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해찬솔 2014. 9. 19. 08:28

16년 전 이날은 전날과 분명 달랐다. 빌려준 돈을 꼭 되찾으려는 빚쟁이처럼 전날까지는 대학 동아리 후배들을 독촉했다. 후배들은 내게 돈을 빌려준 적도 없었다. 단지 서른을 앞둔 내게는 여자 친구가 없다는 사실뿐. 다행히 16년 이날은 여자 후배가 자신의 언니를 소개해주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후배 언니가 일하는 병원 간호사를 소개해주려고 사전에 먼저 나를 보자는 것이다. 일종의 소개팅에 앞선 면접인 셈이다.

 

호숫가에 자리 잡은 건사한 레스토랑에서 돈까스를 칼질하며 붉은 포도주를 곁들여 먹고 마셨다. 후배 언니는 구면이었다그날 그 자리 전까지 우리는 그저 아는 사이였다. 후배를 통해 만날 때면 인사를 나누는 그런 관계였다. 그렇지만 이날은 나를 자신의 직장 동료에게 소개팅하기 위한 사전 조사를 위한 자리인 만큼 후배 언니는 여러 질문을 내게 던졌다. 서른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인생의 역정을 이야기하면서 어느덧 내가 묻고 후배 언니가 답했다. 레스토랑을 나와 시내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벌컥벌컥 마신 생맥주가 목구멍너머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고 머리를 오히려 맑게 했다. 자정을 넘겨 새벽 무렵 호프집 영업이 끝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후배 언니의 면접에 떨어졌다. 면접에 떨어진 나는 소개해준다는 후배 언니의 직장 동료가 아니라 후배 언니를 만났다. 만날 때마다 밥을 같이 먹었다. 밥을 함께 먹으면서 보낸 시간만큼 우리는 통했다. 미래의 꿈도, 비전도 함께 먹고 나누었다.이야기 나누자 통하고 통하자 즐거웠다. 1년여 밀고 당기는 연애가 그날부터 시작이었다. 그리고 서른을 앞둔 그해 겨울 우리 둘은 하나가 되었다. 하나가 된 둘은 아들만 셋을 둔 저출산시대의 애국자(?)가 되었다.

 

아빠, 엄마 어디가 좋아서 결혼했어?”

이제 중학교 2학년인 큰 아이가 물었다.

, 안과 밖을 가르는 기준인 문을 열었더니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을 만났어. 그게 네 엄마야···.”

 

 

여보, 사랑해~

 

결혼 기념을 축하하며 당신의 영원한 김 기사,

2014919

 

                                             해찬솔 올림.