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나들이

해찬솔 2012. 12. 21. 20:08

 

 

외박을 했다. 동짓날(12월21일). 아침 7시30분 출근길부터 빗발이 내리더니 경남 산청 성심원에 도착하니 눈이 가냘프게 내렸다. 오전 중에 눈은 점차 굵어지더니 오후내내 하얀 눈이 온세상을 덮어버렸다.

<누님>이 아니라 <눈님>덕분에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왕복 1시간 30분거리를 이 위험한 길을 차로 움직인다는 게 자신없었다. 더구나 눈이 내린 뒤 꽁꽁 얼라고 비까지 내리는 통에 길은 온통 살얼음판. 어찌 체인도 없이 퇴근해서 내일 아침일찍 출근할 수 있으랴.

 

눈님 덕분에 직장인 성심원에서 자기로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귀가>라는 집착을 버린 탓이겠지만 여유가 생겨 평소 술을 좋아하시는 어르신과 저녁 먹은 뒤 식당에서 술 약속을 했다. 귀가가 기다려지는 낮근무에는 어르신과 함께 술을 마시기 어려웠다. 차를 버리고 마신다니 기분마저 좋았다. 식당 한켠에 작은 술상을 봤다. 어르신이 좋아하는 소주와 내가 좋아하는 맥주. 맛김과 건빵 그리고 약간의 과자.

어르신께 권하고 마셨다. 날씨 이야기부터 시작해 어르신의 살아온 지난일들을 다시금 들을 수 있었다. 창너머 하얀 세상을 배경으로 아늑한 식당은 여느 술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운치가 있다. 술이 술술 넘어가고 1시간여 지나 어르신을 다시 침상으로 모셨다. 어르신은 어르신의 주량인 소주 1병을 드시고 나는 맥주 2병을 마셨다. 그렇게 기분좋게 마신 오늘 저녁 음주는 다 <누님>이 아닌 <눈님>덕분이다. 고맙다, 눈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