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해찬솔 2013. 9. 18. 06:30

 

“빠름, 빠름, 빠름~”“빨리, 빨리, 빨리”

이동통신사들의 빠르기 경쟁과 외국인들도 가장 먼저 배운다는 우리나라말 빨리. 잠시 빠르다는 경쟁 속에서 옆으로 물러나 나를 돌아보면 넉넉한 어머니 같은 여유를 안아올 수 있는 곳이 있다. 한가위를 맞아 겨레의 대이동이 시작되는 요즘, 고향 찾는 마음으로 돌담과 한옥이 어우러져 고풍스런 산청‘남사예담촌’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구름바다 위로 붉은 빛을 토하며 솟구쳐 오르는 해돋이를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지리산 천왕봉을 오른다. 천왕봉에 올라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선정된 ‘남사예담촌’이 있다. 경상북도에 안동 하회마을과 비교되는‘남사예담촌’에는 등록문화재 281호로 지정된 돌담으로 이루어진 골목길 에 이씨고가, 최씨고가, 연일 정씨 문중 재실인 사양정사가 자리하고 있다.

 

‘남사예담촌’은 마을 왼편으로는 공자의 고향의 산 이름에서 따온 니구산(尼丘山)’이 있고 남사천이라는 개천이 휘감아 돌아 나가는 반달 모양이다. 보름달이 되어 다시 기울지 않기 위해서 마을 한 가운데를 빈터로 비워두고 있는데 지금의 주차장자리가 이에 해당한다. 옛 지명이 반달모양의 모래벌판의 마을이라는 이름의 사월(沙月)이라 불렸다고. 강의 남쪽에 위치해 남사월이라 불려지다가 남사(南沙)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을에는 오래된 한옥과 돌담길 못지않게 유명한 나무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이씨고가로 향하는 길에 있는 수령 300년의 선비나무라고도 불리는 화화나무가 주인공이다. 이 나무는‘X’자로 마치 부부가 껴안은 형상이라 ‘부부나무’라고 불린다. 부부가 이 나무 아래로 손잡고 통과하면 백년해로 한다는 이야기 전해진다. 부부나무, 선비나무라는 별칭을 가진 회화나무를 지나면 이씨고가다. 이씨고가는 본관이 성주인 이제의 저택으로 부인이 태조 이성계의 셋째 딸 경순공주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왼편에 또 한 그루의 회화나무가 서 있다. 수령 400여 년의 이 나무는 ‘삼신할머니’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나무 배꼽에 손을 넘으면 소원하는 아이가 생긴다고 한다.

 

 

 

 

마당 한 가운데에 굴뚝이 떡하니 서 있다. 불기운을 하늘로 올려 안 좋은 기운을 빼내는 의미라고 한다. 350여 년이 된 고택은 사랑해, 악랑채, 곡간채가 안채를 중심으로 ‘ㅁ’자로 배치되어 있다. 그 사이로 바람길이 나있어 자연과 조화를 꾀했다고 한다.

 

 

 

이씨고가를 나와 돌담으로 이뤄진 골목길을 지나 사양정사로 향했다. 사양정사 앞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감나무가 서 있다. 또한 봄에는 670년 된 매화나무 ‘원정매’가 있다. 오래된 마을의 역사처럼 이곳에는 나무도 역사다.

 

 

 

사양정사를 지나 최씨고가로 향했다. 이씨고가처럼ㅁ’자형인 최씨고가는 이씨 고가에 비해 2배정도 크다고 한다. 이씨고가보다 뒤에 지은 집이라 뒤지지 않게 넓고 크게 지었다고 한다.

 

 

 

 

이씨고가에는 화장실 문이 없다. 화장실 문이 없는 이유가 3가지인데 우선 문이 있으면 노크를 하게 되면서 안에 사람이 있으면 냄새를 맡게 되는데 멀리서 헛기침을 해서 화장실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뒤 볼일을 보기에 서로의 민망한 냄새를 맡을 수 없게 했다고 한다. 두 번 째로 문이 없기에 바깥 구경을 하면서 볼일 볼 수 있다. 선비는 볼일을 보면서도 넓은 세상을 보면서 ‘학문’에 정진(?)한 셈이다. 끝으로 곰방대가 길기 때문에 문이 있으면 담배를 태울 수 없어 문을 없애고 담배를 태웠다고.

 

 

 

 

최씨고가의 대문 잠금장치가 두 마리 거북이로 이뤄져 있다. 복을 기원하는 거북이는 암수로 되어 있는데 왼쪽이 암놈이고 오른쪽이 수놈이다. 오른쪽 수놈 거북이는 왼쪽보다 좀 더 크다. 수놈 거북이가 빗장을 암놈 거북이의 구멍에 밀어 넣는 셈이니 음양의 이치가 담겨져 있다.

 

 

 

마을은 한옥만 있지 않다. 슬레이트에서부터 별장까지 있고 골목길은 돌담길과 시멘트담 등으로 이뤄져 과거와 현재의 다양함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이다. 빠름의 경쟁 속에 내몰린 지친 심신을 천천히 느림의 여유 속에 평안을 얻기에 그만이다.

 

이글은 경상남도 인터넷신문 <경남이야기>와 함께 합니다. http://news.gsnd.net/?p=36045
오마이뉴스와도 함께 합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06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