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해찬솔 2018. 12. 10. 08:54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러 간다는 입동(7)입니다. 우리의 가을도 이대로 끝나는 걸까요? 아닙니다. 이 가을의 끝을 잡고 놔주지 않겠다는 다부진 풍경이 함께하는 곳이 있습니다. 창원 도심 속 용지문화공원이 그곳입니다. 우리 곁에 있는 가을을 보내기 위해 당장 떠나야 합니다.

 


창원 용지문화공원

 

KBS 창원방송총국 건너편 주차장에 차를 세웠습니다. 차에서 내리자 알은체를 하는 맑은 햇살이 따사롭습니다. 잠바가 괜스레 무겁게 느껴집니다. 잠바를 벗고 나뭇가지 위로 내려앉은 가을 속으로 성큼성큼 들어갔습니다.

 


창원 용지문화공원 입구

 

용지문화공원이라 적힌 커다란 빗돌 옆에 자연의 하모니라는 스텐인리스와 청동 조형물이 어서 오란 듯 반짝입니다. 둥근 원형 속에 새싹이 솟아오르고 바로 위에는 다정한 새 가족들이 그런 저를 바라봅니다.

 


창원 용지문화공원에 있는 조형물 자연의 하모니

 

공원은 문화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기저기 걸음을 붙잡는 조형물들이 많습니다. 찬찬히 조형물들을 구경하는 걸음을 가볍고 신납니다. 넓은 터 너머에는 햇볕이 쏟아집니다. 잠시 쏟아지는 햇볕을 피해 나무 그늘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창원 용지문화공원을 산책하는 시민들

 

바스락바스락. 나무 아래는 유난히도 무덥고 길었던 지난여름을 견뎌낸 나무들이 가을과 이별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시청에서 도청으로 향하는 큰길을 건너자 아까와 달리 더 풍성한 가을이 반깁니다.

 


창원 용지공문화공원 낙엽들이 가을과 이별하며 바스락바스락 노래한다.

 

여기저기 멋진 조형물이 반기는 사이로 가을이 내려앉아 걸음을 가볍게 합니다. 맑고 개운한 바람이 지납니다. 고개를 떨군 나뭇잎이 떨어지며 제 걸음을 세웁니다. 잠시 시인인 양 나뭇잎을 들고 푸른 하늘 바라봅니다.

 


창원 용지문화공원 내 비석군

 

가을이 주는 선물에 감사하며 가장자리에 있는 숲속을 거닙니다. 매년 주어지는 이 풍요로운 여유를 느끼는 자유로운 시간입니다. 창원 각지에 있던 군수들의 선정비 등을 모은 비석 사이를 거닐자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가 된 듯합니다.

 

피노키오의 거짓말이라는 작품 앞에서 문득 제 코를 만집니다.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거짓말로 나와 이웃을 속였을까 반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창원 용지문화공원 내에 있는 피노키오의 거짓말

 

걸음을 자연스레 공원 한가운데로 향하자 새 영남포정사가 나옵니다. 진주성 안에 있는 영남포정사를 본뜬 것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새영남포정사'입니다. 고종 32(1895) 경상도가 남북으로 분리될 때 경상남도 중심은 진주였고, 경상남도 관찰사가 업무를 보던 곳이 바로 진주성 내 '영남포정사'였습니다. 경남도청이 부산으로 옮겨지기까지 도청의 정문이었습니다. 1983년 창원에 도청 시대가 열리며 1986년 여기 용지문화공원에 경남도청의 정문이라는 상징을 재현해 세웠습니다.

 


창원 용지문화공원 한가운데에 있는 새영남포정사

 

누각 앞에는 창원시 개청 30주년을 맞이해 창원시 발전사와 상징물을 묻은 타임캡슐 창원 2010’이 있습니다. ‘새영남포정사뒤편에는 신기마을 옛터라는 빗돌이 나옵니다. 새로운 창원이라는 도시가 계획되고 들어서면서 여기서 살았던 이들이 곁을 내주고 떠난 사연이 담겨있다. 문득 이어달리기가 떠오릅니다. 지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어달리기.

 


창원 용지문화공원 내 신기마을 옛터를 알리는 빗돌에는 새로운 창원이라는 도시가 계획되고 들어서면서 여기서 살았던 이들이 곁을 내주고 떠난 사연을 담았다.

 

가을은 그렇게 상상의 나래가 이어달리기처럼 꼬리를 물고 함께 합니다. 그늘에서 목을 축입니다. 달곰한 커피가 여기를 순간 야외 카페로 바꿉니다. 저만치에 하늘의 별이 내려와 나뭇가지에 걸렸습니다.

 

이마에 맺힌 땀을 훑는 바람이 맑고 곱습니다. 창원 도심 속에서 가을로 물들이는 풍경이 바람 따라 흩어집니다. 노랗고 붉게 물든 가을이 농익어갑니다.

 


창원 용지문화공원에는 하늘의 별이 내려와 나뭇가지에 걸렸다.


가을이 문득 보고 싶을 때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면 창원 도심 속 용지문화공원이 딱 입니다. 가을을 바쁜 일상 속에 계절의 변화도 알지 못하고 살아온 우리에게 위로하듯 파란 하늘과 맑은 바람을 선물합니다.

 


가을이 문득 보고 싶을 때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면 창원 도심 속 용지문화공원이 딱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