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해찬솔 2018. 5. 22. 11:36


바람 맞고 싶었다. 그냥 쉬고 싶었다.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길을 나섰다. 사남면 사무소에서 동쪽으로 1001호선을 따라가다 우천교를 지나자 바로 차를 세웠다.



사천시 사남면 구룡마을 입구에 있는 석장승과 마을 유래를 적은 표지석


석장승 한 쌍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용이 마을 남쪽 구룡산 규룡사(기룡암) 상부에서 승천 시 깨어졌다는 설화를 가진 깨진바위와 용허리재로부터 마을까지 아홉 굽이 등성이 용의 형상을 닮았다해서 이름 붙여진 구룡(九龍)마을이라는 소개를 적은 표지석이 걸음을 세운다.


마을 안내 표지석 뒤에는 ‘장승배기 끝골, 뒷농골, 점터, 용바위, 장군바위, 백화산, 옥골, 누룩바위, 두꺼비바위, 못안지, 농바위, 닥밭골, 구룡산(298m),깨진바위, 불당골, 부도골~’등 마을에 있는 지명을 일러주고 있다.



사천시 사남명 구룡저수지를 돌아가는 지방도로는 이팝 나무들이 시원한 아이스크림처럼 반긴다.


덕분에 용처럼 하늘을 나는 기분으로 길을 나서는데 구룡마을 길가에 시원한 아이스크림처럼 펼쳐진 이팝나무의 행렬이 나를 반긴다. 쌀밥을 닮았다는 이팝나무덕분에 보는 동안 배가 든든하다.



사천시 구룡저수지


구룡마을에서부터 바다도 아닌데 맑디맑고 푸른 구룡저수지가 길옆에서 함께한다. 끝자락에서 다시금 차를 멈췄다. 노란 유채꽃들이 활짝 반긴다.



사천시 농어촌 체험‧휴양마을인 우천바리안 마을 안내판


농어촌 체험‧휴양마을인 우천바리안 마을이다. 우천이라는 이름은 와룡산에서 소가 먹이(풀)을 실컷 먹고 냇가에 내려와 물을 잔뜩 먹고 배가 불러 누워서 쉬고 있는 모습에서 유래했다. 바리안은 밥그릇이란 옛말이며 산이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친 모습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사천 우천바리안 마을 입구에 세워진 우천3·1만세운동기념비


도농교류 체험관 앞에 차를 세우자 우천3·1만세운동기념비가 들어온다. 1919년 마을의 열일곱 청년(김관일, 김주봉, 문종석, 문명표, 김수명, 김또정일, 김몽우, 김재상, 김덕우, 김장언, 곽성삼, 곽은삼, 곽의삼, 문득용, 문석포, 문장포)이 우천리 텃골재에서 독립만세를 부르다가 일본 헌병에 잡혀 옥고를 치르는 등 독립운동을 한 사실을 잊지 말자고 새겨져 있다.



사천 우천바리안 마을 유채꽃밭


기념비 뒤로 유채꽃밭이 바람에 노랗게 일렁이고 이팝 꽃이 하얗게 펄럭인다. 삶에 지친 나를 위로해주는 듯 반기는 유채꽃밭 옆에 세워진 정자에서 잠시 쉬었다.



사천 우천바리안 마을 이팝나무


좀 더 저수지로 내려가자 우천마을 숲과 저수지가 초록 물결로 반긴다. 저수지는 바다처럼 넓고 깊다. 바람에 장단 맞추듯 일렁이는 물결이 싱그럽다. 숲을, 저수지 곁을 쉬다가 다시 걸었다.



사천 우천마을 숲


‘우천바리안 조각배’ 축제 포스터가 지난해 여름의 추억을 기억하고 있다. 축제는 오래전 우천 계곡 주변에 있는 ‘불근바위’가 있는데 색이 붉게 짙어지면 마을에 흉사가 있다고 여겨 안전을 기원하는 제의 의미를 담아 연다고 한다. 벌써 다가오는 여름이 기다려진다.



‘우천바리안 조각배’ 축제는 오래전 우천 계곡 주변에 있는 ‘불근바위’가 있는데 색이 붉게 짙어지면 마을에 흉사가 있다고 여겨 안전을 기원하는 제의 의미를 담아 연다고 한다.


저수지는 넉넉하고 청정한 모습으로 일상에 찌든 나를 반갑게 맞는다. 푸른 바람이 훅하고 얼굴을 덮는다. 마음이 뻥 둟리는 기분이다. 저수지 위로 환하게 내린 봄 햇살이 겹쳐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풍광을 두 눈 가득 담았다.



구룡저수지의 맑은 물


저수지를 걷다가 바라보면서 복잡한 머릿속 고민과 스트레스는 자연스레 사라진다. 저수지의 드넓은 풍경이 나를 위로한다. 푸른 풍경에 눈을 씻고 다시 삶의 에너지를 채웠다.



구룡저수지의 맑은 풍경이 나를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