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해찬솔 2021. 12. 9. 14:01

 

막차를 놓치고 싶은 길①, 진주 남강변(진양교~진주교)

진주에 가면 막차를 놓치고 싶다 ~ 마산행 막 버스를 세운다

이광석 시인의 <진주에 가면>이라는 시처럼 진주에 가면 막차를 놓치고 싶은 아름다운 풍경이 많습니다. 진양교에서 진주교, 천수교를 잇는 남가람 문화거리는 촉석루 대밭 소리가 우리를 경쾌하게 부르는 곳입니다.

 

해가 서산으로 저물기 전인 오후 4시 무렵 진양교에서 진주교 사이를 걸었습니다.

 

오가는 차들이 물고기인 양 분주히 움직입니다. 4차선 도로를 건너 남강 변으로 향하자 딴 세상에 온 듯합니다. 잘 조성된 산책로 흙길이 일상 속 긴장의 끈을 풀어버리게 합니다.

 

곳곳에 놓인 긴 의자들이 쉬어가라 유혹입니다. 대숲이 나옵니다. 아직 어둠이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시각이지만 대숲에는 어서 오라는 듯 불이 들어옵니다.

 

남가람별빛길. 마치 청사초롱을 밝힌 듯 걸음걸음마다 놓인 불빛을 따라 걷습니다. 숲 사이사이로 보이는 남강은 길동무인양 저만치에서 함께합니다. 깊은 산중이라도 들어온 듯합니다. 세상의 번잡한 소리는 사라집니다. 대숲은 깊고 푸릅니다.

 

여기 남강 변 대숲은 한낮에도 어둡습니다. 빼곡히 들어찬 대나무뿐인 숲사이로 댓잎 사이로 빛들이 새어 들어옵니다.

 

남강을 스쳐 지나온 바람이 댓잎에 부딪힙니다. 댓잎은 대나무와 온몸으로 노래를 합니다.

 

 

사각사각~”

대나무들의 장단에 맞춰 마음 한구석에 숨겼던 앙금들을 토해냅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외칩니다.

 

내 당신께 드릴 수 있는 것…….”

이미 남강변 대숲에게 평화를 선물 받았습니다. 대나무 숲에서 모처럼 고요하고 평안한 시간을 흘러보냅니다. 대숲 곳곳에 설치된 조명등이 빛을 토해내며 발걸음을 가볍게 합니다.

 

대숲에서는 언제든 남강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오늘은 대숲을 헤엄치듯 다닙니다.

 

대숲을 나와 경남문화예술회관 앞에 이르자 강너머 뒤벼리가 큰 스크린 양 붉게 물들어갑니다. 적벽(赤壁)이 따로 없습니다.

 

회관 앞에는 다양한 조형물들이 눈길과 발길을 끕니다. 조각가 문신의 <비상>이 한껏 우리를 날아오르게 합니다.

 

날개를 단 우리는 어느새 형평운동 기념탑에 이릅니다. 이른바 사람이되 사람대접받지 못했던 백정을 해방하고자 했던 형평운동은 우리 근대사상 최초의 인권운동입니다. 1923년 직접 저울’(저울대 형(), 평평할 평())처럼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형평사를 조직하기도 했습니다.

 

공평(公平)은 사회의 근본이요 애정(愛情)은 인류의 본량(本良)이라.

 

1923424일 이 곳 진주에서 저울()처럼 공평()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 선각자들이 모여 형평사(衡平社)를 창립하였다. 형평사는 각지의 성원에 힘입어 전국 조직으로 자라면서 1935년까지 평등 사회를 이루려는 활동을 펼쳤다.

 

멸시와 천대에 시달리던 백정들과 그들의 처지에 공감한 분들이 힘을 모아 펼친 형평운동은 수천 년에 걸친 신분 차별의 고질을 없애려는 우리나라 인권 운동의 금자탑이다. 누구나 공평하게 인간 존엄을 누리고 서로 사랑하며 사는 사회를 만들자던 형평운동의 높은 이상은 오늘날 아직도 이루지 못한 인류의 꿈으로 남아 있어서 그때의 운동이 더욱 돋보인다.

 

이제, 70여 년 전 어둡고 힘겹던 시절에 거룩한 인간 사랑의 횃불로 타올랐던 형평운동의 정신을 드높여 기리고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기를 바라면서 뜻있는 분들의 열의와 정성을 모아 유서 깊은 진주성 앞에 이 탑을 세운다. ‘

 

기념탑 취지문을 천천히 읽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스며든 진주 정신을 되뇝니다.

 

어둠이 내려앉습니다. 기념탑 뒤로 뒤벼리 벼랑들이 병풍처럼 둘러쌉니다. 달빛도 취해 비틀거립니다. 막차를 놓치고 싶은 풍경에 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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