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해찬솔 2021. 5. 9. 05:44

짚신 꼬아 파리로 보낸 독립청원서 사연이 깃든 산청 유림독립기념관을 가다

 

엉덩이가 들썩들썩 이는 요즘입니다. 생숭생숭한 봄날 어디로 떠나고 싶다며 산청 남사예담촌을 권하고 싶습니다. 더구나 마을 내에 있는 유림독립기념관은 꼭 가보시라 당부합니다. 오는 329일은 1919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평화회의에 이 마을 출신 면우(俛宇) 곽종석(郭鍾錫1846~1919) 선생 등 유림대표 137명이 서명하여 대한민국의 독립을 호소한 2674자에의 독립청원서를 제출한 날입니다.

 

그날의 의미를 떠올리며 남사예담촌을 찾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인 경상남도 산청군 단성면 남사예담촌은 지리산 천왕봉으로 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마을은 경북 안동 하회마을 못지않은 고가(古家)들이 많습니다.

 

마을 왼편으로는 공자의 고향 산 이름에서 따온 니구산(尼丘山)’이 있고 남사천(南沙川) 마을을 휘감아 돌아 나갑니다. 반달 모양의 마을은 돌담이 정겹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고즈넉한 풍경에 기분 좋게 걸을 수 있습니다. 마을을 휘감아 돌았던 남사천을 지나면 이동서당(尼東書堂)과 유림(儒林)독립기념관이 나옵니다.

 

먼저 일본 제국주의 강제 점령기에 일제의 감시를 피해 짚신으로 꼬아 파리로 보낸 독립 염원이 깃들어 있는 유림독립기념관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유림독립기념관에 들어서자 파리 장서 137인의 서명을 형상화한 갓 쓴 선비가 먼저 반깁니다.

 

옆으로 파리장서가 동판과 한글번역본으로 걸려 있습니다.

 

한국 유림대표 곽종석 등은 파리평화회의에 관계하신 여러 훌륭하신 분들에게 삼가 글을 받들어 올립니다.”로 시작하는 파리평화회의에 보내는 편지종석 등은 차라리 목을 함께 모아 죽음으로 나아갈지언정 맹세코 일본의 노예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굳은 의지를 드러내며 끝맺고 있습니다.

 

면우 선생은 이른바 <파리 장서 운동>으로 대구에서 재판을 받고 2년 형의 옥고를 겪던 중 병보석으로 나왔으나 이내 곧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나는 살아서 돌아갈 기약을 하지 않고 여기에 왔다. 왜 종신 징역을 선고하지 않고 하필 2년이냐. 내가 공소할 곳은 하늘밖에 없다.”는 면우 선생의 말씀 등이 우리 가슴을 울립니다.

 

면우 선생 등의 말씀을 새겨듣고 본격적으로 전시실 내부로 들어가자 나라가 망했는데 선비로서 이 세상을 사는 것은 큰 치욕이라며 유림, 세상에 고하다라는 큰 글자가 눈길을 끕니다. 이후 유림의 독립운동 역사가 펼쳐집니다.

 

일제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파리 장서를 짚신으로 꼬았다고 하는 제작하는 과정을 소개하는 전시물은 눈길과 발길을 머물게 합니다. 간절한 뜻을 담은 글을 짚신으로 꼬았을 선생의 마음을 감히 헤아려봅니다.

면우 선생의 유품과 초상화는 다시금 걸음을 세웁니다.

머나먼 파리에 독립을 염원하는 뜻을 담은 유림들의 기상이 깃든 유품 앞에서는 숙연해집니다.

 

독립운동을 하며 대구형무소에 갇혔던 앙상한 모습의 우리 선조들의 모습은 참혹합니다. 옆에는 좁은 공간에 사람을 감금하여 앉을 수 없고 움직일 수 없도록 고통을 주었던 잔혹한 일제의 고문을 체험해보는 벽관 고문 체험이 있습니다.

 

나는 조국의 자유를 위해 투쟁했다. 2천만 민중아, 분투하여 쉬지 말라!” 나석주 의사의 말씀이 전시실을 나오는 우리들 가슴으로 들어와 일렁입니다.

독립은 위해 헌신한 유림 159명의 이름 하나하나를 속으로 부르며 넋을 기립니다.

 

기념관을 나와 담장을 사이에 두고 있는 이동서당(尼東書堂)으로 향했습니다. 이동서당은 일제의 서슬 퍼런 총칼에도 굴하지 않고 독립운동을 한 곽종석 선생을 기리기 위해 유림과 제자들이 남사 마을 사람들과 함께 건립한 서당입니다.

 

서당 옆으로 공사가 한창입니다. 파리장서 운동 100주년을 기념했던 등대 모양의 기념 석탑도 잠시 모습을 감췄습니다. 공사가 끝나는 5월 말이면 산청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거듭날 예정입니다.

 

이곳에서 500m 거리에 백의종군 중이었던 이순신 장군이 하루 머물다간 곳이 있습니다. 면우 곽종석 선생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애국애족은 하나로 이어져 있는 셈입니다.

 

봄이 새록새록 올라오는 요즘, 산청 남사예담촌 유림독립기념관을 찾아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했던 독립투사를 찾아 의미를 되새겨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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