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해찬솔 2014. 7. 25. 11:31

 

경북 문경의 촌놈이 출세했다. 청와대를 제외하면 가장 힘센 곳 중 하나인 국무총리실 지원관실에 근무하게 된 장진수 씨. 단순히 힘센 곳에 근무한다고 그의 이름을 나는 알 필요가 없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와 고향도, 학교도, 인연의 끈이 없다. 그럼에도 그의 이름 석 자를 안다. 2012년부터. 그해 세상을 뜨겁게 달군 민간인 불법 사찰 증거인멸의 사건과 함께 장 씨의 이름 석 자는 나를 비롯해 우리 모두에게 다가왔다. 그는 2012MB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과 증거인멸에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을 알고 용기있게 폭로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었다.

 

 

이름 석 자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혹여나 잊고 있지는 않은지 묻기라도 하듯 이번에는 책 <블루게이트>로 함께했다. <블루게이트>201311월 대법원 판결까지 직접 겪은 사건의 전말과 심경을 고백하였다. 블루게이트와의 첫만남과 증거인멸, 검찰 수사 재판, 진실 폭로와 이후의 과정까지 모두 솔직하게 기록한 책이다.

 

택배로 책을 손에 쥔 날부터 읽었다. 차례차례 읽기도 하고 중간중간 읽기도 하고. 때로는 뒤에서부터 읽기도 했다. 어디를 펼쳐 읽더라도 나를 따끔하게 하는 글이 있다.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빠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부끄럽진 말자!’는 말이 마치 수행하다 조는 내게 죽비를 내리치는 것처럼 나를 깨운다. 죽비를 맞고 정신이 들면 내가 장진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하는 생각은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았다.

 

나는 저출산 시대의 애국자(?). 아들만 내리 셋을 둔 부자다. 그런 내게 두 딸의 아빠인 장진수 씨의 다짐은 가슴을 바늘로 찌른 듯 따갑다. ‘나는 바담 풍해도 너희는 바람 풍하라고 아이들에게 일러온 나 자신이 한 없이 부끄러웠다.

 

장 씨는 모두가 꿈꾸는 공무원이라는 반듯한 직업을 가진 한 가정의 가장에서 가족의 생계를 고민하는 실업자가 되었다. 비열한 권력을 우리에게 폭로하고 가시덤불을 헤쳐 나와 또다시 낭떠러지 앞에 선 그였다. 그럼에도는 그는 바보처럼 하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을 뜻하는 게이트가 이제는 정부나 기타 정치권력과 관련된 대형 비리 의혹 사건 또는 스캔들로 바뀌었다. 안과 밖을 가르는 기준인 인 게이트를 통해 권력의 비열함을 보았다.

 

나의 고백은 어떤 장치의 버튼을 누르는 작은 시작이었다. 그리고 나의 이 조그만 행동은 수많은 사람의 건강한 에너지와 어우러져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다이너마이트가 되었다. 앞으로도 거짓으로 무장한 권력의 심장부를 향해 돌진하며 끊임없이 폭발할 것이라 믿고 있다.“

 

그의 바람은 처음에는 부패한 권력의 비릿한 냄새에 두 손으로 코를 싸잡고 막게 했다. 이제는 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바람과 함께 사람 냄새로 바뀌었다. 그의 바람을 타고온 것은 부끄럽지 않는 아빠가 되리라는 나와 내 이웃의 다짐으로 거듭났다.

 

평범했던 한 공무원이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일을 겪으며 세상을 보는 시선이 바뀌었고 조금씩 더 강해졌다. 영혼 없던 공무원이 뒤늦게나마 용기를 낸 고백으로 진실을 밝혀 당당한 아빠와 남편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제 우리 사회의 떳떳한 일원으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수많은 사람의 편에서 작은 노력을 계속 보태려 한다.”

 

그의 용기와 고백에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고맙습니다, 장진수 씨! 함께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