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나들이

해찬솔 2012. 11. 6. 21:04

 

 

 "할아버지는 여복(女福)도 많으세요"라며 부러운 듯 오늘도 할아버지를 놀린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내게 "여복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화답하신다.

내가 할아버지꼐 여복이 많다며 부러운 말을 건네는 까닭은 어르신 주위에 여성들이 늘 할아버지의 건강을 챙기기 때문이다.

팔팔한 할아버지는 올해 여든 여덟. 팔팔한 할아버지의 곁에는 여든 여섯의 할머니가 계시다. 할머니께서는 식당에서 늘 할아버지께 맛나거나 좋은 음식을 권한다. 앞을 보지 못하는 할아버지께서 혹여 그냥 지나칠세라 챙겨주신다. 할아버지의 여복은 비단 할머니뿐 아니다. 예전 건강할 때 노인전문주택에 살았던 이웃의 중년 아주머니도 1주일에 4~5차례 방문, 말벗도 하고 이것저것 챙겨드린다.

 

 

아무튼 팔팔한 할아버지 곁에는 지금도 고운 얼굴과 마을을 가진 할머니께서 계시는데 오늘 식당에서 정다운 닭살커플마냥 할아버지쪽으로 몸을 기울여 반찬을 챙겨주신다.

 

 

점심 때 나온 왕만두는 앞을 보지 못하는 할아버지 대접 그릇에 다른 반찬과 함께 비벼 놓았지만 할머니께서는 만두맛을 제대로 보시게 할 요량으로 자신의 만두를 할아버지께 건네셨다.

 

 

앞을 보지 못하는 할아버지만 장애를 가진게 아니다. 할아버지도 힐체어에 의지하고 할머니도 이제는 휠체어에 의지한다. 몆 년 전 비교적 건강하셨을 떄는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병원이며 마을 행사에 참석하셨다. 그때도 당신 부부는 너무나 다정한 닭살커플로 주위를 흐뭇하게 하셨다.

 

성심원 요양원 2층 식당에서 오늘도 제일 늦게 식사를 마친 할아버지는 "직원 덕분에 잘 먹고 갑니다~"며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침상으로 돌아가신다. 할아버지는 늘 긍정적이고 말씀도 재미나게 하신다. 때로는 여직원 '아녜스'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좋아라하는 특유의 '인디언기적소리'로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드는 장본인이시다.

 

어제도 그러했고 오늘도, 내일도 저렇게 다정하게 의지하며 살아갈 우리 팔팔한 할아버지 부부. 나도 나이를 한해두해 먹어도 저런 사랑을 나누고 싶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몸을 제대로 가누기 어려워도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노부부의 모습에서 휴대폰에서 문자 메시지를 날렸다.

"여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