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해찬솔 2020. 2. 25. 08:26




머리 없는 무덤에서 일상의 묵은내를 날리다

- 천주교 순교자 성지 복자 정찬문(안토니오) 묘를 찾아서


 


천주교 마산교구 진주 사봉공소

 

가톨릭 신자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그의 무덤을 찾았습니다. 진주에서 창원으로 가는 국도변 작은 언덕 위에 순교자 정찬문(안토니오)묘가 있습니다. 사봉면 소재지에서 승용차로 5분여 거리에 있는 천주교 마산교구 사봉공소가 있습니다. 공소 위쪽으로 푸르른 소나무들이 둘러싸인 곳에 마흔다섯에 모진 고문 속에도 천주교를 버리지 않고 기꺼이 죽음을 맞은 그가 죽어서도 살아서 반깁니다.

 


천주교 복자 정찬문(안토니오) 초상화

 

정찬문은 고려 말 충신으로 이름 드높은 정온의 15대 후손입니다. 천주교 성인의 바로 아래 단계인 복자로 2014년 우리나라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복식에서 선포되었습니다.

 


천주교 복자 정찬문 묘 앞쪽의 제단을 중심으로 왼편에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라적힌 십자가가 있고 오른편에 초상화와 촛대가 있다.

 

묘 앞쪽의 제단을 중심으로 왼편에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라적힌 십자가가 있고 오른편에 초상화와 촛대가 있습니다. 사각의 무덤에는 순교자 정 안또니오의 묘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감옥에 갇혀 25일 만에 순교한 정찬문은 사흘 뒤 머리는 본보기로 효수(梟首)되고 몸체만 친지들에게 수습되어 급하게 사봉초등학교 인근 허유 고개에 묻혔다가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고 합니다.

 


천주교 복자 정찬문 묘에서 바라본 사봉공소

 

복자 정찬문(알마출판사)에 따르면 정서진과 어머니 울산 김씨 김상련의 3형제 중 막내아들로 태어나 셋째 큰아버지 정서곤의 양자로 들어간 정찬문은 천주교 신자였던 칠원 윤씨와 혼인해 부인의 권면으로 영세 입교한 뒤 ‘1866년 병인박해 때 체포되어 그의 나이 45세에 순교한 것으로 적혀 있습니다. 또한 친척들이 시신을 요청하자, 관에서 머리를 남겨두고 몸만 내어주었다. 이렇게 해서 하체만 장사 지냈고, 이곳 사람들과 신자들에게 무두묘(無頭墓)로 알려지게 되었다.’라고 합니다.

 


천주교 복자 정찬문 묘 주위로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골고다 언덕으로 끌려가는 14개 지점의 고난의 길을 재현한 십자가의 길이 있다. 종교 여부를 떠나 십자가의 길을 걷는 동안 마음속 묵은내가 솔향에 날아간다.

 

묘 주위에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골고다 언덕으로 끌려가는 14개 지점의 고난의 길을 재현한 십자가의 길이 있습니다. 천주교 신자도, 개신교 신자도, 불교 신자도 아니지만 십자가의 길을 걷는 동안 마음속 묵은내가 솔향에 날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