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해찬솔 2019. 10. 28. 11:31





시간의 더께가 두꺼워져도 잊지 말아야할 역사를 만나다


 


통영 남망산공원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기림, 정의비

 

연어 떼처럼 고향을 찾는 추석입니다. 살아가며 무심히 흘러온 시간들 속에 꾹꾹 눌러온 그리움을 안고 고향의 넉넉한 품에 안깁니다. 그러나 고향이 있어도 고향을 찾지 못하고 등졌던 이들도 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 강제점령기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간 이들이 그렇습니다. 그리운 고향을 떠올리기 쉬운 요즘 통영 남망산 공원 내 정의비를 찾았습니다.

 


통영 남망산공원 입구

 


통영 남망산공원에 있는 통영시민회관

 


통영 남망산공원에 핀 무궁화

 

통영 강구항을 지나 야트막한 남망산으로 향했습니다. 50m 언덕을 올라 통영시민회관이 보일 즈음에 남으로 작은 공간이 나옵니다. 공간 앞으로 선 분홍빛 무궁화가 어서오라는 듯 활짝 웃으면 반깁니다.

 


통영 남망산공원에서 바라본 서피랑공원

 

저 멀리 강구항 너머로 서피랑이 보입니다. 지난 과거의 모습을 엿보기는 어렵습니다. 그저 모두가 평화로운 풍광입니다.

 


통영 남망산공원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기림, 정의비 표지석.

 

강구항에서, 서피랑에서 머문 시선이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정의비>라는 표지석에 멈춥니다. 표지석은 양산처럼 햇살을 가려주는 나무 아래 있습니다. 오른쪽 모퉁이에 두 팔을 벌리며 반기는 조각상이 바로 정의비입니다.

 


통영 남망산공원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기림, 정의비

 

여느 평화의 소녀상과는 다릅니다. 우리나라에 세워진 위안부 피해자기림상들이 한결같이 한복차림에 단발머리인 것에 비해 얼굴은 소녀도 아줌마도 아닙니다. 무덤덤한 여성의 얼굴을 한 채로 두 팔을 벌려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한가득 안는 모양새입니다.

 


통영 통영 남망산공원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기림, 정의비는 우리나라에 세워진 위안부 피해자기림상들이 한결같이 한복차림에 단발머리인 것에 비해 얼굴은 소녀도 아줌마도 아닌 무덤덤한 여성의 얼굴을 한 채로 두 팔을 벌려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한가득 안는 모양새다.

 

낯섭니다. 우리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소녀라는 틀에서만 바라본 까닭인지 돌아보게 합니다. 피해자는 10대 소녀부터 20~30대 유부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통영 통영 남망산공원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기림, 정의비는 두 팔을 벌려 포옹하려는 모습으로 서 있다.

 

2000년 여성가족부에서 피해자 신고를 접수했을 때, 피해자는 198명이었습니다. 등록피해자 가운데 지역 출신을 보면 경남이 31%로 가장 많습니다. 등록하지 않은 피해자는 더 많을 것입니다.

 


통영 통영 남망산공원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기림, 정의비 주위에 있는 안내문들.

 


통영 통영 남망산공원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기림, 정의비 주위에 있는 안내문만 찬찬히 읽어도 역사 공부가 된다.

 

여기에서 바라보이는 강구안은 통한이 서려 있습니다. 일제는 이 지역 섬에서 무차별적으로 연행해 갔다고 피해자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취직을 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강구안에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갔고 전쟁터 위안소로 끌려갔습니다.

 


통영 통영 남망산공원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기림, 정의비에서 바라보이는 강구안은 통한이 서려 있다. 일제는 이 지역 섬에서 무차별적으로 연행해 강구안에서 배에 태워 위안소로 끌고 갔다.


정의비를 둘러싼 안내 글들이 일본군 위안부의 실체를 제대로 알게 하는 기회를 줍니다. 정의비는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의 당당함과 정의로움을 상징합니다.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죄와 화해의 손짓을 담고 있습니다.

 


통영 통영 남망산공원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기림, 정의비 주위에 매달린 노란 리본에는 아픈 과거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씌어 있다.

 

모든 여성폭력 피해자들을 감싸 안으며 전쟁과 폭력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추구하고 아울러 이 지구라는 별에서 자행하는 여성에 관한 폭력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세웠다고 합니다.

 

동상 주위 나무에 노란 리본들이 매달려 있습니다. 아픈 기억을 외면하지 않고 정의를 꽃피우기를 기원하는 시민들의 바람이 걸려 있습니다.

 


통영 남망산공원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기림, 정의비는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의 당당함과 정의로움을 상징하고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죄와 화해의 손짓을 담고 있다.

 

오늘 이곳에서 우리의 한숨이 서린 역사를 읽습니다. 시간의 더께가 두꺼워져도 잊지 말아야할 역사를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