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해찬솔 2021. 11. 1. 06:26

모던보이와 모던걸들이 나올 듯한 하동 카페 <팥이야기>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맛난 음식을 먹는 것입니다. 멋진 볼거리가 많은 하동은 아울러 맛난 맛집들이 많습니다. 하동의 상징, 드라마 세트장인 <최참판댁>을 지나 면 소재지로 좀 더 들어가면 마을 골목이 야외 갤러리 같은 하덕마을 섬등갤러리가 나옵니다. 갤러리 입구에 있는 <팥 이야기>가 우리에게 맛난 팥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47가구가 모여 사는 입석리 하덕마을로 들어서자 여기는 골목길갤러리입니다라는 이정표가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하덕마을은 섬처럼 뚝 떨어진 마을이었기에 이곳 사람들은 섬등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마을에 27명의 작가가 동네에 살며 마을 주민들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림과 사진, 조형물이 마을 속에 녹아 만든 벽화 마을입니다.

섬등갤러리 골목으로 들어서기 전 차꽃 피던 날이라는 글귀가 빛바랜 골목 사이로 분홍빛으로 우리를 알은체합니다.

가게에 들어서자 마당이 깊습니다. 정원 한쪽에 당근과 물뿌리개를 든 작은 토끼 조형물 한 쌍이 숨은 그림처럼 우리 곁에 다가옵니다.

마당 깊은 집에서 정겹게 가을 햇살에 잠시 샤워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가게 안은 밖에서 본 느낌과 다릅니다. 여느 가정집인 듯한 외양과 달리 의자와 탁자가 넉넉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 아늑합니다.

일제 강점기 모던보이와 모던걸들이 나와 일상처럼 차를 마셔도 그만일 듯한 분위기입니다.

벽면 한켠 장식장에 있는 오드리 헵번의 사진이 눈길을 끕니다.

위로는 구형 카메라에 몸을 맡긴 바이올린이 있습니다. 낯선 듯 익숙한 모습이 정겹습니다.

 

가게를 갤러리인 양 천천히 둘러봅니다. 평온함이 내려앉은 풍경 덕분에 처음 방문했는데도 친근합니다.

좋은 말보다 좋은 옷보다 더 편안한 곳이라 적힌 글귀에서 입꼬리가 절로 올라갑니다. 절에서 만나는 근심을 비워내는 해우소(解憂所)를 이곳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네요.

화장실 곁을 지나 계산대에 이르렀습니다. 빨간 전화통이 귀엽습니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커피라는 얼죽이처럼 팥빙수를 시키고 함께한 이는 팥죽을 주문했습니다.

맛을 기다리며 다시금 가게를 천천히 둘러봅니다. 등 뒤로 한 폭의 정물화 같은 풍경이 있어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창가 화병에 잠시 눈길을 줍니다. 창 사이로 은은하게 가을볕이 흩뿌려져 있습니다.

얼마를 기다렸을까요? 가게 안을 구경하는 재미에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것도 잠시 잊었습니다. 팥이 씹힙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팥알들이 달짝지근하게 입안에 붙습니다. 좀 전에 보았던 가게 안과 밖의 소품은 잊고 음식 그 자체에 몰두합니다. 음식을 즐기는 순수한 시간이 이어집니다.

기분 좋게 먹었습니다. 팥이 들려주는 맛 난 이야기 덕분에 섬등갤러리 골목길을 더욱더 즐겁게 구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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