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해찬솔 2022. 1. 3. 07:52

차곡차곡 쌓인 세월의 흔적을 담아오는 여행길, 통영 강구안골목길

 

통영은 바다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강구안 너머로 오밀조밀한 도심 속 속에서 빛바랜 건물 너머로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거북선과 판옥선이 건너다 보이는 아름다운 통영항 중심에 있는 강구안 골목은 과거, 통영의 명동이었습니다. 골목 곳곳에 통영의 근현대 문화와 역사가 집약되어 수많은 이야기와 추억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던 곳이었습니다. 연어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듯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즐거운 추억을 찾아 통영 강구안 골목길로 향했습니다.

 

일부러 한산대첩 광장 주위에 차를 세우고 푸른 하늘을 안으며 걸었습니다. 가을빛이 푸르고 푸른 까닭에 덩달아 마음도 파랗게 물들어갑니다.

 

저 멀리 북포루도 보입니다. 동쪽 벼랑 동피랑에 동포루가 있고 서쪽 벼랑 서피랑에 서포루가 있듯 북쪽 여항산 정상에는 북포루가 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통영의 상징과도 같은 삼도수군통제영의 세병관도 건물 사이로 기와지붕을 드러냅니다.

 

걸음은 어느새 향남동 도깨비 골목에 이릅니다. 예로부터 카페와 술집으로 가득 차 음악과 춤, 흥과 멋으로 어우러진 골목으로 이 골목에 오면 절로 노래와 춤이 나오고 소원도 이루어진다는 도깨비에서 유래된 골목이랍니다.

 

강구안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물고기 조형물이 은빛으로 반짝입니다. 옆으로 강구안 골목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당장 골목으로 들어가기보다 주위를 어슬렁어슬렁 거립니다. 그러다 다시금 골목길 이정표를 만납니다. 통영 빼때기죽(고구마말랭이죽)이라는 말이 괜스레 걸음을 이끕니다.

 

골목 한쪽에 그림과 함께 백석의 <산지(山地)> 시가 씌어있습니다.

 

갈부던 같은 약수(藥水)터의 산()거리 / 여인숙(旅人宿)이 다래나무 지팽이와 같이 많다 // 시냇물이 버러지 소리를 하며 흐르고 / 대낮이라도 산() 옆에서는 / 승냥이가 개울물 흐르듯 운다 // 소와 말은 도로 산으로 돌아갔다 / 염소만이 아직 된비가 오면 산개울에 놓인 다리를 건너 인가 근처로 뛰여온다 // 벼랑탁의 어두운 그늘에 아츰이면 / 부엉이가 무거웁게 날어온다 / 낮이 되면 더 무거웁게 날러가 버린다 // 산 너머 십오리서 나무뒝치 차고 싸리신 신고 산비에 촉촉이 젖어서 / 약물을 받으러 오는 산아이도 있다 // 아비가 앓는가부다 / 다래먹고 앓는가부다 / 아랫마을에서는 애기무당이 작두를 차며 굿을 하는 때가 많다 //”

 

덕분에 걸음은 더욱 가벼워집니다. 다래나무 지팡이와 같이 많다는 여인숙이 있던 골목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씨줄과 낱줄로 이어진 골목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넉넉한 풍경이 눈길과 발길을 붙잡습니다.

 

걸음은 어느새 허름한 집 앞에서 멈춥니다. <구 석정 여인숙>입니다.

 

일제강점기 항남동 일대에 조성된 매립지에 자리 잡은 여인숙으로, 여객부두가 있어 여객이 많았던 강구안 항구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장소인 동시에, 매립지에 드물게 건축된 근대한옥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어 등록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문화재청 문화유산포털>

 

 

요모조모 주위를 둘러봅니다. 허름한 건물 주위에는 쉬어가기 좋은 개 모양의 의자도 있습니다. 빛바랜 골목이 자리하며 당시 풍경을 추억하는 이들의 향수를 자아냅니다.

 

통영 앞바다에 사이가 떴어도~”라는 흥겨운 문구를 내건 가게가 입꼬리를 절로 올라가게 합니다.

 

통영의 예술인들이 누빈 골목답게 곳곳에 예술인들의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중섭 식당>이라는 팻말은 통영에서 2년여 살면서 그림을 그린 이중섭 화가를 생각하는 간판이 있는 식당입니다.

 

그뿐 아니라 백석의 또 다른 시 <내가 생각하는 것은>이 벽면에 씌어 괜스레 시인이라도 된 양 읊조립니다.

 

통리단길이란 멋진 이름의 통유리 너머로 선글라스를 쓴 세계적인 팝가수인 마이클 잭슨의 그림이 보입니다. 마이클 잭슨이 유리창을 깨고 나와 특유의 문워크(Moon Walk)을 추며 노래 부를 듯합니다. 절로 입가에 팝송을 흥얼흥얼.

 

작고 이상한 가게 등도 눈길과 발길을 이끕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벽면에 씌은 광고 한 구절이 이 강구안 골목을 말없이 표현하는 듯합니다.

 

골목을 배회하다 보면 문득 1900년대 시간으로 들어간 기분입니다. 강구안 골목길은 사진 찍기 좋은 명소입니다. 골목에 차곡차곡 쌓인 세월의 흔적을 담아오는 여행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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