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해찬솔 2019. 1. 11. 09:00


 

여행에 반드시 목적지는 필요 없습니다. 정처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마음 향하는 대로 간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짧은 해방감, 일상탈출하기 그만인 곳이 창원 마산회원구 내서읍 삼계리 안계마을입니다.

 


창원 안계마을 그림안내도

 

내서읍 내 안계초등학교 옆을 호암산 쪽으로 향하는 길을 잡자 작을 개울이 흐릅니다. 개울 옆으로 걷기 좋은 산책로가 함께하는 데 바로 산책로 앞에 마을 그림지도가 나옵니다.

 


창원 안계마을로 가는 입구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아름다운 안계마을이라는 말처럼 개울 옆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에 햇살이 함께합니다. 오가는 새들이 노래를 부르고 바람이 시원하게 훑고 갑니다. 10여 분 걷다 보면 안계마을이 나옵니다. 마을 입구에 300년 넘은 서어나무와 느티나무가 아담하게 반깁니다.

 


창원 안계마을 안봉대

 

마을 수호신이 서어나무와 느티나무 밑에는 두꺼비 모양의 돌이 덤덤하게 앉아 있고 위에는 안봉대(安烽臺)라 적힌 비석이 올려져 있습니다. 바로 옆에는 막대기 모양의 돌이 꽂혀 있습니다. 마치 다정한 친구처럼 해바라기 마냥 서 있습니다.

 


창원 안계마을 안봉대에 있는 두꺼비 모양의 돌 위에는 안봉대(安烽臺)라 적힌 비석이 올려져 있다.

 

이곳 주민들은 매년 음력 111일 자정에 당산신에게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고 마을 사람들의 무병장수를 빌며 마을 제사를 지낸다고 합니다. 마을 수호신으로 믿고 동제당을 마련해 지내고 있습니다.

 


창원 안계마을 안봉대에서 이곳 주민들은 매년 음력 111일 자정에 당산신에게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고 마을 사람들의 무병장수를 빌며 마을 제사를 지낸다

 

동제당 내부에는 작은 선돌이 있는데 붉은 글씨로 새마을 서기 19794월 삼개(三個) 제당 통합 증축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창원 안계마을 안봉대 내 동제당. 내부에는 새마을 서기 19794월 삼개(三個) 제당 통합 증축이라고 씌인 선돌이 있다.

 

안계마을에는 138가구 350여 명이 사는 작은 마을입니다. 지난 칠월 칠석날에는 제1회 안계인의 날을 열어 주민들이 모여 잔칫날을 열었다고 합니다.

 


창원 안계마을에는 지난 칠월 칠석날에는 제1회 안계인의 날을 열어 주민들이 모여 잔칫날을 열었다

 

안봉대 공원 주위에 긴 의자에 앉아 가져간 캔커피를 마시며 숨을 고릅니다. 지나는 까치들이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고 갑니다.

 


창원 안계마을에는 쉬어가기 좋도록 긴 의자 등이 있다.

 

안봉대를 지나 마을 속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었습니다. 빛바랜 담벼락 너머로 김치 담글 배추가 한가득 보입니다.

 


창원 안계마을은 어슬렁어슬렁 거닐기 좋다.

 

마을회관 앞에 이르면 버스 종점을 알리는 버스 표지판이 나옵니다. 하루 6(07:00, 09:45, 12:20, 14:55, 17:30, 20:10, 22:20) 여기를 출발해 내서여고, 마산역, 어시장, 경남대 등을 거쳐 월영아파트까지 가는 50번 버스가 운행된다고 합니다.

 


창원 안계마을 회관 앞. 시내버스 50번의 종점이기도 하다.

 

문득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종점까지 하릴 없이 다닌 어릴 적이 떠올랐습니다. 모두가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을 창 너머로 구경하면서 때로는 꾸벅 졸면서 세상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었습니다. 다음에는 종점에서 출발한 버스를 타고 시내를 돌고 돌아 오고 싶습니다.

 

마을 앞산 은사시나무가 마치 심령 깃든 나무처럼 햇살에 은빛으로 빛납니다. 그런 녀석에게 정신이 팔렸을 때 발아래 개쑥부쟁이가 보랏빛으로 지난가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꽃말처럼 다시 꽃피울 새해를 그리움으로 기다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창원 안계마을 앞산 은사시나무가 마치 심령 깃든 나무처럼 햇살에 은빛으로 빛난다.


옆에 아무 데서나 잘 자라는 왕고들빼기가 흰 날개가 달린 씨앗을 바람에 날려 보낼 준비가 한창입니다. 딸 시집보내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정갈하게 기다리는 모습에서 꽃말 모정을 떠올립니다.

 


창원 안계마을에서 만난 왕고들빼기는 흰 날개가 달린 씨앗을 바람에 날려 보낼 준비가 한창이다.

 

지나는 바람이 얼굴을 훑고 지납니다. 바람마저 달곰합니다. 어지러운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깨끗하게 바람에 헹군 듯 머리가 개운합니다. 풍광들이 시나브로 말을 건네옵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숨 고르기를 한 날입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춥다고 마음마저 닫기보다는 일단 떠나보면 어떨까요? 일상탈출, 멀리 있지 않습니다.

 


창원 안계마을은 지나는 바람마저 달곰하다. 일상탈출하며 거닐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