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해찬솔 2018. 8. 28. 13:34


그저 바다가 그리웠다. 국도 3호선을 타고 내달려 끝자락에 이르고도 다시 국도 19호선인 남해-원주의 시점인 미조항에 이르러서야 멈췄다.


남해-원주 구간인 국도 19호선의 시작점인 남해군 미조항


항구에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멸치를 털어내는 벽화가 짭조름한 비린내를 안겨준다.

 

남해군 최남단인 미조항 입구


남해 미조항

남해군 본섬인 남해도 최남단에 있는 항구다. 조도와 호도 2개의 유인도와 16개의 무인도가 떠 있다. 19번 국도의 종점에 있는 미조항은 남해의 어업 전진기지다.

 

벽화 뒤로는 빨간 벽돌 사에 물고기가 걸린 골목길이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마저도 물고기 그림과 통유리라 시원하게 주위를 둘러보기 좋다. 국도 19호선과 국도 3호선의 출발점을 알리는 비석 위로 구름이 내달린다.

 

국도 3호선과 19호선의 출발점인 남해군 미조항

 

바닷가를 따라 걸었다. 내리쬐는 햇살에도 더위를 잊었다. 뚜렷한 목적지가 없었던 까닭에 걸음은 어디로 가도 좋을 풍경과 함께한다. 바다쪽 난간에 갈매기들이 이런 나를 관심없다는 듯 무심하게 바라본다.

 

남해군 미조항

 

펄럭이는 깃발을 닮은 가림막 아래 작은 삼각 그늘에서 땀을 훔쳤다. 길 맞은편 미조리의 상록수림이 초록빛으로 반긴다.

 

남해군 미조항

남해 미조리 상록수림

천연기념물 제29. 면적 1,729m2

미조리 바닷가 언덕 경사면에 있다. 풍수설(風水說)에 따라 지형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한 비보림(裨補林)으로 시작해 지금은 바닷바람을 막는 방풍림(防風林)과 물고기를 부르는 어부림(魚付林) 역할도 한다.

 

미조리 상록수림은 상록수림이라고는 하지만 느티나무와 팽나무, 졸참나무 등의 활엽수종도 후박나무, 육박나무, 감탕나무, 사스레피나무 등의 상록수와 더불어 산다.

 

남해군 미조항에 있는 상록수림

 

나무 아래에 앉자 초록 바람이 얼굴을 시원하게 어루만지고 지난다. 다시금 길 건너로 눈길을 주자 음식특구 안내시스템이 나온다. 미조항이 맛집이 많은 까닭에 근처의 음식점을 소개하는 전광판이다.

 

남해군 미조항 음식특구 소개 시스템

 

뒤로는 여러 물고기 모양의 조형물이 햇볕에 달구어진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처럼 천연 햇볕에 구워지는 상상에 입가에 행복한 침이 고인다. 해삼이며 참치, 오징어 등의 조형물이 또한 바람에 인사를 건넨다.

 

남해군 미조항에 있는 갈치 조형물


잔잔하게 일렁이는 파도에 제 몸을 맡긴 바닷가에 매인 배 한 척이 덩달아 춤을 춘다. 만선을 바라는 깃발이 떠날 채비를 기다리며 바람 한 점에도 커다랗게 펄럭인다.

 

남해군 미조항 조선소

 

우리네 몸이 아프면 병원을 가듯 배를 수리하는 작은 조선소가 저 너머로 보인다. 배 한척이 개선장군처럼 들어온다. 등대는 말없이 들어서는 배를 반긴다. 등대 너머로 이름 모를 섬들이 떠 있다.

 

남해군 미조항


미조항은 수행하러 왔다가 남해의 물이 불어 오도 가도 못하게 된 부처님 앞에 마을 앞섬 하나가 자진해서 엎드려 디딤돌이 돼주어 미조(彌助)라는 마을 이름이 되었단다. 부처님께 디딤돌이 된 섬이 어느 섬일지 못내 궁금했지만 걸음을 멈춰 세우는 배꼽 시계 덕분에 근처 식당에 들러 바다를 담은 점심을 맛나게 먹었다.

 

남해군 미조항에서 만나는 반가운 지역말은 다시금 걸음을 멈추게 한다.


점심을 먹고 왔던 길을 돌아가는데 안녕히 가시다라는 정겨운 말에 다시금 발걸음을 멈췄다. 그저 바다가 그리워 떠난 길, 역시 잘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