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해찬솔 2018. 6. 15. 08:45


    

    초록이 내려앉은 풍광에 소리 없이 평화가 머문다

-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로를 따라 걷다



여름이 농익어가면 걷기가 힘들 듯싶어 부랴부랴 나섰다. 이왕이면 걷기도 좋지만 의미 있는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또한, 덥지 않고 풍광이 좋은 곳으로. 하동군 옥종면과 진주시 수곡면이 덕천강을 경계로 마주한 곳에 이르러 차를 세웠다.

 

문암정이라고도 불리는 강정(江亭)이다. 이순신 장군은 도원수 권율 휘하에서 백의종군하다가 1597716일 원균이 이끄는 수군이 일본군에 대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합천(율곡)을 떠나 전황을 살피기 위해 오가며 여기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곳에서 진주목사를 만나 대책을 숙의했다. <난중일기>에는 강정 또는 송정이라 했는데 문암바위를 의지하고 동남쪽으로 덕천강을 굽어보고 있으며 몇 그루의 노송이 풍취를 더하는 곳이다. 손영이라는 사람이 정자를 짓고 노년을 보냈으나 정유재란 때 불탔다고 전한다.

 

문암(門巖)은 두 바위가 문과 같은 모양으로 마주 보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선비들이 문암(文巖)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한다. 조선 후기에는 강정을 가꾸고 나루터를 만들어 1975년까지 370여 년 동안 진주로 통하는 교통의 요지가 되기도 했다.

 

강정에 올라 덕천강을 굽어보았다. 주위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시원한 바람이 뺨을 어루만지며 지난다. 나라의 위기 속에 충무공은 어떤 대책을 여기에서 세웠을까? 잠시 눈을 감고 시간을 거슬러 역사 속으로 들어가 느껴보고 싶었다.

 

바람이 시원하게 뺨을 어루만지고 지나자 눈을 떴다.

강 건너 진배미가 보인다. 손경례 집에 머물며 이곳에서 군사 훈련을 시켰다. 이곳에서 삼도수군통제사를 다시 제수받아 명량대첩의 신화를 만들었다.

 

강을 따라 난 백의종군로 도보 탐방로 제3코스 희망의 길을 걸었다. 수백 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묵직한 역사 속을 거니는 기분이다.

강이 나와 함께 동무가 되었다. 강둑에는 금계국이 노랗게 피어 주위 풍광과 더불어 걷는 동안 지친 마음을 달래준다.

 

3km가량 걷다가 용연사 앞에서 땀을 훔쳤다. 다리 건너에 있는 용연사 풍경이 아름답다. 가져간 캔커피를 마시며 숨을 고르며 풍광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용연사에서 대정마을 지나는 이순신 백의종군로가 나오지만 길을 돌아 용연사 앞 잠수교를 지나 다시금 강정으로 돌아왔다. 다음에는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진배미로 해서 다시금 돌아볼 참이다.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때 거닐었던 길은 아픈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기억하려고 다짐하며 걷는 길이다.

 

지금은 시간마저 느리게 흘러간다. 초록이 내려앉은 풍광에 소리 없이 평화가 머물렀다.

지나온 길은 굴곡진 역사와 전란에 처한 조선을 구한 길이다. 우리나라 국난극복의 현장을 거닐며 푸근한 풍경에 마음을 편히 내려놓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