 갤러리처럼 다양한 그림이 벽화로 반긴다.

 

당시의 모습이 골목길에 갤러리처럼 그려져 있다. 비단 고려 현종 이야기만 반기지 않는다. 바다가 아니라 꿈을 헤엄치는 고래들이 덩달아 꿈을 꾸게 한다. 골목골목 소곤소곤 말을 걸어온다.

 


사천 사남면 우천리 능화마을 골목길에 그려진 바다가 아니라 꿈을 헤엄치는 고래들이 덩달아 꿈을 꾸게 한다. 골목골목 소곤소곤 말을 걸어온다.

 

마을은 작다. 그려진 공간도 작다. 벽화골목은 작지만 빛나는 갤러리다. 씨줄 날줄로 이어진 골목 사이 사이로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쉰다.

 


사천 사남면 우천리 능화마을 골목길씨줄 날줄로 이어진 골목 사이 사이로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쉰다.

 

벽화 골목길은 시간도 천천히 흐른다. 골목을 나오면 숲이 나온다. 능화숲이다.

 


사천 사남면 우천리 능화마을 숲

 

숲으로 가는 길에 보리들이 바람에 장단 맞추듯 춤춘다. 애초 갖고 왔던 고민과 생각들은 바람을 타고 이미 멀리 떠난 지 오래다. 푸른 보리들이 바람과 함께 나를 위로한다.

햇살이 곱게 드리운다. 졸지에 봄 햇살에 샤워한다. 온몸이 개운하다.

 


사천 사남면 우천리 능화마을 숲 앞을 흐르는 하천은 맑고도 맑다.

 

숲에 들어서자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지고 지난다. 숲 옆으로 흐르는 맑은 물소리가 가슴을 시원하게 뚫는다. 어딜 둘러보아도 푸릇푸릇한 풍경이 함께한다. 숲 사이로 봄바람이 은은하게 흩날린다.

 


사천 사남면 우천리 능화마을 숲은 여름이면 더위를 피해 놀러온 사람들로 붐빈다.

 

숲 가운데에는 마르지 않는 샘이 있다. 오래된 역사 속으로 한걸음 흔적을 남긴 기분이다. 은밀한 정원으로 초대받은 느낌이다. 바람이 달고 이팝나무꽃 향기가 고요하다.

 


사천 사남면 우천리 능화마을 숲은 은밀한 정원으로 초대받은 느낌이다.

 

천년이 넘는 역사와 숲이 등을 다독여준다. 골목골목이 소곤거리며 힘내라 응원한다. 덕분에 능화마을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충전한다.

 


사천 사남면 우천리 능화마을 보리밭. 천년이 넘는 역사와 숲이 등을 다독여준 능화마을. 골목골목이 소곤거리며 힘내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