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해찬솔 2018. 9. 14. 13:40


 

어제와 오늘이 공존하는 길을 걸었다. 뜨거운 햇살은 나를 가로막지 못한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친 오늘을 느끼고 싶었다. 시간 사치를 누리며 사천시 곤양면을 걸었다.

 


사천시 곤양향교

 

사천시 곤양면은 작은 면이지만 조선 시대에는 군소재지다. 고려 태조로부터 조선 태종초까지 진주목 곤명현이 세종 1(1419) 곤남군으로 승격했다. 곤명현 소재 소곡산에 세종의 어태를 안치하면서도 곤남군은 진주모긍로부터 독립, 곤명, 곤양, 서포와 하동의 진교, 금남과 남해군 전역을 포함했다.

 


사천시 곤양향교 앞 이정석과 대소인원하마비(大小人員下馬碑)

 

면소재지에서 곤양중학교 쪽으로 걸어가면 금융교가 나온다. 다리에 서면 작은 언덕 위에 서 있는 곤양향교(昆陽鄕校)가 보인다. 향교는 유교의 옛 성현(聖賢)을 받들고, 지역 사회 인재 양성과 미풍양속을 장려할 목적으로 설립된 지방 교육 기관이다. 지금의 공립 중고등학교에 해당한다.

 


구릉에 있는 사천시 곤양향교로 가는 길

 

곤양향교는 풍수지리상 배가 돛을 달고 바다를 향해 힘차게 항진하는 형국이라 하며 진대거리라 했다. 진대 머리 동편에 마치 학이 남산너머로의 바다를 바라보며 한가로이 노니는 형국인 유학과 백호등에 곤양향교가 위치한다. 항교의 서편 낮은 등에는 옛날에 서당이 있었다하여 서당골이라 부른다.

 


사천시 곤양향교 정문인 풍화루

 

다리 왼쪽으로 길을 잡으며 곧장 향교 앞까지 가는 길이 나온다. 승용차도 이 길을 통해 바로 앞까지 갈 수 있지만 여유를 가지고 마치 이 지역에 오래 살아온 주민처럼 어슬렁어슬렁 좀 더 걸었다.

 


사천시 곤양향교 정문인 풍화루에서 내려다본 풍경

 

곤양향교(昆陽鄕校)라는 큼직한 이정석 옆에는 대소인원하마비(大小人員下馬碑)가 서 있다. 경건한 마음으로 오라는 뜻이라 여기고 언덕 위로 난 계단을 찬찬히 걸었다. 계단 끝나는 자리에 향나무가 하늘 향해 솟아 있고 마을 골목길이 드러난다. 이곳을 드나들며 품었던 선비들의 올곧은 정신을 느끼며 두 사람이 간신히 걸을 수 있는 골목길을 걸었다.

 


사천시 곤양향교 풍화루에 매달린 북

 

홍살문이 보이지 않고 바로 향교의 정문인 풍화루가 맞닿는다. 백성들 풍속을 교화한다 풍화루(風化樓) 앞에는 공덕비 여러 개가 서 있다. 정문인 풍화루는 문이 세 개다. 가운데는 영혼이 드나들고 사람은 양쪽 문만 써야 한다. 오른쪽은 동문이고 왼쪽은 서문이다. 계단을 조심스레 올라 지나온 길을 둘러보았다. 풍화루 아래에는 북이 매달려 있다.

 


사천시 곤양향교 전학후묘(前學後廟)로 되어 있다.

 

향교는 교육공간으로서 강의실인 명륜당(明倫堂)과 기숙사인 재가 있었으며, 배향공간으로 공자의 위패를 비롯한 4(四聖)과 우리나라 18(十八賢)의 위패를 배향하는 대성전(大成殿)으로 꾸며져 있다. 평지에 세워진 향교 건물배치는 전면에 배향공간이고 후면이 강학공간인 전묘후학(前廟後學)이지만 여기는 구릉지에 있는 까닭에 전학후묘(前學後廟)로 되어 있다.

 


사천시 곤양향교 명륜당

 

경상남도유형문화재 제221호인 곤양향교의 창건 연대를 정확히 알 수 없다. 1546(조선 명종 1)에 군수 노진이 부임하여 처음으로 정동에 터를 잡아 문묘를 지었다고 한다. 1663(현종 4)에는 범동(凡洞)으로 옮겼다가 1807(순조 7)에는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

 


사천시 곤양향교 명륜당 옆 담벼락에 난 문으로 지나면 대성전이 나온다.

 

명륜당 마루에 앉았다. 여기서 열심히 공부해서 과거에 급제하면 생원·진사가 된 선비들을 떠올렸다.

 


사천시 곤양향교 대성전

 

명륜당 옆 담벼락을 문을 지나 문묘가 있는 사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성전 앞 내삼문 앞에서 위패를 모신 대성전을 향해 쳐다보면서 예를 올리고 절을 올렸다. 대성전에는 대성지성 문선왕인 공자를 비롯해 증자·자사·맹자·안자와 공문십철(孔門十哲), 송조6(宋朝六賢), 한국 18(十八賢)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다.



사천시 곤양향교 대성전에서 내려다본 향교 전경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일부러 잡아놓은 듯 시간마저 천천히 흘러간다. 고요한 시간 속으로 떠난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